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66화(166/300)
◈ 제166화
83. 모든 것을 지켜보는 자 – 2
“도대체 뭘 어떻게 만들려는 건지.”
그래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많은 고등교육을 받은 마법사지만 가끔씩 이안의 생각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자신이 할 일에 대해 조금도 예측하지 못하는 그에게 이안은 씩 웃었다.
그리고 며칠간 고생해서 만든 장치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우우우웅…….
그의 심장에 있던 여섯 개의 고리가 움직인다.
그와 동시에 융합실의 시설 내에 있는 수십 개의 마법진이 발동하자 이안은 준비한 재료들을 각각의 단상에 올렸다.
여러 종류의 금속과 약재, 시약, 몬스터 재료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수정의 빛이 쏘여진다.
마력의 부여를 통해 인챈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각각의 재료들에서 마력과 특성이 뽑혀 나와 중앙 단상에 있는 철판으로 흡수된다.
그것을 지켜보던 그래진은 흥미로워하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도 인챈트가 되다니. 굉장한데?”
그사이 다른 마법사나 연금술사들도 다가왔다.
지금까지 쓰이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의 인챈트다보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숨죽이며 바라보는 동안 수정의 빛이 사라졌다.
“흠…….”
이안은 인챈트가 된 철판을 들었다.
새로운 용광로에서 그가 직접 만들고, 인챈트까지 한 철판을 보던 몇몇 마법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별히 바뀐 것 같지는 않은데.”
“뭐가 달라진 건가?”
그는 대답하는 대신 철판을 넘겼다.
궁금해하던 마법사 하나가 그것을 받아 보고 기겁했다.
“헉!!”
“왜 그러는데?”
“이, 이거…….”
그는 철판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구부렸다.
놀랍게도 철판은 엄청난 유연성을 보이며 크게 휘어 버렸다.
“세, 세상에!!”
“이게 철이라고?!”
“망치 가져와 봐!! 망치!! 강도는 어때?!”
“마력 흡수율 알아봐봐!!”
이안이 인챈트를 걸어 특성을 변화시킨 철판에 마법사들과 연금술사들은 난리가 났다.
그들이 철판을 두들기고, 마법을 써 보고, 용액을 부어 보는 동안 그래진은 감탄했다.
그가 인챈트한 철판은 뛰어난 유연성과 강도를 지녔다.
심지어 철을 부식시키는 용액을 부어도 변화가 없다.
거기에 마력 흡수율도 어지간한 금속 수준을 넘어선다.
이 정도면 이 세계의 재료 공학에 특이점을 불러올 만한 기술이었다.
모두가 놀라는 사이 그래진은 신기해하며 물었다.
“와.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여기저기서.”
그가 대꾸하자 그래진은 주위를 살피다가 작은 어조로 말했다.
“혹시 이것도 다른 차원……?”
“비슷해. 방식 자체는 그쪽이지만 이곳의 방법으로 어레인지한 거야.”
“대단하네. 그런데 저건 왜 만든 거야?”
“방어 시설이랑 무기 만들어야 한다니까. 여유 있을 때 계속 준비해 놔야지.”
“여유 있을 때라. 역시 영웅제에는 관심 없나 봐?”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아카데미의 축제인 영웅제가 시작된다.
어쨌든 그도 아카데미의 생도 자리에 있으니 영웅제 참가 자격은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도 여유 있을 때라니.
“굳이 영웅제에 참가해야 하나?”
“하긴 그렇지.”
그래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을 때.
모여 있던 마법사들 중에 하나가 이안을 불렀다.
“이안! 이안! 이보게! 이안!!”
그를 부른 마탑의 마법사는 철판을 소중히 끌어안은 채 다가왔다.
이안이 만든 철판이 꽤나 탐이 났던 모양이다.
“이, 이거 마탑에 넘겨주면 안 되겠나? 우리 학파 수장이신 트린미어 님께서 보시면 분명…….”
트린미어 학파는 프레디시안 백작가와 손을 잡고 레일로드를 만드는 데 지원하는 학파다.
