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54화(154/300)
◈ 제154화
77. 멸망을 바라는 신 – 2
“신이라…….”
전에 악마들과 싸울 때 들어 본 적이 있긴 했었다.
일곱 대악마들에게 힘을 부여하여 칠대 죄악을 만든 악마들의 신.
그자에 대한 단서가 드디어 발견되었다.
“윌리스 사제님께서도 이번에 참가하셨지요.”
“태양교단에서도 아는 문양인가 보군요.”
“그곳에서도 극소수만이 아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문양은 기록조차 되지 않으니까요.”
태양교단의 교황에게만 내려오는 비전서에 단 한장만이 있고 그나마도 소수에게만 구전으로 전해지는 문양이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윌리스 사제님께선 그걸 보고 곧장 태양교단의 본단으로 가셨으니. 그쪽에서도 조사를 실시하겠지요.”
태양교단은 달의 교단보다 더 심하게 악마를 거부하는 집단이다.
그런 만큼 오랜 시간 나타나지 않고 있었던 루벨린의 문양이 나타났으니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옥문이 열렸고, 악마들의 공격이 거세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이안 성도님. 이제 지체할 수 없습니다. 저희 달의 교단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태양교단이라도 된다.
성기사가 되어 악마들과 싸우는 데 힘을 보태 달라.
세레스티아의 진지한 요청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디 소속될 생각은 없고, 소속되지 않아도 악마들과는 싸울 생각입니다.”
“교단의 성기사가 된다면 많은 장비와 성물을 지원해 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성기사들은 악마들과 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첫 번째. 수호자들도 잘 싸웁니다. 두 번째. 도움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성도님께서는 성물을 원하시잖습니까.”
그거야 태양과 달의 기운이 필요해서 그런 것일 뿐이다.
하지만 두 번째 환골탈태를 끝낸 지금은 전처럼 중요하지 않았다.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이안이 자신을 바라보자 세레스티아는 안타까워했다.
어떻게 설득해도 그의 마음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한 가지만 약속해 주셨으면 합니다.”
“말씀하시죠.”
“만약 루벨린이 나타나면…… 그자와 싸우실 수 있으십니까?”
“그건 제가 바라는 일입니다.”
이안의 대답에 세레스티아는 그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그녀는 달의 신전으로 돌아갔다.
홀로 밖으로 나온 이안은 마을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2층 테라스의 빈자리에 앉아 음료를 주문하고 잠시 후.
테라스에 있던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나가자 그는 바로 긴고아주를 외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연기와 함께 붉은 머리의 악마 크라울리가 신음하며 그의 앞에 나타났다.
“반지 줬는데! 왜 그거 안 쓰고!!”
“부숴 먹었어. 그리고 약하게 했는데 엄살 피우지마라.”
“으으으……!!”
그것까지 알다니.
저 무뚝뚝한 얼굴을 확 꼬집어주고 싶다.
크라울리가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떠는 사이 이안은 담담하게 물었다.
“루벨린에 대해서 알지?”
“대악마 중에 그 이름을 모르는 자는 없을 거야. 그건 왜?”
“저번에 몬스터 웨이브 발생했을 때 블랙 오거가 루벨린의 문양을 가지고 있었다더라. 그거에 대해서 뭐 아는 것 있냐?”
크라울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안이 다시 긴고아주를 외우려 하자 그녀는 다급하게 외쳤다.
“자, 잠깐만! 루벨린의 문양이 왜 나와?”
“내가 먼저 물었다만.”
“그럴 리가 없는데? 칠대 죄악에게 힘을 주고 난 이후 루벨린은 자취를 감췄어. 그를 따르던 악마들도 오래전에 사라졌고. 그 문양을 쓰는 자들도 이제는 보기 힘들어. 가장 마지막으로 나왔던 게 마왕이 나타났을 때였을걸?”
“그런데 왜 갑자기 나왔냐?”
“그건…….”
잠시 머뭇거리던 크라울리는 살짝 눈치를 살폈다.
“나도 모르지.”
‘키르케. 뭐 아는 것 있나?’
<현재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구악마인지 뭔지 하는 놈들의 움직임 중에 이것과 관련된 거 있나?”
“아직까지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어.”
“재능의 별이 없기 때문인가?”
