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75화(175/300)
◈ 제175화
88. 바다에서 생긴 일 – 1
영웅제가 끝났다.
예상했던 것처럼 영웅제 상급에서의 우승은 B반이 차지했다.
“개인 우승 하지 못한 건 좀 아쉽네.”
발라가 웃으며 말하자 하륜과 그래진, 블랜치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스터에 올랐으면서도 그가 개인 우승을 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환상 마법에 걸려서 오러를 막 쓰다가 지쳐서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러니까 마법 방어술도 익히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아니 그걸 떠나서 왜 멋대로 나가서 싸우냐? 네가 이안이냐?”
“아오. 내가 더러워서 빨리 마스터 되든가 해야지.”
그들의 구박에 발라는 머쓱해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그를 향해 이안은 피식 웃었다.
“우승반 된 것이면 충분하지.”
“에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나저나 이안. 너는 어땠냐?”
그는 사전에 말한대로 영웅제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저 아카데미 서쪽 구역, 이제는 연구 개발 구역으로 이름 지어진 그곳에서만 영웅제 내내 머물렀을 뿐이었다.
“시약 제조실과 연금술 시험실도 새로 만든다더니. 그건 안 만들려나 보네?”
“일단 방어 시설부터 만드는 게 우선 같아서. 아무튼 기본적인 방어 시설은 만들어 놨어.”
“뭐. 그 티탄인가 뭔가?”
“그래.”
결국 드워프들과 마법사들, 그리고 연금술사들은 영웅제 기간 내내 이안과 함께 티탄 11체를 만들었다.
하나 만드는 데만 해도 한 달이 넘게 걸렸는데 10체를 한 달 만에 만들어야 했다.
물론 한번 해봐서 속도가 붙긴 했지만 그래도 강행군을 해야하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작업자들은 조금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티탄 제작 과정에서 그들의 실력도 크게 상승했으니 말이다.
“지금 마탑 쪽에서 네가 고안한 마법진 해석한다고 난리던데. 해석법은 안 가르쳐 줬어?”
“가르쳐 줬는데 이해를 못하더라고.”
특히나 핵이라 할 수 있는 마력 심장 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기술이 복합된 것이다.
상세하게 설명을 들어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하려면 최소한 몇 년 이상은 익혀야 했다.
그게 아니면 이안에 준하는 천재가 있어야 하든가.
“나도 볼 수 있어?”
“일부긴 하지만. 자.”
이안은 수첩을 꺼내 휙 던져 주었다.
수첩에 빼곡하게 적혀 있는 수식이나 도면, 그 안에 있는 마법진.
동력의 전달 방향 같은 것들까지.
마법, 인체학, 금속학, 연금학, 인챈트학.
그 외에 다양한 학문적 지식이 기반이 되지 않는다면 이해조차 하지 못할 것들이었다.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던 하륜마저도 수첩을 열 장도 채 넘기지 못했다.
“넌 이걸 어떻게 이해하고 있냐?”
참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 싶었다.
그가 감탄하는 사이 수첩을 쓱 훑어본 발라는 빠르게 덮었다.
“우웩.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 나네.”
“아무튼 가르쳐 줄 수도 있다고 했는데 배우겠다는 사람은 없다더라.”
배우기 위해 필요한 기반 지식이 너무 많다.
지금 마법사들로는 감히 감당할 수도 없는 일들이라 마탑에서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오에리나가 들어왔다.
“야. 너희 파티 파트너 어떻게 할 거냐?”
“난 일단 로위나 누나랑 같이 가기로 했지.”
“나도 C반 애랑 같이 가기로 했고.”
다들 이래저래 파트너를 구하긴 했나 보다.
오에리나는 힐끔 이안을 보았다.
“넌?”
“난 파티 참석 안 할 건데? 영웅제 참가도 안 했는데 내가 뭐 하러 거기 끼냐?”
“그럼 이건 어떻게 하냐?”
그녀의 손에는 몇 통의 편지가 들려 있었다.
대부분 이안에게 파트너를 요청하는 신청서였다.
“그걸 왜 네가 가지고 있어?”
“오면서 전해 달라고 받았어.”
그녀가 테이블 위에 올려 주자 이안은 하나씩 읽어 보았다.
중급부터 시작해서 상급까지.
개중에는 가문에서 받아왔는지 생도가 아닌 자들의 편지도 있었다.
