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64화(164/300)
◈ 제164화
82. 왕들의 모임 – 2
박바레는 들고 있던 막대기를 툭 떨궜다.
최상급 정령이 폭주하며 난리를 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최상급 정령보다 훨씬 위에 있는 정령왕이라니.
“에, 에…… 에이 설마.”
그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안이 이런 일로 헛소리를 하는 사람인가?
그의 안색이 점점 파랗게 물들어 갔다.
“……정말?”
끄덕.
이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박바레는 당황하며 황금색 개를 보았다.
“헥헥헥!”
혀를 내밀며 한 번 더 던져 달라는 듯 보인다.
아니, 심지어 박바레가 떨어트린 막대기를 물어 그에게 내밀 정도였다.
“이런데?”
“응. 그런데도 정령왕이야.”
이안은 박바레의 손에 들려 있는 막대기를 하늘 높이 던졌다.
떠오른 막대기를 보던 개는 몸을 움츠렸고.
-쿠구구구궁……!!
땅이 움직였다.
개가 있던 곳의 땅이 솟구쳐 오른다.
그 반동을 발판으로 더 높이 뛰어오른 개는 빠르게 막대기를 낚아챈 후 이안에게 내밀었다.
일반적인 개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해 버린 개를 보며 박바레는 당황해 외쳤다.
“아니 정령왕이 왜 개의 모습으로?!”
“자기가 어떤 모습을 취할지는 자기 마음이지.”
“이, 이안. 갑자기 정령왕이 왜 온 건가요?”
황당해하던 윌디가 묻자 이안은 품에서 수정구를 꺼냈다.
그것을 본 개는 물고 있던 막대기를 툭 내려놓았다.
“이걸 확인하러 온 거야. 내 손님이니까 신경들 쓰지 말고 일 봐.”
“위험한 건 아니지?”
블랜치의 질문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에서 위험한 짓을 하는 놈들을 그냥 둘 생각은 없다.
그가 가볍게 손사래를 치자 생도들은 떨떠름해하며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자 누아브는 아쉬워하며 꼬리를 축 늘어트렸다.
“좀 더 놀고 싶었는데. 그리고 간식도 더 받고 싶었고.”
“정령왕쯤 되면서 왜 간식을 받아먹어?”
“그야 우리가 이쪽 세계에 올 일이 거의 없으니까. 옛날에 계약했을 때 먹었던 간식 맛이 잊히지 않더군. 아무튼 처음 만났으니 간단하게라도 인사를 해야겠네.”
황금색 개는 이안의 앞에 앉아 꼬리를 흔들었다.
“대지의 정령왕 누아브다.”
“이안 브랜든. 그런데 혼자 온 건가?”
“다른 녀석들은 일단 지켜보겠다고 하더라고.”
누아브가 혀를 빼물며 말한 순간.
하늘에서 물방울 하나가 뚝 떨어졌다.
그 물방울이 커지며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칼도, 눈동자도.
그리고 입고 있는 옷조차도.
하얀 피부 외에는 모두 파란 소녀는 이안을 향해 드레스의 치마를 살짝 들었다.
“반가워요. 이안. 물의 정령왕 시클이라고 해요.”
“이안 브랜든이다.”
가볍게 대꾸한 그는 누아브에게 눈을 돌렸다.
방금 전에 다른 녀석들은 지켜본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시클은 왜 왔나.
“안 온다면서?”
“원래 마음이라는 것은 항상 바뀌기 마련 아닌가요?”
그때였다.
커다란 불길이 이안의 주변에서 치솟기 시작했다.
그 불길 속에서 나온 것은 타는 듯한 붉은 머리를 지닌 거구의 남자였다.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도 왔다.”
“절대 안 간다고 한 것들이 하나둘씩 오고 있구만. 치졸하기는.”
이안의 전언을 받고 난 이후 정령왕들의 회동이 있었다.
그 회동 때 정령왕들의 대부분이 인간 하나를 만나기 위해 현계하는 것은 할 짓이 못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주장을 했던 것이 바로 시클과 이그니스였었다.
그런데 냉큼 나타나 버리다니.
“원래 세상이라는 건 다 그런 법이야. 아. 그리고 그쪽이 이안이지? 우리 애가 신세 많이 졌다던데.”
“이래저래 일 시켜 먹긴 했지만 대가도 지불했으니 신세 지고 그런 건 아니지.”
“그럼. 신세는 우리 쪽에서 졌지.”
어느새 나타난 것일까.
전에 봤던 여인이 모습을 보였다.
바람의 정령왕 실피론이다.
그녀마저도 사뿐사뿐 걸어오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여기서 얘기하기는 좀 그러니 다른 곳으로 가자고.”
