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68화(168/300)
◈ 제168화
84. 동충하초 – 2
몇몇 세계관에서 동충하초라거나.
혹은 베지터블 웜즈라거나.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자라는 버섯이 있다.
곤충에게 기생해서 자라나는 버섯으로 어떤 곳에서는 불길함의 상징이고, 또 어느 곳에서는 영약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리고.
몇몇 세계에서는 곤충이 아닌 동물에게도 기생해 숙주를 지배하곤 했다.
<하지만 이 세계의 동충하초는 사람에게 기생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세계 외의 것들과 여기서 싸운 적도 있지.’
즉.
다른 세계의 동충하초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혹은 연구를 통해 개량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안이 말없이 바라보자 트린미어는 히죽 웃었다.
“우리 학파는 재료 공학 쪽에 관심이 많아. 그래서 레일로드를 만드는 연구 쪽에도 참가하고 있고 말이야.”
“그래?”
“그리고 재료 공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연금술은 필수지. 당연히 이런 재료들에 대해서는 잘 알 수밖에 없어. 하지만 난 이런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트린미어는 빛나는 버섯을 내밀었다.
어찌 보면 아름답지만, 또 어찌 보면 불길하다.
그것을 꺼림칙하다는 표정으로 보던 이세는 떨떠름하게 물었다.
“이게 사람의 몸에서 자란 것이라고? 이건 어디서 났지?”
“토름베 마을을 조사하던 도중 수호자가 드워프의 시체에서 자라던 것을 채취해왔지. 그리고 네 말대로 이 버섯에는 말이지.”
“예. 악의가 담겨 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들의 뒤쪽에서 한 소녀가 걸어왔다.
수녀복을 입고 있는 그녀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대륙에서 이름난 분들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태양 교단의 수녀 세미라미스라고 합니다.”
“어?”
<헤스티안 수녀가 소개시켜 준다고 했던 그 수녀로군요.>
은회색 긴 머리칼의 소녀는 이안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세미라미스 수녀님은 주교 수업 중 아니셨습니까?”
이안의 질문에 그녀는 더 놀란 듯 보였다.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가 바라보자 이안은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아아. 성도님께서 그 이안 성도님이셨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제 질문에 답하지 않으셨습니다만.”
“아. 그렇죠. 이번 일이 주교 수업 중 하나입니다.”
주교가 된다고 하더라도 매번 교단에만 있을 수는 없다.
세상을 돌며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성직자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특히나 펠레 영지는 태양교단뿐만 아니라 달의 교단의 신전도 없는 곳.
그런 곳에 가서 봉사를 하는 것 또한 주교 수업 중 하나였다.
“그 와중에 거스트 성도님과 트린미어 성도님을 만나서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거스트는 앞으로 나섰다.
“인사 끝났으면 하던 얘기 계속하자고. 조사해보니 이 버섯은 막대한 환각 효과와 중독성을 지녔어. 복용 시 몸에 악의가 쌓이지.”
“다만 그대로 복용하기에는 독성이 너무 강해. 어디 보자…… 어이. 이세. 네가 여기 온 것은 마약 때문이겠지? 갖고 있나?”
이세가 마약을 꺼내 내밀자 트린미어는 종이를 펼쳐 보았다.
안에 있는 하얀 가루를 보여 주며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 버섯을 그냥 먹으면 일반적인 사람은 하루 만에 죽을 거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제한다면 마약으로서 꽤나 훌륭한 역할을 하지.”
단 하나.
몸에 악마의 기운이 축적된다는 것만 빼고.
“이런 식으로 마약을 정제하는 건 나도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이게 우리가 처음 발견했던 마약인데. 이세가 가져 온 것과는 조금 달라.”
이세의 것이 좀 더 강하고 악의가 더 담겼다.
즉 이 마약은 개량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쪽에서도 나름대로 연구자들이 있는 것 같아. 그냥 내버려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도 힘들군.”
트린미어가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들을 공유하자 이안은 입을 열었다.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그쪽의 조사를 함께하자는 거겠지?”
“어차피 당신도 이번 일 조사하러 온 것 아닌가? 목적이 같고, 또 소속까지 같으면 따로 움직일 이유가 없잖아?”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그렇기에 이안은 인정했고 이세는 한숨을 쉬었다.
“저 망할 괴팍한 드워프와 함께 다녀야 하다니.”
“넌 꺼져. 그럼.”
