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46화(146/300)
◈ 제146화
73. 아닌데요 – 2
“예?”
“성자 그런 거 아닙니다.”
이안의 냉정한 대꾸에 세레스티아는 당황했다.
그러며 거스트를 보았지만 그녀 역시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달의 교단의 교리서에 나오는 세기말의 성자를 말하는 모양이군.”
“예. 저기…….”
교리서의 마지막.
묵시의 장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 종말의 전조인 붉은 달이 떴을 때 한 명의 성자가 나오리라.
그리고 그 달을 수호하는 위대한 전사는 사명을 깨닫고 자신을 희생해 세계를 구할 것이다, 라고 적혀 있었다.
“악마들이 세상에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곧 세상의 종말을 뜻합니다.”
“그렇지. 하지만 붉은 달도 안 떴잖아.”
“붉은 달은 그저 비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레스티아는 거스트에게 항변했지만 그녀는 이안을 가리킬 뿐이었다.
“그걸 나한테 말해 봤자……. 그리고 이안이 직접 말했잖아.”
자기가 성자 아니라고.
그런데 뭐라고 하겠나.
세레스티아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아니신가요?”
“아닙니다.”
그녀는 풀 죽은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축 처진 어깨가 실망감을 드러내는 듯했지만 이안은 냉정했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설마 그 성자 어쩌고 때문에?”
“그것도 있지만…… 달의 교단에 많은 도움을 주신 성도님께 감사드리고 싶어서……. 아. 오늘 저녁에 예배가 있습니다. 그때 꼭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맥 빠진 어조로 작게 말한 그녀가 인사하고 가 버리자 거스트는 음료를 홀짝였다.
“그래서? 진짜 성자가 아닌가?”
“아니야.”
“악마와 싸우고, 세계의 멸망을 막으려고 하는 걸 보면 성자의 조건에 부합하기는 하는데.”
“달의 교단의 교리서 정도는 나도 읽어 봤어. 거기 나오는 묵시의 장은 그냥 타락에 대한 경고에 불과할 뿐이야. 애초에 미래라는 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고.”
“그런가?”
“그래. 그리고 하던 얘기나 이어서 해 보자. 일단 대악마 크라울리는 내가 잡아 놨어.”
“물리적 계약이라고 했지? 어떻게?”
“아주 강력한 존재를 통제할 때 쓰던 것이 있지.”
“탑에서 구한 건가?”
“어. 그걸로 잡아 놨으니까 크라울리가 헛짓거리를 할 일은 없을 거야.”
“그래도 악마는 박멸해야 할 대상일 뿐.”
거스트는 단호했고 이안도 그 부분은 어느 정도는 동의하고 있었다.
“걔가 그러던데. 신악마와 구악마가 따로 있다고. 일단 크라울리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전제 조건하에 얘기해 보면…….”
“기존에 세상에 나와 있던 악마. 신악마라 불리는 그들은 멸망을 바라지 않는다……라는 거지?”
“그래. 그들이 소수파 같지만.”
“그럼 일단은 그 구악마라는 놈들부터 잡아야겠군.”
거스트는 신음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앞으로 방침은 그쪽으로 정해야겠네. 그리고 안 그래도 악마와 관련되어서 얘기할 것이 있었는데.”
거스트는 수호자의 정보망을 이용해 알아낸 정보들을 보고했다.
현재 대륙에 퍼져 있는 사건들.
그중에서 악마 계약자와 관련된 사건들을 언급한 그녀는 수첩을 펼쳤다.
“수호자 중 하나가 보고한 내용인데. 프레디시안 백작가 알지?”
“알지.”
“거기 속한 영지 중에 토키오넬 마을이 있지. 대목장을 운영하는 곳인데 거기서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더군.”
사건의 개요는 간단했다.
어느 날부터 가축들이 하나둘씩 죽어 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역병이라고 생각해 봤지만 태양교단에서 확인해 본 바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해부해 보니 간이 없었어.”
“뭔 소리야?”
“말 그대로야. 죽은 모든 가축들에게는 상처 하나 없이 간만 없었어.”
“흠…….”
“특정한 장기를 빼앗아 가는 악마들은 그리 많지 않아. 그리고 수호자의 기록에서 찾아본다면 이러한 일은…….”
칠대 죄악 중 식탐을 따르는 계통의 악마들이 자주 저지르는 일이다.
“스케일이 작네.”
