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63화(163/300)
◈ 제163화
82. 왕들의 모임 – 1
카엔에 의해서 일어난 반란 사태는 하루도 되지 않아 제압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안이 있었다는 것은 모두 알게 되었다.
“으음…… 논공행상은 어쨌든 일단 왕위 문제부터 해결해야겠군. 당장 귀족들이 난리를 치니.”
“오히려 이번 일 덕분에 일이 잘 풀리게 됐군요.”
아란세가 담담하게 한마디 하자 키스는 슬쩍 라키드의 눈치를 살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카엔이 이 난리를 치지 않았다면 라키드가 왕위에 오르는 것에 귀족들이 반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큰 난리가 있었고, 또 그 난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안이 함께 했다는 것 때문일까?
다들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귀족들은 이안이 라키드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키스가 한마디 하자 엘단은 이안을 보았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이안 성격상 관심도 없었다면 라키드를 돕지 않았을 테니까.
키스는 이안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넌 라키드가 왕위에 오르는 것에 찬성하나?”
“예. 찬성이죠. 전쟁 같은 건 일어나게 둘 생각 없으니까.”
이안이 딱 잘라 말하자 엘단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은 안나는 것이 좋다.
특히나 내전 같은 건 더욱 더.
냉정하게 현실을 이야기하자 키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이 보답은 반드시 하마.”
어쨌든 국왕의 외가가 되는 이상 이제 권력의 중추에 들어가게 될 테니 말이다.
또한 펠레 백작가에서 보유하고 있던 재산들이나 영지들은 카엔이 받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국법에 따라 반역자는 참수고, 반역자의 가족들은 노예로 신분이 강등된다.
그 과정에서 재산이 몰수되니 그가 상속받을 펠레 백작가의 모든 것과 카엔의 재산도 스칼렛 왕국에 귀속된다.
“원한다면 카엔이 너에게 했던 제안을 우리 쪽에서도 할 수 있다. 펠레 백작령을…….”
“영지 가치 계산한 후 돈으로 다 바꿔서 아카데미로 보내 주시죠. 요새 돈 쓸일 많으니까.”
“그정도 돈을 당장 주기는 좀 부담스럽군.”
“5년 분할납부까지는 받아드리죠.”
이안에게는 아카데미가 영지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벌써 용광로 다 만들었고 인챈트 실습장 새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 짓을 다른 곳에서 다시 할 이유가 어디 있나.
이안은 시큰둥하게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그 부분은 아란세 교관님과 말씀하시죠.”
“어디 가냐?!”
그는 품에서 수정구를 꺼냈다.
“이게 뭔지 좀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성의 안뜰.
사람이 하나도 없는 그곳에 들어간 이안은 수정구를 꺼내 보았다.
전에 갖고 있던 펜던트처럼 압도적인 마력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키르케. 분석해 봤나?”
<포켈티 행성의 차원의 눈과 비슷한 것이라 판단됩니다.>
<다른 차원을 엿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아티팩트입니다.>
<다만 포켈티 행성의 것보다 효율이 나쁘고 발동 조건이 복잡해 함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작동시킨 것인지는 확인됐나?”
<기록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소된 건가? 아니면……?”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마탑의 기록에 이 수정구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수정구를 작동시키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작동됐잖아. 흠…….”
이안은 수정구를 툭툭 치다가 반지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잠시 후 붉은 연기와 함께 크라울리가 나타나자 이안은 수정구를 보여 주었다.
“뭔가 알아낸 것이 있어?”
“음. 이건 다른 차원을 엿볼 수 있는 아티팩트다. 그리고 이걸 통해서 카엔은 악몽의 꽃을 관측했고.”
악몽의 꽃이 그 관측에 따라 이곳으로 넘어온 것이다.
“그리고 분석 결과 이건 마법사 하나나 둘이 작동시킬 만한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야.”
“그런 것도 알아? 굉장하네…….”
“이 정도야 어렵지도 않지. 문제는 누가 이걸 작동시켰느냐야.”
