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51화(151/300)
◈ 제151화
76. 내가 먹었다 – 1
이안이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키르케는 빠르게 탐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근처에 있는 이상 현상을 확인하고 바로 보고했다.
<소금 광산 내부에 위치한 것은 웜입니다.>
지하에서 움직이며 광부나 드워프들을 잡아먹는 거대한 몬스터.
그게 바로 웜이다.
대형 몬스터의 일종으로 늘 지하에만 있어서 잡기가 까다로운 S급 몬스터에 속한다.
하지만 S급이라 한들 최강자 반열에 있는 숲지기인데 지겠나.
그렇기에 이안은 숲지기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었다.
“아쉽군요. 아무래도 이쪽의 문제는 웜 때문인 것 같은데.”
“혼자 못 잡으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저 웜과 싸우며 이안의 실력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싶었나 보다.
그는 연신 수염을 쓰다듬으며 아쉬움을 토해 냈다.
그러든 말든 이안은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크롬 백작님. 설마 이 일 때문에 저희를 여기로 데려오신 것은 아니시지요?”
“어. 아니지. 그 얘기는 나도 지금 처음 듣는데. 여보.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웜에 대해서는 아까 숲지기께 들은게 다야. 광산 지하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진동이 심해지길래 숲지기를 초빙해서 여쭤봤지.”
그랬더니 웜이 있단다.
다만 그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어 숲지기도 내려가 봐야 한다고 했었다.
에민이 설명하자 크롬은 이안을 보았다.
“이제 해명이 됐나?”
“그렇군요. 아무튼 웜 정도라면 숲지기 혼자 싸워도 문제없을 겁니다.”
“그나저나 보는 것만으로 그런 것도 아는 건가? 굉장한데…….”
에민은 이안에게 다가가 그의 눈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딱히 특별한 것은 느껴지지 않았나보다.
그녀는 그저 신기해하다가 빙긋 웃었다.
“아무튼 광산 구경을 왔다면 내가 직접 안내해 줘야겠지?”
“숲지기를 모시지 않아도 됩니까?”
“이미 에민과 할 이야기는 끝났으니 저는 안에 내려가 보려고 합니다.”
숲지기는 이안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언젠가 당신의 실력을 제대로 볼 날이 왔으면 좋겠군요.”
“기회가 된다면 볼 수 있겠지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는 크롬에게도 인사를 한 후 휘적휘적 걸어가 버렸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블랜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으아. 멋있어.”
“응?”
“저 중후함에, 최강자의 반열에 속했는데도 예의까지 바르다니. 하. 나도 저런 남자가 되었으면 하는데.”
“근데 예의 바른 건 이안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블랜치는 이안을 보았다.
먀네를 어깨에 올리고 뚱한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에 블랜치는 히죽 웃었다.
“아무래도 형제를 보고 중후함이나 멋을 느끼긴 좀 그렇지 않나?”
“누가 형제냐.”
“하하하! 사이좋은 게 보기 좋네. 우리 윌디랑도 사이가 좋아졌으면 좋겠는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 어머니. 저희 그런 사이 아니니까요.”
차분하게 그녀의 입을 다물게 한 그녀는 생도들을 데리고 들어가 버렸다.
광산과 소금 정제 공장의 견학은 크롬이 말한 대로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채굴 현장과 채취한 암염을 가공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포장하는 것까지.
블랜치와 위디아 역시 귀족이고, 그들의 가문에서도 소금을 취급한다.
프레디시안 백작가의 암염을 수입하는 일도 많기에 그들은 꽤나 진지하게 암염 제조 과정을 보았다.
“이안. 재미없니?”
하지만 이안에게는 별 흥미 없는 일이었다.
물론 이 시대의 기준으로 상당한 기술이 들어간 암염 가공 공장이라고 하지만.
우주를 누비는 거대 함선 뿐만 아니라 별과 별을 오가는 가디언 제조 공장까지 직접 만들어 본 그에게 신기할 것이 있겠는가.
뒤에서 그가 지켜보기만 하자 에민은 웃으며 말했다.
“슬슬 볼 것도 다 봤으니까 그만 나가도록 하자. 선물도 있단다.”
가공 공장에서 나와 안쪽으로 들어가자 견학을 한 귀족들을 위한 선물용 암염이 있었다.
그것들 중에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것들이나 훌륭한 세공이 된 것들도 있었다.
“자. 하나씩 가지고 가렴.”
“이거 비싼 것 아닌가요?”