이안이 시큰둥하게 대꾸하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오히려 스케일이 큰 편이지. 아무런 상처 없이 특정한 부분만을 빼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것도 누구도 모르게 한다는 건 더 어렵고.”
“흠…….”
“한번 가서 자세하게 알아보는 건 어때?”
“그럼 태양교단이나 아카데미에 의뢰 요청이 들어오겠네?”
“글쎄. 그건 모르지.”
영지 내에 문제가 생긴다고 꼭 의뢰를 요청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나 프레디시안 백작가는 암염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의 판매로 백작가 자체가 꽤 강한 힘을 갖춘 곳이었다.
그러니 이 일을 자기들 선에서 해결할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가 이것을 발견한 것이 5일 전이었어.”
“그런가.”
“지금쯤이면 프레디시안 백작가에도 보고가 들어갔겠지. 아마 2~3일 안에 결정이 날 거야.”
아카데미나 태양교단에 지원을 요청하든.
아니면 자기들 손으로 해결하려 하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그쪽으로 가 볼 생각이다만. 너는 어쩔 거냐?”
만약 칠대 죄악과 관련된 일이라면 거스트 혼자서도 힘들다.
수호자 중에서도 강자들을 모아야 한다.
그 강자 중에서도 이안이 가장 독보적이니 그에게 요청하기 위해 직접 온 것이었다.
“프레디시안 백작가라면 윌디네 가문이기도 하지. 그런 만큼 그냥 넘어가기도 그렇고…… 한번 얘기해 보는 게 낫겠네.”
“그 부분은 알아서 해.”
거스트 입장에서는 이안의 지원만 받을 수 있으면 되니까.
할 말이 끝난 그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간다.”
“어디로 가냐?”
뒤돌아 나가려던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다.
바로 프레디시안 백작령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멍청한 제자 녀석 얼굴 좀 보고 가려고.”
결국 그녀는 아카데미 출구가 아닌 태양교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현장으로 가 작업의 지휘를 더 한 후 기숙사로 돌아왔다.
로비에는 몇몇 생도들이 있었다.
그들 중 이안은 윌디를 향해 다가갔다.
그녀는 이안을 보자 빙긋 웃었다.
“어서 와요. 이안. 공사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잘 돼 가지. 그런데 너 표정이 왜 그러냐?”
“어? 얘 표정이 왜?”
블랜치가 의아해하자 윌디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려고 한 순간 기숙사의 문이 열리며 하륜이 들어왔다.
“야. 임무 예정지 나왔다. 우리는 오늘 저녁에 출발인데? 뭐 이래 급하게 의뢰를 요청해?”
하륜이 가져온 서류를 받은 블랜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프레디시안 백작령? 여기 윌디 너네 집 아냐?”
그 말에 다른 생도들도 놀라며 서류를 보았다.
그제서야 윌디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예. 저희 영지 쪽의 문제네요.”
“프레디시안 백작가에서 의뢰라고? 이거 심각한 문제 아냐?”
그쪽은 부유한 백작가로 가문 내의 힘이 강하다.
그런데도 그쪽에서의 의뢰 요청할 정도라면 분명 보통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륜을 비롯한 다른 생도들이 보자 윌디는 고개를 저었다.
“심각하다기보다는…… 단지 어떤 일인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윌디의 목소리가 처졌다.
애써 숨기고 있었지만 이렇게 금방 들킬 줄은 몰랐다.
“이야. 이안. 넌 그럼 이걸 눈치채고 윌디에게 말한 거였어?”
“거의 매일 보는데 안색 정도는 살필 줄 알아야지.”
“역시 보통이 아니구만. 아니 나도 매일 보는데 왜 난 모르겠지?”
위디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하륜은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프레디시안 백작령 문제도 문제지만 다른 곳도 있어.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다네.”
하륜은 서류를 이안에게 내밀었다.
“아까 교관실에서 그러던데 거기서는 네가 몬스터 웨이브 쪽에 참가해줬으면 좋겠다더라. 참가해주면 보상에다가 아카데미에서 챙겨줄 다른 것들까지 너한테 전부 몰아주겠다던데?”
임무 수행 보상으로는 상급 성물이라든가 아티팩트들이 꽤 있었다.
이 정도면 이안도 만족하고 그쪽으로 가겠다 싶었는데 그는 예상 밖의 답을 꺼냈다.
“난 프레디시안 백작령으로 갈 거야.”
