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49화(149/300)
◈ 제149화
75. 한 게 없다 – 1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촌장과 함께 있던 기사들 중 몇몇이 당황하며 외쳤다.
다짜고짜 마을의 촌장을 죽여 버렸으니 기사들이 저러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그들의 외침을 무시한 채 촌장의 시체를 바라볼 뿐이었다.
-출렁! 출렁!
목이 날아간 촌장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이라면 즉사했을 공격에도 그는 살아 있었다.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던 머리가 출렁이던 몸으로 흡수된다.
그리고 새롭게 머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어떻게 알았지?”
아까 전처럼 주눅든 목소리가 아니었다.
돌이 갈리는 듯한 이질적인 목소리에 기사들이 놀라는 사이 이안은 검을 겨눴다.
“보면 알아.”
“대단한 놈이군.”
“다른 악마들에게 못 들었냐?”
“뭐?”
“내가 이안이다.”
촌장, 아니, 촌장의 모습을 하고 있던 도플갱어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웃었다.
“하! 하하하하!! 으하하하!! 네가 이안이었냐!!”
촌장의 몸이 변한다.
색이 사라진다.
형태가 사라진다.
마치 거대한 슬라임처럼 모습 자체가 완전히 변해 버린다.
투명한 금속처럼 은은한 은빛을 내뿜는 몸체가 드러나자 사람들은 경악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을, 도플갱어의 몸을 차지한 탐식은 그대로 두지 않았다.
살아 있는 금속처럼 변한 몸이 움직인다.
수백 개의 창과 같은 몸이 당황하는 사람들에게 쏟아지자 윌디는 지팡이를 들었다.
“실드!!”
세 개의 마법진이 겹쳐지며 더욱 강력해진 실드가 변형하는 몸을 감싼다.
그것에 막혀 자신의 몸을 내뿜지 못한 그는 거칠게 외쳤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그럼 엘프가 나서야겠군.”
-서걱!!
어느새 거스트의 오러 블레이드가 그의 몸을 갈랐다.
그 뒤를 이어 블랜치의 창격과 위디아의 쌍검이 움직인다.
세 번 연속으로 공격을 맞은 몸이 갈라졌지만.
“크흐흐……!”
물컹거리는 괴물은 다시 상처를 회복할 뿐이었다.
“뭐야?! 저거?!”
“물리 공격까지 무효화시키다니. 슬라임도 처먹었나?”
“후후후. 킹 메탈 슬라임이었지. 그것도 나름 맛있더군.”
물리 공격을 무시하는 몬스터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메탈 슬라임이다.
그리고 그 정점이 바로 킹 메탈 슬라임이고.
S급에 속하는 강력한 몬스터마저 먹어 버리고 그 특성을 손에 넣은 것이다.
여유롭게 웃으며 몸을 변화시키는 그를 보며 위디아는 쌍검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쌍검에 마력이 깃든다.
“빙설이 내 적을 감싸리라!!”
쌍검에 새겨진 인챈트가 발동되었다.
순식간에 얼음의 검을 만든 그녀는 빠르게 뛰어들어 출렁이는 몸을 베어 버렸다.
-쩌저정!!
잘린 자리부터 시작해서 얼음이 그 몸을 감싼다.
마찬가지로 창에 인챈트된 마법을 발동시킨 블랜치는 빙글 창을 돌렸다.
“합!!”
아우덴 가문의 비전창술이 발휘되었다.
마치 빛과 같은 강력한 찌르기가 얼어붙어 굳은 몸을 뚫고 지나간다.
“아스트럴 스피어!!”
그리고 윌디 역시 지팡이를 들었다.
5서클의 강력한 마법을 위한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그것도 셋이나.
그것이 겹쳐진 순간 마법진에서 흘러나온 빛이 창으로 변했다.
수십 개의 날카로운 회색의 창은 회색의 불길과 함께 그의 몸에 꽂혔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거대한 폭발이 터졌다.
생도들의 연계를 본 거스트는 감탄했다.
생도라고 얕보고 있었다.
하지만 저런 물 흐르는 듯한 연계나 강력한 위력의 공격들.
쉽게 얕볼 수는 없었다.
