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58화(158/300)
◈ 제158화
79. 왜 그렇게 보냐? – 2
이안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기숙사의 복도를 지나 비명이 들린 로비 쪽에 도착하니 블랜치는 수십마리의 닭의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윌디 역시 마찬가지.
그녀의 주변에는 수많은 골렘들이 있었다.
“허. 참 나.”
꿈의 동조라는 현상이다.
숙주에 대한 친밀감이 일정 이상일 경우 악몽의 꽃이 몇몇에게 손을 더 뻗어 숙주의 꿈 안으로 데려온다.
그러며 같은 악몽에 휘말리는 현상이었다.
“꺄, 꺄아아악!! 아, 아이스 볼트!! 아이스 볼트! 왜 안 나가!! 으, 으아앙…… 오, 오지 마아…….”
창문을 보니 바깥에선 오에리나가 무언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질척거리는 슬라임이었다.
일반적인 슬라임이기에 오에리나의 실력이라면 혼자서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쫓기고만 있었다.
박바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주변에는 날카로운 눈매의 노파들이 회초리를 들고 서 있었다.
“멍청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몇번이나 말하냐!”
“내가 언제까지 널 이렇게 가르쳐야 하냐!!”
“한심하군!! 네 동생인 에셀라를 본받아라!!”
“역시 너보다는 네 동생인 에셀라가 후계자에 더 잘 어울리는구나. 네 애비에게 전하마. 넌 실패작이라고.”
“으아아악!! 닥쳐!! 트라파! 이 노망난 할망구야!! 당신만 그딴 소리를 지껄인다고!!”
비명을 내지르며 박바레는 메이스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 메이스에 맞아도 트라파라 불린 노파는 죽지 않았다.
아니, 한 대 맞을 때마다 사라졌지만 다시 나타나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꿈이기에 그런 것이겠지요.>
“이러다가 B반 애들 다 모이겠네. 지금 내 꿈에 동조해 들어와 있는 녀석들 목록 말해 봐.”
<윌디 프레디시안입니다.>
<하륜 솔트입니다.>
<그래진 우르쿨입니다.>
<블랜치 아우덴입니다.>
<박바레 블라츠키입니다.>
<오에리나 스케빈입니다.>
“걔들만 들어왔나?”
<예. 이번에 힘을 모으고 다음 꿈 때 다른 이들도 불러들이겠지요.>
딱히 저들만 이안을 좋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악몽의 꽃이 한 번에 끌어들일 수 있는 수가 적었을 뿐.
이번에 저들의 꿈까지 흡수하여 힘을 얻으면 점차 영역을 넓혀 가며 다른 이들도 꿈에 끌어들일 것이다.
그리고 내버려두면 이안의 악몽 속의 존재들을 현실에 구현하겠지.
그가 키르케와 대화하는 사이 악몽의 존재들이 더욱 커졌다.
그러며 윌디의 몸을 골렘이 짓누르고 있었고, 블랜치는 수십 마리의 닭에게 쪼이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에리나를 쫓던 슬라임은 그녀의 몸을 완전히 감싸 버렸다.
그리고 박바레의 주변에도 수십 명이나 되는 노파가 표독스러운 얼굴로 회초리를 들고 있었다.
넷 모두.
이대로 두면 악몽에 잡아먹혀 버린다.
<무 대륙 소림 72예 파마법. 사자후를 사용합니다.>
“정신 차려!!”
파마의 외침이 터져 나온 순간 넷의 주변에 있던 것들이 사라졌다.
아직까지 공포에 떨던 그들은 멍하니 주저앉아 있다가 이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이안?!”
“어떻게 된 거야?! 여긴 어디고!”
“나 분명히 방에 있었는데!”
“뭔데?!”
넷 모두 당혹감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특히나 마법이나 오러를 쓸 수 없다는 것 때문인지 더욱 두려워한다.
“너희 둘에게는 어제 말했지?”
윌디와 오에리나는 의아해하다가 흠칫 놀랐다.
“어…… 설마 이게 그거야?”
“응.”
“하지만 그건 네가 해결한다고 했잖아.”
오에리나의 질문에 사정을 듣지 못한 블랜치와 박바레는 당혹스러워했다.