가시 돋친 어조로 말한 트린미어는 거스트를 툭 쳤다.
“그럼 가자고.”
“이쪽의 조사는 다 된 건가?”
“여긴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왜. 뭔가 걸리는 것이 있나?”
“흠…….”
이안은 직할영의 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가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을 알아내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거스트는 기대했다.
그 기대를 이안은 깔끔하게 배신했다.
“여긴 별거 없네. 가자.”
이안이 휙 몸을 돌리자 그녀는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토름베 마을로 가기 위한 파티가 결성되었다.
이안, 거스트, 트린미어, 이세, 그리고 세미라미스.
전사 셋에 마법사 하나, 성직자 하나.
꽤나 안정적인 파티는 이안 덕분에 더 안정적이게 되었다.
“저기 몬스터가 대기 중이네.”
“으랴!”
“저기 함정.”
“파이어 레이즈!!”
“저쪽에 고스트다.”
“태양이시여!! 이곳에서 그대의 빛을 보여 주소서!!”
파티의 전투력만이 아니다.
이안의 탐지 덕분에 단 한 번도 막히지 않고 그들은 목적지 근처까지 갈 수 있었다.
“매번 생각하는데 넌 어떻게 그렇게 잘 감지하는거냐?”
달려드는 트롤의 몸을 갈라 버리며 거스트가 묻자 이안은 대답하는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그나저나 뭔 몬스터가 이리 많아? 영지 한번 거지 같네.”
이세가 검을 검집에 넣으며 투덜거리자 트린미어는 피식 웃었다.
“펠레 백작령은 영맥이 많은 곳이라 몬스터들이 많이 몰리기로 유명하지. 원래는 이곳에 마탑의 지부도 있었어.”
하지만 몇 대 전의 펠레 백작가의 가주가 마탑과 싸운 이후 그들에게 퇴거를 명령했다.
결국 마탑은 영맥을 놓고 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곳을 펠레 백작령에서 이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마약 제조에 그 영맥을 이용하는 것 같다.”
트린미어가 마법사로서 추론을 내놓자 이세는 씩 웃었다.
그 웃음을 본 트린미어는 이를 갈았다.
“왜 웃냐?”
“근거 따위는 없잖아? 마법사들은 다들 영맥만 갖고 떠들어 대니…….”
“이놈이?! 영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른단 말이냐?!”
정말 사이가 나쁜가 보다.
하나하나 서로에게 꼬투리를 잡아 가며 말싸움을 한다.
그런 그들에게 거스트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이안에게 말했다.
“문제는 몬스터의 종류가 늘었다는 거야. 내가 알기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근처에 몬스터는 많았지만 언데드 계열이나 야수 계열의 몬스터는 없었어.”
“그럼 뭔가가 유혹하거나, 혹은 이쪽으로 몰고 있다고 봐야 하나? 마지막으로 보고를 받았을 때가 언제지?”
“음…… 펠레 백작령에서 실종 사건이 터지고 며칠 후쯤?”
<전 펠레 백작가의 가주인 위토산 펠레가 이번 일과 관계되었다 추정됩니다.>
‘그렇겠지.’
위토산 펠레가 실종되기 전까지 마약 제조 과정에서 뭔가를 통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악몽의 꽃에 당해 사라지게 되고, 그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직 탐색 범위 아니지?’
<이 속도로 28분 31초만 더 진행하면 탐색 범위 안에 진입합니다.>
그럼 여기서 쓸데없이 떠들 필요는 없었다.
“거기. 싸울 거면 다른 곳 가서 싸워.”
거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떠드는 트린미어와 이세를 향해 이안은 싸늘하게 말한 후 걸었다.
그런 그에게 세미라미스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이안 성도님.”
“예.”
“저…… 계속 진행할수록 느끼는 건데…….”
“불길하다는 겁니까?”
“예.”
토름베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다.
당장 저 언덕 쪽에서 지독하게 불쾌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저곳에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미라미스가 말하자 거스트는 검을 쥐었다.
이세와 트린미어도 싸우는 것을 멈추고 각자의 무기를 들었을 때 이안은 먀네에게 말했다.
“먀네. 수녀님 지켜.”
“먀아아아!!”
그의 어깨에 앉아 있던 먀네가 뛰어올라 세미라미스에게 안긴 채 털을 곤두세웠다
<악마 포리켈로의 계약자가 접근 중입니다.>
키르케의 보고가 끝나고 잠시 후.