뒤뜰의 정원으로 이동했다.
정령왕들을 기다리게 한 후 이안은 차를 준비하기 위해 기숙사로 들어갔다.
“야! 이, 이안! 저거 다 뭐야?”
“바람의 정령왕 실피론, 대지의 정령왕 누아브, 물의 정령왕 시클.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
마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4대 속성이다.
물, 불, 바람, 흙.
당연히 정령들도 저 네 속성의 정령들이 다른 정령보다 앞서는데 그 네 정령을 지배하는 정령왕들이 기숙사의 정원 뒤뜰에 모였다.
정령사들이 알면 바로 기절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안은 언제나처럼 무덤덤할 뿐이었다.
“아니…… 그런데 왜 저들이? 아, 아니 그 전에.”
계약하지 않은 최상급 정령 하나가 보이는 존재감은 굉장하다.
그런데 저 정령왕들은 정말 아무런 기운도 내뿜지 않고 있지 않은가.
이안이 말해 주기 전까지는 그들도 누아브가 그냥 아카데미의 누군가가 키우는 개라고만 생각할 정도였다.
“기록에 따르면 정령왕들이 한번 강림하면 그 일대는 전부 파괴된다고 하던데.”
마탑에 남아 있던 기록을 떠올리며 하륜이 말했다.
“힘 줄이고 온 것뿐이야. 야. 하륜. 전에 먹었던 차랑 쿠키 좀 줘.”
“어? 응. 야. 근데 이거 알려지면 난리나는 거 아니냐?”
“뭐 어때. 알려져도 상관없어.”
정령왕이 있다 해봤자 폭주할 것도 아니다.
거기에 정령왕 정도 되면 계약자를 스스로 택한다.
그런만큼 알려진다 한들 정령사들이 단체로 와도 문제될 것은 전혀 없었다.
정령왕이 계약하기 싫다고하면 그만인데 어쩔건가.
그는 가볍게 말하고 뒷뜰로 향했다.
기숙사 창문 쪽에서 생도들이 신기해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살면서 정령왕을 볼 일이 얼마나 있겠나.
“어휴. 뭐 이런 걸 다.”
이안이 차와 쿠키를 내오자 이그니스는 웃으며 쿠키에 손을 가져갔다.
그가 그것을 씹어 먹기 시작하자 이안은 차를 끓여 내놓은 후 본론을 꺼냈다.
“이거 뭔지 알면 말해 봐.”
그가 꺼낸 수정구를 본 정령왕들은 신기해하며 이리저리 살폈다.
“난 모르겠군.”
이그니스는 고개를 저었다.
시클 역시도 마찬가지.
남은 것은 실피론과 누아브뿐이었다.
“흠…….”
누아브는 수정구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거 꽤 오래전에 본 건데.”
“어느 정도 전이지?”
“마도국이 있을 무렵? 그때 마도국의 국왕이었던 대마법사 케톤이 나와 계약을 했었지.”
이 수정구는 그가 만든 아티팩트였다.
뛰어난 마법사이며 정령사였던 그는 늘 다른 차원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리고, 마도국의 힘을 모아 다른 차원과 연결될 방법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아티팩트들이 있었지.”
“이것도 그럼 케톤이 만든 건가?”
이안은 전에 얻었던 펜던트를 꺼냈다.
그것을 훑어본 누아브가 고개를 젓자 실피론이 말했다.
“그건 내가 아는 거네. 케톤보다 더 예전에 있었던 대마법사 사일록이 만든 거야.”
마도국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언제나 차원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들은 늘 다른 차원에 손을 뻗길 원했고, 늘 다른 차원에 관심을 가졌었다.
“사일록은 항상 말했었지. 아직 미지의 영역인 차원을 정복하게 된다면 시간마저도 손을 댈 수 있을 것이라고.”
“흠…….”
“그러며 그는 몇 가지 아티팩트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그 펜던트야. 그런데…… 어째 마력이 없군.”
원래 그 펜던트에는 마력의 응집체가 있어야 한다.
실피론이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묻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내가 먹었거든.”
“아…… 그래.”
먹었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누아브는 빠르게 말했다.
“아무튼 이 수정구는 케톤이 만든 거다. 하지만…… 케톤은 수정구를 작동시키지 못했지.”
“왜?”
“그는 저 수정구를 만들고 죽었으니까.”
그는 평생에 걸쳐 다른 차원을 보기 위해 저 수정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수정구가 완성되고 며칠 후 모든 기력을 다해 죽어 버렸다.
“마도국에서는 저 수정구가 어떤 것인지 알았지만 저것을 발동시키지 않았어.”
워낙 난해한 마법인 데다가 발동 조건도 골치 아팠다.
