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56화(156/300)
◈ 제156화
78. 악몽의 세계 – 2
처음에는 펠레 영지에 속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어느 날 촌장과 촌장의 아내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집에 모르는 사람이 나타나거나, 혹은 뱀이나 늑대 같은 것들이 나타난다는 이야기였다.
혹시나 악마들이 아닐까 싶어 다른 영지에서 태양교단의 성직자까지 불러 봤다.
하지만 그런 것조차 아니었다.
그렇게 이상한 일은 계속되었고 며칠이 흘렀을 때.
촌장과 촌장의 아내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그리고 이후.
갑작스러운 실종 현상은 마을 전체로 퍼져 나가게 되었단다.
“마약과 관련된 일 아닌가? 그것 때문에 처리한 것일 수도…….”
“우리도 그런 줄 알았지만…… 아무리 조사해 봐도 그건 아니었다.”
그리고 마을 하나를 잡아먹은 그 현상은 빠르게 다른 곳으로도 퍼져 나갔고 결국 펠레 백작가의 직할령에도 발생하게 되었다.
“꽤나 신기한 이야기군요. 사람만을 잡아간다는 건가요?”
키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펠레 백작가의 가주인 위토산 펠레와 그의 아내인 셀린도 칼시, 하나뿐인 아들이며 후계자인 포감 펠레. 그의 사촌인 딕스 펠레라는 마스터. 그리고 6서클의 마법사인 고르도 펠레. 그 외에도 강한 기사나 마법사들이 있었지.”
하지만 펠레 영지에서 생긴 이상 현상에 휘말려서 그들 모두 사라져 버렸다.
몬스터의 습격이나 악마의 공격이라면 이해가 가겠다.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닌데다가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 결국 조사는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 버렸다.
<주인님의 세계관 중에 총 3건 비슷한 현상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몽환 세계에 존재하는 맥의 꿈 먹기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꿈을 먹이로 삼는 강력한 괴물인 맥.
꿈속에서만 존재하며 그 꿈을 먹고, 꿈을 전부 먹으면 결국 존재 자체마저 먹어 버리는 괴물의 소행일 수도 있었다.
<두 번째는 프레데온 대륙의 서큐버스 퀸의 몽마 현계입니다.>
그곳의 모든 몽마들의 주인인 서큐버스 퀸은 꿈의 세계를 현실로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며 꿈의 세계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은 후에 사람을 잡아먹었다.
<세 번째는 무 대륙의 악몽의 꽃입니다.>
지성을 가진 자에게 기생하며 기생된 자가 악몽을 꾸게 하고.
그 악몽을 현실로 구현시킨다.
그러며 기생 대상의 꿈을 먹어 치우며 꽃을 개화시켜 꽃가루를 퍼트린다.
이후 꽃가루에 당한 자들은 모두 꿈으로 데려가 자신의 영양분으로 삼는다.
셋 모두 이안도 처음에는 처리하는 데 고생할 정도로 강력한 적들이었다.
‘그들이 이곳으로 왔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맥, 서큐버스 퀸, 악몽의 꽃.
셋 모두 차원을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녔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닫혔지만 잊힌 도시의 차원 문도 있지 않은가.
그곳을 통해 넘어와 탐험가들에게 기생해서 바깥에 나온 후 이제야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다.
키르케가 보고하자 이안은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거 골치 아프겠는데?”
“그 정도야?”
“어.”
칠대 죄악조차 별일 아니라고 치부하는 이안이 저렇게 말할 정도라니.
로위나는 깜짝 놀랐고 키스는 불안해했다.
“아무튼 펠레 백작가도 거의 멸문 상황이라…… 현 수도 경비대 대장인 카엔 라필드 외에는 상속자가 없게 되었을 정도니까.”
“그게 문제가 되나요?”
“문제가 되지. 카엔은 야심이 대단한 데다가 성격도 좋은 편이 아니니까. 아무튼 당분간은 수도도 꽤나 혼란스러울 거야. 그러니 넌 오지 마.”
가뜩이나 야망이 큰 놈인데 펠레 백작령까지 손에 넣게 되었다.
그가 어떤 일을 벌일지 꽤나 걱정이 될 정도다.
거기에 이안까지 끼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이니까 더 참가해야죠. 그거 그냥 내버려 두면 계속 문제 일으킬 텐데.”