이미 거스트와 약속도 해놨다.
그런 만큼 이쪽으로 가는 것이 나았다.
“어? 저, 정말인가요?! 왜요?”
이안의 말에 생도들은 놀랐고 그중 제일 놀란 것은 윌디였다.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에게 이안은 피식 웃었다.
“너희한테 평소에 받는 것들도 많은데 이 정도는 해야지.”
“아니. 딱히 이런 걸 바라고 주는 건 아니었는데?”
“먀먀!”
먀네 역시 얻어먹는 것들이 많았다.
B반 생도들이 가져오는 과자나 간식 중에는 먀네의 것도 많았으니까.
무릎 위에서 먀네가 울자 윌디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이안과 먀네까지 와 준다면 걱정할 것은 없겠네요!”
“더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거스트도 갈 거니까.”
“……예?”
패왕 거스트.
그녀는 왜 온단 말인가.
당황한 윌디가 바라보자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쪽 일이 칠대 죄악과 관련된 일일 수도 있거든.”
그 말에 로비에 있던 생도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기숙사에서 씻고 조금 쉰 후 달의 교단 예배에 참석했다.
성녀가 직접 찾아왔기 때문일까?
평소보다 내뿜는 성력이 더욱 많았다.
그 달의 기운을 받아들인 이안은 먀네에게 모두 나눠 주었다.
좀 더 털이 아름다워진 먀네가 기뻐하는 사이 예배가 끝나자 이안은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달의 신전으로 아란세가 들어왔다.
“이안. 잠깐 괜찮냐?”
“예. 왜 그러십니까?”
“아까 애들한테 들었다. 프레디시안 백작가 쪽의 의뢰에 너도 참가한다면서?”
“예.”
“그리고 그게 칠대 죄악과 관련된 일일지도 모른다고 했지?”
“예. 왜 그러십니까?”
“아니. 사실 아카데미에서는 네가 몬스터 웨이브 쪽으로 가 주길 바랐거든.”
이번 몬스터 웨이브는 꽤 크다.
그렇기에 아카데미의 강력한 전력인 이안이 참가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칠대 죄악과 관련된 일이고. 패왕까지 그쪽으로 간다면 확실히 그게 더 중요하겠더군. 그래서 관련 서류는 내가 다 작업해 놨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교관님도 가십니까?”
아란세의 복장은 평소와 다른 전투 복장이었다.
그는 쓰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말했잖냐. 몬스터 웨이브 쪽이 좀 심각하다고. 그래서 이번에는 생도뿐만 아니라 교관들도 참여한다. 나도 거기로 가지.”
마스터인 프리디온뿐만 아니라 마탑에서 파견 나온 마법사들.
그리고 전투가 가능한 교관들도 참가할 예정이었다.
“병사와 기사의 지원도 거기서 받기로 했다. 이쪽은 걱정 마라.”
그곳에서 아카데미에 의뢰를 한 것도 그들을 지휘할 강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아란세가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먀네를 들었다.
“얘라도 데려가시겠습니까?”
“먐먀~.”
“하하. 먀네는 너와 함께 있는 게 제일 어울린다. 우리 쪽 전력도 충분하니까 걱정마라.”
그때 신전에서 아우트가 나왔다.
“아란세 교관님? 어쩐 일이십니까?”
“아카데미의 정식 요청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번 몬스터 웨이브 처리 문제에 달의 교단에서도 참가해 주길 바란다.
학장이 직접 작성한 요청서를 읽어 본 아우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준비하고 나가겠습니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매번 아카데미에 도움을 받고 있는걸요.”
“어머? 무슨 일이신가요?”
사뿐사뿐 걸어 나온 세레스티아는 아우트의 손에 들린 요청서를 읽어 보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아카데미에서는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군요. 몬스터 웨이브 처리라니……. 특히나 카발토 영지는 달의 교단 신전이 있는 곳이니.”
세레스티아는 생긋 미소 지었다.
“비록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저도 참여할 수 있을까요?”
어지간한 사제보다 훨씬 강한 성력을 쓸 수 있는 그녀가 참여한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란세는 그녀를 빤히 보다가 물었다.
“참여해 주신다면 감사드릴 일입니다만…… 왜 성녀님께서 나서시려는 겁니까?”
그녀는 슬쩍 신전을 보았다.
이안이 만들어 준 아름다운 신전을 둘러보던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받은 만큼 돌려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