‘아카데미의 수준이 꽤나 높아졌군.’
라키드가 입학할 당시에만 해도 아카데미의 상급생도들은 조금 강하다 싶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저 정도일 줄이야.
‘특히 저 녀석…….’
블랜치 아우덴.
그녀도 안면이 있고, 또 싸워 본 적이 있는 강자인 킬로드의 아들.
창을 움직이는 솜씨나 오러를 다루는 것을 보면 몇 달 안에 마스터에 오를 것 같았다.
‘나도 편하게 있을 수는 없겠군.’
“이안!! 끝내!”
아스트럴 스피어에 맞았지만 상대를 얕볼 수는 없었다.
블랜치가 창을 겨누며 외치자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끝났는데?”
그동안 이안에게 지도받은 세 명이 전력을 다해 공격한 것이다.
그걸 맞고 버틸 수 있겠나.
그의 말대로일까?
검은 불길이 서서히 가라앉은 곳에는 여기저기 터진 살덩이들과 파괴된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맨날 너랑 비교하다 보니까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생각보다 강한 것 아냐?”
위디아가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다들 물러나 있어.”
“어? 끝났다며.”
“1페이즈는 끝났지.”
그의 말이 끝난 순간.
살덩이들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철컥! 철컥! 철컥!
그들이 가지고 있던 성물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지독할 정도의 악의가 드러나고 있었다.
대악마.
칠대 죄악에 속하는 탐식이 현계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맡으마.”
악마와 관련된 일을 해결하는 것은 수호자의 역할이다.
거스트는 더 싸우려 하는 셋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건 아카데미의 임무이면서 저희 영지의 일이에요.”
“저 녀석도 아카데미 생도잖냐.”
윌디가 다급하게 말하자 거스트는 이안을 가리켰다.
점점 거대해지는 악의 앞에서도 그는 그저 무덤덤하게 검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걱정 말고 주변이나 지켜라.”
-쿠우우우웅!!
막대한 악의가 퍼져 나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태풍이라도 부는 것처럼 바람이 거세어지자 윌디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블랜치! 위디아! 그리고 거기 기사들!”
“예?!”
“사람들 데리고 대피하세요!”
기사들은 얼빠진 표정을 지었지만 상대는 프레디시안 백작가의 영애다.
거기에 방금 전에 그토록 강력한 마법을 선보인 마법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기사들은 그녀의 지시에 따라 주변에 나와 있던 사람들을 데리고 대피하기 시작했다.
<칠대 죄악. 탐식의 알바디가 현계하였습니다.>
“이런 말 모르나?”
거대한 입을 가진 거대한 괴수였다.
눈, 코, 귀.
심지어 팔다리조차 없는 거대한 살덩어리 괴수는 녹색의 체액을 뚝뚝 떨어트리며 말했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고?”
거대한 입이 벌어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탐식.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위한 탐식의 포효와 함께 마을에 있던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 어어?!”
“음머어어!!”
“우와아악!!”
떠오른 것들이 빠르게 탐식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까 전까지는 특정한 것만을 먹는 미식을 즐겼지만.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난 이상 모든 것을 삼키기 위한 탐식이 된 것이다.
알바디의 흡입력이 마을의 모든 것, 아니,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삼키려 하자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그러는 넌 이런 말 모르냐?”
<세계의 검을 사용합니다.>
“나한테 덤비면 죽는다고.”
-서걱!!
일격.
세계의 힘이 담긴 검이 지나가자 거대한 살덩이가 갈라진다.
모든 것을 빨아들여 먹으려던 입이 힘을 잃고 그 몸에서 녹색의 체액이 흘러나온다.
그것이 퍼져 가며 주변을 더럽히려 한다.
<사울로 신성국의 성지 의식을 시작합니다.>
칠대 죄악의 소멸로 인해 생겨나는 부정함마저 이안은 가볍게 정화시켜 버렸다.
그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 맙소사.”
“아가씨! 저, 저분 생도님 아니십니까?!”
“이안이에요. 이안 브랜든.”
“이안…… 그 이안 님요?!”
기사들도 이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최강자의 반열에 속한다는 자.
그를 실제로 보게 되다니.