“내 생각은 그래. 재능의 별을 만들 수 있는 놈들 중 가장 뛰어난 것이 탐루인인데. 그자가 갑자기 사라지고…….”
“내가 죽였어.”
크라울리는 멍하니 이안을 보았다.
“……그런 일 했으면 좀 자랑스럽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벌레 같은 악마 잡은 일이 뭐 대수라고.”
“……아. 그래? 아무튼 탐루인이 소멸된 이후로 재능의 별의 공급이 쉽지 않아졌으니까.”
그 때문에 악마들도 최대한 조심하며 움직이고 있단다.
이안이 빤히 바라보자 크라울리는 움찔했다.
“진짜야.”
“누가 뭐랬냐?”
“아니 그렇게 보니까 무서워서…….”
언제 긴고아주를 외울지 모르니 고통에 대한 공포가 앞선다.
크라울리는 이안을 보며 간절하게 애원했다.
“이것 좀 제발 풀어 줘…… 뭐든 할 테니까……. 종속 계약이든 뭐든!”
“굳이 그런 것까지 할 필요 있나? 그리고 그거 귀한 거다. 아무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아니면 다른 자는 어때? 구악마 놈들 중에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놈이 있어. 그놈이 나오면 잡을 때 나도 협력할 테니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
크라울리는 어떻게든 긴고아를 벗으려고 거래를 제시하고, 또 유혹했지만 이안은 여전히 털끝만큼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쪽 같은 그를 눈물 섞인 눈으로 바라보던 크라울리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내가 미쳤지…… 왜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원래 후회는 항상 늦은 법이지. 아무튼 알았으니까 가 봐.”
이안이 차를 홀짝거리며 말하자 크라울리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한쪽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뭐야?”
“아니. 지금 좀 이상한 보고가 들어와서…….”
악마들의 특성 중 하나인 기억 공유다.
자신에게 종속된 악마의 기억이 공유되어 들어오자 그녀는 신음하다가 입을 열었다.
“으음…… 스칼렛 왕국의 레드 시티 알지?”
“알지.”
“내 부하 중 하나가 스칼렛 왕국의 인간 하나와 계약을 맺었는데. 갑자기 그쪽의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데.”
“그게 뭐 어쨌다고.”
별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안과 다르게 그녀는 심각했다.
“실종자 중에 꽤 강한 마스터도 포함되어 있는데도?”
“……그건 좀 심각하군.”
마스터 정도 되는 실력자가 갑자기 사라질 수 있겠나.
이안이 흥미를 느끼자 크라울리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사정을 자세히 들은 후 바로 보고했다.
크라울리의 부하 악마와 계약하고 있는 자는 스칼렛 왕국에서 여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꽤 크고 고급의 여관을 통해 정보를 얻거나, 혹은 수도의 움직임을 감지하는데 얼마 전부터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손님이 사라진다거나, 또 손님들이 이상한 것을 본다거나.”
자고 있는데 갑자기 쥐 떼가 나타나기도 하고.
그 쥐들이 깨무는 고통에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아무것도 없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숙박 기록에 없는 아이가 밤중에 나타나기도 하며 욕탕에 붉은 피와 같은 물이 흘러나오기도 한단다.
거기에 누군지도 모르는 피투성이가 된 사람이 지나다니기도 하고.
크라울리가 설명하자 이안은 코웃음 쳤다.
“뭔가 좀 웃기네. 원래 그런 일은 너희가 하는 것 아니야?”
“그렇긴 한데 이번에는 아니야.”
애초에 악마 계약자가 운영하는 여관이다.
그런 여관에 다른 악마가 와서 무슨 짓을 하겠는가.
“악마들끼리 세력 다툼이라도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아무튼 이상한 일이라서 난 그쪽에 가 봐야 할 것 같아.”
어쩌면 구악마들이 뭔가 일을 벌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악마와 관련된 일이라면 내가 나서 줄 테니까.”
“이미 악마와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가잖아.”
크라울리가 씩 웃으며 농담을 하자 이안은 무시하고 나가 버렸다.
홀로 남은 크라울리는 머쓱해하며 붉은 연기로 변했다.
