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7화(17/300)
◈ 제17화
9. 증명했다 – 1
둘이 아티팩트를 챙겨 주자 그래진과 오에리나는 당황했다.
“어…… 음. 난 준비 못 했는데.”
“나도. 하하. 그만큼 난 널 믿는다는 거니까. 이안. 잘할 수 있겠지?”
짙은 녹색 단발의 소녀 오에리나는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빙긋 웃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C반 교관인 블랙우드와 B반 교관인 아란세가 단상에 섰다.
“상대 진영의 깃발을 먼저 얻어 내는 곳이 승리한다.”
“또한 항복한 상대를 공격하는 일은 중징계다. 주의하도록.”
원한 관계가 있는 이들은 이런 훈련 때 실수를 가장해 큰 부상을 입히기도 한다.
경고를 해도 자주 사고가 일어나다 보니 신전에서도 아예 나와 있었다.
“이안 성도님. 응원하겠습니다.”
대기하던 윌리스가 손을 흔들며 응원했다.
이안은 그에게 살짝 묵례했다.
“감사합니다.”
“준비하도록!!”
협력 전투가 시행되는 훈련장은 아카데미에서 준비한 인공 산이었다.
그곳에 있는 진지에 B반 전원이 모이자 이안은 깃발을 잡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깃발 빼앗길 일은 없을 거다.”
“그래. 뭐 네 실력이면 그러겠지.”
발라가 전투 도끼를 들며 말하자 이안은 C반이 있을 언덕 너머를 가리켰다.
“이게 포상이 될지는 모르겠네. 승리하면 일주일 정도는 더 훈련을 봐주도록 하지.”
이안의 지도를 받았던 생도들은 눈을 빛냈다.
“번거롭지 않겠냐? 요 며칠 꽤 시달렸잖아.”
하륜이 묻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당근이 있어야 토끼가 뛰어다니지.”
그의 말대로다.
이안에게 조언을 받거나, 지도를 받은 이들 대부분의 실력이 늘어났으니까.
이미 그가 주는 당근의 맛을 본 토끼들은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역시 상대의 욕망을 컨트롤하는 데 능숙해. 이런 일을 많이 해 본 것일까?’
아무리 봐도 일개 남작가의 삼남.
거기에 하급에서 빌빌거리던 재능 없는 생도 수준이 아니다.
‘정말 뭐냐? 너는.’
그의 생각이 깊어지고 있을 때.
-콰아아앙!!
하늘로 파이어볼이 치솟았다.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받은 박바레는 메이스를 들었다.
“가자! 이것들아!”
“네가 뭔데 신호하냐?”
“꺼져. 박바레.”
“이, 이 새끼들이?!”
여전히 자기 중심적인 B반 생도들을 향해 한차례 웃은 이안은 깃대를 겨눴다.
“쓸어버려.”
“오오오오!!”
B반 생도들이 포효한다.
그들이 달려가기 시작하자 하륜은 이안을 보았다.
“왜?”
“누가 보면 B반에 한 일 년 있었던 줄 알겠다.”
“애들이 좀 단순하네.”
이안의 답을 들은 그는 피식 웃고 챙겨 온 보조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 순간 결계가 펼쳐진다.
“약한 결계지만 도움이 될 거다. 그럼 이따가 보자.”
그와 블랜치, 발라, 그래진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인다.
그들이 멀어지자 이안은 가부좌를 틀었다.
“이 정도야 일도 아니지.”
<일월신교 때와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지요.>
키르케의 말대로다.
일월신교를 다스릴 때 마공에 미친 십만 마인들을 통제 하던 것에 비하면 정말 쉬운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 봤자 결국 호승심 강할 뿐인 애들 아닌가.
‘키르케. 전황 파악한 후 문제 생기면 보고해.’
<알겠습니다.>
이 정도 포상에 지도도 해 줬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잘할 거다.
못하면 직접 움직이면 그만이고.
“먀아~.”
어깨에 앉아 있던 먀네가 이안이 가부좌를 틀자 그의 무릎으로 이동했다.
꼬리를 흔들며 뒹굴거리던 먀네는 그가 명상을 시작하자 따라 눈을 감고 그에게서 피어오르는 태양의 기운을 즐겼다.
“이런 미친놈들이?!”
산을 넘으며 B반의 진영으로 향하는 사이 B반 놈들을 꽤나 마주쳤다.
그런데 그 수가 많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이안을 제외한 전원이었다.
“제정신인가?!”
“쟤들 원래 저러잖아. 이번에도 점수 날로 먹겠네.”