크라울리는 신음하며 수정구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답은 그녀도 내놓을 수 없었다.
“글쎄. 하지만 오래 산 자들에게 물어본다면 알지도 모르지.”
“그래? 한번 알아 와 봐.”
이안이 간단하게 말하자 크라울리는 어이없어했다.
“너무 쉽게 말하는데. 그 정도 되는 자들과 만나는 일이 쉬운 줄 알아? 그 정도 되는 놈들은 칠대 죄악이나 정령왕, 요정 여왕 정도뿐이라고!”
수정구를 가리킨 크라울리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정령왕과 만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 이 대륙에 있는 정령사들 중에 가장 뛰어난 정령사인 프라이믄 정령사 길드장도 정령왕을 부르지 못해.”
애초에 정령왕이라는 존재가 쉽게 와 주는 자들도 아니다.
크라울리는 이안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이것만 풀어 주면 내가 어떻게든 정령왕을 불러와 줄…….”
“정령왕은 내가 부를 수 있으니까 가서 다른 부분 조사나 더 해 봐.”
가볍게 말한 이안은 허공에 손을 뻗었다.
“……뭘 하는 거지?”
공간의 균열에 들어간 손이 나왔을 때.
두 소년이 있었다.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목덜미가 잡혀서 끌려 나왔는데도 그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어. 이번엔 무슨 일이야?”
“야. 이안. 내가 누아브 님께 네 얘기를 했는데 굉장히 관심 보이셨어. 언제 만날래?”
“……아일페틴. 노른.”
그녀가 중얼거리자 이안에게만 관심을 보이던 둘은 휙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싸늘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순간 아일페틴과 노른의 손에 불길과 모래의 창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크라울리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이안. 저 망할 년도 잡으려고 하는 거냐? 그럼 대가없이 힘을 빌려주지.”
서로를 보자마자 싸우려 한다.
그들을 향해 이안은 차분하게 말했다.
“쟤는 신경 쓰지 말고 정령왕들에게 전해.”
이안은 수정구를 들었다.
둘 모두 그것을 보고 의아해할 뿐 뭔가 아는 기색은 없었다.
“이거 아는 정령왕 있으면 잠깐 좀 만나자고.”
“뭔데? 줘 봐. 가지고 가서 알아볼게.”
“줄 수는 없고. 나중에 시간 내서 아카데미로 찾아오라고 해라. 다른 차원을 엿볼 수 있는 수정구라고만 해 두고.”
그들을 다시 돌려보낸 이안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크라울리에게 말했다.
“됐지?”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
질린 표정으로 묻는 그녀를 향해 이안은 피식 웃었다.
그가 나가 있는 사이 엘단과 키스가 상황을 정리했다.
귀족원에 연금되어 있던 귀족들은 빠르게 라키드를 인정했다.
이 난리를 한 번에 정리한 이안이 라키드의 편을 든다.
괜히 까불다가 자기 영지도 박살 날까 두려워진 이들이 라키드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너 하나 있으니까 일이 되게 편하게 흘러가네.”
“그렇습니까?”
“이번 일의 공이 인정되어서 너를 백작으로 추대한다는구나. 네가 말한 대로 영지나 그런 건 없겠지만. 아카데미 입장에서는 감사할 따름이군.”
“굳이 떠날 필요는 없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더 고맙고.”
“아란세 교관님께는 뭐 안 들어왔습니까?”
“자작 위를 제안받기는 했지만 나도 영주 생활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을 때쯤.
골목에서 가면을 쓴 남자가 걸어 나왔다.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거냐?”
“예. 단주님.”
“이번 일과 관련된 놈. 카엔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에 관해 조사는 하고 있나?”
“예.”
“공유를 부탁하지.”
단주의 목소리는 꽤나 진지했다.
자기 단원을 이따위 얼토당토않은 일 때문에 잃게 된 것 아닌가.
당연히 단주로서는 열받을 수밖에 없었다.