강자에 대한 동경과 호감에 기사들이 눈을 반짝이는 사이 그는 성지 의식을 종료한 후 말했다.
“다 했다. 가자.”
“벌써 끝났어?”
“응.”
놀라는 블랜치에게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탐식 잡았고 악마의 현계로 타락한 대지도 정화했다.
그럼 된 것 아닌가.
“뒷정리는 저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칠대 죄악의 현계로 인해 피해가 꽤 컸다.
가축들이 꽤나 놀랐고 현계한 여파에 휘말려 부상당한 자도 있을 거다.
하지만 거기까지 이안이 챙길 필요는 없잖은가.
“그렇긴 한데…….”
“대악마와 관련된 일치고는 너무 빨리 끝나서 얼떨떨하네.”
블랜치와 위디아가 한마디씩 하자 윌디는 말 쪽으로 향하는 이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이안. 정말 고마워요.”
칠대 죄악이라고 이름은 들었지만 그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 감도 못 잡았었다.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아까 그 입만 있는 괴물이 나타났을 때 온몸이 떨렸다는 것을.
저것은 인간이 함부로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저 괴물이 제대로 움직였다면 프레디시안 백작령의 모두가 죽었을 것임을.
그것을 막아 준 것이니 최대한 예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됐어.”
그 예의에 이안은 언제나 그랬듯 시큰둥하게 대응했고, 윌디는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칠대 죄악 중 셋이 소멸되었다.
오만의 발자크.
나태의 슬러트.
탐식의 알바디.
이제 남은 것은 넷뿐이다.
“그 넷 전부 지옥에 있으려나?”
“글쎄.”
“그 넷을 잡으면 지옥의 공격이 끝날까?”
“글쎄다. 하지만 우리 수호자의 목적은 일단 칠대 죄악을 쓰러트리고 악마들을 배제하는 것이니까.”
저택으로 돌아가며 거스트는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예전에는 칠대 죄악이 나타나면 어떻게 잡아야 하나 걱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머지 칠대 죄악을 어디서 찾느냐가 걱정이었다.
“아무튼 이대로 계속 찾으면 보고 좀 해 줘. 이번 건 좋았으니까.”
“그래야지.”
가볍게 대꾸한 거스트는 말에 올랐고 생도들 역시 말을 타고 이동했다.
이미 전령에게 이야기를 들은 것일까?
이안 일행이 복귀했을 때 쯤 크롬 백작은 아예 저택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오!! 윌디!! 무사했구나!”
“아버님!!”
전령의 보고에 따르면 마을에 있던 것은 한때 신으로도 추대되었던 도플갱어.
그리고 무려 대악마에 속하는 칠대 죄악 중 하나였단다.
그걸 듣고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혹시나 윌디가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했던 그는 소중한 딸을 꽉 끌어안아 주었다.
“아카데미 상급에서 임무로 악마들과 싸우기도 한다는데……. 안 되겠다. 얘야. 이제 아카데미 관두렴.”
“너무 걱정 마세요. 그리고 저는 프레디시안 백작가의 귀족이잖아요?”
영지에 문제가 생기면 귀족답게 나서야 한다.
당연히 위험은 감수해야 하고.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윌디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훌륭하구나. 그래도 앞으로 위험한 일은 피했으면 싶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크롬은 블랜치와 위디아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안. 정말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별일 아닙니다.”
“충분히 별일이지. 이번 일에 대한 감사로 아카데미에 후원금을 더 보내도록 하지. 그리고 자네에게는 개인적인 후원을 또 하고. 그리고…….”
그는 뒤에 서 있는 거스트를 보았다.
“패왕.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감사받을 만한 일은 안 했…….”
생각해 보니 진짜 아무것도 안 했다.
도플갱어는 이안이 찾았고 잡는 것은 생도들이 했다.
그리고 탐식의 알바디는 이안이 혼자 잡았다.
그런데도 이런 정중한 인사라니.
크롬과 다른 기사들의 계속되는 감사 인사에 그녀는 헛기침을 한 후 몸을 돌렸다.
“그럼 이안. 다음에 또 보지. 그리고 너희들. 잘했다.”
그리고 거스트는 도망치듯 떠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