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84화(184/300)
◈ 제184화
92. 많이도 해 먹었네 – 2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한무리의 기사들이 한참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을 상대하는 몬스터들은 유적에서 자주 출몰하는 몬스터 중 하나인 슬라임이었다.
다만 단순한 슬라임이 아닌, 산성을 가진 애시드 슬라임이다.
“이거 골치 아픈 녀석이군요.”
슬라임의 내부에 금속제 무기와 갑옷까지 들어가 있었다.
갑옷을 입고 있던 사람은 이미 강력한 산에 녹아서 흡수된 것처럼 보인다.
“파이어 레이즈!!”
마법사 하나가 지팡이를 내밀며 마법을 사용한다.
화려한 다섯 줄기의 불길이 애시드 슬라임들을 태워 버렸지만 일부에 불과했다.
불타버린 슬라임을 대신해 다른 슬라임들이 계속해서 몰려 들어오며 압박을 이어 나간다.
“계, 계속 쏴!! 계속!!”
슬라임 무리의 공격을 막아 내는 기사들 뒤에서 소년 하나가 겁에 질린 채 악을 썼다.
예전에 봤던 얼굴이었다.
라이트 시티에서 여자들 끼고 거들먹대던 소년.
가토른 오하라다.
“도련님!! 도망치십……. 으아아악!!”
기사 하나가 애시드 슬라임에게 잡혔다.
그의 몸이 슬라임들에게 끌려 들어가려 하자 가토른은 비명을 터트렸다.
“어째서 이따위 슬라임에게!!”
아무리 애시드 슬라임이라지만 고작해야 슬라임 아닌가.
기사들 모두 익스퍼트 수준인데 이렇게 당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가 절망섞인 비명을 내지르는 사이 이안은 성큼성큼 걸어가며 말했다.
“애시드 슬라임을 상대할 때는 오러로만 잡는 게 제일이지. 그리고 금속 무기를 쓰면 안 된다. 또 일격에 핵을 꿰뚫어야 해.”
“저, 저놈들은 핵이 없다!!”
기사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복도를 가득 메운 슬라임들에게는 핵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그들에게 이안은 피식 웃었다.
“아니. 있어.”
이안은 벽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그를 노리며 애시드 슬라임들이 산성이 섞인 몸체를 쏘아 냈지만 그의 검격은 간단하게 슬라임들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그리고.
“이게 진짜다.”
검은색 기운이 화살처럼 쏘아지며 슬라임 하나를 꿰뚫자 이 구역에 모여 있던 슬라임의 3분의 1이 물처럼 녹아 사라져 버렸다.
“헉?!”
“이건 애시드 슬라임 킹이야. 킹의 특징은 자신의 몸을 분리해서 따로 조종할 수 있다는 거지. 또한 핵이 공격받으면 다른 몸체로 핵을 이동시킬 수도 있고. 분리된 몸 공격해봐야 아무 의미 없어.”
그 말에 기사들은 깜짝 놀랐다.
애시드 슬라임 킹이라면 S급 몬스터에 속한다.
설마 그정도로 위험한 것이었다니.
남은 킹들도 이안의 검격에 핵이 꿰뚫렸고 그것만으로도 방금 전의 난리가 멈춰 버렸다.
“으…… 으으…….”
하지만 부상자들이 꽤나 많다.
스무 명 남짓한 기사들이 부상자와 사망자들을 챙기며 침울한 얼굴을 하자 이안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파괴된 핵을 가방에 넣었다.
“가시죠.”
뒤에 있던 검성에게 이안이 말하자 그녀는 한 걸음 걸어오며 기사들을 가리켰다.
“저들이 왜 여기 왔는지 확인하지 않으십니까?”
검성이 묻자 이안은 고개를 돌렸고 기사들은 움찔했다.
갑자기 들어온 소년 하나와 엘프 하나.
둘 다 어려 보이지만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그런 그들이 관심을 보이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귀, 귀하들께서는 누구신지…….”
“이안 브랜든.”
“헉!”
기사는 깜짝 놀랐다.
소문의 그 이안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아까보다 더 눈치를 살피는 그에게 검성은 차분하게 물었다.
“당신들. 여기는 왜 들어온 건가요?”
