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48화(148/300)
◈ 제148화
74. 알아보지 못했다 – 2
아카데미에서도 확인했듯 악마들 중에는 성력에 의한 탐지를 피할 수 있는 자들이 있었다.
당장 크라울리가 저택 근처까지 왔는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 않았는가.
물론 이안이 냄새 풍기지 말고 다니라고 했기에 숨기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대륙 여기저기에 자신을 숨긴 채 움직이는 악마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너무 급한 것 아닌가?”
“이런 일은 빨리 끝내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다면 지원을 따로 붙여줘야겠군.”
그는 바로 종을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식당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갑의 기사가 들어왔다.
“프레디시안 기사단의 단장 룽베르크 프레디시안이야.”
“윌디의 사촌이기도 합니다. 이안 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중년의 기사는 이안에게 성실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나이가 어리다지만 이안은 대륙에서도 이름난 강자다.
그러니 그는 최대한 강자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지금 프레디시안 기사단의 부대장들이 전원 대기하고 있습니다.”
말만 하면 바로 칠십 명의 익스퍼트 수준의 정예들이 나설 수 있었다.
“또한, 저희 영지와 협력하고 있는 마법사들도 대기 중입니다.”
5서클 마법사 세 명이 있다.
그 외에도 병력들도 얼마든지 움직일 준비가 되었다.
하지만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괜찮습니다.”
“물론 이안 님께서 강하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쓰셔야 할 사람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잖습니까.”
흠모의 시선을 담아 그가 말했지만, 이안은 여전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룽베르크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감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륙 최강자 반열에 있는 이안과 함께 다니지 못하게 된 것이니까.
그는 부럽다는 듯 블랜치와 윌디를 보다가 한숨을 쉬고 나가버렸다.
“아카데미의 임무 도중에는 임무를 요청한 영지의 힘을 빌려도 괜찮을 텐데.”
크롬이 떨떠름하게 중얼거리자 이안은 씩 웃었다.
“힘 안 빌려도 해결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시죠.”
* * *
현장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끝낸 이안이 정원에 나와 다른 생도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2층에서 거스트가 뛰어내렸다.
“바로 갈 건가?”
“가야지. 그런데 크롬 백작님도 수호잔가?”
“그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좀 아는 사이일 뿐이다.”
간단하게 대꾸한 그녀는 검을 툭 쳤다.
“그럼 가지.”
“애들 기다려야 해.”
“아카데미의 생도들? 그들이 도움이 될까?”
거스트는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아카데미의 상급생도면 나름대로 강한 편에 속했지만 그녀의 눈에 찰 정도는 아니었다.
“마스터도 아닌 자들을 굳이 데리고 갈 필요가…….”
“마스터든 아니든 나한테는 거기서 거기야.”
“하. 잘났군.”
“이제 알았나?”
“먀아아아아!!”
그때였다.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가 수풀 쪽을 보며 거칠게 울었다.
거스트가 그곳을 보며 의아해하는 사이 머리에 금색 테를 쓴 붉은 드레스의 여인이 걸어왔다.
꽤나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이안은 무덤덤하게 물었다.
“토키오넬 마을에서 벌어진 일. 칠대 죄악과 관련된 일인가?”
“크윽…… 이것부터 풀어 줘!!”
“얘가 정신을 못 차렸네.”
이안은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고 긴고아주를 외웠다.
머리를 감싸 쥔 그녀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자 거스트는 당황했다.
“뭐냐. 저건.”
“크라울리.”
“……그 대악마?! 진짜로 잡았단 말인가…….”
거스트가 감탄하는 사이 그녀는 이안에게 다가가 힘겹게 말했다.
“제, 제발 그만…….”
“묻는 질문에나 답하지?”
“관련이 있어! 관련이 있다고! 탐식! 탐식이 이곳에 있어!!”
그제야 이안은 긴고아주를 멈췄다.
숨을 헐떡거리며 고통에서 벗어난 크라울리는 바로 설명했다.
“탐식은 몇달 전부터 이 세상에 나와 있었어.”
“누가 불렀지?”
