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57화(157/300)
◈ 제157화
79. 왜 그렇게 보냐? – 1
이안은 의아해하는 엘단과 레일라에게도 사정을 설명했다.
잠자코 듣던 그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네가 마도국의 유산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러니 다른 차원과 관련된 이야기 또한…… 믿을 수밖에 없겠지.”
엘단은 짧게 침음을 흘린 후 물었다.
“그 악몽의 꽃인지 뭔지가 나에게 있다면. 내가 죽으면 끝나는 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가 죽는다면 엘단에게 자리 잡은 악몽의 꽃이 개화하여 이 마을을 덮칠 것이다.
그 과정에서도 적지않은 피해가 생길 테니 다른 방법을 쓰는 것이 낫다.
“스칼렛 왕국의 일을 알리기 위해 바로 왔다가 이런 민폐를 끼치게 되다니…… 뭐라고 사죄를 해야 할지 모르겠군.”
“알고 한 일도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그런데 어제와 오늘. 누굴 만나셨습니까?”
“워낙 많아서…….”
“알겠습니다.”
엘단의 얼굴에는 미안함만이 가득했다.
아카데미에는 대륙 각국의 귀족들이 다수 있었다.
자신이 온 것으로 인해서 스칼렛 왕국에서 있었던 일이 이곳에서 퍼진다면 그 사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먀아~.”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가 나직하게 울며 엘단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톡톡 쳤다.
위로해 주는 듯한 먀네에게 엘단이 쓰게 웃는 사이 오에리나는 신음하며 물었다.
“으으음…… 이안. 해결 방법은 있어?”
“있지.”
윌디와 오에리나, 레일라는 안도했다.
역시 이안이다 싶었다.
“뭔데요?”
“악몽 속으로 들어가서 악몽 자체를 부숴 버려야지.”
“그걸로 되나요?”
“그런데 악몽을 부수는 게 가능한 건가? 악몽이 왜 악몽인데.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악몽이잖아.”
“자각몽을 이용하면 악몽을 부술 수 있어.”
지금이 꿈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면 악몽에 대응할 수 있다.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넷의 표정은 미묘해졌다.
“그게 마음대로 되는 거야?”
“훈련 여하에 따라서 가능해.”
“하루 이틀로 가능한 건가?”
“아뇨.”
최소 몇 달은 꾸준히 훈련해야 한다.
이안의 대답에 엘단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해결책이 안 되는 거잖은가.”
“그러니까 그게 되는 사람에게 옮겨야 합니다.”
“음? 그게 무슨 소린가?”
이안은 테이블을 톡톡 쳤다.
“전 할 수 있으니 저에게 옮기도록 하죠.”
악몽은 결국 꿈이다.
즉.
잠만 안 자면 악몽이 발휘되지 못한다.
그리되면 악몽의 꽃은 위협을 느끼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옮겨 가게 된다.
이안이 설명하자 엘단은 신음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내 젊었을 땐 일주일 정도 자지 않고 연구를 한 적도 있으니까. 비록 나이를 먹었다만 최대한 노력해 보지.”
“오늘 하루 안에 악몽의 꽃이 잠을 유도할 겁니다. 그것만 버티면 되니 걱정 마십시오.”
“그런가……. 레일라. 넌 집에 가 있으렴.”
하지만 레일라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그러겠는가.
자신의 아버지의 일인 만큼 그녀도 남으려 하자 엘단은 이안을 보았다.
“괜찮겠나?”
“제가 실패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럼 괜찮겠네. 이안. 당신이 실패할 일은 없잖아?”
레일라가 약간 안도하며 말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 * *
엘단은 일단 아카데미의 기숙사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이안은 그래진에게 엘단이 자지 못하게 감시하라고 한 후 정원으로 나가 크라울리를 불렀다.
잠시 먀네를 쓰다듬으며 시간을 때우는 사이 낮은 신음성과 함께 수풀이 들썩거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크라울리가 인상을 쓰며 걸어왔다.
“야. 레드 시티 쪽 어떻게 됐냐?”
이안의 질문에 크라울리는 꽉 주먹을 쥐었다.
기껏 아티팩트 줬더니 부숴 먹고 또 이렇게 부르다니.
