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74화(174/300)
◈ 제174화
87. 조금만 더 합시다 – 2
어쨌든 그가 대륙의 위기를 사전에 막은 것이니 말이다.
“매번 너에게는 도움만 받는군.”
“그리 크게 도운 것도 없습니다.”
“아니. 난 항상 너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렇습니까?”
“그래. 전에 네가 말했었지? 엎질러진 물은 닦고 다시 채우면 된다고.”
자리에서 일어난 라키드는 씁쓸함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왕의 자리에서 다시 그 물을 채워 볼 생각이다.”
“가시밭길에 짐까지 지고 가시겠다는 겁니까? 훌륭하군요.”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가려는 것이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하겠다는 그 도전 정신이 마음에 들어 이안은 웃었다.
“먀아~ 먀먀~.”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도 응원한다는 듯 울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제 먀네를 보기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겠지.”
먀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라키드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고맙다. 그리고 고마웠다.”
“별말씀을. 그럼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배웅은 하지 않으마.”
라키드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시작하자 이안은 그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키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일에 대한 감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감사 인사는 언제나 양손 무겁게 하라고 하더군요.”
“물론 그렇게 할 거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잠시 입술을 만지작거리던 키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카데미를 나와 스칼렛 왕국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나?”
그녀의 요청에 이안은 웃었다.
“있겠습니까?”
그것으로 답이 되었다.
키스는 어깨를 으쓱였고 이안은 그녀를 지나쳐 걸었다.
점점 멀어지는 그를 보며 키스는 아쉬움에 혀를 찼다.
“역시 그때 어떻게든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했어야 했나…….”
* * *
한차례 큰 소동이 있었지만 어쨌든 스칼렛 왕국에서의 일이 끝났다.
다시 아카데미로 복귀한 이안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쪽 수정구 방향을 바꿔야 해.”
“이렇게요?”
“아니…… 됐다. 내가 하지.”
머뭇거리던 인부 대신 이안은 수정구의 미세 조정을 끝냈다.
자신이 한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어쩌겠는가.
인부가 다른 일을 하러 가자 이안은 다시 미세 조정 쪽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게 그가 작업을 하고 있는 사이, 인챈트 실습실 안으로 하륜이 들어왔다.
“이제 이쪽도 거의 다 만들었네?”
폐건물만 많던 아카데미 서쪽 구역에 세워진 인챈트 실습실은 더 확장되어 기존의 실습실보다 무려 네 배는 더 컸다.
이 정도로 크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여기서 뭐가 만들어질지 정말 기대된다.”
“기대 열심히 하고 있어. 상상도 못 한 게 나올 테니까.”
“하하. 넌 언제나 내 상상을 넘어섰었지. 아. 그리고 아란세 교관님이 너 영웅제 참가여부 확인해달라시던데?”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거기 참가해서 뭐 하겠니.”
“혹시 마음 바뀌었나 해서.”
딱히 얻을 것도 없는데 굳이 영웅제에 참가할 이유는 없었다.
그냥 애들 놀게 놔두고 일이나 하자 생각한 이안이 답하자 하륜은 아쉬워했다.
“왜? 우승하고 싶냐? 그런데 지금 실력이면 B반이 무리 없이 우승할 수 있을걸?”
발라도 마스터가 된 데다가 블랜치나 위디아도 마스터가 코앞이다.
그 외에 다른 이들도 자극을 받아 노력 중이고.
거기에 마법사들도 단순한 마법을 쓰는 것은 아니잖은가.
“그건 알아.”
“그런데 왜?”
“그냥. 같이 못 하는 게 아쉬워서. 아. 그리고 다음 학기 때 제국 아카데미와 교류전 하는 거 알지? 그때도 빠질 거야?”
이번 교류전은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제국으로 가는 것이다.
그때도 불참할 것이라 생각한 하륜이 서류를 들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제국에는 한번 가 봐야 하니까 참가할 거야.”
“그래? 그럼 그렇게 전해 둘게.”
서류에 몇 가지를 적은 하륜이 가 버린다.
그가 가자 이안은 다시 수정의 조정에 집중했다.
인챈트 실습실의 조정 작업을 끝내고 이안이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 로비에 아란세가 있었다.
B반 생도들에게 뭔가 말하던 그는 이안이 오자 가볍게 손을 들었다.
“어서 와라.”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십니까?”
“영웅제 관련 얘기야. 넌 참가 안 한다면서? 네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그럼 됐다.
이안이 소파에 앉자 오에리나는 차를 타 그에게 내밀었다.
