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65화(165/300)
◈ 제165화
83. 모든 것을 지켜보는 자 – 1
니아는 아주 오래전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서 꺼냈다.
그때 당시에 요정들은 마도국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마도국과 힘을 합쳐서 많은 것들을 연구해 왔었다.
“그때였지요.”
탑이 폭주하고 그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악마들의 습격이 있었다.
마도국이 혼란스러운 틈을 노려 다수의 악마 계약자들이 공격해 들어온 것이다.
“저희는 막아 보고자 했지만…… 악마들은 강했습니다.”
대악마들뿐만 아니라 상급 악마들까지.
그들은 철저하게 요정들을 유린하고 약탈했다.
그러며 요정들을 잡아갔고.
그곳에서 검은 연기로 몸을 완전히 가린 자를 만났다.
“그게 루벨린이다?”
“예.”
크라울리의 악몽에 있는 존재와 같았다.
그는 검은 연기로 완전히 자신을 숨긴 채 말했었다.
요정 일천을 내놓으라고.
그들의 생명을 이용해서 할 일이 있다고.
“저는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거절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니아가 보는 앞에서 그는 요정들을 짓이겨 모은 마력이 담긴 피로 수정구를 발동시켰었다.
“요정이 숨고자 한다면 아무도 찾지 못할 텐데. 그는 그걸 어떻게 찾은 거지?”
실피론이 신기해하며 묻자 니아는 침울한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제가 보았습니다. 저희가 숨으려 할 때 루벨린의 검은 연기 속에서 눈 하나가 번쩍이는 것을. 그리고 그의 지시에 따라 악마들이 요정을 잡아낸 것을.”
“고작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을 본다고?”
“예. 그리고 자기 스스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은 이 세계뿐만 아니라 다른 차원도 볼 수 있다고. 그러니 숨어 봤자 소용없다고.”
그 이야기에 누아브는 뒷발로 얼굴을 긁으며 물었다.
“그래서 요정들이 갑자기 사라졌구만. 우리는 탑의 폭주에 휘말려서 같이 사라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왜 그걸 말하지 않았지?”
“말해서 뭐 하겠나요. 정령들이 저희의 복수를 위해 현계해서 그들과 싸워 줄 것이었나요?”
이그니스는 니아의 싸늘한 말투에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아니었다.
“정령과 요정이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니까.”
특히나 어둠의 정령은 요정을 꽤나 싫어했다.
그렇기에 이제 단 하나 남은 요정인 니아를 없애기 위해 틈만 나면 공격했었다.
“그래서 저 녀석을 소멸시켜 달라고 했던 건가?”
“예.”
니아는 날개를 흔들며 이안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꽤나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신이 그 수정구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꽤 놀랐죠. 그래서…….”
“잠깐. 그건 정령왕들에게만 알려진 이야기가 아닌가? 당신은 그걸 어떻게 안 거야?”
누아브의 질문에 니아는 빙긋 웃었다.
“노른에게 들었습니다.”
“그 녀석이……!”
“어디서 어떻게 이 정보를 들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죠. 이것으로 무엇을 할지가 중요한 거니까. 그러니까 묻겠어요. 이안.”
“루벨린을 잡을 거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해 줄게. 그 외의 질문은?”
그걸 바랐다.
니아의 표정이 밝아지자 실피론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자를 과연 이안이 잡을 수 있을까?”
특히나 루벨린은 악마들에게 신으로 불리는 자이기도 했다.
괜히 그에게 부담이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딱히 부담이 되는 건 아닌데. 아무튼 그자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고?”
“예.”
‘키르케.’
<현재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악마들을 잡다 보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루벨린은 악마들의 신이니까.”
“신이 맞긴 한 건가? 애초에 악마가 그런 힘을 쓰는 것도 이상하고.”
이그니스의 말에 실피론과 시클이 동의했다.
오직 누아브만이 니아의 의견에 손을 들었다.
“신 정도 되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힘을 쓰는 것이겠지. 세상에. 숨으려는 요정을 찾아내다니. 그건 우리도 못하는 거라고.”
“어쨌든 특별하게 바뀐 것은 없다는 거네. 그런데 그자가 왜 이걸 발동시켰지?”
그리고 왜 무 대륙인가.
이안의 질문에 니아는 자신이 아는 선에서 답해 주었다.
