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78화(178/300)
◈ 제178화
89. 유령선 – 2
파도를 밟을 때마다 내공이 퍼져 나간다.
그 반동을 이용해 뛰어오르고, 다시 또 내공을 퍼트려 파도를 밟는다.
붉은 바다를 달리는 그의 속도는 땅 위에서 달릴 때와 비교해서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에메랄드 비치에서 꽤나 떨어진 배 근처에 이안은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배가 있는 곳은 붉어진 바다와 푸른 바다의 경계였다.
-첨벙!!
강하게 파도를 밟고 뛰어오르자 배가 확실하게 보였다.
아까 봤던 것처럼 언제 침몰해도 이상치 않을 허름한 범선이었다.
<내부에 고스트와 밴시, 해골 해적들이 존재합니다.>
<배 자체에 악마의 기운이 담겨 있습니다.>
키르케의 보고를 들은 이안은 허공을 걷어차며 배의 선수 쪽으로 떨어졌고 그가 들어오자 모습을 숨기고 있던 고스트들이 서서히 나타났다.
“끄륵. 끄르륵.”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몸은 사람이지만 다리는 문어와 같은 빨판을 지닌 놈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자료에도 나오지 않는 종족의 등장에 키르케가 보고했다.
<인어입니다.>
인어들의 몸에 검은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검은 기운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명백한 흑마법의 기운이었다.
“흑마법을 통해서 저들을 잡아 둔 것인가?”
<그렇습니다.>
“흑마법은 악마의 힘을 이용해서 사용되는 마법이지. 그럼 저들을 저 꼴로 만든 것은 악마라는 거겠네.”
<그렇습니다.>
-치르르륵!!
이안이 말했을 때 인어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녹슨 검이나 창 같은 것을 든 그들이 뛰어오른 순간 그는 검을 크게 휘둘렀다.
검에 담겨 있는 검은 기운에 맞은 그들이 튕겨 날아가 바다에 빠지거나 난간에 부딪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들은 이안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포위하려 할 뿐.
“그만!! 뭐 하는 짓이냐!!”
-콰드드득!!
문이 열린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다 해진 선장복을 입고 있는 해골이었다.
그는 검을 들고 있는 이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이 배에 산 사람이 타다니!! 야! 럼주 가져와라!!”
잠시 후 안쪽에서 해골 하나가 병 하나를 들고 온다.
그걸 낚아채듯 챙긴 해골 선장은 병을 들어 보였다.
“한 모금 하겠나?”
“난 술 안 마셔서.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거 술 같지는 않은데?”
해골 선장은 이빨을 크게 움직인 후 술병의 마개를 열고 입안에 흘려 넣었다.
뼈밖에 없는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은 술이 아닌 바닷물이었다.
“크하~! 역시 바다 사나이는 럼주라니까.”
“그거 럼주 아니라 바닷물인데.”
이안의 지적을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들유들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넌 누구냐?”
“이안 브랜든이라고 하지. 나도 묻자. 넌 뭐냐?”
해골 선장은 눈구멍 안의 붉은 눈을 번뜩였다.
“위대한 뱃사람 칼림 바리스.”
“그게 뭔데.”
“세상에! 이 칼림 바리스를 모른다고?”
<칼림 바리스는 삼백여 년 전 이 지역을 다스리던 영주입니다.>
<뛰어난 뱃사람이며 마검사로 그 당시 이 지역 바다의 패자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항해를 나간 이후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의 기록은 그가 풍랑이나 몬스터를 만나 죽었다고 알려져 있을 뿐.
이안은 그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 낡은 코트 안쪽에 드러난 하얀 갈비뼈 사이.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검은 사슬로 묶인 무언가가 들어가 있었다.
“저주?”
“……어떻게 그걸 알고 있지?”
“아니 어지간한 마법사들이면 그건 다 알 것 같은데……. 아무튼, 그 저주. 흑마법을 이용한 것 같은데.”
“하아. 그래. 오래전의 일이지. 크라켄을 잡으러 나갔다가 망할 놈을 만났지.”