“넌 해결할 수 있다는 건가? 골치 아프다면서.”
“골치 아프다고 했지 못한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이안의 대꾸에 키스는 신음했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로위나를 보았다.
“잠깐 자리를 피해 주겠나?”
“알겠습니다. 이안. 갈 거라면 얘기 좀 해 줘.”
그녀가 인사하고 떠나가자 키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너와 라키드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이안. 스칼렛 왕국을 도울 생각 없나?”
무슨 생각 하는지 뻔히 보인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 상황이 악화되게 만들어 국왕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겠다는 얘기다.
혹시모를 이 현상에 국왕과 왕비도 사라져주면 더 좋고.
국왕, 왕비, 그리고 보민다.
이 셋이 없어지면 국왕의 자리는 비게 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스칼렛 왕국의 국왕은 라키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이안이 입을 열려는 찰나, 그들에게 수행 사제복을 입은 라키드가 걸어왔다.
“이모님. 그건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도 키스에게 이미 이야기를 들었나 보다.
그렇기에 직접 이안을 찾아 레드 시티로 가 달라 부탁하러 온 것인지 손에는 성물이 들려 있었다.
“이모님께서 왜 이안을 만나러 오신 것인지 압니다. 하지만 이모님. 그 과정에서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라키드가 진지하게 말하자 키스는 짧게 혀를 찼다.
그사이 다가간 그는 이안에게 말했다.
“이안. 스칼렛 왕국의 일을 해결해 줄 수 있겠나?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막았으면 한다. 힘이 필요하다면 나라도…….”
“하긴 할건데. 제가 이 일을 해결해도 당신이 국왕 자리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무슨……?”
<맥이든 서큐버스 퀸이든, 악몽의 꽃이든. 이미 사라진 자가 돌아올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들은 꿈으로 끌고 간 자들을 먹이로 삼는다.
즉.
이미 현실에서 사라졌다면 먹혀버렸다는 것이고 그것은 돌아올 방법 따위는 없다는 것과 같았다.
“……형님께선 돌아가셨다고 봐야 한다는 건가?”
“그게 속 편하겠죠.”
키스의 표정은 밝아졌고 라키드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상반된 둘을 바라보던 이안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어쨌든 스칼렛 왕국으로는 가보도록 하지요.”
* * *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이안은 아란세와 함께 스칼렛 왕국으로 가기 위해 기숙사에서 나왔다.
수업에 참가하려던 생도들은 이안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으아…… 훈련에 수업에……. 지겨워 죽겠다.”
“내 경험상 사람이 지겨워서 죽지는 않더라.”
“말이 그렇다는 거지.”
블랜치는 히죽 웃으며 이안과 어깨동무를 했다.
“야. 스칼렛 왕국의 일 해결하러 간다며? 혹시 지원 필요 없냐?”
“이런 일의 사이드에는 역시 마법사지.”
하륜이 끼어들자 블랜치는 인상을 찡그렸다.
“넌 가서 수업이나 들어.”
둘이 가볍게 말싸움을 시작한다.
그것을 다른 생도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을 때 아란세가 심각한 표정으로 걸어왔다.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이안. 큰일이다. 어제 오후에…… 스칼렛 왕국의 국왕과 왕비가 실종되었다는군.”
“아하.”
<키스는 좋겠군요. 그녀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졌으니.>
‘그러게 말이야. 이제 아이스빈 백작가가 권력의 중추에 들어가겠네.’
“이거 큰일 아닌가?”
큰일이긴 하다.
물론 남의 큰일이라 그렇지.
“실종된 다른 사람은 없답니까?”
“시녀 몇 명과 시종들, 그리고 수도 경비대의 기사들. 대신들. 왕궁에 머무르던 자들 중 이십여 명 가까이가 사라졌다.”
“그래서요?”
“키스 백작이 먼저 가서 상황 파악한다고 하네. 스칼렛 왕국의 사자가 다시 올 테니까 넌 일단 대기해 달라고 하더라.”
“그럼 아카데미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는 거네요. 스칼렛 왕국 국왕은 라키드가 될 테니까.”
근처에 있던 발라가 웃으며 말하자 아란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아. 라키드는 귀족원의 귀족들에게 왕족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야.”
거기에 악마에게 홀렸다는 전적이 있고 태양교단의 죄인 신분이다.