그들에게 둘이 설명해 주는 사이 이안은 눈을 감고 주변의 기척을 살펴보았다.
“사정 설명은 넘어가고. 하륜이랑 그래진은 못 봤냐?”
“지금 쯤이면 걔들 뒤뜰에서 훈련하고 있을 텐데?”
그럼 됐다.
이안은 성큼성큼 걸었고 생도들은 그의 뒤를 쫓았다.
“이안. 그럼 여기가 네 꿈속이라고?”
“정확하게는 악몽이지만.”
아까 거대한 닭에게 쫓기며 두려워했던 블랜치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였나…….”
“아까 너희들의 앞에 있던 것은 너희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 구체화된 것뿐이야. 너희의 두려움을 읽고 악몽이 그걸 만들어 낸 거지.”
블랜치는 움찔했고 박바레는 시선을 피했으며 윌디와 오에리나는 침묵했다.
“저기…… 블랜치. 당신은 왜 닭이에요?”
“어. 음. 어렸을 때 닭에게 엄청 쪼인 적이 있거든.”
“그래서 닭을 무서워한다고? 익스퍼트가?”
“아, 아냐! 이제 안 무서워! 나 치킨도 좋아한다고!!”
“박바레. 너도 그 노파를 무서워했잖아.”
“으…… 아니 나는 무섭다기보단. 그러는 너는!”
“윌디. 너는 골렘이었지?”
“……어렸을 때 광산에 몰래 들어갔다가 작업하는 골렘을 보고 놀라서 기절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은데…….”
뒤따르던 이들이 떠들자 이안은 뒤뜰의 정원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그저 내면에 있는 두려움이 형상화되었을 뿐이라니까. 지금 두려워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안에는 두 명이 서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랐다.
그들의 앞에는 괴물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고…… 아이고…….”
“으아아아아…… 안 돼…….”
하륜의 앞에는 불타는 책들.
그리고 그래진의 앞에는 박살 난 유물들이 있었다.
그들을 떨떠름하게 바라보던 블랜치는 이안을 살짝 잡았다.
“야. 이안.”
“왜.”
“이 꿈에서 벗어나게 되면 여기서 있었던 일.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거냐?”
“아니.”
“……그럼 돌아가면 우리 모두 여기서 있었던 일은 입 다물고 있도록 하자.”
이제 곧 마스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자신이 고작 닭을 두려워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가 말하자 나머지 셋은 동의했다.
“흑흑…… 내 책…… 내가 이걸 어떻게 모았는데…….”
“아이고 내 유물…….”
울고불고 질질 짜는 둘에게 다가간 이안은 그들의 뒷목을 잡아채 당겼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정신 차려!!”
또다시 사자후가 발동되었기 때문일까?
그제야 그들의 앞에 있던 것들이 사라진다.
“헉?!”
“뭐, 뭐야?! 여긴?!”
얼마나 울었는지 둘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을 잡고 있는 이안과, 그의 뒤에 있는 다른 생도들을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사정 설명을 들은 하륜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이게 네 꿈이고, 그 꿈에 우리가 끌려 들어왔다 이거지?”
“그래.”
“흠…… 그럼 이 꿈에서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진은 몸서리를 치며 물었다.
비록 꿈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힘겹게 모은 보물들이 완전히 박살 나 불타 버리는 모습은 다시 보기 괴롭다.
그리고 그것은 하륜 역시 마찬가지.
솔트 후작가에 있는 자신의 장서고에 있었던 수집품들.
이제는 절판되어 구할 수도 없는 책들이 불타 버렸던 기억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돌아가면 꼭 한번 정리 좀 해야겠군.”
“도대체 그 책들이 뭐길래. 마법서라도 되냐?”
“마법서보다 귀한 것들이었지. 후. 그 중에서 제일 귀한 것이 자작가 망나니로 다시 태어난 내가 견실하게 살아갑니다라는 건데.”
하륜이 떠들자 오에리나는 무시하며 이안에게 물었다.
“그럼 일단 여기서 벗어나든, 아니면 이 악몽을 깨 버리든 해야 한다는 거 아냐. 이안. 우리가 뭘 해야 해?”
오지 않았다면 모를까.