“악마에게 홀린 이 지역에 있던 사교의 무리들. 도플갱어를 신으로 따르던 자들의 후예지.”
“바라디스 백작령의 호랑이 같은 거라고 보면 되겠군.”
크라울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설명을 이어 나갔다.
도플갱어를 신격화하며 따르는 그들은 탐식을 불러냈다.
그리고 탐식에게서 힘을 얻어 이제는 사라져 버린 도플갱어를 부활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도플갱어의 부활에는 성공했어. 그리고 그 대가로 탐식은 주변에 있던 사교의 무리를 모두 잡아먹고…….”
그리고 도플갱어마저도 잡아먹었다.
그러며 도플갱어가 가지고 있는 의태의 능력을 손에 넣은 채 이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탐식은 구시대의 악마에 속하지만 그들과는 좀 달라. 오로지 먹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지.”
거스트가 설명하자 크라울리는 동의했다.
“그리고 미식가이기도 해.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만 먹어.”
“그럼 지금 탐식은 도플갱어의 몸을 지배하며…….”
“그래. 가축으로 변해 도플갱어의 특성에 기대어 가축의 내장을 빼 먹는 거지.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을 거야.”
지금까지는 몬스터의 내장을 빼먹어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걸리지 않았었지만.
목장으로 넘어가 가축들을 건드린 이상 이제 인간으로 눈을 돌릴거다.
“탐식은 대식가이지만 미식가이기도 하니까. 같은 것만 계속 먹지는 않아.”
그리고 도플갱어로 살아가는 것도 질리게 된다면.
의태고 뭐고 다 갖다버리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할거다.
그것이 탐식 나름의 멸망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래서 악마들은 글러 먹었다니까.”
거스트는 기분 나쁘다는 듯 말했지만 크라울리는 달랐다.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움직이는 다른 칠대 죄악에 비하면 괜찮은 것 아닌가?”
“둘 다 쓰레기다. 아무튼…… 둘의 말이 전부 맞았네.”
칠대 죄악 중 탐식.
그리고 그래진의 도플갱어설까지.
이안은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쳐 죽여야 할 놈이라는 것은 똑같군.”
“하지만 탐식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을 거다.”
크라울리는 거스트와 이안에게 씩 웃었다.
그 웃음이 거슬린 이안이 긴고아주를 외우려 하자 그녀는 다급하게 말했다.
“탐식이 왜 도플갱어의 몸을 빼앗았다고 생각해?”
“도플갱어는 의태를 통해 자신을 숨기지. 그 의태는 진짜와 똑같다고 하지.”
“맞아. 그는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어.”
즉 악마 검증을 해도 탐식은 도플갱어를 내세우며 자신을 숨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호자 주제에 도플갱어에 대해 잘 알고 있네?”
“도플갱어가 왜 사라졌다고 생각하나?”
거스트는 씩 웃었고 크라울리는 인상을 찡그렸다.
“어쨌든. 도플갱어를 이용하는 탐식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크라울리는 이안에게 간절하게 애원했다.
“내가 찾아 줄 테니까 제발 이것 좀 벗겨 줘. 응? 이런 거 없어도 네가 시키는 모든 일을 다 할 테니까…….”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그녀를 내려다보던 이안은 웃었다.
“볼일 다 봤으니까 가라.”
“정말 이렇게까지 할 거야?!”
“그럼 소멸할래?”
그가 검자루에 손을 잡으며 말하자 크라울리는 결국 눈물을 흘려 버렸다.
손잡으러 왔다가 개가 되어 버린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 훌쩍거리는 그녀에게 거스트는 피식 웃었다.
“악마의 눈물만큼 가치 없는 것은 없다더니.”
“빌어먹을. 닥쳐. 수호자. 그리고…… 칠대 죄악과 지옥의 악마들이 패퇴한다면 우리는 종족명도 바꿀 거니까. 단순한 악마라고 칭하지 마라.”
“호오. 무엇으로?”
“마족으로.”
방금 전까지 울던 모습은 역시 연기였나 보다.
순식간에 싸늘한 표정이 된 그녀는 뒤로 물러났다.