“그 질문은 루벨린을 따라온 악마들 중에서도 하는 자가 있었어요.”
“잡혀 있으면서 많이도 들었군.”
“들어야 했으니까.”
니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작은 주먹에서 주륵 피가 떨어진다.
그때의 분노와 굴욕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떨릴 정도였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더 들어야 했고, 작은 것 하나라도 더 알아야 했으니까. 그래야 복수를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녀의 살벌한 분위기에 정령왕들은 모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모두가 조용해지자 니아는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
“이것으로는 이 세계와 한때 연결되었던 곳에만 연결된다더군요. 그리고 자신이 원하던 것이 아니라고 하고 발동시킨 채 가버렸죠. 이후 한 악마가 그걸 챙기고 사라졌고.”
‘무 대륙과 여기가 연결되었었나? 탑에 무 대륙은 없었잖아.’
<탑이 생기기 이전의 일입니다.>
<무인의 숲의 기록을 확인해 보면 그곳은 무 대륙의 무림과 유사한 체계를 지녔습니다.>
<또한 무인의 숲에만 전해지는 오러 연공법, 전투법 등 중에 무 대륙의 것이라 추정되는 것들이 상당 부분 존재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며 꽤나 변질되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무인의 숲에 있는 무인들의 원류가 무 대륙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가끔씩 생겨나는 시공의 틈에 휘말린 무 대륙의 무인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마도국에서 만든 차원 문처럼 특정한 위치에서 지속적으로 열려 있는 것이 아닌.
우연과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틈을 통해 넘어왔고. 이곳에서 살아가며 전수한 무공이 무인의 숲으로 전해져 발전되거나, 혹은 변질 된 것일 거다.
“그런가. 좋아. 아무튼 니아. 당신이 원하는 것은 루벨린의 소멸이지.”
“예.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어쨌든 다른 차원과 관련될 수 있는 힘과 지식을 가진 놈이라면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내버려 두면 기껏 탑 닫아 놨는데 쓸데없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거기에 그게 이 세계를 멸망으로 이끌려는 악마들의 수장이라면 더 잡아내야 할 거다.
“악마의 신과 싸워야 한다라……. 이안. 혼자서는 힘들지 않겠나?”
실피론이 웃으며 말하자 시클 역시 동의했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악마 놈들과 싸우는 데 힘이 필요하다면 나도 보태지. 계약만 하자고. 계약만.”
정령왕들 전원이 계약을 바란다.
그들을 향해 이안은 고개를 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령들과 따로 계약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계약이라는 것은 결국 무언가를 주고 무언가를 받기 위해 하는 것이다.
즉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줘야 한다.
문제는 이안이 그들에게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장기 근로계약은 좀 공정하지 않군. 가끔씩 외주식으로는 생각해 보지.”
그의 냉정한 대응에 정령왕들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혹시 네 주변에 정령사가 없나? 듣자 하니 넌 아카데미의 생도들과 잘 어울린다던데.”
이그니스가 묻자 이안은 웃었다.
“B반에는 정령사 없다. 자. 차들 잘 마시고…… 니아. 너는 어떻게 할 거냐.”
“당신이 루벨린을 없애기를 기원하며 요정의 성에서 기다리고 있겠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하늘로 솟구쳐 날아가 버렸다.
“음…….”
정령왕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는 적막만이 남았다.
이안은 그들을 훑어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서로 볼일 다 본 듯하니 이제 그만 해산하도록 하자고.”
방침이 특별히 바뀐 것은 없었다.
하던 대로 악마들을 잡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럼 바뀔 것도 없다 생각한 이안이 말하자 누아브는 고개를 저었다.
“난 그냥 여기 남을 생각이야.”
“응?”
“계약도 안 하고 현계한 몸으로 여기 남겠다고? 누아브. 제정신인가? 그 상태로 죽으면 자네는 소멸이라고.”
“안 될 것은 없잖아. 오래간만의 휴가라고 생각하지.”
누아브가 꼬리를 흔들며 말하자 세 정령왕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개의 모습으로 현계하는 것도 어이없는데.
생각과 행동까지 개 같다니.
“고양이처럼 살아가는 저 녀석도 있는데 나라고 못할 건 없지. 안 그런가?”
“먀아~ 먀먀~ 먀아~.”