와 버렸다면 돕는 것이 나을 거다.
다른 생도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빤히 바라보던 이안은 한쪽을 가리켰다.
“모든 꿈에는 중심이 있기 마련이지. 거기에 있는 꽃만 죽이면 끝나.”
“거기가 어딘데?”
이안은 대답하는 대신 앞으로 걸었다
그의 뒤를 생도들은 의아해하면서도 군말없이 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상급 기숙사에서 벗어나자 꽤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얼굴이 존재하지 않았다.
“히익!”
블랜치가 깜짝 놀라며 달라붙자 박바레는 그를 밀어낸 후 물었다.
“저건 뭐야?”
“내가 가졌던 공포들.”
“……어?”
그의 말에 모두들 의아해했다.
이안에게 공포라니.
지금까지 그가 무언가에 두려워했던 적이 있었단 말인가.
“저거…… 형태만 보면 에이스윈 같은데?”
“저건 아란세 교관님 같고.”
얼굴이 없지만 복장이나 머리 모양, 체격을 보니 대충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렇기에 더욱 의문이 생겼다.
어째서 저들이 이안에게 공포였단 말인가.
<이 꿈은 빙의체의 기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꿈이니까요.>
‘그렇지.’
빙의하고 있는 그는 꿈을 꾸지 않는다.
그렇기에 악몽의 꽃은 이 빙의체의 기억을 이용해 악몽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기반이라면.
이안에게 있어서 정말 끔찍하고 두려운 존재가 악몽으로 나타나리라.
“이아아아안!!”
멀리서 한 귀족이 달려오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에 교활함과 음습함이 담긴 귀족 소년이다.
그를 본 윌디는 자신도 모르게 지팡이를 들었다.
“공격해야 하나요?!”
얼굴이 없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
거기에 아카데미에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다.
다들 전투를 준비하려 하자 이안은 손을 들었다.
-꽈과과과광!!
그의 손에서 나타난 마법진이 겹쳐지며 청색 전격의 용을 만들었다.
그것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검게 타 버린 재만이 남을 뿐이었다.
“……네 공포 맞아?”
자신들 정도는 아니더라도 움찔하는 모습이라도 보일 줄 알았는데.
이안은 그런 것조차 없었다.
그저 가볍게 해치우고 무덤덤하게 걸을 뿐.
그렇게 걸으며 또 하나를 마주쳤다.
“죽여 버린다!! 이 버러지 새끼!! 너 같은 새끼는 내 동생도 아니다!!”
“동생? 잠깐만…… 저자는 아까 그 남자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설마……. 이안.”
윌디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요크 브랜든.
그리고 팔곤 브랜든.
얼굴 없는 이들과 다르게 명확한 얼굴을 가진 그들의 모습에 그녀는 엄청난 오해를 하고 말았다.
‘이안은 자신의 손으로 가족들을 모두 죽였어. 설마 이안 당신…….’
저것이 내면에 공포로 남아 있을 정도라면.
지금까지 그는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을 뿐인 건가?
설마 저 무뚝뚝함이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가리기 위한 벽에 불과했단 말인가.
윌디의 눈에 따스함과 안타까움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생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안.”
그래진은 그의 어깨를 툭 잡았다.
“……뭐냐? 그 시선은?”
“가족이 없으면 어떠냐. 네 곁엔 우리가 있잖냐.”
“그래. 꼭 가족이 함께일 필요는 없지.”
하륜도, 블랜치도. 박바레도.
그리고 윌디와 오에리나도.
다들 비슷한 시선이었다.
“너희 지금 나 동정하는 거냐?”
“그럴 리가.”
“친구로서, 그리고 언제든지 가족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것뿐이야. 나 진심이야. 이안.”
오에리나가 차분하게 말하자 윌디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안. 언제든지 힘들 때면 우리들 곁에 와요.”
“그래. 이안. 야. 우리가 피만 안 섞였지 형제 같은 존재 아니냐.”
“그래. 그래.”
“괜찮아. 부담 갖지 말고.”
“힘들면 말해.”
다들 시선이 따스해졌다.
저들이 왜 저러는 걸까.
이안은 어이없어하다가 고개를 휙 돌리고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