“너도 그자를 찾고 있고, 나 역시 그자를 찾고 있다. 예전에 네가 말했던 것처럼 목표가 같은데 따로 움직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확실히 그렇군요.”
“정보. 기대하겠다. 나도 내 나름대로 조사해보지.”
가볍게 말한 단주가 골목으로 사라진다.
그걸 지켜보며 아란세는 쓰게 웃었다.
“참 저 사람도 보통 사람은 아니라니까.”
“맨날 저런 가면 쓰고 다니는데 보통 사람은 아니겠죠.”
이안이 간단하게 말하자 아란세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스칼렛 왕국에서 복귀하고 며칠이 지났다.
늘 하던 대로 인챈트 실습실을 새로 만들기 위한 현장에 있던 이안에게 스칼렛 왕국의 사자가 찾아왔다.
라키드의 대관식이 정해졌다는 것을 알리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라키드가 국왕이 될 수 있나요? 그는 아직 태양교단의 징계를 받는 중이잖아요.”
인챈트 실습실은 그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의 생도들도 쓸 예정이다.
그러니 수업이 없는 생도들이나 교관들이 찾아와 작업을 돕는 일은 잦았다.
그렇기에 수업이 없어 도우러 온 윌디가 묻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때문에 태양교단에서 얘기가 좀 있었나 보더라고.”
원래라면 처벌을 받는 와중에는 그렇게 될 수 없다.
하지만 당장 스칼렛 왕국의 계승권자가 그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태양교단에서는 그의 처벌이 끝날 때까지 사제 여럿이 그와 함께한다고 한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의 옆에 가는 이들 중에는 성기사도 있으니 호위하기도 편해질 것이다.
“스칼렛 왕국에 태양교단의 위세가 더 강해지겠네.”
인챈트 실패의 반동을 방지하기 위한 벽에 마법진을 새겨 넣은 하륜이 등을 폈다.
그리고 마력을 부여하자 강력한 방어벽이 완성되었다.
“여긴 이 정도면 되겠지?”
“그래.”
“그럼 다른 곳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아직 해도 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안이 작업 종료를 알리자 하륜과 윌디는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는 벌떡 일어나 다른 마법사들이나 연금술사들, 그리고 작업을 위해 온 인부들에게도 작업 종료를 알렸다.
그들이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이안과 하륜, 윌디는 기숙사로 향했다.
“그나저나 이안 백작님이라니. 굉장하구만.”
“애초에 내 이름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지.”
“하긴 그렇……. 응? 저게 뭐죠?”
상급 기숙사 앞에 생도들이 모여 있었다.
“우와! 귀여워라!”
“멍멍아! 물어 와라!!”
박바레가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를 던지자 생도들 사이에서 황금색의 무언가가 달린다.
자세히 보니 커다란 개였다.
“아카데미에서 개 키우는 애들이 있나?”
“없는 건 아닌데…… 저런 개는 처음 보는데?”
후다닥 뛰어 박바레가 던진 막대기를 물어 온 개가 헥헥거리며 커다란 꼬리를 흔든다.
꽤나 순해 보이는 외모와 부드러운 황금빛 털 때문일까?
다들 신기해하면서 개를 쓰다듬고 있었다.
“뭐 하냐?”
“아니. 수업 끝나고 돌아오니까 이 개가 기숙사 앞에 있더라고. 그런데 얘 되게 똑똑해.”
“응. 거의 먀네 수준으로 사람 말을 잘 알아듣던데?”
위디아는 이안의 어깨에 있는 먀네를 보고 커다란 개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개는 얼굴 가득 미소를 드러내었다.
“멍멍!”
“이거 봐 봐. 손!”
윌발이 손을 내밀자 개는 바로 앞발을 올렸다.
그걸 본 다른 생도들은 탄성을 터트렸다.
“우와. 나도 개 키울까? 이렇게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 개는 처음 본다.”
“개가 아니니까 잘 알아듣겠지.”
모여 있던 생도들은 의아해했고 이안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거 대지의 정령왕 누아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