“마탑에서도 인챈트 실습실 다들 기대 많이 한다더라. 이용료가 얼마가 되든 쓰고 싶은가 보던데.”
그도 그럴 것이 아카데미에 만들어지고 있는 실습실은 마탑의 것보다 훨씬 크다.
거기에 설치된 마법들도 그렇고 재료나 장비들도 어지간한 연구실보다 좋다.
그러니 꽤 많은 마법사들이 실습실을 이용하고 싶어 했다.
마탑의 이야기를 들은 이안은 피식 웃었다.
“쓰고 싶으면 기다리라고 해. 방학 때도 난 계속 여기서 작업할 것 같으니까.”
그 말에 옆에서 쿠키를 씹어 먹던 윌발은 깜짝 놀랐다.
“어? 그럼 넌 안 가냐?”
“어딜?”
의아해하는 이안에게 하륜이 한숨을 쉬었다.
“전에 말했잖아. 솔트 후작령은 휴양지로도 유명하다고. 이번에 내가 쏘기로 했지.”
“솔트 후작령의 에메랄드 비치와 에메랄드 섬은 각 나라의 왕족들도 꼭 한번 가고 싶어 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더라.”
“거기 하루 이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던데. 그것도 쟤가 내준다고 하더라고.”
다들 꽤나 기대하고 있는 듯싶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아란세는 인상을 찡그렸다.
“놀러 가는 일정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 영웅제부터 생각해야 하지 않겠니? 얘들아.”
“아하하. 그래도 전력 분석해 보면 저희가 우승일 텐데요.”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세상에 무슨 일이 터질지 누가 아는가.
“변수라고 할 만한 것은 악마 같은 외부 난입 정도인데…….”
“그건 제발 왔으면 좋겠다.”
차를 홀짝거리며 이안이 말하자 그래진은 빙긋 웃었다.
“그리고 필기 문제는…….”
그는 힐끔 필기 점수가 낮은 생도들을 보았다.
발라와 박바레, 블랜치, 위디아를 비롯한 몇몇 생도들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이야~ 차 맛이 죽이네!”
“난 쿠키가 좋더라~.”
못 들은 척하는 그들을 가리키며 그래진은 씁쓸하게 말했다.
“쟤들은 저와 하륜, 윌디가 어떻게든 맡아서 점수 끌어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군.”
아란세는 안도하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아무튼 영웅제 준비는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 가서 놀더라도 영웅제 우승하고 놀면 더 좋지 않겠냐.”
아란세의 말에 생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안이 차를 홀짝거리자 위디아는 먀네를 안아 들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안. 너도 가면 좋을 텐데.”
늘 바쁜 이안인 만큼 며칠이라도 휴양지에서 좀 편하게 쉬었으면 했다.
다른 생도들도 권하자 이안은 쿠키를 씹어 먹으며 대답했다.
“상황 봐서.”
* * *
시간은 언제나처럼 똑같이 흘러갔고 날이 좀 더 더워졌을 때.
아카데미의 축제인 영웅제가 시작되었다.
하급, 중급, 상급.
아카데미의 모든 생도들이 영웅제에서 우승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지만 이안은 다른 일로 바빴다.
“예. 그쪽. 그걸 좀 더……. 좋습니다.”
“흠. 이거 굉장하군.”
아카데미의 용광로는 드워븐 시티의 것보다 훨씬 좋다.
그렇기 때문인지 견학을 위해서 찾아온 드워프들이 많았다.
그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 이안은 지금까지 생각만 해 둔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견학왔다가 잡힌 드워프들이 고생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식으로 제련하는 방법이 있다니. 이야기는 들었지만 자네 정말 대단하군.”
드워븐 시티에서 검은 용암을 가져온 이후 잡혀서 계속 일하게 된 드워프 크렌드는 이안의 방식에 감탄했다.
용광로 내부에 있는 검은 용암의 열기를 최대화시켜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다양한 재료들을 혼합해 합금을 만드는 방식.
모두 드워프들조차 감탄할 정도의 방식들이었다.
검은 용암 전해 주러 왔다가 이런 기술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는 옆에 쌓여 있는 다양한 부품들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걸로는 뭘 만들 생각인가?”
“아카데미 방어 시설용 가디언 만들 겁니다.”
“잊힌 도시에 있는 것과 같은 거?”
“그것보다는 좋아야겠죠.”
틀에서 굳은 철판이 유압 프레스에 꾹 눌린다.
그러며 평평해진 철판을 받은 이안은 한번 살펴본 후 옆에 놓았다.
“흠…… 장치를 이용해서 이런 식으로 만들다니. 장인으로서는 좀 거슬리는 방법이군.”