* * *
그녀와 헤어지고 기숙사로 복귀하며 이안은 키르케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비슷한 현상은 다양한 세계에서 많이 일어났습니다.>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이 악마와 관련된 일입니다만…….>
‘크라울리가 저러는 걸 보면 그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다른 차원과 관련된 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번 알아봐.’
간단하게 명령한 이안은 기숙사의 문을 열었다.
그가 들어오자 로비의 소파에 앉아 있던 오에리나가 이안을 위해 찻잔을 들었다.
“늦었네? 차 한잔 할래?”
“넌 안 자고 뭐 하냐? 나 기다렸어?”
“그건 아니고. 잠이 좀 안 와서.”
히죽 웃은 그녀는 앞에 앉아 있는 위디아를 가리켰다.
그녀도 잠이 안 왔는지 로비의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이안. 그 펜던트 있잖아. 마탑에 넘기는 게 낫지 않았어?”
프레디시안 암염 광산에서 얻은 펜던트를 언급하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왜. 할머님이 너한테 말씀하시던?”
“그거만 있으면 차원과 관련된 연구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마탑에서 꽤나 원하더라고.”
“이건 내가 따로 쓸 곳이 있어서. 그리고 이런 거 갖고 있어 봤자 좋을 것 없어.”
“오. 뭔가 아시는 것이라도 있으신가 봐?”
위디아가 보던 책을 덮어 놓고 대답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진짜?”
그때 계단에서 하륜과 윌디가 내려왔다.
그들도 잠이 안 왔던 모양이다.
차와 책, 과자를 들고 온 그들은 이안을 보며 의아해했다.
“지금 들어온 거야?”
“늦었네요? 세레스티아 님과 데이트는 잘하셨어요?”
“데이트는 무슨.”
그냥 일 얘기 하고 온 것뿐이다.
윌디가 설핏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무슨 얘기들 하고 있었어?”
“차원과 관련된 이야기.”
“이안이 그랬거든. 차원과 관련된 건 갖고 있어 봤자 좋을 것 없다고.”
그 말은 뭔가 안다는 이야기다.
마법사들이 흥미를 느끼며 바라보자 이안은 펜던트를 꺼냈다.
“그나저나 자기 세계도 완벽하게 파악 못했으면서 다른 세계에 뭔 그리 관심들이 많은지.”
“원래 연구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죠.”
“차원 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차원을 관측하는 거. 마탑의 마법사들에게는 평생의 숙원이나 다름없는 거잖아.”
“응. 그리고 우리 학파의 숙원과 같은 것이기도 해서.”
오에리나가 펜던트를 가리키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쓸데없는 거에는 관심 끊고 다른 마법이나 파라. 중력 마법 좋더만.”
“아니 그래도 우리 학파의 숙원인데……?”
“그런 건 내가 해 줄 수 있으니까 할머님 설득해서 중력 마법 연구나 해.”
“아. 그렇구나……. 응?”
오에리나는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흠칫 놀랐다.
지금 이안이 뭐라고 한 건가.
“자, 잠깐만. 너 그럼 차원과 관련된 마법을 쓸 수 있어?”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오에리나. 수정구 좀 줘 봐.”
그녀가 얼른 수정구를 꺼내서 내밀자 이안은 수정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수정구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졌다.
“……이게 뭐야?”
수정구 안에 비치는 것은 하늘을 나는 철로 만들어진 새와 높은 탑과 같은 수천 개의 건물들.
그리고 깨끗한 도로를 달리는 철로 만들어진 마차들이 있는 세계였다.
아무리 봐도 이 세계와는 다르다.
“이거…… 진짜야?”
“지구라는 곳이야. 거긴 마법 대신 기술이 발전했지.”
“세상에. 마법도 없이 저런 철로 만들어진 새가 하늘을 난다구요? 마법으로도 저렇게 날기 힘든데?!”
“말도 없이 마차가 움직인다고? 와 저거 건물이지? 뭐 하는 건데 저렇게 높아? 우와…….”
하륜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묻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인 후 손을 내렸다.
그 순간 수정구 안에 있던 세계가 사라진다.
“뭐야?!”
“왜 멈춰?!”
“다른 차원을 오래 보는 건 좋지 않아.”
“왜?”
“이런 말 모르냐? 네가 심연을 바라보는 동안 심연 또한 너를 바라본다고.”
“그런 말 처음 들어 본다.”
“이제라도 들었으니 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