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50화(150/300)
◈ 제150화
75. 한 게 없다 – 2
일반적으로 아카데미의 임무는 빠르면 10일, 길면 한 달 정도에 끝난다.
하지만 이번 임무는 달랐다.
하루도 되지 않아 끝나 버렸다.
“그럼 돌아갈까?”
패왕이 가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는 이들에게 이안이 툭 내뱉었다.
그걸 들은 크롬은 화들짝 놀랐다.
“아니! 그냥 가면 쓰나! 이렇게 와 줬는데 조금이라도 쉬었다가 가렴! 그리고 윌디의 어머니도 보고 가야지.”
“그러고 보니 너희 어머님 어디 가셨냐?”
블랜치의 질문에 윌디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마 지금 암염 광산에 계실걸요? 어머니께서 그쪽은 직접 관리하시니까요.”
“그래. 오늘은 쉬고 내일 아침에 암염 광산이라도 둘러보고 가는 것이 어떠니?!”
“광산에 뭐 볼 것이라도 있나요?”
프레디시안 백작가의 암염 광산이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그냥 광산 아닌가.
블랜치의 질문에 크롬은 씩 웃었다.
“가 보면 아주 놀랄 거다. 너희도 나중에 졸업하고 영지 관리를 하려면 한 번 정도는 봐 두는 게 좋을 거다.”
“그래요? 야. 이안. 거기 한번 가 보고 내일 돌아가자.”
딱히 급한 일도 없고 예상보다 일이 빨리 끝났다.
윌디나 위디아. 크롬도 하루 정도는 푹 쉬고 가는 게 어떠냐고 계속 제안하자 일정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생각했다! 방은 내 마련해 놨으니 거기서 편하게들 쉬거라!”
저택 내에 손님들을 위한 방이 마련되었다.
상급 기숙사의 방만 한 크기의 손님용 방에 들어가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블랜치가 들어왔다.
“야. 방이 너무 넓고 좋아서 적응 안 된다.”
물론 아카데미 기숙사의 방도 좋긴 하지만.
그래도 부자로 소문난 프레디시안 백작가의 방만은 못했다.
근처에 있는 고급 의자에 앉은 블랜치는 뽈뽈 돌아다니는 먀네를 안아 들어 무릎에 앉혔다.
가볍게 하품한 먀네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자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 주며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칠대 죄악이라. 이거 정말 무섭네. 아까 보고 진짜 질렸다니까.”
“내가 다 잡을 거니까 걱정 마.”
“너무 혼자 고생하는 것 아냐?”
“왜. 돕고 싶냐?”
“가능하다면.”
“그럼 빨리 마스터에나 올라.”
“하. 그랬으면 좋으련만. 요새 좀 막히는 부분이 있단 말이지.”
그때 문이 열렸다.
윌디와 위디아가 차와 과자를 가지고 들어왔다.
“오밤중에 다 큰 처자들이 남자 방에 왜 들어와? 훠이. 훠이.”
블랜치가 웃으며 농담조로 말하자 위디아는 콧방귀를 뀌었다.
기숙사에 있을 때는 매번 들어갔고 훈련 때는 같이 자기도 하는데 뭘 새삼스럽게 저러는지.
“아까 있었던 일 때문에 잠이 안 와서. 차나 한잔하자고.”
“그래라.”
이안이 허락하자 윌디는 바로 차를 끓였다.
그사이 위디아는 블랜치의 무릎 위에 있는 먀네를 품에 안았다.
“먀아~.”
“으음~ 먀네 털에 얼굴 비비면서 자면 잠 잘 오겠다. 먀네. 나랑 같이 잘래?”
“먀아!!”
먀네는 얼른 몸을 비틀며 이안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그의 무릎 위에 앉은 후 골골 울기 시작한다.
그걸 부럽다는 듯 바라보던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그 도플갱어 있잖아.”
윌디가 타 준 차를 한 모금 마신 위디아는 진지하게 말했다.
도플갱어에 대해서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몬스터 랭크로 따진다면 S급.
이제는 멸종했다지만 과거에 수많은 피해를 일으켰다.
그리고 비록 지역이긴 하지만 신으로 추앙받기도 했던 몬스터다.
“그걸 우리가 되게 쉽게 잡았잖아?”
“그렇지.”
연계기 한 번에 잡았으니까.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위디아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우리도 강해진 걸까?”
“강해졌지? 상급이면 바로 실전 투입해도 괜찮은 수준이잖아.”
“아니. 그런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하긴 우리가 꽤 강해지긴 했죠.”
중급에 있을 때부터 이안에게 지도를 받았다.
물론 B반 생도들 모두 노력하기는 했지만.
그의 지도가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상급에 와서도 마찬가지고.
윌디는 이안에게 찻잔을 내어 주며 물었다.