“망할 놈?”
“바다에 자리 잡고 있던 악마 클라드. 질투의 루린을 따르는 대악마.”
“오. 그래서?”
이안이 흥미를 느끼자 그는 빠드득 이를 갈았다.
“그는 크라켄과 시 서펜트를 써서 우리를 공격했지.”
결국 클라드에게 패배한 후 그에게 종속당해 악마의 부하가 된 채 움직이게 되었다.
“빌어먹을! 난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내 배도 아닌 이 배에서 내리고 싶어!!”
“아. 이게 당신 배가 아니야?”
“그래. 이 배. 이 빌어먹을 유령선 블랙 코핀. 이건 클라드가 만들어 준 배다.”
“그냥 내리면 되는 것 아닌가?”
“이 배는 선장을 필요로 하지.”
블랙 코핀.
검은 관이라 불리는 이 배는 바다를 마음대로 누빌 수 있고 바닷속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죽은 자들을 언데드로 만들어 귀속시키는 효과까지 지녔다.
그 정도로 엄청난 힘을 지닌 배이지만 단점이 있었다.
“이 배는 무적의 배이지만 무적의 감옥이기도 하지. 클라드가 소멸하지 않는 이상 이 배에 묶인 우리는 죽을 수도 없다!!”
분노에 가득 찬 채 그는 처절하게 외쳤다.
그가 외치자 해골 선원들과 고스트들 역시 분노를 드러냈다.
그리고 인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 피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열었다.
그들에게도 칼림의 가슴에 있는 것과 같은 사슬이 들어가 있었다.
그들이 자유를 갈망하며 울부짖는 것을 바라보던 이안은 시큰둥한 어조로 물었다.
“혹시 저번에 트레인 발트 호를 너희가 공격했냐?”
“에메랄드 섬과 에메랄드 비치를 오가는 범선을 말하는 것이라면 우린 아니다.”
“그럼 누가 그랬는지 아나? 배에 악의가 남아 있다던데.”
“흠…….”
칼림은 해골만 남은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눈을 빛냈다.
“얼마 전에 질투의 루린이 소멸되었다고 들었지. 그리고 그 밑에 있던 클라드를 치기 위해서 다른 악마들이 움직였다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클라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 즉, 우리를 잡고 클라드를 끌어내기 위해 다른 악마가 또 다른 유령선을 만들었을 수도 있어.”
유령선에는 선원이 필요하다.
그러니 그 선원을 마련하기 위해 트레인 발트 호를 공격, 그곳의 선원들을 잡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인간을 공격하지? 우리의 공격 대상은 인어들이라고.”
“언데드가 그렇게 말하니 굉장히 어색하네. 아무튼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그런데 이 바다가 왜 이렇게 붉어졌는지 아냐?”
“그거? 인어의 짓이지. 우리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친거야.”
“음?”
“클라드가 시켰어. 인어가 가지고 있는 폭군의 진주를 가져오라고. 그것 때문에 인어들이 우리를 막으려고 저런 짓을 했단 말이지.”
인어의 피가 섞인 바다에는 이 배가 들어갈 수 없다.
특히나 악의 같은 것은 더욱 그렇다.
“솔직히 헛된 발버둥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클라드는 바다의 몬스터들도 손에 넣었어. 우리는 막아도 몬스터는 어떻게 막을 건데?”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그의 해골 안에 있는 붉은 빛에는 어쩐지 아련함이 담겨 있는 듯 보였다.
“넌 하기 싫은가 보다?”
“그야 당연하지. 나도 일단은 뱃사람이니까. 뱃사람들에게 인어는 길을 알려 주는 길잡이나 다름없다고.”
살아 있을 때 인어들과는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들을 공격하려니 입맛이 좋을 리가 있겠나.
“물론 입맛은 이렇게 된 이후 완전히 사라졌지만 말이야.”
다 낡아 부서지기 직전인 상자에 앉아 있던 그는 몸을 일으켰다.
“어쨌든 오래간만에 산 사람과 이야기해서 좋군.”