“드, 들어오면 안 되는 건가?!”
그때 가토른이 외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만함을 증명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기사들을 잃은 슬픔과 분노, 두려움을 잊으려는 것일까.
그는 애써 오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의 유적은 주인이 없는 것 아닌가!”
“정확하게 말하면 있죠.”
원래 유적이라는 것은 땅 주인의 것이다.
에메랄드 섬에 속해 있는 이 유적도 엄밀히 말하면 솔트 후작가의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 다, 당신들이 이 유적을 조사할 권리가 있단 말인가?!”
이안은 말없이 패를 들었다.
솔트 후작가의 패를 보니 가토른은 더 할 말이 없었다.
“으으윽…….”
“더 할 말이 있나?”
그는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기껏 기사들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이렇게 돌아가야 한다?
심지어 이 유적을 탐사하면서 죽거나 다친 기사들을 생각하면 더 물러날 수 없었다.
“난 돌아가지 않겠어!!”
“그럼 어쩌시려는 겁니까? 고작해야 애시드 슬라임 킹 따위에게 그렇게 당했으면서?”
검성이 묻자 가토른은 머뭇거렸다.
그리고 거친 표정으로 외쳤다.
“네가 뭔데 나에게 그리 말하는 거냐!!”
“검성이다.”
이안이 말해 주자 다들 기겁했다.
“세, 세상에?!”
“검성이라니. 하, 하지만 검성은 노파라고 들었는데……?”
그들이 놀라건 말건 검성은 싱긋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얼굴이 창백하게 물든 가트론에게 상냥하게 말했다.
“알지 못하고 말씀하신 것이니 웃으며 넘어가지요.”
“가, 감사……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그가 고개를 숙이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성격도 좋군. 나한테 저랬으면 바로 칼 날아갔을텐데.’
<세간에 알려진 검성의 성격이 원래 저렇습니다.>
‘저러다가 뒤통수 맞기 딱 좋지.’
<자신감이 있으니 저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저건 검성이 판단할 일이라 이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사이 그녀는 긴장이 풀려 주저앉은 가토른 대신 옆에 있는 기사에게 물었다.
“당신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습니까?”
“……그, 그게. 예.”
“어디서 이 유적에 대한 정보를 얻었지요?”
“저기…….”
그는 힐끔 가토른의 눈치를 살폈다.
“가토른 도련님께서 자주 만나시는 상단이 있습니다. 그곳의 상인이 가토른 도련님의 애인인데…… 그녀에게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어디서 그것을 들었습니까?”
“글쎄요. 거기까지는 저희도 잘.”
“여러분은 그녀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예? 예. 도련님의 애인이라 저희도 얼굴 정도는 알죠.”
기사는 품에서 수첩을 꺼냈다.
가토른의 호위로서 그에게 접근해도 되는 이들의 초상화가 있었다.
그것을 받아 확인한 검성은 어깨를 떨었다.
“……이 여자가 이곳을 말해 줬다구요?”
“예. 어…… 검성.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 여자. 어디 있습니까?”
“그거야 저희도 이제는 모르죠.”
오하라 백작령에서 나온 이후 소식이 닿지 않았다.
그녀는 기사에게 몇 가지를 더 물었고 기사는 순순히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여러분은 이곳에서 나가십시오.”
“아…… 예. 아, 알겠습니다.”
“가기 전에 한 가지만 더. 여기 유적을 부순 게 너희들인가?”
“예? 아. 예.”
“용케 부쉈군. 쉽지 않았을 텐데.”
기사는 머뭇거리다가 품에서 작은 지팡이 하나를 꺼냈다.
그것을 받은 이안은 쓴웃음을 지었고 검성은 신기해했다.
“이건…… 폭발의 룬이군요.”
잊힌 도시의 탑.
발할라에서 얻을 수 있는 아티팩트 중 하나다.
비록 1회용에 불과하지만 꽤나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덕분에 공성전이나 파괴 공작에서 자주 쓰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탑도 없어져서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간 아티팩트 중 하나다.
“오하라 백작가에서 이것까지 몰래 가지고 들어왔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가토른은 아마 끝장일 것이다.
어쩌면 파문당하고 결국 일개 평민 신분이 되겠지.