편하게 됐다 생각한 그들에게 C반 참모 블리타스는 냉정하게 말했다.
“아니. 쟤들이 무모하기는 하지만 머저리는 아니야. 하륜과 그래진이 어떤 놈들인데.”
그런데도 마법사까지 포함해 이런 움직임을 펼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 이안의 실력을 믿기 때문일 거다.
블리타스는 에이스윈을 보며 물었다.
“자신 있냐?”
“자신? 당연히 있지.”
“다행이군.”
B반의 공격대와 마주쳐 간신히 일곱 명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
수가 많아 적들을 꽤나 보내 주기는 했지만 진지에는 재가 성직자들이 포함된 방어대가 있다.
그들이라면 자신들이 이안을 잡을 때까지 충분히 버텨 줄 것이다.
“너무 긴장 말라고. 별거 아닐 테니까.”
C반의 생도 하나가 전투 해머를 꽉 잡으며 말하자 에이스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딴 건방진 놈 따위 짓밟아 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동경하는 아란세에게 보여 줄 것이다.
자신이 훨씬 뛰어나다고.
자신이 당신의 제자로 더 잘 어울린다고.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그가 어렸을 때 아란세가 가문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의 간결하고 빠른 검에 빠지고 동경했다.
이후 아카데미로 와 아란세의 제자가 되기를 청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선발하는 대신 하륜을 선발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에이스윈은 오러만 다룰 수 있는 유저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니 마법사를 선택한 것도 당연한 일이이라.
하지만 그것이 상처가 되었다.
‘내가 아란세 교관님의 밑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운이 나빠서일 뿐이다.’
아란세를 향한 동경심이 큰 만큼 그는 B반 생도들을 전부 싫어했다.
지금까지는 자기 대신 아란세에게 선발된 하륜을 더 싫어했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 이안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의를 드러내는 그를 보며 블리타스는 안도했다.
‘차라리 잘됐지.’
에이스윈은 질투심을 원동력으로 강해지는 녀석이다.
아란세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겠다며 홀로 훈련해 익스퍼트까지 올라간 녀석 아닌가.
‘그래. 너라면 반드시 이길 거다.’
“칫. 결계인가.”
그가 생각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하자 C반 생도 하나가 아티팩트를 들었다.
작은 수정구가 빛나는 것이 보이자 에이스윈은 빠르게 튀어 나갔다.
“하륜의 결계?”
“그런 듯?”
“그렇다면 부숴 주지!!”
에이스윈이 든 검에서 은은한 푸른 빛이 일렁거리기 시작한다.
오러가 눈에 보일 정도로 구현되자 그는 결계를 향해 힘껏 검을 휘둘렀다.
-챙그랑!!
오러와 결계가 부딪치며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숨겨져 있던 진지가 드러났다.
그곳에는.
“……진짜네.”
“미친놈 아니야? 저거?”
새하얀 고양이를 안은 채 앉아 있는 이안이 있었다.
혼자 깃발을 지키는 건데도 긴장감 하나 없어 보여 기가 막힐 지경이다.
“전부 덤빌 거냐? 아니면 한 놈씩 덤빌 거냐?”
그가 일어나며 말하자 에이스윈은 이를 갈았다.
“하!! 네깟 놈 나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블리타스는 그를 말리고 손을 들었다.
그러자 에이스윈을 제외한 공격대 전원이 앞으로 나섰다.
“자신감이 넘치네.”
“아이작 따위 우리도 잡을 수 있다고. 그 작자. 하급 교관 중에서도 제일 약한 자였으니까.”
그들의 도발에도 이안은 심드렁할 뿐이었다.
“네가 얼마나 강한지 시험해 주지.”
블리타스가 검을 겨눈다.
그것을 시작으로 C반 공격대원들이 이안을 둘러쌌다.
“그럼 난 증명해야겠군.”
이안은 깃대를 그들에게 겨누며 말했다
“와 봐.”
전투가 시작되자 블리타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폭풍.
말 그대로 폭풍이었다.
“……뭘 어떻게…….”
봉을 대신하는 깃대가 흔들릴 때마다 한 명씩 나가떨어졌다.
공격을 쉽게 막고 반격으로 이어지는 것이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에이스윈을 제외한 모두가 달라붙었는데도 이들 모두.
“……한 대도…… 못 치다니.”
“꺄아아악!!”
빠르게 달려들었던 여생도 하나가 제대로 맞고 나가떨어졌다.
그녀가 축 늘어지며 기절하자 블리타스는 이를 갈았다.
“에너지 볼!!”