그녀는 품속에서 새로운 반지를 꺼내 그에게 던져 준 후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도 모르겠어. 악마와 관련된 일은 아니야. 구악마도 아니고.”
“그래?”
“이런 일은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했지.”
그럴 거다.
다른 차원의 괴물의 짓이니까.
그럼 됐다 싶은 이안이 돌려보내려고 할 때.
크라울리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전. 이것과 같은 건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긴 했었지.”
“뭔데?”
“루벨린이 지옥에 있을 때의 이야기야.”
아주 오래 전 일로 크라울리처럼 오래 산 대악마들 몇 명 정도만 아는 이야기였다.
“루벨린은 악마들의 신이지만 그들을 돌보지 않았어. 그저 자신의 신전에서 항상 눈을 감고 명상만 할 뿐이었지.”
“그런데?”
“그러다가 악마들이 반란을 일으켰어.”
신이라는 자가 하는 일이 뭐냐.
이 지옥을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물을 받아 갈 것이라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신의 자리에 도전하기 위해 당시의 대악마들이 모여 루벨린에게 덤벼들었었다.
“그때 루벨린은 허공을 보며 단 한 마디를 했어.”
“뭐라고?”
“와 달라고.”
그러자 허공에 균열이 만들어졌었다.
그 균열을 통해 수많은 촉수들이 나타났고 그 촉수들은 그대로 모든 악마들을 집어삼키고 사라져 버렸다.
“그건 악마의 힘 같은 것이 아니야. 그리고 그 어떤 악마도 루벨린의 힘의 정체를 알 수 없었지.”
그때와 지금.
둘 모두 처음 보는 형태의 힘의 발휘라는 것이 같다.
“악마라고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만.”
단순한 악마들은 역시 신의 힘이라며 루벨린을 칭송하기 바빴다.
하지만 의문을 품은 악마들은 루벨린을 조사했었다.
그리고 그 악마들 대부분이 지금은 사라져 있었다.
“너도 조사했었나?”
“그때 당시 나는 일반 악마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조사에 낄 수조차 없었어.”
“그와 관련된 자료는?”
“없어.”
애초에 악마들은 기록 같은 건 안 한다.
기억 공유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거나 혹은 잡아먹어 힘과 기억을 빼앗을 뿐.
크라울리의 보고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벨린은 어디에 있지?”
“아무도 몰라. 칠대 죄악에게 힘을 준 이후로 완전히 종적을 감춰 버렸으니까.”
“알겠어. 가 봐. 그리고 조사는 계속하도록 하고.”
“그런데 그건 왜?”
“있어 봤자 득 될 놈 같지는 않아서 제거하려고.”
“제거하려다 제거당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만……. 그자와 싸우기 전에 이거나 풀어 주고 가라고.”
크라울리는 긴고아를 툭 치고 다시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녀가 멀어지자 키르케는 크라울리의 보고를 바탕으로 비슷한 것을 찾아 보고했다.
<가장 유력한 것은 별을 여행하는 혼돈입니다.>
<그 외 의사소통이 가능한 비슷한 존재가 있나 검색해 볼까요?>
“일단 조사 좀 해 봐.”
<알겠습니다.>
크라울리와의 만남을 마치고 이안은 방으로 돌아왔다.
엘단은 테이블에 앉은 채 그래진이 타 준 차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이안. 너도 한잔할래? 잠이 깨게 하는 차인데.”
“아니. 난 괜찮아.”
그래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잔에 차를 따랐다.
그렇게 이안과 그래진, 엘단은 각자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밤이 되자 이안은 새로운 인챈트 실습실의 설계 도면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슬슬 시간 된 것 같으니까 너도 나가 봐.”
“그래? 그럼 먼저 자지. 이안. 잘 자라. 백작님도 편히 쉬십시오.”
그래진이 나가자 이안은 방구석에 암염으로 조각한 장식들을 놓았다.
“뭐 하나?”
“일종의 결계 같은 겁니다. 다른 곳으로 악몽의 꽃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거죠.”
“허…… 그런 방법이?”
엘단 역시도 마법사라 그런지 이안의 행동에 꽤나 관심을 보였다.
