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82화(182/300)
◈ 제182화
91. 섬의 유적 – 2
씁쓸해하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보도 거의 없고. 그나마 폭군과 관련된 유적이 여기 있다고 들었지만…….”
그 유적은 이미 솔트 후작가에서 구매해 모두 철거해 버렸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할 만한 것은 유적에 대해서 아는 분들이 여기 계신다는 것이겠지요.”
이안은 가방에서 진주를 꺼냈다.
그걸 본 검성은 생긋 웃었다.
“아름다운 진주네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 생각한 검성은 웃으며 사양했다.
예전부터 이렇게 자신에게 보석이나 꽃 같은 선물을 해 주는 이들은 많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녀는 이렇게 거절했었다.
이번 역시 비슷하게 대응하는 그녀에게 이안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겁니다.”
“예?”
“폭군의 진주. 인어 여왕이 가지고 있더군요.”
검성은 눈을 크게 뜨고 이안을 바라보았다.
당황, 의문, 혼란.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눈으로 그를 보던 검성은 떨떠름함이 가득 담긴 어조로 물었다.
“왜 그걸 갖고 계십니까?”
“갖고 있으면 안 됩니까?”
그리 물으면 할 말이 없다.
검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을 저에게 주시겠다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제 거니까 포기하시라는 겁니다.”
이것은 클라드를 비롯한 악마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소중한 미끼로 써먹을 예정이다.
아무리 검성이라고 하더라도 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그 세계수의 의회라는 곳.”
<엘프의 숲에 있는 엘프들의 회의체입니다.>
<엘프의 왕을 중심으로 모인 하이 엘프들의 의사 결정체로 엘프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칩니다.>
“그곳에서 왜 이걸 원하는 겁니까?”
“자세한 것은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제가 전달받기로 악마들이 그걸 원한다고 하니 그걸 막기 위해서겠지요.”
“거기선 그 정보를 어디서 들었답니까?”
“의회에 속한 전사들이 악마와 싸우며 얻었다고 하더군요. 아. 그리고.”
“그리고?”
“그 외에 몇몇 악마들도 자신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폭군의 진주를 노린다고 하더군요.”
그 몇몇 악마들 중에 케신의 부하들이 있다.
그렇기에 검성은 세계수의 의회의 요청을 받아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그럼 잘됐군요. 어차피 저도 악마들 잡으러 온 것이니까.”
“그럼 당분간은 다시 동행해도 되겠네요.”
검성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이미 이안의 실력은 확인했다.
또한 악마들과 싸우는 것까지 확인했으니 배신할 것 같지도 않았다.
만난 시간은 얼마 안 되었지만 적대 관계인 숲지기나 황제에 비하면 더욱 신뢰할 만한 사람이다.
그녀는 씩 웃으며 이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는 일단 신분을 숨긴 채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 제자인 예린을 알고 계시지요?”
“예.”
“그 아이가 귀족으로 위장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린을 수행하는 엘프로 움직이고 있고요.”
“굳이 그렇게 숨기실 필요 있습니까?”
“세상일 모르는 거니까요. 꼭 악마 계약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악마와 손잡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특히나 이곳은 성지지요.”
에메랄드 섬의 곳곳에는 성력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 만큼 악마의 침입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악마들이 계약하지 않은 이들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그들의 방심을 부르려면 위장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군요.”
“이안 님도 저희와 함께…….”
“전 도망치거나 숨는 건 싫어해서 일단 제 나름대로 조사하겠습니다.”
이안은 가볍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본관을 향해 걸었다.
여전히 어디서나 당당한 그를 향해 검성은 쓰게 웃었다.
“여기 있었구나.”
그때 예린이 다가왔다.
귀족답게 치렁치렁한 붉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사용인들과 함께 다가오자 검성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찾으셨나요? 아가씨.”
“응. 관리인과 약속을 잡았어. 바로 만날 수 있을 거야.”
“글쎄요. 과연 바로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호호. 걱정 말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그녀를 달래 준 예린이 말하려는 찰나.