시동어를 외치자 아티팩트에서 마법이 펼쳐졌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여섯 개의 구체가 이안을 향해 쏟아지자 남은 이들도 외쳤다.
“매직 미사일!!”
“라이트닝 볼트!!”
에이스윈을 위해 조금의 부상이라도 입히려고 그들은 아티팩트까지 사용했다.
<요격 루트 계산을 완료하였습니다.>
<좌상부의 중심. 에너지 볼을 요격 후 다른 마법의 요격을 추천드립니다.>
키르케의 말대로 날아드는 마법을 향해 이안은 봉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먀네가 나섰다.
“먀아아아아아!!”
먀네의 울음이 터진 그 순간.
“뭐?!”
“이, 이게 무슨.”
날아들던 모든 마법들이 한순간 사라져 버렸다.
그 기현상에 당혹감이 이 자리에 깔렸다.
새끼 고양이가 한번 운 것만으로도 마법이 취소되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먀네는 그들의 당황을 신경 쓰는 대신 앞발을 핥고 고양이 세수를 할 뿐이었다.
‘정령이라더니 별걸 다 하네. 키르케. 빛의 정령이 이런 것도 가능한가?’
<빛의 정령에 대한 상세 정보는 2레벨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네 레벨부터 올려놔야겠군.’
<음의 내공이 균형을 이룰 시 2레벨 달성이 가능합니다.>
<가장 가까운 달의 신전 위치는 스칼렛 왕국의 바라디스 영지입니다.>
전에 키르케가 찾아 보고했던 달의 신전 중 하나를 들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봉을 잡았다.
“자. 그럼 너희가 증명할 시간이다.”
“뭐, 뭘?”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여섯 명을 기절시켰지만 이안은 숨 한 번 거칠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블리타스가 기절하자 그는 깃대를 옆에 꽂아 놓은 후 검을 잡았다.
“……굉장하구나.”
질투심마저 잊을 정도로 이안의 실력은 굉장했다.
저 정도로 봉을 잘 다루는 자는 그도 본 적이 없었다.
좋다.
좋은 승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운 따위가 아니었군. 아란세 교관님께서 널 선택한 이유를 알겠다. 역시 교관님. 보는 눈도 대단하시네.”
에이스윈은 검을 꽉 잡았다.
전력을 다 하려는 듯 짙은 오러가 검에 맺힌다.
“사죄하겠다.”
“뜬금없이 뭔 소리야?”
“전에 내가 했던 이야기. 전부 취소하고 진심으로 사과하지. 이안. 너는 강하다.”
질투가 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에이스윈은 쓰린 속을 달래며 말했다.
눈앞에 있는 강자를 부정해서 얻을 것은 저열한 자존심뿐이다.
그러니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 검을 원한다고 했지? 가져가도 좋다. 하지만.”
천천히 자세를 갖춘 에이스윈은 검자루를 꽉 쥐었다.
“내 모든 것을 담은 일격을 받아 줬으면 한다.”
에이스윈의 검에 더욱 많은 오러가 깃들었다.
강자에 대한 경의와 예우를 보인 그가 달려들자 이안은 검을 당겼다.
그리고.
“하아아아!!”
고함을 터트리며 달려드는 그를 향해 당겼던 검을 뻗었다.
천마신공 태양의 장.
태양풍.
-콰아아아아앙!!
그의 검이 내질러진 순간 무형의 검풍이 에이스윈을 휩쓸어 버렸다.
좋은 갑옷은 산산조각 나고 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생겼다.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그에게 다가간 이안은 맥을 살펴보았다.
<적성대상 에이스윈 카르자. 221초 후 사망합니다.>
키르케의 말대로 이대로 두면 금방 죽을 정도로 맥이 약했다.
그를 내려다보던 이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참 나. 분위기는 있는대로 잡더니 이거 하나 못 버티나.”
<태양풍을 맞고 몸이 유지된 것도 칭찬해 줄 만한 일입니다.>
“그건 얘 실력이라기보다는 갑옷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쯧. 키르케. 치료술 준비해.”
<일월신교의 내가치료술을 사용합니다.>
이안은 짧게 혀를 찬 후 태양의 기운을 손에 담아 그의 혈맥에 내보냈다.
잠시 후 막대한 태양의 기운이 에이스윈의 몸을 누비며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한다.
“쿨럭!! 커헉! 끄으윽…….”
에이스윈의 맥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큰 상처들이 아물어가자 이안은 떨어진 검을 주워 들었다.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고 아까 얘도 말했으니 이건 내가 가져가도 괜찮겠지?”
<지극히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키르케는 진심을 담아 정중하게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