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47화(147/300)
◈ 제147화
74. 알아보지 못했다 – 1
<아우트 사제에게 주인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 보군요.>
이안은 받은 만큼 반드시 돌려준다.
그것이 적의든 호의든.
그가 아카데미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빠르게 퍼졌다.
당연히 달의 신전에서도 알고 있기에 아우트는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들었을테니 성녀가 직접 나선다고 한 것이겠지.
키르케의 판단에 동의한 이안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이러신다고 제가 달의 성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후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달의 교단에 도움을 주실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건 그렇죠.”
“그렇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세레스티아의 표정은 단호했다.
지금까지 달의 교단에 이렇게까지 호의를 준 인간은 없었다.
그렇기에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짜 성자가 나타나면 어쩌시려고 이러시는 겁니까?”
이안이 묻자 세레스티아는 빙긋 웃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겠죠.”
<참 대책 없군요.>
‘불도저 같네.’
한번 생각한 것은 그대로 밀고 나간다.
겉보기에는 여리여리한 소녀이지만 행동이나 생각이 참 대단하다 싶었다.
“뭐. 그렇게 하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달의 교단에서 성녀가 이런 식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면 나쁠 것은 없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방긋 웃었다.
“아란세 교관님이라고 하셨죠? 어디로 가야 하나요?”
“어. 음…… 예. 일단 교관실로 가시죠.”
그는 이안에게 시선을 보냈다.
성녀와 함께 가도 괜찮냐는 시선이었다.
괜히 그녀의 도움을 받아 이안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닐까 걱정된 그가 바라보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쩝.”
나쁜 일은 아닌데 괜히 찝찝하다.
하지만 성녀라면 확실히 도움이 되기에 아란세는 그녀를 데리고 가 버렸다.
“성도님. 죄송합니다. 저희 성녀님께서 좀 막무가내신지라…….”
“저런 저돌적인 모습도 나쁘지는 않지요.”
“엇? 그러십니까?”
아우트는 눈을 반짝였다.
혹시 이걸 기회로 이안이 달의 교단에 입교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세례를 받을 생각은 없지만요.”
“아하하…… 그러시겠죠.”
아우트는 마른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실망감을 애써 감췄다.
기숙사로 돌아오자 임무 수행을 위해 준비한 생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갔다 오냐?”
“달의 신전에.”
“왜. 성물 필요해서? 성물 있는데?”
블랜치가 품에서 성물을 꺼내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성물 없어도 악마는 잡을 수 있어. 성녀님 오셔서 특별 기도회 한다고 하더라고.”
“아하. 그럼 볼일은 다 봤지?”
“어. 나 가방만 가지고 올게. 기다려.”
방으로 돌아가니 그래진이 책을 보고 있었다.
그는 이안이 가방을 챙기는 것을 보고 피식 웃었다.
“바쁘시네?”
“나야 항상 그렇지.”
“야. 이거 가져가.”
그래진은 서랍에서 주머니 하나를 휙 던져 주었다.
그걸 받은 이안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너는 칠대 죄악이라고 했지만 신체의 일부 부위만을 빼먹는 일에 대해 좀 걸리는 게 있어.”
“오호. 뭔데?”
“너도 탑에 들어가 봤으니까 알 거야. 거기서는 요괴라고 한다지? 요괴들 중에 사람으로 의태하는 요괴가 있잖아?”
“있지.”
“그런 요괴들처럼 몬스터 중에도 사람으로 의태하는 몬스터가 있어. 도플갱어라고…….”
“이번 일은 사람과 관련된 일이 아니잖아. 그리고 도플갱어는 이미 사라진 몬스터 아닌가?”
“그렇긴 한데 혹시 모르잖냐.”
“하긴 호랑이 일도 있으니.”
“과거 프레디시안 영지 근처에서 발견한 유물에 남겨진 기록에 따르면. 도플갱어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몬스터를 의태하기도 해.”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단서가 있었다.