그런 만큼 이런 특별한 재료에는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이 정도 재질에 이렇게 유연하게 휠 수 있다는 것.
이걸 잘만 연구하면 레일로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탑은 무슨!! 이건 연금술사 길드에 넘겨야지!! 시약 같은 거라든가 재료는 얼마든지 줄 테니…….”
연금술사 길드 역시 새로운 금속을 탐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두 무리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자 이안은 손을 내밀었다.
“제조법은 나중에 가르쳐 드릴 테니까 이상한 소리 말고 주시죠.”
“헉!!”
그냥 샘플만도 감지덕지해야 하는데 제조법을 가르쳐 준다니.
그들이 경악하자 이안은 먀네를 불렀다.
달려 온 먀네가 어깨에 올라가자 이안은 재료들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 좀 여러 개 만들어야 해서. 혼자 하는 것보다는 다수가 작업하는 게 효율적이겠죠.”
“그, 그래? 그렇다면 제조법은…….”
“인챈트 실습실 완공되고 제 작업 하면서 알려 드리죠. 그때 작업 지원 좀 하시죠.”
이안은 철판도 돌려 받아 가방에 넣었다.
그의 말에 마탑의 마법사들과 연금술사 길드의 연금술사들은 감동했다.
“지식은 힘인데 그렇게 막 넘겨도 되냐?”
“힘도 좀 여럿이 있어야 써먹기 편하니까. 그리고 이런 기술력이 발전하면 나야 좋지.”
이래저래 만들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테니 말이다.
작업을 끝낸 이안이 나가려는 사이 멀리서 블랜치가 달려왔다.
“야! 이안!”
“왜. 스칼렛 왕국에서 사람이 왔냐?”
“……아니 뭔 말하기 전에 다 알면 어떻게 하냐?”
밝은 표정이던 블랜치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의 말대로였기 때문이었다.
“내일 대관식이 있을 거라더라. 그때 아카데미 생도들도 축하를 위해 와 달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그 참가 인원에 이안도 뽑혔다.
“갈 거냐?”
“가야지. 지원금 엄청 받기로 했는데.”
그의 말대로였다.
카엔의 반란을 제압한 이후 키스와 엘단은 빠르게 스칼렛 왕국의 권력을 장악했다.
그러며 펠레 백작령을 몰수했고 그 과정에서 생긴 자금을 모두 아카데미로 넘기기로 했다.
다만 그 처리 과정에 시간이 걸리니 대략적으로 산출한 금액을 바라디스 백작가와 아이스빈 백작가, 스칼렛 왕국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덕분에 아카데미는 때아닌 호황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뭘 얼마나 벌려고 사업을 그렇게 많이 해?”
“다음 학기에는 시약 제조실도 만들려고.”
“이왕 만드는 거 외적 토벌용 방어 시설도 만들지 그래? 잊힌 도시에 있던 것처럼 말이야.”
그는 마도국의 유산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마도국에서 쓰이던 가디언이나, 혹은 방어 시설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블랜치가 농담조로 말하자 이안은 빙긋 웃었다.
“진짜 만들려고?”
“그래도 내가 만드는 건데 고작해야 잊힌 도시 수준이면 좀 그렇지.”
“고작이라니. 그것보다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어?!”
“그 정도야 일도 아니다.”
가볍게 말한 이안은 먀네와 누아브를 데리고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로 복귀하자 누아브는 느긋하게 하품을 하며 소파 옆에 앉았다.
그런 누아브를 생도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정령왕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처음 봤을 때처럼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누아브!”
“내가 좋은 거 가져왔어!!”
박바레와 윌발은 정령왕이든 아니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이 사 온 쿠키를 본 누아브는 기뻐하며 고개를 들었다.
“멍멍!!”
“우와. 귀여워라. 이게 정령왕이라니.”
“먀네도 좋지만 난 누아브도 좋다. 으~ 이 털 봐~ 옛날에 우리 집에서도 개 키웠는데.”
윌발은 누아브의 털을 쓰다듬으며 기뻐했다.
집에서 오랫동안 키웠던 사냥개가 떠올랐던 모양이다.