“저희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이안. 당신은 알고 있어요?”
“노력 여하에 따라 다르지만 졸업할 때쯤 되면…….”
이안은 곰곰이 생각한 후 자신의 평가를 말했다.
“하륜 정도면 마탑의 로드 바로 밑 수준은 되지 않을까 싶다. 위디아 너는 올해나 내년쯤이면 마스터쯤 될 거고…….”
“나는?!”
“넌 지금 그대로만 하면 반년 안에 마스터 될 거다. B반에서는 발라가 제일 빨리 마스터가 될 거야. 걔 수준이면 언제 마스터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다른 녀석들은…….”
이안은 B반 생도들의 실력을 평가했다.
나름 상위권에 속하는 위디아와 블랜치는 기뻐했다.
“저는요?”
“하륜보다는 못하겠지만. 지금 수준으로 한다면 너도 뛰어난 마법사가 되겠지.”
그 말에 윌디는 눈을 감았다.
라이벌로 생각하는 하륜이 그 정도일 줄이야.
“그럼 지금보다 더 열심히 수련하면 그보다 나아진다는 얘기겠네요?”
“그렇겠지?”
“좋아…….”
“그럼 이안.”
마스터라는 얘기에 싱글거리던 위디아는 번쩍 손을 들었다.
“너 정도 되려면 얼마나 수련해야 해?!”
셋의 시선을 마주하던 이안은 씩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꾸도 해 주지 않았고 셋은 시무룩해졌다.
* * *
다음 날이 되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곧장 암염 광산으로 향했다.
어제 갔던 토키오넬 마을에서 동쪽으로 조금 더 가니 커다란 산맥이 모습을 보였다.
“저기가 바로 프레디시안 백작령의 자랑인 소금 산맥이지.”
멀리서도 소금의 향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질 좋은 암염이 잔뜩 난다는 소금 산맥에 들어서자 광산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잠깐 기다려 보렴.”
산맥 입구에 도착하자 그는 마법사 몇 명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이 준비를 마치자 크롬은 생도들을 데리고 한곳으로 이동했다.
꽤 긴 레일이 깔려 있고 그곳에 커다란 판이 있었다.
“이게 레일로드라는 거다. 이안. 신기…….”
“자성 마법을 이용한 거군요.”
<자기부상열차의 원리를 이용했습니다.>
“……하, 한 번에 알았네?”
마법사들이나 학자들도 레일로드를 보면 감탄하며 원리를 묻는데.
이안은 한 번에 뭔지 알아내고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거라면 그도 관심을 가질 줄 알았건만.
아쉬워하는 크롬에게 윌디는 쓰게 웃었다.
“아버지. 이안은 저런 것으로는 미동도 안 해요.”
“저 친구가 놀라는 일이 있기는 하니? 음. 아무튼 레일로드를 타고 광산까지 바로 갈 수 있단다. 자 자. 여러분. 부탁드립니다!”
크롬이 외치자 마법사들이 바로 레일로드를 작동시켰다.
그와 동시에 그들이 타고 있는 판에 난간이 나타났고 실드가 작동한다.
-우우웅……!
낮은 진동음과 함께 판이 움직였다.
레일로드를 타고 판이 빠르게 움직이자 크롬은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는 마탑과 연계하면서 레일로드를 대륙 전역에 설치하려고 한단다.”
“나쁘지 않군요. 수송 면에서 보자면 단순 도보보다는 이게 나으니까.”
소수의 인원이 이동할 때는 영맥을 이용하는 게이트면 충분하다.
하지만 물류 수송을 할 때는 게이트를 쓸 수 없다.
그러니 물류 수송용 기차 비슷한 것을 만드는 것.
확실히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그 부분은 연구를 통해 시험해서 줄이려 하고 있지. 아카데미에 오에리나라고 알지? 그녀의 스승이신 미트리 님과 요새 협력하고 있단다.”
“그렇군요. 하지만 비용 외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맞아. 레일로드를 설치할 곳의 몬스터 처치 문제도 생각해야 하지. 그리고 레일로드의 출력 부분도 생각해야 하고…….”
몇 가지 이야기를 꺼낸 크롬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카데미에 새로운 인챈트 실습실을 만들면서 마법사들을 더 부를 거라면서?”
이안은 윌디를 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탑에서 들었단다. 우리 가문은 마탑과 꽤 연계를 하고 있으니까.”
“레일로드에 대한 협력 연구를 의뢰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음. 그렇지. 내가 듣기로…… 너는 인챈트도 꽤 한다고 들었어. 레일로드의 양산을 위한 인챈트 연구를 도와줬으면 하는데.”
“이안의 인챈트가 끝내주긴 하죠.”