그리고 선장실의 문을 열었다.
“너도 이 배에 묶이기 전에 어서 돌아가라. 그런데 타고 온 배는 어디 있냐? 우리는 육지까지 못 데려다주는데.”
“그냥 뛰어왔다. 그리고 하나 더. 클라드 어디 있냐?”
“후. 그놈이 어디 있는지는 우리가 알고 싶다. 그 자식은 몬스터를 통해 늘 지령만 내리고 코빼기 한 번 안 비치니까. 어이!! 배 돌려! 일단 복귀한다!”
천천히 고개를 저은 칼림은 선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후 배가 천천히 바닷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것을 본 이안은 배에서 내렸고 파도 위에서 블랙 코핀 호가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키르케.”
<인어 왕국을 탐색 중입니다.>
<바닷속에 인어 왕국이 존재합니다.>
이안은 들고 있던 검을 그대로 파도를 향해 내질렀다.
막대한 검압과 함께 바다가 갈라지자 깊은 바닷속 끝에 해구가 보였다.
그 해구 안에 푸른 빛으로 만들어진 결계가 보였다.
“저건가?”
<그렇습니다.>
이 시대의 수준으로는 절대 못 들어갈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안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케노스의 바다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바닷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가호를 몸에 두른 이안이 빠르게 바다로 내려가자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
“멈춰라!!”
물속에서도 들리는 외침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수십 명의 인어들의 호위를 받는, 붉은 머리칼에 여덟 개의 문어발을 지닌 인어가 다가오고 있었다.
“바깥의 인간이여. 그대가 강하다는 것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바다에서 그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자가 얼마나 있겠나. 하지만 멈춰라.”
“그걸 아는데 날 막겠다고?”
“그렇다 해도 저기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여왕님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여왕님께선 무시무시한 대악마들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계신다.”
<인어 왕국의 무녀. 사이신입니다.>
<인어 왕국은 여왕과 무녀로 나뉘어 다스려지고 있습니다.>
“사이신.”
“……날 어떻게 알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대악마들이라고 했지? 하나는 클라드 같고. 나머지는 누구지?”
“얼마 전에 나타났던 폴라디악이라는 대악마다. 그도 유령선을 만들려고 하고 있지.”
“아. 그래? 그런데 왜 그들이 인어의 진주를 노리는 거냐?”
진주라는 말에 경계심을 품은 인어들이 창을 겨누려 하자 그녀는 손을 들어 막았다.
“지금은 그대와 싸울 여유가 없다. 그러니 돌아가라.”
핏빛으로 물든 바닷속에서 움직이는 것들이 있었다.
다수의 해양 몬스터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사이신이 손을 들자 인어들은 창을 겨눴다.
그 창에 마력이 담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쿠우웅!! 쿠우웅!!
쏘아지는 마력과 물길이 움직인다.
그것이 몬스터들을 공격했지만 그들은 수로 버텨 내며 계속 진격할 뿐이었다.
-크르르르르……!!
물속에서 진동음이 울려 퍼진다.
몬스터들의 뒤에서 무언가 길쭉한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맙소사!! 시 서펜트라니!!”
경악한 사이신은 이안에게 눈을 돌리며 지팡이를 들었다.
“인간이여! 어서 돌아가라! 돌아가 다른 인간들에게 알려라!! 이 바다에서 멀어지라고!! 이제 이 바다는 절망의 바다가 될 것이라 전하라!!”
거대한 바다뱀을 닮은 괴물이 움직인다.
크라켄과 함께 바다의 절망이라 불리는 해룡이 오는 것을 본 사이신이 긴장하며 외치자.
이안은 인상을 쓰고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앙!!
그의 검격에 시 서펜트가 일격에 몸통이 잘려 즉사한다.
그걸 본 사이신과 인어들은 딱딱히 굳은 채 이안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던 얘기 계속하자. 그 진주가 뭔데 노리는 거지?”
이런 위업을 달성했으면서도 태평한 그의 모습에 다들 입을 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