그가 누아브의 털을 쓰다듬는 사이 윌디는 한숨을 쉬었다.
“저러다가 누아브 님이 열받아서 날뛰면 어떻게 하죠?”
“에이~ 설마.”
위디아는 씩 웃으며 이안에게 차를 넘겼다.
그사이 수업이 끝난 다른 생도들도 돌아왔고 마지막으로 아란세가 들어왔다.
“이안. 블랜치에게 얘기는 들었겠지?”
“예. 내일 가도록 하죠.”
“그래? 음. 그리고…….”
그는 로비에 있는 생도들을 둘러보았다.
“하륜, 윌디, 그리고 그래진. 너희 셋이 같이 갔으면 한다.”
“저는 못 갑니다. 내일 유적학회 쪽 일 있어요.”
거기에 자기 나라도 아니고 다른 나라 국왕의 대관식은 왜 가나.
라키드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 그래진은 딱 잘라 거절했다.
그를 향해 쓰게 웃은 아란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른 한 명은…….”
가고 싶어 하는 생도 중에 블랜치가 있었다.
그가 번쩍 손을 들자 아란세는 고개를 저었다.
“넌 내일 훈련해야지. 프리디온 교관님이 시간 내서 봐준다고 하니까 잘 배워 둬.”
“으…… 하루라도 쉬고 싶었는데…….”
“하륜, 윌디. 너희는 갈 거냐?”
“뭐 저희야 상단 때문에라도 가야 하죠.”
이럴 때 스칼렛 왕국과 안면을 트고 판로를 열어 놔야 장사하기가 편하다.
그들이 대꾸하자 아란세는 나머지를 둘러보았다.
“가고 싶은 사람 또 없나?”
“제가 갈게요.”
위디아가 손을 들자 아란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카데미에서는 이렇게만 가면 되겠군.”
“로위나는 안 간답니까?”
“지금 생도회 난리다.”
막대한 지원금 처리, 신규 사업과 관련된 일 때문에 생도회는 비상사태였다.
그녀가 며칠째 기숙사로 가지도 못하고 생도회장실에서 일만 한다는 얘기를 듣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생도회장 안 하시길 잘하셨군요.>
‘괜한 감투 때문에 고생할 필요는 없지. 받을 것만 받아 내자고.’
“그럼 내일 아침 출발하는 것으로 하자.”
* * *
다음 날 참여한 라키드의 대관식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었다.
혹시 모를 암살자를 대비해 엘단과 키스가 호위 병력까지 늘렸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
라키드가 무사하게 왕관을 쓰고 스칼렛 왕국의 국왕이 되자 귀족들은 안도했다.
“혼란스러운 일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문제는 없겠지.”
“태양교단의 위세가 강해지기는 하겠지만…….”
대관식을 보고 나오던 귀족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아란세는 작게 말했다.
“아카데미 입장에서는 나쁠 일이 없지만 스칼렛 왕국 입장에서는 골치 아프겠군.”
아까 있었던 태양교단의 사제들을 떠올리며 그가 말하자 하륜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라키드인데 별일 있겠습니까? 거기에 엘단 백작님이나 키스 단장도 있고…….”
“거기에 검화단도 스칼렛 왕가의 은인으로 인정받았잖아요? 그런 만큼 일 생기면 돕지 않을까요?”
“그건 모르는 거다. 정치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니까.”
아란세는 짧게 말한 후 이안을 보았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알아서 잘하겠죠.”
그가 가볍게 말했을 때 키스가 이안에게 다가왔다.
“이안. 잠깐 할 얘기가 있다.”
“뭡니까?”
돌아가려는 그를 잡은 키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 작은 어조로 말했다.
“넌 악마와 싸운다고 했지? 펠레 백작령 쪽에서 조금 이상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펠레 백작령의 상세한 조사와 점검을 위해 선홍 기사단이 파견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호자들과 합류해 그들과 함께 조사를 했다.
“그 조사 결과가 이거다.”
그녀는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이안은 차분하게 읽어 본 후 고개를 갸웃거렸다.
“펠레 백작령에서 사람이 없어지는 일은 카엔이 가기 전부터 있었다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