이안의 무릎 위에 있던 먀네가 동의한다는 듯 울었다.
그걸 본 누아브는 이안의 옆으로 다가갔다.
“키워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어.”
이안은 그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고만 치지 마.”
“이, 이안!! 저, 정령왕들께서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 데.”
정원 바깥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아카데미의 정령술 교관인 로드벨로다.
생도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그는 정원에 앉아 있는 이들을 보고 털썩 주저앉았다.
“마, 마, 마, 마.”
“그럼 우리는 이만 가도록 하지.”
이그니스의 몸이 불꽃으로 변해 사라지고 시클 역시 물방울로 변해서 뚝 떨어졌다.
남은 것은 누아브와 실피론뿐.
실피론은 로드벨로를 보다가 웃었다.
아쉽게도 그는 물과 너무 깊게 연관되어 있어 계약하고 싶지 않았다.
“어디 보자…… 나도 그냥 가기는 아쉬우니 이곳에서 계약할 만한 자를……. 응?”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빙긋 웃었다.
로드벨로를 따라온 여인.
아카데미의 유적학 교관이며 정령사이기도 한 발렌타인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바람의 정령과 계약을 하기도 했고…… 좋네. 저자와 계약을 하고 나도 이곳에서 상황을 지켜봐야겠어.”
“다시 말하지만 사고 치지 마라.”
“후후. 날 얕보지 말라고.”
그녀의 몸이 떠오른다.
가볍게 날아간 실피론이 발렌타인의 앞으로 가자 누아브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사고 칠 것 같은데?”
“설마 그렇게 말했는데 치겠나.”
누아브와 실피론이 아카데미에 남기로 하고 며칠이 지났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굳이 특별한 일이라면 발렌타인이 정령왕의 선택을 받았다는 정도 뿐.
하지만 당장 정령왕과 계약하기에 그녀는 너무 약했다.
그렇기에 실피론이 직접 그녀를 지도했고 그 때문인지 아카데미에서는 발렌타인과의 장기 계약을 위해 계속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안은 큰 관심이 없었다.
“먀먀~ 먀아~”
“멍멍~ 멍~”
“저리 가 있어.”
이안은 자신의 주변에서 놀고 있는 먀네와 누아브에게 말했다.
아카데미의 B반 생도들은 누아브가 정령왕임을 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기 때문인지 누아브와 먀네가 붙어 있는 것을 꽤나 훈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허허허. 고양이와 개가 저렇기 친하다니.”
누아브의 커다란 몸 위에 먀네가 달라붙은 것을 보며 마법사 하나는 즐겁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아까 식당에서 받아 온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꺼냈다.
“옛다.”
“멍멍!”
“먀~!”
돌바닥에 놓여진 고기를 누아브가 물었다.
그리고 누아브의 위에 있던 먀네도 폴짝 뛰어내려 같이 고기를 먹는다.
그걸 보며 마법사들과 연금술사들이 훈훈하게 웃는 사이 그래진은 식은땀을 흘렸다.
“야. 저래도 괜찮냐?”
“내버려 둬.”
자기들이 하고 싶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그래진은 걱정된다는 듯 누아브 쪽을 보았다.
연금술사 몇몇이 아예 누아브 쪽으로 다가가 황금색 털을 쓰다듬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저게 대지의 정령왕이라는 것을 알면 다들 기절하겠지.”
그래진은 천천히 고개를 저은 후 벽 쪽에 새긴 마법진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마력의 응집이 꽤나 쉬워질 거다.
“야. 이쪽은 다 된 것 같은데. 이제 융합실 쪽 작업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진은 이안이 그린 설계도를 보며 물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인챈트 실습실은 총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분해와 융합.
인챈트를 거는 것과 인챈트를 풀기 위한 작업을 따로 진행하기 위해 둘로 나눠 둔 것이다.
일반적인 연구실과는 다른 방식을 둘러보며 그래진은 의아해했다.
“야. 네가 설계해서 그냥 만들긴 했는데. 넌 여기서 뭐 만들려는 거냐?”
그 질문에 이안은 씩 웃었다.
“방어시설과 더불어서…….”
그는 자신의 허리에 있는 검을 툭툭 쳤다.
“싸워야 할 놈이 좀 하는 놈인지라 나도 무기 좀 제대로 만들어두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