“허가만 받으면 아카데미에 들어올 수는 있으니까 말이야.”
“흠…….”
“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
“얼굴 한 번 못 본 사람들이랑 파트너는 무슨. 그냥 하던 대로 해야겠다.”
즉, 파티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가 나가 버리자 윌디는 쓰게 웃었고 오에리나는 아쉬워했다.
그리고 잠시 후 로비의 문이 열리며 윌발과 박바레가 꾸러미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야. 이안 어디 갔냐?”
“방금 나갔는데?”
“어? 못 봤는데.”
“그래? 그런데 그건 뭐냐?”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윌발은 들고 있던 꾸러미를 펼쳤다.
거기에 적혀 있는 것은.
“초청장부터 시작해서 아카데미 파티 파트너 신청서에. 각 기관에서 온 초청도 있고……. 어휴 많다.”
영웅제 기간 동안 이안이 딱히 뭔가 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이 어디 있겠나.
그렇기에 작년 이상으로 더 많은 곳에서 그를 데려오고자 그에게 이런 것을 보낸 것이었다.
“걔는 어디로 갈지 정말 의문이다.”
아카데미 정문으로 향한 이안은 그곳에 서 있는 티탄들을 확인했다.
은색의 갑옷 가슴 부분에는 아카데미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지금은 적이 없어서 저렇게 석상처럼 서 있지만 아카데미에 적이 나타나면 본격적으로 활약할 것이다.
“저런 건 왜 만든 거야?”
그의 뒤로 로위나가 다가오며 물었다.
아카데미를 지키기 위한 가디언이 있으면 당연히 좋다.
그런데 이안이 있는데 굳이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다.
“내가 계속 여기 붙어 있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라키드 호위용으로 두어 대 보내 줄 생각이고.”
“음. 라키드 폐하의 호위용이라. 저게 그렇게 강한가?”
“잊힌 도시의 가디언보다는 강하지.”
“그 정도나 된다고?”
“뭐야. 상세 스펙 못 들었어? 대마력이라든가 대오러라든가. 출력 부분도 적어서 제출했는데?”
“으. 요새 사업에다가 생도회 일정에다가 영웅제에다가. 그리고 교칙 정리와 문제 생도 처벌까지 하느라 너무 바빠서 그 보고서는 제대로 못 봤지. 학장님께서 허락하셔서 나도 배치에 승인한 거지만.”
이안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문 앞에 있던 티탄이 움직인다.
-위이잉. 철컥, 철컥, 위잉!!
낮은 장치음과 함께 티탄의 은색 갑옷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걸 본 로위나는 깜짝 놀랐다.
“저거 마법 방어에 정령력 감소에……. 저건 또 뭐야?”
“신성 문양. 저게 있으면 악마의 공격은 대부분 통하지 않는다고 봐야 하지.”
-우우웅! 철컥! 부우우웅!!
순간 티탄의 몸체가 떠오른다.
다리와 등 부분에서 열린 구멍에서 치솟은 강력한 불길이 그의 몸을 띄우자 로위나는 입을 벌렸다.
“하늘도 날 수 있다고?”
“거기에 속도도 꽤 빠르지. 물론 하늘을 날면 충전된 에너지가 크게 줄어들지만.”
그래도 아카데미와 아카데미 마을을 수호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그 외에도 다른 기능들을 이안이 설명하자 로위나는 감탄했다.
“이거 하나만 있어도 어지간한 영지 하나는 제대로 보호할 수 있겠는데. 종합 전투 능력만 따진다면…….”
“어지간한 마스터 수준은 될걸.”
“굉장하네. 다들 이걸 만들려고 하겠는걸?”
“제작 비용과 노력 생각하면 그냥 용병단 고용하는 게 나을 거다. 요청 들어오면 그렇게 말해.”
“그 정도야?”
“재료도 재료지만 시설도 중요하지. 그리고 조립이 가능한 사람도 아직은 나밖에 없고.”
“이야…… 그럼 이거 만들어서 팔면 부자 되겠네?”
“돈 벌려면 저거 안 팔아도 얼마든지 벌 수 있어.”
이안은 딱 잘라 말한 후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 떠 있던 티탄이 내려와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태양과 달의 빛을 받아 에너지 자동 충전도 되니까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이거 물어보러 왔나?”