저 오만한 그가 과연 평민 신분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기사에게 이안은 씩 웃었다.
“그 오만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저항하고 다시 올라가려고 하겠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겁니까?”
기사가 떨떠름해하며 묻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프면 의사나 사제님을 찾아야지 청춘은 무슨. 살기 위해서라도 저항하려 할거라는 얘기지.”
그가 말하고 몸을 돌리려는 찰나.
검성은 그에게 다가가 작은 어조로 말했다.
“이안 님. 저들이 이곳에 온 것.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왜 그러십니까?”
“그 여자. 저 소년의 애인이라는 상인. 제가 아는 자입니다.”
“어릴 적 헤어진 동생이라도 됩니까?”
“그럴 리가요. 음욕을 따르는 악마이며…… 제가 복수해야 할 대상 중 하나. 카르엠입니다.”
그 말에 이안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절망하고 있는 가토른을 잡고 말했다.
“그 여자. 어느 상단 소속이지?”
“포, 폴리시 상단인데…… 그, 그건 왜요?”
“폴리시 상단?”
<오버웰 왕국을 기점으로 제국과 거래하는 상단 중 하나입니다.>
<상단주는 레토 폴리시로…….>
키르케는 폴리시 상단에 대한 정보를 보고했다.
단순한 정보만으로 따진다면 다른 상단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 상단이 거래하는 곳이 제국의 제1황녀인 키리슈난의 영지라는 것이었다.
‘역시 키리슈난이 관련된 것일까?’
<현재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즉 그런 기록 따위는 없다는 거다.
이안은 그를 내려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님의 일정을 모두 취소할까요?>
현재 방학 중이지만 연구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한참 만들 것도 많은 만큼 시약 제조실이나 합성실을 만드는 일도 중요했다.
‘일단 이번 일 끝나면 생각해 봐야겠군.’
“제국이라…… 제국…….”
검성의 관심은 제국에 꽂혀 있었다.
당장 그녀를 찾아가고 싶어 하는 듯한 검성에게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쪽에 관심 있으시면 그리로 가시죠.”
어차피 이번 일은 원래 혼자 하려던 것이다.
그가 말하자 검성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서로에게 의지해 나가는 이들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끝까지 같이해야지요.”
“그럴 필요 없는데. 뭐. 그럼 그렇게 하시죠.”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검성과 함께 걸었다.
그렇게 또다시 능숙하게 길을 찾아 2층의 끝에 있는 계단에 도착하자 입구의 문이 닫혔다.
-우우웅! 철컥! 철컥!!
계단으로 통하는 입구도 닫히며 벽이 열린다.
그곳에서 나오는 것은 1층에서 만났던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골렘이었다.
그걸 본 검성은 검을 빼 들었다.
“아까 것과는 다른 형태군요. 다만 녹이 슬고 움직임도 그리 좋지 않은데…… 더 상대하기 쉽겠습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이번에 나온 골렘들은 움직임이 꽤나 부자연스럽다.
걸어오다가 넘어지는 경우도 있고, 빛을 뿜어내지도 못한다.
어째 1층에서 봤던 골렘보다 더 약해보인다.
“……이안 님?”
하지만 이안의 표정은 달랐다.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저것들. 제가 처리할 테니 귀나 막고 계시죠.”
그가 한 걸음 나서자 골렘 중 하나에서 붉은 빛이 번뜩였다.
삐이이이이이!!
만약 이안이 말하지 않았더라면 기절했을 정도의 날카롭고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러로 막아서 간신히 음파 공격을 버텨낸 그녀는 그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이렇게 말한 것일까.
그녀가 의아해하는 사이 키르케는 언제나처럼 차분하게 말했다.
<행성 칼라이드의 침공용 트루퍼입니다.>
저것은 이안이 경험했던 차원 중 하나.
다른 차원과 별을 공격해 지배하는 제국 행성 칼라이드에서 쓰는 행성 침공용 병기였다.
‘그런데…… 어째 상태가 좀 안 좋다?’
강력한 레이저는 물론이고 모든 것을 베어내는 단분자 커터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움직임도 시원찮다.
무장이 음파 무장으로 적을 기절시키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한 이안은 피식 웃었다.
‘거긴 여전히 많이들 해처먹고 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