“의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장기가 필요하다고 하지.”
즉.
가축들의 간이 사라지는 이유는 도플갱어가 그 동물로 의태한 후 의태를 유지하기 위해 간을 쓴 것일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간이 뽑힌 가축들에게 상처가 남지 않는 이유는?”
“그 부분은 나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혹시나 해서 준비했다. 만약 도플갱어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걸 써.”
주머니 안에 있는 것은 작은 구슬이었다.
“그거에 맞으면 의태가 풀린다고 해. 잊힌 도시의 탑에서도 꽤 쓰이던 거라 효과는 보장할 수 있어.”
“일단 잘 쓰지. 애들한테는?”
“다 줬어.”
그래진은 유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같은 반 친구들만큼은 아니었다.
자신의 컬렉션이고, 또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유물을 아무런 대가 없이 넘겨준 그는 씩 웃었다.
“그거 잃어버려도 되니까 무사히 돌아오길 빈다.”
“하. 이거 참.”
“혹시 부담되면 나중에 유적이나 같이 가자고.”
말을 마친 그래진은 다시 책상의 책으로 눈을 돌렸다.
그가 공부를 하는 것을 힐끔 본 이안은 주머니를 가방에 넣고 나왔다.
“그래진이 너한테도 줬어?”
“어. 이거?”
“응. 돌아가면 뭐 하나라도 챙겨 줘야겠네.”
씩 웃은 위디아는 그래진이 줬던 구슬을 가방에 넣었다.
이제 준비는 다 된 듯싶었다.
“그럼 가자고.”
* * *
게이트를 타고 도착한 곳은 어두컴컴한 산이었다.
게이트에서 나오자 윌디가 방향을 잡았다.
“산에서 내려가서 조금만 더 가면 직할령이니까 들렀다가 가요. 거기서 저녁 먹고 정보 확인한 후에 움직이죠.”
“현장으로 바로 가지?”
“현장으로 가려면 어차피 직할령을 통과해야 해요. 그리고 그곳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야하고. 이야기 듣고난 후 말 빌려서 가는게 더 빨라요.”
이곳은 윌디의 고향이다.
그러니 가는 길 정도는 그녀가 더 잘 안다.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동의를 구했다.
“어때요?”
“이런 건 리더가 결정하는 거지.”
자연스럽게 리더가 된 이안은 눈을 감았다.
주변에 딱히 느껴지는 악의는 없었다.
‘거스트 어디 있냐?’
<프레디시안 백작 직할령에 위치해 있습니다.>
“일단 직할령으로 가자. 거스트와 합류하기도 해야 하니까.”
“우와! 진짜 패왕도 같이 가는거야? 우와…….”
“뭘 그리 감탄하냐? 야. 우리는 지금 대륙 최강자와 같이 다니고 있다고.”
패왕도 유명하긴 하지만 이안만 할까.
위디아는 감탄하는 블랜치를 타박하고 윌디를 잡았다.
“얘기 들으면서 저녁 먹을 수 있겠지? 오늘 저녁은 좀 맛있게 먹겠네?”
“물론이죠!”
윌디의 안내를 받아 성에 들어간 이안 일행은 곧장 백작가의 저택으로 향했다.
확실히 부유한 백작가라 그런지 저택은 꽤나 크고 좋았다.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저택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집사가 일행을 향해 활짝 웃었다.
잘 차려입은 노년의 집사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자 윌디는 빙긋 웃어 주었다.
“잘 있었죠? 핸슨.”
“예. 저야 잘 있었죠. 자. 들어가시죠. 백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블랜치는 감탄했다.
저택의 로비부터 부자라는 것이 확 드러나고 있었다.
“와. 위디아. 저거 봐 봐. 저기 다 대리석이야.”
“너도 백작가 자제면서 뭘 그렇게 놀라냐?”
“우리 집은 무가라서 이런 식으로 호화롭게는 안 해 놓거든.”