“한 개에 몇천 골드는 할 거란다. 그것들. 광산에서 일하는 드워프들이 가공한 거거든.”
몇천 골드라는 말에 블랜치와 위디아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여전히 이안은 큰 반응이 없었다.
“이안. 자네는 뭘 가지고 가겠나?”
“굳이 주신다면 전 이걸 가져가죠.”
그가 선택한 것은 커다란 암염 덩어리였다.
아무런 세공도 되지 않은 것을 그가 고르자 크롬과 에민은 의아해했다.
“그건 왜?”
“소금은 예로부터 정화의 의미로도 많이 쓰였습니다. 이걸로 아카데미에 악마의 진입을 막는 신상이나 만들까 합니다.”
“그런 것도 만들 수 있나?”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아. 그러고 보니 너 조각도 잘했지?”
아카데미에 있는 달의 신전의 신상도 이안이 만들었다.
거기에 태양교단에서도 이안이 만든 신상을 성물화해 본단에 세워 놓을 정도였다.
사정을 들은 에민은 기뻐하며 말했다.
“하하. 그럼 나중에 우리 의뢰도 좀 받아 줄 수 있겠니?”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재료와 소정의 사례비만 받고 해 드리겠습니다.”
이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에민은 만족했다.
나중에 레일로드가 다 깔리면 크롬의 석상이라도 만들려는 모양이다.
그녀를 향해 크롬이 흐뭇하게 웃었을 때.
바깥에서 한 드워프가 달려 들어왔다.
“에민. 제3갱도에서도 진동이 느껴진다. 그쪽도 일단은 철수를 시켰어.”
“그런가요? 알겠어요.”
그가 다시 나가자 크롬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여보. 문제가 심한가 보지?”
“걱정할 정도는 아냐. 숲지기께서 가셨으니까 금방 해결되겠…….”
에민이 모두를 안심시키려는 순간.
이안이 툭 내뱉었다.
“걱정하실 필요가 있겠군요.”
“그게 무슨…….”
-쿠구구구궁!!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대한 진동이 느껴진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놀란 사이 그는 창밖을 가리켰다.
땅이 갈라지고 있었다.
<57초 후 웜이 지상으로 출몰합니다.>
<숲지기와 웜은 교전하지 않았습니다.>
<길이 엇갈린 모양입니다.>
숲지기는 갱도를 타고 내려갔지만 웜은 갱도를 피해 땅을 파며 올라오고 있었다.
키르케의 설명을 들은 이안은 점차 금이 가기 시작하는 바깥의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웜이 나올 거다.”
“어?!”
“그, 그럼 큰일 아니야?”
“설마 숲지기가 당한 건가?!”
“그런 건 아니고. 이대로 있으면 밖에 있는 저 사람들 다 죽겠는데?”
이안은 먀네를 데리고 바로 뛰어나갔다.
그걸 본 블랜치와 위디아도 빠르게 그를 쫓았다.
“아버지는 사람들 대피시키고 안전한 곳에 피해 계세요. 어머니도요.”
“알겠다.”
“나도 마스터인데…….”
“이안이 나서기로 했으니 사람들이나 지켜요!”
그녀에게 강하게 외친 윌디는 생도들을 쫓았다.
순식간에 밖으로 나간 그들을 보며 크롬은 걱정했다.
“괜찮을까?”
“괜찮을 거예요.”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도 한번 보고 놀랄 정도의 강함을 지닌 이안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윌디가…….”
바깥의 균열이 점점 심해진다.
땅이 들썩거리는 것이 보이는데도 윌디는 당당하게 지팡이를 꺼내고 서 있었다.
그걸 본 에민은 흐뭇하게 웃었다.
“벌써 다 컸구만.”
<웜이 출몰합니다.>
-콰드드득!!
땅이 갈라지며 거대한 몸체가 드러났다.
수천 개의 칼날 같은 이빨을 지닌 거대한 몬스터인 웜은 도망치는 이들의 진동을 느끼며 그들을 향해 포효했다.
“크허어어엉!!”
그리고 도망치는 인부들을 향해 입을 벌리고 달려들려 했다.
“하아압!!”
하지만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어느새 나와 자리를 잡은 생도들의 공격 때문이었다.
위디아와 블랜치의 공격에 웜의 옆구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 안에서 녹색의 체액이 흘러나오자 웜은 생도들을 향해 입을 벌렸다.
“크어어어어어!!”