“아무튼 제발 부를 일 있을 때 이걸 쓰지 말아 줘. 진짜 아프다고! 혼이 짓뭉개지는 느낌이야!”
“진짜 혼이 짓뭉개지기 싫으면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라.”
크라울리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곳에서 나온 붉은색 반지를 내민 그녀는 힘없이 말했다.
“차라리 이걸로 불러.”
그녀는 이안의 손 위에 반지를 올려놓고 들어왔던 수풀을 통해 가 버렸다.
그걸 지켜보던 거스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거 괜찮은 건가?”
“뭐. 긴고아에서 풀려날 수 있냐고?”
“음. 악마들은 속이 좁은 놈들이 태반이야. 분명 저걸로 너에게 원한을 가질 텐데.”
“스스로 긴고아를 벗어 내고 덤빌 수 있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이지. 불가능하겠지만.”
그 제천대성마저도 긴고아에 속박되었는데 어떻게 벗겠나.
천축의 삼장을 완벽하게 익힌 자신 정도가 아니라면 저걸 풀 수 있는 자도 없다.
“이안. 준비 다 됐어요?”
“헉. 패왕님!”
“진짜 패왕을 뵙게 될 줄은 몰랐네.”
윌디와 위디아, 블랜치가 나왔다.
그들은 이안의 옆에 서 있는 거스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스트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말했다.
“이번 일. 생각보다 위험한 일일지도 모르니 주의하도록.”
그녀의 싸늘한 어조에 셋은, 특히 윌디는 꽤나 긴장하며 이안을 보았다.
“별일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탐식이 도플갱어의 몸을 차지하고 움직이는데 별일 아니라고? 애초에 도플갱어를 발견할 방법조차…….”
“내가 찾을 수 있어.”
“하. 좋아. 실력 좀 보지.”
이안 일행은 말을 타고 곧장 토키오넬 마을로 향했다.
직할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목장이 많은 곳이었다.
넓은 개활지에 유목을 하는 마을에 들어서자 그들은 곧장 일이 벌어진 목장으로 향했다.
목장 주변은 침울함 그 자체였다.
경비병들과 기사들뿐만 아니라 자경대까지 나선 것인지 목장은 낮처럼 환했다.
“저래 가지고 소나 말들이 잘 수나 있으려나?”
“그것 때문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하네요.”
위디아의 중얼거림을 윌디가 받았다.
그사이 블랜치는 동경에 가득 찬 시선으로 거스트를 보고 있었다.
“아. 패왕님…… 멋지다…….”
“더 멋진 내가 있는데.”
“먀먀~.”
“아니. 너는 꾸준히 봐서 그런지 멋지다기보다는 친밀감이 더 강하거든. 그런데 이안 정말 발견할 수 있겠어?”
“흠.”
<현재 이곳에는 도플갱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도플갱어는 마을에 존재합니다.>
‘사람으로 변했다는 건가?’
<그렇다고 확인됩니다.>
크라울리의 말대로 가축의 간을 빼 먹는 것에서 이제는 다른 것으로 시선을 돌렸나 보다.
이안은 목장을 둘러보며 성물을 꺼내 악마를 찾는 이들에게 말했다.
“여긴 없으니까 일단 촌장부터 만나 보자. 마을 사람들 불러 모아서 확인해 봐야겠어.”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알아? 더 조사해 봐야 하지 않을까? 수호자들에게 전해지는 도플갱어 탐색법이 있는데.”
“그런거 없어도 찾을 수 있어.”
거스트가 떨떠름해하자 그의 저런 모습을 많이 본 생도들은 웃었다.
“쟤는 저럽니다.”
“이안 특별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니죠.”
“몬스터 헌팅 할 때도 쓱 보고 다 찾아내는걸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거스트는 이안을 보며 꽤나 신기해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그들이 마을 중앙에 있는 촌장의 집에 도착했을 때.
목장에 있던 기사가 전달한 것인지 촌장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목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나리님들. 제발. 제발 저희 마을을 구…….”
그의 말이 전부 끝나기도 전에.
이안의 검이 촌장의 목을 날려 버렸다.
“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