검성은 슬쩍 이안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약속이라는 것은 가끔씩 사정에 의해 깨지기 마련이더군요.”
“어머? 그럼 어떻게 하지?”
그녀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반지 하나를 꺼냈다.
“아깝지만 이걸 써야겠네요. 놀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저택에 들어가자마자 이안은 내부를 살폈다.
로비의 중앙에는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정중한 태도로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이곳 관리인을 만나고 싶은데.”
“약속을 하셨습니까?”
“아니.”
“그럼 지금은 힘드십니다. 그분의 스케줄이…….”
직원은 난감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 섬의 관리인인 트라칼자 솔트는 일을 잘해 솔트의 성을 받은 자다.
그런 만큼 솔트 후작인 헤라인 솔트의 신뢰를 받았고 당연히 이곳에 오는 대부분의 귀족들은 그와 식사 한번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솔트 후작가가 가진 재산이나 힘을 조금이라도 빌리기 위해서였다.
이안 역시 그와 비슷한 귀족이라 생각한 직원은 종이를 내밀었다.
“약속을 잡으실 생각이시라면 이 서류부터 작성해 주시겠습니까?”
“그럴 시간은 없는데.”
그는 담담하게 헤라인이 준 패를 꺼냈다.
그걸 받은 직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기겁했다.
“헉!! 후, 후작님의 패?! 이걸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그런 것도 말해야 하나?”
“아닙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직원은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채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트, 트라칼자 솔트라고 합니다. 귀하께서 헤라인 님의 패를 가지고 오셨다지요?”
“이안 브랜든입니다.”
이름을 듣고 더 놀랐다.
그는 눈을 크게 뜬 채 이안을 바라보다가 황급히 진정한 후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약속이 있다고 하시니 본론만 빨리 얘기하고 끝내도록 하지요.”
“아, 아뇨. 약속을 잡은 분께는 양해를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손을 들자 직원들이 움직였다.
잠시 후 돌아온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트라칼자는 빙긋 웃었다.
“가시죠.”
“뭘 어떻게 한 겁니까?”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사죄로 객실을 두 단계 업그레이드해 드렸습니다. 또한 저희 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늘리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막무가내로 약속을 파기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 트라칼자는 이안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꽤 넓은 사무실에서 직접 차를 타 내준 그는 진지하게 물었다.
“이안 님에 대해서는 하륜 도련님께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말씀 편하게 하시지요. 솔트의 성을 쓰고 있다지만 이건 헤라인 님의 은혜로 쓰는 것일 뿐이니까요. 그저 아랫사람 다루듯 부르셔도 됩니다.”
“좋아. 그럼 본론부터 말하지. 이 섬에 있던 유적에 대해서 뭘 알고 있지?”
“아주 오래전 있었던 폭군을 위한 제사를 지내던 유적입니다.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지요.”
전에 그래진이 말했던 것처럼 폭군의 유적은 유명해질 이유가 없는 유적이었다.
유적 안에 특별한 유물도 거의 없었고.
또 유적도 고작 1층뿐이었다.
심지어 제단으로 쓰였다고 하지만 제사가 중지된 지도 오래되었다.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유적에 불과했었다.
“그게 단가?”
“예. 그리고 유적을 철거하기 전 제단과 제단 옆에 있던 석판을 따로 떼어 놨으니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러지.”
그는 열쇠를 꺼내 사무실에 깔린 양탄자를 들췄다.
그러자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문이 나왔다.
이 휴양지에서 쓰이는 금고로 보인다.
문을 열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결계를 비롯한 다양한 방어 시설들이 있었다.
그 안에 있는 다양한 금고를 지나친 트라칼자는 벽을 가리켰다.
“이것입니다.”
그가 가리킨 벽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트라칼자는 벽면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이 지역에서 쓰이는 토착 언어였다고 합니다. 다만 이젠 이 언어를 쓰는 사람들도 없고, 또 연구할 방법이 없어서 해석이 불가능한 언어 중 하나로 취급되고 있지요.”