“특히나 라키드가 왕위에 오르게 되면 아이스빈 백작가가 큰 힘을 가지게 될 테니까.”
결국.
스칼렛 왕국 내에서 반라키드파와 친라키드파의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전 안 일어납니다.”
“응?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이런 종류의 내전이 일어나게 되면 악마들이 재능의 별을 얻기 쉬워진다.
그런 꼴을 이안이 그냥 내버려 둘 것 같은가?
“이럴 때는 인맥을 써먹어야겠지요.”
“인맥이라…… 엘단 백작에게 부탁하려는 거야?”
블랜치가 눈치채고 묻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라디스 백작가와 아이스빈 백작가가 라키드를 지지하면 귀족들도 크게 저항하지는 못할 겁니다. 물론 소규모 전투가 좀 있겠지만…….”
“흐으음…… 그런가? 그럼 큰일은 아니겠군.”
아란세가 안도하자 발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왜 스칼렛 왕국 일을 교관님이 걱정하세요?”
“스칼렛 왕국에서 지원금 받기로 한 것들이 있으니까.”
아카데미의 예산 운영에 관련된 일이니 당연히 그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안도한 그에게 이안은 씩 웃었다.
“아무튼 스칼렛 왕국으로는 이따가 라키드 데리고 가면 되겠다. 나도 갈 생각이니 같이 가자꾸나.”
그때 키르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주인님.>
<아카데미 마을에 악몽의 꽃의 숙주가 들어왔습니다.>
<엘단 바라디스 백작에게 2세대 악몽의 꽃이 기생했습니다.>
키르케의 보고를 듣자마자 이안은 바로 몸을 돌렸다.
‘그가 차원과 관련됐나?’
<2세대가 기생한 것으로 보아 이미 기생된 자에게 당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럼 됐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인 후 셋에게 말했다.
“오늘은 못 가겠군요.”
“응? 그게 무슨 소리냐?”
“뒷정리 좀 부탁한다. 갔다 와서 얘기할 테니까.”
그가 먀네와 함께 빠르게 달려가 버리자 셋은 서로를 보고 의아해했다.
이안은 곧장 아카데미를 나가 마을 쪽으로 달렸다.
1세대든 2세대든 악몽의 꽃에 기생당하면 하루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는 악몽을 꾸게 되며 그 악몽을 통해 주변에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한 지역에서 활동하며 배를 채우면 자신의 씨앗을 숙주 하나에게 기생시켜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한다.
만약 그가 다른 곳에서 잠들게 되면 새로운 악몽의 꽃은 악몽을 뿌리며 그 지역의 사람들을 양분으로 삼는다.
그리고 또다른 악몽의 꽃의 씨앗을 만들고, 퍼트린다.
이런 식으로 악몽의 꽃은 세계 자체를 파괴한다.
악몽의 꽃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며 그가 게이트에 도착했을 때.
“하하. 이안 아닌가. 내가 온 것은 어떻게 알고 마중까지 나와 줬니?”
게이트에서 막 나온 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한 소녀와 함께 서 있었다.
엘단 바라디스.
이안과 연을 맺은 스칼렛 왕국의 백작이었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사람 좋게 웃고 있는 엘단 백작에게 물었다.
“엘단 백작님. 레드 시티에서 여기로 바로 오신 겁니까?”
“엇? 그건 어떻게 알았나?”
“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무슨 일이라…… 일이 있지. 스칼렛 왕국에서 발생했던 현상이 잘하면 여기서도 발생할 테니까.”
“자, 잠깐만. 이안. 너 그 일에 대해서 뭔가 아는 게 있어?”
그때였다.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오에리나와 윌디가 다가왔다.
“후아아…… 이안! 어딜 가는데 그렇게 빨리 달리는 거야?!”
“허억…… 허억…… 어, 엄청 빠르네……. 처, 천천히 좀 가요…….”
새벽 시장에서 파는 원예용 비료를 사러 마을에 나왔다가 이안이 달리던 것을 발견하고 따라온 모양이다.
숨을 헐떡이는 그녀들을 보며 이안은 차분하게 말했다.
“다른 차원을 엿보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거야. 안 좋은 놈들이 넘어와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거.”
“예? 그게 무슨…….”
이안의 말을 들은 둘은 의아해하는 엘단과 레일라를 보았다.
그리고.
“……맙소사.”
신음하며 작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