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6화(16/300)
◈ 제16화
8. 견제자들 – 2
-부우웅!!
봉의 끝을 잡고 크게 돌리자 두 명이 맞고 나가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달려든 여생도를 뒤차기로 걷어찬다.
몸을 굴려 이어지는 공격을 피하고 봉을 휘둘러 양옆의 생도들의 옆구리를 쳐 냈다.
내리쳐지는 세 명의 공격을 봉으로 막아 낸 후 봉을 허공에 던져 걷어찬다.
거기에 맞은 셋이 뒤로 밀려나자 튕겨 되돌아온 봉을 잡은 이안은 벽을 차고 크게 뛰어올라 봉을 내리쳤다.
-콰직! 우지끈!
훈련장의 바닥이 봉에 맞아 갈라져 버렸다.
그 위협에 접근하려던 생도들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뭐 해? 안 덤비고.”
한순간에 펼쳐진 봉술이 몇 명을 순식간에 날려 버렸다.
생각치도 못한 실력에 생도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특히나 블랜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저! 저거!”
창을 쓰는 무가에서는 대부분 창을 익히기 전에 봉을 배운다.
그 가문마다 비전의 봉술이 있는데 이안의 봉술은 가주들이나 후계자들이 쓰는 비전봉술에 비교해서 전혀 뒤지지 않았다.
‘도대체 뭐야?!’
아이작을 벤 발검술을 보고 보통 실력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검술뿐만 아니라 봉술마저도 저 정도라니.
지금까지 한 이안에 대한 평가가 과대평가가 아닌 오히려 터무니없을 정도의 과소평가라 생각되었다.
‘저 정도면 어지간한 무가에서 반드시 데리고 갈 실력이다.’
아니.
무가뿐인가?
저 정도면 강한 무인들이 모인 무인의 숲에서도 사범 노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이안의 봉술은 완벽에 가까웠다.
모든 움직임이 연계되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한 자루 봉이 그의 세 번째 손이 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아, 아이 씨.”
“나도 나갈걸.”
저 정도면 상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공부가 된다.
그래진의 설득에 밀려나 대기하게 된 이들은 원망 섞인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 원망을 무시한 채 그래진은 눈을 빛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이안은 엄청난 가치를 가진 보물이다.
그와 함께라면 대륙에 있는 모든 유물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잊힌 도시의 돌파도 가능할지 모른다.
장외의 구경꾼들이 저마다 생각을 하며 감탄했다.
하지만 그와 싸우는 생도들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뭔 공격을 해도 다 막아 버리는 데다가 한 대 맞으면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더럽게 아팠다.
심지어 모두 오러를 쓰고 있는데도 말이다.
“제기랄!! 몸으로 때우고 잡아!!”
한 대 맞고 튕겨 나간 박바레가 욱신거리는 고통을 참으며 외쳤다.
막무가내나 다름없는 태클을 맞이하며 이안은 봉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봉의 탄성을 이용해 뛰어오른 그는 바닥에 떨어지며 박바레의 어깨를 후려쳤다.
“크웩!”
터진 개구리처럼 박바레가 넙죽 엎어졌다.
맷집 좋은 박바레가 저렇게 쓰러지다니.
거기에 이안은 지금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있었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이 뭔가.
그의 전력은 이게 다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모두의 전의가 상실되었다.
실력이 좀 차이가 나야 오기라도 보이지.
이건 뭐 까마득하게 위 아닌가.
“상급생도들이 저 정도라고는 하던데.”
“……그중에서도 톱급이겠군. 라키드 생도회장이 저 정도일까?”
다들 전의를 상실하고 무기를 내리자 이안은 봉을 빙글 돌렸다.
“더 해볼까?”
B반 생도들은 고개를 저었다.
누가봐도 알 수 있었다.
더 이상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아이고 나 죽네……. 으…… 이안. 난 오러도 썼는데 어떻게 때린 거냐?”
박바레가 맞은 곳을 만지작거리며 힘겹게 묻자 이안은 무덤덤하게 답했다.
“나도 썼어.”
“어? 너도 오러를 쓸 수 있어?”