<고대 아틀라스어로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이 지역에 전해지며 개량되어 독자적인 언어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번역할까요?>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만 진리에 접속한 키르케는 알고 있었다.
이안은 벽면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키르케는 번역 결과를 말했다.
<어느 날 위대한 폭군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셨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섬을 타고 내려오신 그분께서는 바다에 자리 잡으셨고, 바다를 지배하셨다.
손짓 한 번으로 세상을 멸하게 하셨던 그분의 분노를, 이곳에서 우리는 제물을 바쳐 잠재우려 한다.>
‘하늘을 떠다니는 섬이라. 키르케. 뭔가 확인할 만한 것은 없나?’
<현재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것 말고 다른 유적이나 유물은 없나?”
“음. 글쎄요. 이 지역에 있는 유적은 그것이 다였습니다.”
‘키르케.’
<섬의 북쪽. 바다 밑에 다른 유적으로 통하는 입구가 존재합니다.>
‘거기에 있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나?’
<내부에 방해하는 것이 있어 확인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 스핑크스 때와 같은 반응이다.
이안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번 가 보도록 하지. 위치 파악해 놔.’
<섬의 북쪽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됩니다.>
볼일은 다 봤다.
이안이 아쉬움 없이 몸을 돌리자 트라칼자는 그를 따라갔다.
“이안 백작님. 뭔가 알아내신 것이 있으십니까?”
“아직 이렇다 할 것은 없는데. 다만 이거…… 그리 좋은 얘기는 아니군.”
키르케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호랑이나 스핑크스처럼 다른 차원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단순한 아티팩트 수준이라면 괜찮지만 세상을 무너트릴 수준이라는 폭군과 관련된 것이라면 처리하는 것이 낫겠지.
거기에 하늘을 나는 섬이라는 구절에 걸린다.
짚이는 것이 있는 이안이 가방을 들고 올라가자 트라칼자는 그를 쫓았다.
“앗. 예린 카발드 백작 영애 아니십니까.”
밖으로 나가니 검성의 제자인 예린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를 본 트라칼자가 웃으며 인사하자 예린은 그와 이안에게 살짝 묵례한 후 쪽지를 넘겼다.
“뭐지?”
“이곳으로 가 주겠습니까? 스승님께서 먼저 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작은 어조로 그에게 속삭인 예린이 트라칼자와 밝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사이 이안은 쪽지를 펼쳐 보았다.
세밀하게 그려진 지도는 섬의 북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을 태운 이안은 그 위치로 가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검성을 발견했다.
“한 가지를 알아냈습니다.”
“저도 발견한 게 있습니다. 이 섬에 있는 유적은 하나가 아니더군요.”
“……놀랍네요.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제가 여쭤볼 말입니다만.”
이안이 묻자 검성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았다.
그와 동시에 땅이 움직이며 그곳에서 한 소년이 모습을 보였다.
“내가 가르쳐 줬는데?”
흙의 최상급 정령인 노른이었다.
그는 검성의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가리켰다.
“저 반지와 계약을 맺고 있어서 세번 도와주기로 했지. 아무튼 저기 절벽 끝. 바다와 인접한 곳에 유적이 하나 있어. 그런데 이안. 거기 가 보려고?”
노른은 고개를 저었다.
“쟤한테도 말했지만 추천하지 않을게.”
“왜?”
“정령도 저기는 못 들어가니까. 저기 조사하려다가 나도 튕겨 나왔다고.”
그 말에도 검성과 이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노른은 한숨을 쉬었다.
“위험해도 난 몰라.”
그의 몸이 부스러져 사라진다.
그걸 본 검성은 검을 잡았다.
“가실 겁니까?”
“가야죠.”
말을 마친 이안은 검성과 함께 유적을 향해 걸었다.
가파른 절벽을 타고 내려가 숨겨진 동굴 하나를 발견해 그곳으로 들어갔을 때.
둘은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동굴의 입구에 있는 유적의 문은 박살 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