그와 같이 인챈트 수업을 듣는 위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검에 걸린 인챈트 역시 이안에게 틈틈히 배우며 새긴 것 아닌가.
위디아가 자신의 검을 보여 주며 말하자 크롬은 빙긋 웃었다.
“연구비와 시설비, 그리고 그 외 제반 비용은 우리 쪽에서 지불할 용의가 충분히 있단다.”
즉 물주가 되어 줄 테니 연구 좀 해 달라는 얘기다.
나쁜 제안은 아니기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죠. 인챈트 실습실 새로 만들어지면 할 연구 과제들도 찾고 있었으니까.”
이야기를 하는 사이 레일로드가 멈췄다.
고작 십여 분 만에 산 끝의 광산 안쪽에 도착했다.
속도나 안정성을 생각하면.
이것이 대륙 전역에 만들어질 경우 정말 물류 수송의 혁명이 일어날것 같았다.
그들이 내리자 건장한 체구의 여인이 웃으며 그들을 반겼다.
“오! 내 딸!! 그리고 위디아! 오래간만이구나!”
거스트와 비슷한 체구의 여인이었다.
온몸이 근육질에 거친 피부를 가진 백금발의 여인.
광부 복장을 하고 있는 그녀는 활짝 웃으며 윌디와 위디아를 꽉 끌어안았다.
“세상에. 저게 윌디 어머님이시란 말이야? 진짜 안 닮았다…….”
여리여리한 윌디와 다르게 거구에 전사 같은 모습이다.
블랜치가 놀라자 크롬은 씩 웃었다.
“윌디는 날 닮았지. 쟤 오빠가 내 아내를 닮았고. 여보. 윌디뿐만 아니라 윌디 친구들도 함께 왔소.”
“어머머. 뭐 볼 게 있다고 여기까지 왔어? 후후. 반가워요. 에민이라고 해요. 윌디의 엄마고. 또 프레디시안 백작 부인이죠.”
아무리 봐도 건장한 광부, 혹은 전사인 그녀는 자신을 백작 부인이라 소개했다.
싱글벙글 웃던 그녀는 블랜치와 이안을 번갈아 바라본 후 물었다.
“둘 중에 우리 딸의 남자 친구는 누구니? 윌디. 우리는 정략결혼 같은 건 관심 없으니까 얼마든지 원하는 짝을 데려오렴. 이왕이면 데릴사위 될 사람으로.”
“둘 다 아니에요. 어머니.”
“아. 그래? 둘 모두 괜찮아 보이는데. 이름이 뭔가요?”
“말씀 편하게 하시죠. 백작 부인.”
“그냥 어머님이라고 불러도 된단다.”
“예. 백작 부인.”
이안이 시큰둥하게 답하는 모습이 더 마음에 들었나 보다.
에민은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을 재촉했고 블랜치가 먼저 말했다.
“블랜치 아우덴입니다.”
“아우덴……? 킬로드 아우덴의 아들?!”
“어라? 아버지를 아세요?”
“그야 알지. 옛날에 나랑 열심히 치고받고 싸웠는데.”
“어……? 그럼. 어머님께서도?”
그녀는 웃으며 왼손을 들었다.
그 순간 그녀의 손에 오러 블레이드가 만들어졌다.
“세상에.”
놀라는 블랜치에게 그녀는 훈훈하게 웃은 후 이안을 보았다.
“그럼 이쪽은? 보아하니 마스터. 아니, 그 이상으로 보이는……”
“이안 브랜든입니다.”
그 이름을 듣자 에민의 표정이 굳었다.
“……그 이안 브랜든?”
“예. 왜 그러십니까?”
“아니…… 내가 아는 어르신께서 네 이야기를 많이 하셨거든. 마침 잘됐다. 내가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이쪽에 와 주셨는데.”
그때 안쪽에서 거구의 노인이 걸어왔다.
하얀 수염을 흩날리며 걸어온 노인은 이안을 보고 밝게 웃었다.
“오래간만입니다.”
“예. 오래간만이군요.”
노인.
현 대륙 최강자라 불리는 사람 중 한 명을 보며 크롬은 깜짝 놀랐다.
“여보. 숲지기 어르신은 왜 모신 거요?”
“아. 그게요.”
그녀가 설명하려는 찰나.
이안은 광산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금 광산 안쪽에 뭔가 있군요.”
그 말을 들은 에민은 또 놀랐고 숲지기는 만족스러워했다.
“역시 굉장하군요. 그럼 이번에는 함께할 수 있을까요?”
“저쪽의 문제는 당신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을 텐데요?”
확신하듯 말하는 이안에게 숲지기는 고개를 끄덕였고 에민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굉장하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다 안다더니…….”
그리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전설에나 나오는 진실의 눈이라도 가진 거니?”
그 질문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인 키르케를 가지고 있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