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83화(183/300)
◈ 제183화
92. 많이도 해 먹었네 – 1
“흔적을 보니 부서진지 오래되지 않았군요. 자. 일단 가시죠.”
<폭군의 유적에 입장하였습니다.>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재 2층의 정보까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유적에 들어오자 키르케는 빠르게 분석했다.
그사이 이안의 가방에 있던 먀네가 폴짝 뛰어 길 쪽에서 킁킁 냄새를 맡았다.
“먀아아아~.”
“먀네. 왜 그래.”
“먀아! 먀아아!! 먀먀!”
먀네가 앞발을 버둥거린다.
이안은 먀네를 잡아 올려 본 후 빤히 보다가 말했다.
“아는 냄새다?”
“먀아~!”
‘키르케.’
<현재 유적의 2층에 위칼타와 카트린, 윌시아가 있습니다.>
셋 모두 잊힌 도시의 탑에서 만났던 이들이다.
위칼타는 3층 얼음의 나라.
카트린과 윌시아는 2층인 사막지대.
그때 만났던 이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안이 입을 다물자 키르케는 다른 이들에 대한 보고도 시작했다.
<오버웰 왕국 오하라 백작가의 기사들과 가토른 오하라가 1층 계단 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토른 오하라는 예전에 라이트 시티에서 만났던 애송이다.
아카데미에서 쫓겨났던 그가 기사단까지 이끌고 왔다는 이야기에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걔들은 왜 온 거냐?’
이안의 질문에 키르케는 진리에 접속한 후 확인해 보고했다.
<가토른이 한 상인에게서 폭군의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런 것이 따로 있었나?’
<단순한 옛날 이야기 형태로 전달되고는 있습니다.>
인어들에게 전해지는 것처럼 폭군은 그들 전부를 지배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지녔다.
그리고 이후 그 폭군이 봉인될 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섬을 차지하는 자는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얘기는 많잖아.’
아카데미에도 그런 헛소문은 꽤나 있었다.
용사의 검의 주인 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든가.
혹은 미얄 산맥의 깊숙한 곳에 몬스터를 만들어 내는 구멍이 있다거나.
당연히 대부분 진위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그저 낭설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가토른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망나니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또 사고를 쳤단다.
그래서 오하라 백작가에서도 익스퍼트인 그를 버리기로 생각했고 위기감을 느낀 그가 뭔가 보여 주겠다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실행력만큼은 인정해 줘야겠군.’
<궁지에 몰리면 뭐든 할 테니까요.>
<허무맹랑하더라도 잡을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그래서 가문에서 쫓겨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문의 기사들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단다.
이안은 피식 웃으며 유적의 내부를 살폈다.
‘유적 상태는?’
<곳곳에 함정과 몬스터가 존재합니다.>
‘그럼 뭔가 있긴 하다는 얘기겠군.’
“이안 님. 저기…….”
-위잉! 철컥! 철컥!
검성은 검을 잡으며 어두운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푸른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가디언일까요?”
“잊힌 도시의 것과는 다르군요. 굳이 따진다면 골렘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마탑에서도 저런 골렘은 만들지 않는다 들었는데…….”
“정확하게는 마도국의 가디언보다 조금 더 오래된 골렘입니다.”
하나의 빛이 더욱 늘어났다.
모두 여섯.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여섯의 골렘이 성큼거리며 그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침입자를 배제합니다.”
“침입자를 배제합니다.”
“배제해야 할 다른 침입자는 그냥 넘어갔으면서.”
문이 파괴된 흔적으로 보아 앞서 들어간 자들은 적어도 사흘 정도는 빨리 들어갔다.
그런 그들의 추적은 하지도 않으면서 자신들을 공격하려는 골렘을 향해 검성은 이죽거렸다.
그녀가 검을 들어 올리자 이안은 손을 들어 막았다.
‘키르케.’
<분석을 시작하겠습니다.>
<분석 예상 종료 시간은 33분 후입니다.>
‘세부 확인 시작한다. 분석해.’
키르케에게 명령을 내린 이안은 빠르게 뛰어갔다.