“하지만 장치를 이용하면 완성도가 균일하니 더 좋지요.”
크렌드는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니 말이다.
“아무튼 필요한 부품들은 전부 만들었으니…… 저걸 어쩔 생각인가?”
“인챈트 실습실로 옮겨야 합니다.”
“그래? 스크랜다!! 이제 다 됐다네!”
“어? 그래? 그럼 가자고!! 형제들!”
드워븐 시티에서 온 드워프들과 함께 부품을 옮겼다.
인챈트 실습실에 도착하자 꽤 많은 마법사들과 연금술사들이 있었다.
“이걸 모두 인챈트해야 한다 이거지? 거기에 가공한 몬스터 재료도 인챈트 해야 하니. 정신없겠군.”
“이쪽은 맡기겠습니다. 전 다른 걸 해야 하는지라.”
그들에게 일을 떠넘긴 이안은 실습실에 마련된 개인 연구실로 들어갔다.
그이고 마탑에서 받아 낸 마력구에 세밀한 마법 회로를 새겨 넣는다.
그것만으로도 사흘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렇게 모든 마법사들과 연금술사들이 고생고생하며 작업을 끝내자 이안은 모든 재료들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 본격적인 조립을 시작했다.
“아니 뭘 이렇게…….”
며칠간 꼬박 밤을 새웠지만 눈 한번 깜빡일 수 없었다.
인챈트된 철판과 부품들.
연금술과 시약의 배합으로 조정하고 인챈트한 몬스터들의 근육을 이안이 놀라운 속도로 조립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립되며 새겨진 문양들이 마법진을 이루고, 또 인챈트의 증거인 마법진들이 겹쳐 새로운 마법진을 만든다.
모든 마법진이 조립되며 아름다울 정도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오오오…… 저런 식으로.”
“저게 저렇게?!”
드워프, 마법사, 연금술사.
그들은 이안의 작업을 보며 감탄했다.
그렇게 닦고, 조이고, 기름 쳐 가며 조립을 끝낸 그는 모든 작업이 끝나자 숨을 토해 내며 물러났다.
“고생했네.”
스크랜다가 준 음료를 한 모금 마신 그는 땀을 닦고 완성품을 바라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며칠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고생했던 모두가 작품을 보며 흐뭇해했다.
완성된 것은 갑옷을 입은 사람을 닮은 하나의 골렘이었다.
일반 골렘보다는 더 작고 전체적으로 은색이라는 것이 다르지만.
분류를 한다면 골렘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거다.
“오호…… 마법진이 저런 식으로 연결을……. 이거 굉장한데. 골렘을 만들 때도 저런 식으로 만들면 경량화와 더불어 출력 강화를…….”
마법사들과 연금술사들이 떠드는 사이 이안은 마지막 작업을 위해 손을 들었다.
<시스템 가동 중입니다.>
<보안 모듈을 가동 중입니다.>
<사용자 인증 및 적합성 테스트 중입니다.>
-위이잉! 철컥! 철컥! 철컥!
은색의 갑옷이 움직이며 전체에 새겨진 마법진에서 빛이 난다.
그러며 눈 부분에 푸른 빛이 번뜩였다.
-치이이익!!
흰 연기가 뿜어지며 인챈트 및 가공된 몬스터 근육과 힘줄이 조여진다.
그러며 은색의 갑옷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뭐, 뭐야?!”
모두가 당황하는 사이 날렵한 전사의 형태로 변한 골렘이 말했다.
“사용자 인증이 종료되었습니다. 개체 등록명. 알파. 임무 아카데미 수호.”
얼굴 부분의 푸른 빛이 이안의 몸에 비춰진다.
그를 스캔한 골렘은 빠르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마스터 이안 브랜든을 확인했습니다.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안. 그런데 저게 뭔가?”
만들자고 해서 만들긴 했지만 다들 이게 뭔지 몰랐다.
설계도를 봤지만 그들의 이해 수준을 넘어간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그나마 그와 친한 스크랜다가 부끄러워하며 나서서 물었고 이안은 숨길 것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7세대 슬레이브. 모델명 BS 개량형 티탄. 일종의 가디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3세기 지구 연방의 가디언이긴 하지만 말이죠.>
“그, 그래?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원하던 것을 만들었으니 다행이구만.”
저걸 만드느라 며칠간 꽤나 강행군을 했다.
피곤해하던 그가 안도하며 말하려 하자 이안은 웃으며 티탄을 툭 쳤다.
“이제 이거 방학 전까지 열 대만 더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