“그것도 못 쓰는데 아이작을 잡았겠냐. 그리고 너희 오러 쓰는 거 너무 비효율적이더라.”
이안은 봉을 옆에 둔 채 간단하게 설명했다.
전투 내내 오러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공격하는 순간, 그리고 방어와 회피를 하는 순간에만 오러를 쓰면 오러를 아끼면서 싸울 수 있다.
“말이 쉽지…….”
“누가 그걸 몰라서 안 한 줄 알아?”
결국 오러를 자유자재로 다루라는 얘기 아닌가.
생도들이 투덜거리자 이안은 연습용 봉을 통에 넣었다.
“아카데미에 놀러 왔냐?”
“아니 그렇게 정론을 말하면 할 말이 없지.”
아카데미는 일단은 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 훈련을 하고 공부를 해 실력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들 머뭇거리자 이안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이번 일에 너희들을 가담시킨 만큼 당분간 간단하게 봐주는 정도는 가능해.”
“뭐?! 그럼 나부터!”
“아니! 잠깐만! 나부터!”
“이안! 내가 더 맞았거든?!”
“야! 다 꺼져! 이 박바레가 제일 세게 맞았다고!”
B반 생도들은 이안의 제안에 기뻐하며 서로를 경계했다.
그것을 보며 하륜은 쓰게 웃었다.
‘이안 브랜든…… 도대체 넌 뭐지?’
저 정도의 실력자가 지금까지 실력을 숨기고 있던 이유가 뭘까.
그의 호기심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 * *
대련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그사이 이안을 향한 B반 생도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흥미였다.
그다음에는 놀람이었다.
거기에 약간의 양념이 더해지니 거의 무조건적인 호의로 바뀌었다.
“야. 이안! 오늘 날씨도 좋은데 끝나고 대련 한판 어때?”
“워. 이안. 저녁 먹고 대련하자. 식당 특별 코스로 내가 살 테니까.”
“마을 갈까? 응? 좀 놀고 가르쳐 주면 안 되냐? 내가 쏠게.”
아침 시장에 사람이 많고 저녁 시장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얻을 것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저번 대련으로 자신이 아침 시장인 것을 알려 준 이안의 옆으로 하륜이 다가왔다.
“인기 많네.”
책상 위에 앉아 있던 먀네는 그를 향해 털을 곤두세웠다.
그런 먀네에게 하륜은 품에서 작은 통을 내밀었다.
“먐먀~.”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받은 먀네가 빨간 혀를 내밀어 할짝거리자 하륜이 말했다.
“B반은 지금까지 대표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 없었지.”
“네가 대표였던 것 아냐?”
“공식적으로는. 하지만 너도 봤다시피 B반이 뭉치는 성향은 아니잖아?”
다들 반보다는 개인의 성적을 중요시 여긴다.
각자의 개성이 강한 데다가 실력들이 그럭저럭 괜찮으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었다.
“일단은 내가 B반 전체 성적 1위이니까 대표직을 맡고 있지만…… 사실 다들 내 말은 잘 안 따라.”
애초에 하륜 역시도 남들을 이끌 생각이 없었다.
그는 앞에 나서는 것보다는 서포트하는 것을 더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요 며칠. 널 중심으로 뭉치고 있네. 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녀석들이.”
물론 그것이 이안에게 배워 자신의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말이다.
하륜은 말을 끝내고 빙긋 웃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아란세 교관님께 말씀드려서 대표직 너한테 옮겨 놨어. 그리고…… 사람을 이끄는 일.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
‘예리하네.’
<하륜도 위에 서는 자이니 주인님의 방식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힘을 보여 주고, 또 먹을 것을 내어 줌으로써 상대를 이끄는 방식.
키르케의 말대로 하륜은 대련 이후로도 이안을 주시했다.
그렇기에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이안은 B반 생도들의 욕망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그들이 따르게 하고 있었다.
이런 것은 오랫동안 위에서 사람을 다스려 본 자나 할 수 있는 일이지 가난한 남작가의 삼남 따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너. 정말 누구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닐 텐데.”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시간이 되었다.
“모두 준비됐나?!”
아란세가 B반의 깃발을 들고 들어왔다.