그가 접근하자 골렘의 푸른 눈 부분에 빛이 모인다.
그곳에서 쏘아진 강력한 에너지 덩어리를 검으로 튕겨 낸 이안은 골렘의 머리 부분을 향해 강하게 발길질을 했다.
-퍼걱!!
일격에 머리 부분의 장갑이 박살 나며 내부가 드러난다.
골렘을 이루는 골격과 마력 회로를 확인한 그는 그대로 손을 뻗었다.
-콰드득!!
<분석 시간이 감소하였습니다.>
<예상 종료 시간은 21분 후입니다.>
회로에 마력을 흘려 보내 분석을 실시하고, 다른 골렘을 부숴 다시 마력을 흘려 보내고.
나머지 골렘들도 비슷하게 부숴 마력을 확인해 분석을 끝낸 이안은 정지한 골렘들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사용자 변경 중입니다.>
<마스터 이안 브랜든을 확인하였습니다.>
“뭘 하신 겁니까?”
“마도국의 유산 중에는 가디언도 있죠. 그것과 저것, 얼추 비슷합니다.”
그래서 마력을 흘려 보내 지배권을 획득하였다.
이안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검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렇군요. 제가 마법은 잘 몰라서…….”
그녀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사실 쉬운 것이 아니었다.
저게 된다는 것은 타인의 마력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다른 마법사들이 안다면 거품 물고 기절할 만한 일을 이안은 간단하게 한 후 손뼉을 쳤다.
“주변에 다른 골렘 있으면 접근을 막아라.”
명령을 받은 골렘들이 멀어진다.
그걸 지켜보던 검성은 빙긋 웃었다.
“그럼 내려갈까요?”
빙글 검을 돌린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바닥을 부숴서 밑으로 진입하려는 모양이다.
그런 그녀를 이안이 막았다.
“왜 그러십니까?”
“여긴 지반이 약합니다. 충격을 잘못 줬다간 유적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녀는 머쓱해하며 검을 뽑았다.
즉 유적 부숴 가며 쉽게 조사하는 방법은 이번에는 쓰지 못한다.
“귀찮겠지만 정석대로 하시죠.”
“그럼 길을 찾아야 할 텐데. 앞서간 자들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겠군요. 예린을 데리고 올 것을. 아. 예린이 이런 길 찾기나 추적은 참 잘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우쭐해하는 듯한 그녀에게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제자분이시군요. 어쨌든 저도 추적이나 길 찾기는 잘하니 걱정 마시죠.”
“그럼 다행이군요.”
검성이 만족하자 이안은 그대로 걸었다.
아티팩트의 빛에 의지하며 이안과 검성은 복도를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진행했을까.
그가 손을 들자 검성은 한쪽 벽을 바라보았다.
“여기부터 저 복도 끝까지 함정이 있군요.”
이안은 가방에서 딱딱한 빵 한 조각을 꺼냈다.
그것을 휙 던지자 벽면이 열리며 붉은 빛이 쏘아졌다.
그와 동시에 빵은 새까맣게 타 버려 재로 변해 버렸다.
“제가 먼저 가 보겠습니다.”
검성은 자신의 팔찌를 들었다.
그 팔찌에 담겨 있는 마법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한 검성이 앞으로 나가려는 순간.
이안은 그녀의 뒷목을 잡아챘다.
그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검성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 빛은 마법도 관통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좀 놓아주시겠습니까?”
이안의 손에 잡힌 채 매달려 있던 검성은 떨떠름하게 말했다.
비록 체구나 외형은 검성이 아안보다 훨씬 어리지만 진짜 나이를 따진다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다.
그런데도 이런 애 취급이라니.
이안이 손을 풀자 훌쩍 뛰어내린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벽을 보았다.
“그럼 어떻게 저기로 지나가야 할까요?”
“몸으로 때워야겠지요. 저 빛은 오러로 막을 수 있습니다. 검성. 아까 제가 한 것 정도는 하실 수 있으시겠죠?”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럼 됐습니다.”