블랜치가 휘둥그레 눈을 뜨며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이안은 핸슨에게 물었다.
“거스트는 어디 있습니까?”
“귀하께서 그 이안 브랜든 생도님이시군요. 거스트 님께서는 지금 객실에 계십니다. 그리고 말씀은 편하게 하시지요.”
“그러지. 거스트에게 나 왔다고 전해 줘.”
“알겠습니다.”
그는 근처에 있던 시녀에게 명령한 후 식당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식당 역시도 부유한 백작가답게 꽤나 호화스러웠다.
잠시 그곳에서 기다리니 건장한 체구의 중년인과 태양교단의 사제 한명이 웃으며 걸어 들어왔다.
“어서 오렴. 딸 얼굴 보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아버지! 숙부님!”
윌디는 웃으며 둘에게 안겼다.
그녀를 끌어안고 토닥여 준 그는 이안과 블랜치, 위디아에게 다가갔다.
“어서들 오십시오. 프레디시안 백작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가주 크롬 프레디시안입니다.”
“저는 크롬 백작님의 동생이며 이 영지에 파견 나온 태양교단의 사제. 토롬베입니다.”
둘이 자신을 소개하자 이안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이안 브랜든입니다.”
“블랜치 아우덴입니다.”
“오래간만이에요. 백작님. 잘 지내셨죠?”
처음인 이안과 블랜치, 이미 몇차례 와봤던 위디아가 인사하자 그들은 훈훈하게 웃었다.
“손님이 계셔서 마중 나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시죠.”
“그래요.”
“윌디랑은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저희에게도 아버지 같은 분이신데요.”
이안이 말하고 블랜치와 위디아가 동의했다.
그들의 말에 크롬은 싱글벙글 웃었다.
“아니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편하게 말하도록 할까? 멀리서 오느라 고생 많았다. 일단 식사부터 하지. 금방 준비되니 조금만 기다리게나.”
시종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잠시 후 요리들이 나왔다.
암염과 상업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요리들이 꽤나 비싸고 호화로운 것들뿐이었다.
“이거 소금구이잖아요? 와. 이걸 먹게 될 줄은 몰랐네.”
그 비싼 프레디시안 암염을 이용해서 소금구이를 할 줄이야.
좋은 것을 얻어먹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위디아와 블랜치가 감탄하는 사이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백작령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지금 이야기 가능합니까?”
고기를 썰던 손을 멈춘 크롬은 한숨을 쉬었다.
“거스트가 그러더군. 이번 일. 어쩌면 칠대 죄악 중 탐식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진은 도플갱어일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악마. 혹은 오래전 멸종되었다는 몬스터 도플갱어. 둘 모두 꽤나 상대하기 힘든 존재다.
크롬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었다.
“시작은 토키오넬 마을이었지. 그곳에서 가축들의 간이 뽑혀 죽은 사건이 발생했어.”
처음에는 한 마리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곳은 목장으로도 유명한 곳이야. 백작가의 상행에 쓰이는 말이나 소를 키우는 곳인데. 며칠 만에 피해가 너무 심해서 골치라네.”
“거스트 님의 말씀처럼 악마의 소행이라면 제가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건 못 느꼈고…… 제 생각에 악마는 아닌 것 같군요.”
토롬베가 악마와 관련된 것이 아닐 것이라 판단하자 이안은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대악마 크라울리가 저택에 진입했습니다.>
긴고아주에 이끌린 크라울리가 들어오고 있다.
이안은 주문을 멈춘 후 물었다.
“느끼셨습니까?”
“예? 무슨 말씀이신지……?”
대악마가 왔지만 악의를 작정하고 숨겼기 때문인지 토롬베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보였다.
그 말은 다른 대악마가 숨고 있다면 놓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의아해하는 그에게 이안은 씩 웃었다.
“식사 끝나는 대로 바로 현장에 가 보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