“아니. 이거 주려고.”
로위나는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솔트 후작가에서 보낸 의뢰 요청서였다.
“의뢰?”
“지금 에메랄드 비치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더라고.”
“의뢰 요청을 빌미로 날 거기로 보내려는 것 아냐?”
이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묻자 로위나는 고개를 저었다.
“널 속였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하는데?”
즉, 진짜 의뢰라는 이야기다.
이안은 요청서의 내용을 읽어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트레인 발트호라.”
“트레인 발트호는 솔트 후작가의 자랑이기도 한 대형 범선이야. 솔트 후작령에 있는 대표 휴양지인 에메랄드 섬과 에메랄드 비치를 오가는 유람선이기도 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배가 실종되었다.
난파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것이 출항일은 날씨도 좋았다.
거기에 에메랄드 비치에서 섬까지는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에 트레인 발트호가 에메랄드 비치로 돌아왔어.”
“배에는 아무도 없었다……라는 건가.”
전투의 흔적이라도 있었다면 해적 놈들이나, 혹은 해양 몬스터의 짓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흔적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냥 배는 바람과 해류를 타고 에메랄드 비치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솔트 후작가에서도 자체 조사를 좀 해 봤는데…… 절반 정도는 악마와 관련된 일일지도 모른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인어와 관련된 일일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
“인어라.”
“인어에 대한 전설은 유명하지.”
바위에 앉아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선원들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 선원들을 바다에 빠트리게 한 후 자신들의 소굴로 끌고 간다고 한다.”
“끌고 가서 뭘 어쩌지? 식량으로 삼나?”
“글쎄? 전설에 따르면 누군가는 인어와 인간이 결혼을 한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잡아먹는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바다의 신을 위한 제물로 삼는다고 하고.”
전승 자체는 바리에이션이 꽤나 많이 있었다.
“그래서 태양교단 사제님께 확인을 부탁드렸는데…… 배에 악마의 기운이 조금 남아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로위나가 공문으로 요청했던 대로 일단 아카데미에 의뢰를 한 것이란다.
“어때? 가 볼 생각 없어?”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 보는 게 낫겠군.”
“좋아. 그럼 그렇게 처리할게.”
그녀가 가자 이안은 반지를 쓱쓱 만지작거렸다.
잠시 기다리니 붉은 연기와 함께 나타난 크라울리는 티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저, 재수 없는 문양은?!”
“아카데미의 가디언이다. 저건 신경 쓰지 말고. 너 솔트 후작령에서 생긴 일 아냐?”
이안이 간단하게 사건에 대해 설명하자 크라울리는 갸름한 턱을 쓰다듬었다.
“솔트 후작령은 태양교단의 위세가 강해서 악마들이 잘 안 가는데. 하지만 바다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옛날 일이긴 한데. 질투의 루린을 섬기던 악마들이 인어들과 싸웠다고 하더라. 그러며 그들이 영지에서 꽤 떨어진 바다의 작은 섬에 남았다던데.”
“왜?”
“그건 나도 모르지. 어쨌든 질투의 루린은 소멸되었고, 그 악마들을 다른 악마들이 흡수하기 위해 움직인 것 아닐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배에 악의가 깃든 거고.”
“악마들이 배를 공격한 것은 아니다?”
“그건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 밑에 있는 애들은 아니야.”
물론 그녀가 모르는 다른 대악마가 힘을 키우기 위해 움직였을 수도 있다.
“한번 알아볼까?”
“어. 알아봐. 그리고 솔트 영지는 태양교단의 위세가 강해서 악마가 못 온다고?”
“응. 특히 에메랄드 비치 쪽은 좀 심해. 거긴 아무래도 고위 귀족들이 많이 오는 휴양지니까 성력에 의한 보안이……. 저기 이안?”
이안이 몸을 돌리고 가 버리려 하자 크라울리는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야! 너 거기서 나 부르지 마! 진짜야!! 거기 가면 엄청 아프다고!”
그녀를 향해 이안은 고개를 돌리고 싱긋 웃었다.
“아파 봤자 긴고아만 못하겠지.”
“아니. 야!”
“걱정 마. 일 시키려고 부르는데 내가 그 정도 대응도 안 해 놓겠냐?”
그 말에도 크라울리는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 자식. 또 뭘 시켜먹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