이안이 검을 들고, 검성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았다.
“갑니다.”
<한 대륙 살천문의 살원검무를 사용합니다.>
살천문의 방식으로 육체를 단련해야만 쓸 수 있는 검술.
자신에게 접근하는 모든 공격을 튕겨 내는 카운터형 검술의 최고봉인 살천문의 검술을 준비한 이안은 먼저 앞으로 걸었다.
그 순간 벽에서 구멍이 열리며 수십의 빛이 뿜어진다.
그 빛을 이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검을 휘둘러 튕겨내자 검성은 감탄했다.
‘굉장하다.’
검격 한 번 한 번이 깔끔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딱 필요한 힘만 주고, 필요한 움직임만 보인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검술이다.’
아주 오래전.
자신이 처음 검을 익힐 때의 일이었다.
그녀에게 검을 가르쳐 주었던 스승이 단 한 번 보여 줬던 검술이 있었다.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검술이라고 했었지.’
검성이라 불리는 자신조차 아직 흉내 내기 힘든 검술이다.
그 비전서에 나오는 검무를 떠올리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더 강하구나.’
자신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절제되고 효율적인 검술을 저렇게 대수롭지 않게 구현한다는 것.
지금은 자신이 확실히 밀린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의지가 치솟았다.
‘이번 일이 끝나면 돌아가서 훈련에 더 매진해야겠네.’
-우우웅!!
잡생각을 하다가 검끝이 흔들렸다.
그것을 놓치지 않은 벽의 함정이 빛을 뿜었을 때.
이안은 그녀를 보지도 않은 채 단검을 던졌다.
-채앵!!
단검에 담긴 오러와 빛이 충돌한다.
그것을 본 검성은 부끄러워하며 다시 검을 휘두르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꽤 긴 복도를 무사히 빠져나오자 검성은 낮게 헛기침했다.
“감사합니다.”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죠.”
“음…… 왜 그랬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딱히요.”
“사실 저는 이안 님이 쓰시는 검술과 비슷한 검술을 알고 있습니다.”
시큰둥해하던 이안이 그제야 호기심을 보였다.
검성은 자신의 검을 잡고 한숨을 내쉰 후 천천히 검을 휘둘렀다.
지극히 절제되고 예리하며, 꽤나 아름다운 검무가 펼쳐진다.
그것을 지켜보던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거 살원검무 아냐?’
<형태는 유사하군요.>
다만 내공의 흐름이 맞지 않는다.
또한 초식 몇 가지가 어설프고 검무의 순서가 다르다.
<오랜 시간 전래되며 아류로 바뀐 듯싶습니다.>
‘살천문에서도 여기 왔었나? 진짜 여기는 개나 소나 다 들어오는 세계였구나?’
<누군가가 작정하고 부른 것일 수도 있지요.>
그사이 검성은 검무를 마쳤다.
“어떻습니까?”
“훌륭하시군요.”
“이안 님께서도 이 검술을 알고 계시는 듯싶은데…….”
“예. 압니다.”
이안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검성은 빙긋 웃었다.
“그럼 우리가 동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뇨.”
동문은커녕 살천문의 정식 계승자인 이안에게 있어서 검성은 죽어 마땅한 자였다.
어쨌든 살천문의 검술을 훔쳐 배운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여기가 한 대륙도 아니고 어떤가.
물론 그렇다고 동문이라고 인정할 생각도 없었다.
그의 냉담한 반응에 검성은 살짝 시무룩해졌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걱정이군요. 앞서간 자들도 이 길을 통과했을 텐데…….”
검성인 자신도 방심했으면 타격을 입었을 정도로 위험한 길이었다.
이곳을 통과했다면 그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지 않을까?
그녀가 검을 쥐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여기로 안 지나갔습니다.”
“……예? 그게 무슨…….”
당황하는 그녀에게 이안은 차분하게 말했다.
“여기는 지름길이니까요.”
그가 골목을 돌아 앞으로 갔을 때.
그의 말대로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그리고.
“으아아아악!!”
“사, 살려 줘!!”
계단 밑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