뿐만 아니라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마력도 보통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마도국에서는 저것을 봉인했고 이후 누아브는 그의 장례를 보고 정령계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럼 저걸 누가 발동시킨 것인지 아는 자가 없다는 건가?”
“그건 내가 안다.”
그림자가 꿈틀거린다.
그곳에서 나온 것은 한 마리 검은색 뱀이었다.
“먀아아아아……!!”
다른 정령왕들에게는 신경 쓰지 않으면서 저 뱀에게만 먀네가 경계심을 보였다.
털까지 곤두세운 먀네를 향해 뱀은 혀를 날름거렸다.
“빛의 정령. 너무 경계하지 말라고. 네 주인의 요청을 받아서 온 것뿐이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하던 얘기나 하지?”
“그 전에 나도 묻지. 만약 내가 네 의문을 해결해 준다면 너는 무엇을 줄 생각인가?”
뱀의 눈이 번뜩인다.
그를 향해 누아브는 이를 드러냈다.
“누가 어둠의 정령 아니랄까 봐 음습하기는.”
“모든 일에는 대가가 필요한 법이다.”
“그 말은 나도 동의해. 좋아. 원하는 게 뭐지?”
“나와 계약해라.”
“먀아! 먀먀!”
먀네는 대놓고 싫어했고 이안도 딱히 바라는 바는 아니었다.
그는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싫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끝이…….”
그때였다.
모두가 있는 자리로 작은 날개를 지닌 요정 하나가 모습을 보였다.
“이런 빌어먹을……!!”
어둠의 정령은 요정을 보자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몸을 움츠렸던 뱀이 빠르게 튀어 올라 요정을 물어뜯으려는 순간.
이안의 손이 움직였다.
“컥!!”
간단하게 그를 낚아챈 이안은 요정을 보았다.
“넌 누구지?”
“당신의 질문에 답해 줄 자라고 해 두는 게 낫겠죠?”
<요정 여왕 니아입니다.>
<이 세계에 남은 마지막 요정입니다.>
“요정 여왕 니아라.”
“……굉장하군요. 한번 보면 모든 것을 안다더니. 역시 듣던 것처럼 굉장한 인간이네요.”
그녀는 날개를 가볍게 흔들며 이안의 앞으로 다가갔다.
“제 조건은 간단해요.”
“뭐지?”
“저 뱀. 어둠의 정령을 소멸시켜 주는 것. 당신이라면 가능하죠?”
“망할!! 니아! 개년이!!”
이안의 손에 잡힌 어둠의 정령이 필사적으로 외친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안은 어둠의 정령을 휙 던졌다.
<세계의 검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번개 같은 베기.
일격에 잘려 나간 뱀이 산산이 흩어져 사라지자 니아는 짧게 감탄했다.
“실마리온을 소멸시켰다길래 혹시나 싶었는데. 정말 정령마저 소멸시킬 수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정령만 소멸시키는 건 아니지. 요정도 소멸시킬 수 있어.”
선입금해 줬는데 사기 치면 가만 안 둔다.
이안이 바라보자 니아는 빙긋 웃었다.
“그 수정구를 작동시킨 것은 악마들의 신이라 불리는 루벨린이랍니다. 마도국의 탑이 폭주를 시작했을 때. 그 혼란을 틈타 악마 계약자들이 움직여 몇가지 아티팩트를 탈취했죠. 그리고 그중 하나가 그거고.”
“그걸 어떻게 알지?”
“그걸 작동시키기 위해 루벨린은 우리 요정들을 학살했으니까요.”
저 수정구를 작동시키기 위한 마력을 마련하기 위해 요정의 피가 이용되었다.
무려 일천.
니아를 제외한 모든 요정들의 피가 말이다.
정령왕들도 그건 몰랐는지 신음했고 이안은 수정구를 툭툭 쳤다.
루벨린.
악마들이 신으로 모시는 자.
이안은 니아의 답을 듣고 눈을 감았다.
“루벨린은 어디 있지?”
“그건 저도 모르죠. 그자는 아주 이상한 기술들을 많이 씁니다. 그래서 요정의 눈으로도 발견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천천히 이안의 얼굴 앞으로 날아가 말했다.
“당신처럼.”
“……잠깐만. 그럼 이안이 루벨린이라는 건가?”
이그니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악마들은 정령들 입장에서도 좋아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런 만큼 만약 이안이 그 루벨린과 관계가 있다면 넘어갈 수 없었다.
“나 아니니까 까불지 마라.”
그런 이그니스의 경계심을 마주하며 이안은 싸늘하게 말하고 니아에게 눈을 돌렸다.
“그자가 뭐 하는 자인지. 넌 아나?”
“대충은요.”
“뭔데?”
“그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