그와 동시에 용종들 특유의 기술인 피어가 펼쳐졌다.
그 피어 때문인지 달려온 기사들과 병사들이 굳었다.
‘웜이 이런 것도 쓰나?’
웜이 피어를 쓴다는 이야기는 아카데미에서도 듣지 못했다.
의아해하는 이안에게 키르케는 담담하게 보고했다.
<웜의 내부에 있는 아티팩트 때문입니다.>
<과거 도플갱어를 따르던 사교의 신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이스 에이지!!”
모두가 굳었지만 먀네 덕분일까?
이안 주변에 있던 생도들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렇기에 윌디는 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세 개의 거대한 마법진이 겹쳐지며 일반적인 아이스 에이지보다 더욱 강한 한기가 몰아쳤다.
막대한 한기에 웜은 빠르게 얼어붙었고 그 사이 이안은 검을 당겨 잡았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나락.
당겨진 검이 휘둘러지며 막대한 기운이 웜을 일격에 박살 내 버렸다.
그 일격만으로도 S급 몬스터라 불리는 웜이 절명해버렸다.
웜이 죽자 피어가 풀린 이들은 벌인 입을 다물지 못했다.
“괴, 굉장하다…….”
“역시 현 대륙 최강자 중 하나…….”
생도들은 늘 있던 일이라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기사들과 병사들은 크게 놀랐다.
그들의 감탄과 경애를 받으며 이안은 성큼성큼 웜의 사체를 향해 다가갔다.
“이안? 뭐 해요?”
“먀아? 먀먀! 먀아!!”
그의 어깨에 있던 먀네도 어깨에서 내려와 웜 쪽으로 달려간다.
그들의 행동에 다들 의아해하는 사이 먀네는 웜의 딱딱한 피부 한쪽에 앞발을 척 올렸다.
“먐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검을 움직였다.
-서걱! 서걱!!
얼어붙은 피부와 살을 잘라 내며 구멍을 뚫자 웜의 위장이 나타났다.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본 윌디는 깜짝 놀랐다.
“어머?!”
“우, 우와! 금 아냐? 금?!”
웜의 위장에 금광석이 꽤나 들어 있었다.
구멍을 뚫기 위해 암석을 부수는 과정에서 먹은 것인가 보다.
“우와. 윌디. 더 부자 되겠는데?”
암염 광산뿐만 아니라 금광까지 소유하게 된 것 아닌가.
위디아와 블랜치가 부러워하자 윌디는 기쁨을 애써 감췄다.
“그건 개발을 해 봐야겠죠. 금광맥이 얼마나 있을지……. 그런데 이안. 저것 때문에 그런 거예요?”
“아니. 이것 때문에.”
금광석을 휙휙 뒤로 던지며 안을 뒤진 이안은 몇 가지를 발견했다.
무언가의 제단 조각과 석상의 흔적들로 보인다.
그리고 그 가장 안쪽에,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천에 감싸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게 뭐예요?”
대답 대신 그는 천을 풀었다.
그 안에는 푸른색과 붉은색 보석으로 만들어진 눈 같은 펜던트가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본 순간 윌디는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이, 이거…… 8서클 수준…… 아니 그 이상의 마력이 느껴지는데요……?”
마탑의 최고 보물 수준으로 지정된 8서클의 아티팩트인 지배의 목걸이보다 훨씬 강력한 마력이 느껴진다.
천에 감싸인 것도 그 마력을 억제하기 위해서였나 보다.
즉 천 자체도 상당한 고급의 아티팩트라는 이야기다.
이안의 뒤에서 펜던트를 멍하니 바라보던 윌디는 마치 홀린 것처럼 손을 뻗었다.
갖고 싶다.
아니, 자신이 가져야 한다.
저것은 이 땅에 있던 것.
그러니 이 땅의 주인인 프레디시안 백작가가 가져야 하는 것이다.
윌디가 멍하니 손을 뻗자 이안은 천을 덮어 버렸다.
그리고.
“먀아아!!”
먀네가 뛰어올라 윌디의 어깨에 앉아 그녀의 얼굴을 앞발로 톡톡 치며 울었다.
그것만으로도 윌디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제가…… 뭐 했죠?”
그제야 몽롱함이 사라졌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자 이안은 천 뭉치를 툭 쳤다.
“이건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위험한 물건이니까.”
그가 말했을 때.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건 내 것이다…….”
“내놔…….”
펜던트의 마력에 홀린 이들이 비척거리며 다가오자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처리한다고 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