언덕 위에서 무언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걸 빤히 바라보던 거스트는 흠칫 놀랐다.
“……뭐, 뭐야. 저거.”
수호자인 그녀도 악마들과 싸우며 볼 꼴 못 볼 꼴 다 봤었다.
그런데 저런 것은 그녀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트린미어는 기겁하며 숨을 들이 삼켰고 이세는 검을 꽉 쥐었다.
세미라미스도 긴장하며 디바인 마크를 들 정도였다.
그 정도로 언덕 위에서 걸어온 존재는 기묘했다.
그도 그럴 것이.
-끼긱. 끼기긱…… 끽…… 끼기긱…….
사람의 몸을 지녔지만 머리 대신 푸른 버섯이 달려 있었으니까.
버섯에 완전히 침식당한 것처럼 보인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그의 몸에 붙어 있는 버섯이 푸른 포자를 내뿜는다.
“저건…… 괴, 굉장하군. 저런 건 대륙은 커녕 잊힌 도시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트린미어가 감탄하자 모두가 그를 쏘아보았다.
그 시선에 트린미어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미지를 연구해야 하는 마법사로서 흥미가 돋는 것은 사실이었다.
“저건 도대체 뭐지? 어떻게 저렇게…….”
모두가 놀라고 있었지만 이안만이 시큰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런 것을 보는 일이 그는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저런 거 몇 번 봤었는데. 파만 대륙이었던가?’
<버섯 왕국의 절망의 날에도 저런 비슷한 버섯들이 있었지요.>
<동방 대륙의 마환교에서 저런 식으로 버섯을 이용해 사람을 지배하기도 했었습니다.>
<또…….>
“이, 일단 공격해야겠지?”
이세가 검을 뽑으며 나서자 트린미어는 그를 잡았다.
“쟤가 내뿜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냐?”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그의 주변으로 빛나는 파란 가루가 뿜어진다.
저것에 대해 모르는 이상 섣부르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흥. 그럼 태워 버리면 그만이지.”
이세는 다른 이들을 보았다.
거스트도, 세미라미스도, 이안도 긍정하자 그는 검집에 담겨 있던 검을 겨눴다.
“지옥의 불이여!!”
-화르르륵!!
로키에게 얻은 불길이 솟구치며 빠르게 적에게 꽂혔다.
그리고.
“카아아아아!!”
불길에 휩싸인 채 그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이세가 깜짝 놀랐을 때 트린미어가 나섰다.
“그리스!!”
달려오던 그가 미끄러진다.
자세가 흔들린 그가 바닥을 구른 순간 거스트는 검을 잡고 크게 휘둘렀다.
-쿠우우웅!!!
허공에서 거대한 오러가 내리찍힌다.
그 일격이 버섯 인간의 몸을 완전히 눌러 버렸지만.
“……맙소사.”
그는 다시 몸을 일으키고 움직일 뿐이었다.
팔다리가 부서진 상태로도 달려오려는 그 모습에 세미라미스가 긴장하며 숨을 들이마셨을 때.
-피이잉!!
한 대의 화살이 불타고 있는 버섯 인간에 꽂혔다.
오러가 담긴 화살에 맞은 그가 축 늘어진다.
계약자가 사망했는데도 악마는 현계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현계할 정도의 힘이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건 좀 신기하네.’
<진리 접속 확인 결과 버섯이 악의 역시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계약자가 사망해도 현계을 못하는 거군.’
<그 외 정령 역시 버섯에 힘을 빼앗기는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숙주와 관련된 모든 힘을 빼앗는다고 봐야하나.’
<비슷한 사례로 켈로돈 대륙의 기생버섯이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동방대륙 마환교의 동인하초가 있습니다.>
그 외 몇몇 사례를 키르케가 보고하는 사이 버섯 인간은 빠르게 시들어 버렸다.
그걸 지켜보던 모두는 그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복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댁들은 왜 여기 있나?”
그를 본 이세는 인상을 찡그렸다.
“위드론…….”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이안이 탑에서 만났던 위드론 용병단의 단장.
위드론 뒤팽이었다.
“그건 우리가 물을 말이다. 넌 왜 여기 있지?”
그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용병이 왜 왔겠냐? 일하러 왔지.”
그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떨떠름하게 말을 이었다.
“일이 좀 이상하게 꼬여 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