“이것도 마도국의 유산 같은 건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는 구석에 있는 암염 조각을 보았다.
꽤나 섬세한 조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품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암염의 질을 보니 이건 프레디시안 백작가 것 같고…… 스크랜다 교관이 만든 건가?”
“제가 만든 겁니다.”
“……정말 굉장하군.”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이안이 못하는 것이 뭔지가 궁금하다.
그는 암염 조각들을 보다가 머뭇거렸다.
“저. 이안.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네만…….”
“조각상 만들어 달라는 겁니까?”
“음. 사실 이번에 연구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좀 섬세한 조각이 필요해서.”
원래는 드워븐 시티에 의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걸 보니 거기보다는 차라리 이안이 낫지 않겠나 싶었다.
“물론 자네도 바쁘겠지만 가능하다면 도와주게. 내 좋은 성물을 내어 줄 수 있으니까.”
이안은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 정도는 해 드릴 수 있으니 재료만 준비해 주십시오.”
“엇?! 그래?!”
다른 마법사들에게 이안이 냉정하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말해 준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에게 호의를 느낀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전에 말했던 양자 관련 문제는…….”
“관심 없습니다.”
그 칼 같은 냉정함에 엘단은 살짝 고개를 숙여 버렸다.
자정이 지났다.
엘단은 갑작스레 천근만근 무거워진 눈꺼풀에 당혹감을 느꼈다.
“아니 도대체 왜…….”
“악몽의 꽃이 잠을 부르는 겁니다.”
“으…… 금방이라도 잘 것 같…….”
“라이트닝 볼트.”
“으아아악!!”
이안은 가차 없이 라이트닝 볼트를 날렸다.
그 짜릿한 충격에 잠이 확 달아난다.
“고, 고맙네.”
“별말씀을. 앞으로 잠드실 것 같으면 라이트닝 볼트 날리겠습니다. 라이트닝 볼트.”
“끄아아악!!”
그렇게 몇 차례.
새벽까지 이어져 가며 이안은 엘단에게 라이트닝 볼트를 날렸다.
부상을 입지 않을 정도로 전류량을 조절해 가면서 날렸기 때문인지 엘단은 기절조차 못한 채 결국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그리고.
<악몽의 꽃이 주인님께 이동하였습니다.>
키르케의 보고를 들은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레디시안 영지에서 받아 온 암염 덩어리로 만든 소금 토템을 회수하는 것을 본 엘단은 기뻐했다.
“이, 이제 끝난 건가?”
“예. 나가 주십시오.”
이안이 말하자 엘단은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이안은 바로 손을 뻗었다.
<세계수의 나라. 포칼라의 강제 현계술을 사용합니다.>
“으악?!”
“뭐, 뭐야?!”
아는 정령들이 이안의 손에 이끌려 나왔다.
아일페틴과 노른은 자신들을 잡은 그를 보고 흠칫 어깨를 떨었다.
“요, 요새 아무런 말도 안 했어!”
“진짜야!!”
당황한 둘에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내가 잠들면 아카데미에 이상 현상이 발생할 거다.”
“이상 현상? 그게 뭔데?”
“헛것이 나타난다거나. 뭔가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거나.”
“그런데?”
“그거 막아. 대가는 또 나중에 얘기하자고.”
“대가로 계약은?”
“계약은 안 해. 먀네면 충분하다니까.”
“먀아~.”
“그럼 쟤한테 맡기지?”
아일페틴이 가시 돋친 어조로 말하자 이안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주눅이 든 아일페틴이 투덜거리는 사이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얘도 할 건데 좀 모자랄 수도 있으니까.”
“……좋아. 알겠어. 일 끝나면 협의하고 결정하자고.”
노른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안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먀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 말라는 듯 먀네는 낮게 울었다.
이제 준비는 됐다.
뒤처리를 위한 준비를 끝낸 이안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방금 전까지 일출로 밝아진 창 너머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악몽이 시작됩니다.>
키르케의 보고와 함께.
“꺄아아아악!”
“으아아아!! 괴물이다!!”
문 바깥쪽에서 윌디와 블랜치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쟤들은 왜 들어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