그걸 받은 이안은 하륜에게 말했다.
“오늘 C반과의 협력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어?”
그의 말에 하륜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진이 말한 것처럼 이번 상대는 C반이었다.
에이스윈이 C반 생도들을 이끌며 협력 전투장으로 걸어오자 선두에 서 있던 박바레가 비웃었다.
“에이스윈 봐라. 가문의 갑옷까지 입고 나왔네. 고작 훈련 때 뭐 저렇게 하냐?”
“어쩜 저렇게 치졸할 수가.”
물론 무장을 따로 챙기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있으면 당연히 써야 하지 않겠나.
B반에서도 몇몇은 따로 좋은 장비를 챙겨 왔다.
하지만 까 내릴 것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작전대로 하자고.”
이안의 옆에 서 있던 그래진이 한마디 했지만 다들 무시했다.
그들을 향해 그래진은 벌컥 화를 냈다.
“이것들이 진짜!”
“난 나보다 약한 자의 명령은 듣지 않는다.”
“네가 뭔데 명령이냐?”
그들이 저항하자 이안은 깃발을 깃대에 묶으며 말했다.
“작전대로 하자.”
그제야 B반 생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그래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합리적으로 작전을 설명해도 무시하던 놈들이 이안의 말은 잘 듣는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기 개성이 강한 놈들이지만 어쨌든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이안의 말을 들어야 할 테니까.
“뭐 우리는 합리적으로 움직이길 바라니까.”
“그래진. 네가 짠 작전이긴 하지만 따르도록 하지.”
“이번에는 당신을 믿겠어요.”
하륜, 오에리나, 윌디가 자기 말을 들어주자 그래진은 씁쓸해했다.
“그래. 너희들이라도 말 들어줘서 아주 고맙다. 눈물 날 것 같네. 제기랄.”
“울지는 말고.”
“남자가 쉽게 눈물 흘리는 것 아니에요.”
“그나저나 이안 혼자 괜찮으려나?”
그의 실력은 저번 훈련 때 봤다.
하지만 정말 괜찮을까?
“거기에 이번에는 쟤들도 작정을 했을 거야.”
“에이스윈 눈에 살기 품은 거 봐라.”
블랜치가 창을 잡으며 말하자 B반의 마법사, 윌디는 이안에게 물었다.
“진짜 괜찮아요?”
“걱정 마.”
하지만 아직 불안감이 남았나 보다.
그녀는 손가락에 끼우고 있던 반지를 내밀었다.
<실드 마법을 여섯 번 쓸 수 있는 아티팩트입니다.>
이안이 받은 반지를 키르케는 빠르게 분석했다.
그가 그것을 물끄러미 응시하자 윌디는 대수롭지 않아 하며 말했다.
“실드 마법을 여섯 번 쓸 수 있는 아티팩트예요. 잊힌 도시의 아티팩트만 못하지만 그래도 쓸 만할 거랍니다.”
짙은 갈색 긴 머리를 쓸어 올리며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안의 실력이면 이 정도로도 에이스윈과의 싸움에서 크게 이득을 볼 수 있으리라.
“딱히 당신을 걱정해서 주는 건 아니에요. 전 C반에게는 정말 지기 싫거든요.”
“원한이라도 있나?”
이안이 웃으며 묻자 윌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에이스윈 뒤에 있는 사람 있죠?”
사제복을 입은 푸른 머리의 소년이 자신만만하게 걷고 있다.
<프레디 톨로반. 오위디 왕국의 백작가로 프레디시안 백작가와 경쟁 가문입니다.>
“저 사람은 톨로반 백작가 사람인데. 거기가 저희 가문이랑 경쟁 가문이에요.”
“열심히 해야겠네.”
“마력 탈진으로 쓰러지더라도 저 사람이 친 수호진은 박살 내겠어요.”
윌디가 지팡이를 꽉 쥐며 표독스럽게 말하자 하륜도 목걸이를 내밀었다.
“이건 또 뭐지?”
“파이어 월을 두 번 쓸 수 있는 아티팩트야. 내가 직접 만든 거니까 쓸 만할 거다.”
“고맙네.”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