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85화(185/300)
◈ 제185화
93. 고장 났다 – 1
행성 칼라이드는 막대한 기술력을 지녔지만 상당히 부패한 곳이기도 했다.
여러 행성들을 침공하며 얻은 막대한 부와 자원을 의회에서 독점하여 분배하며 그 과정에서 해 먹는 이들이 많았다.
<그때 주인님께선 우주 해적으로 활동하셨지요.>
<그때의 주인님께서는 정말 빛나셨습니다.>
저항하길 좋아하는 이안은 그런 칼라이드 의회에게 저항하는 세력에 참가하고 그들을 이끌었었다.
그래서 의회의 초거대 함선인 레이븐을 탈취한 후 우주 해적으로 열심히 싸웠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많이 해 먹어서 장비가 부실하다지만 여기 수준이면 저 음파 병기도 막기 힘들겠지.’
당장 저 트루퍼 몇 대만 나가도 솔트 후작령 수준은 며칠 안에 절멸시킬 수 있을 거다.
이안은 음파 공격 외에는 하지 않는 트루퍼를 보다가 검을 잡았다.
-데에에엥!!
그리고 검을 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소리가 퍼져 나가며 트루퍼의 음파 공격을 막아 내었다.
-와지끈!!
그리고 빠르게 뛰어 트루퍼 하나의 다리를 잘라 버렸다.
일격에 다리가 잘려 버린 트루퍼 하나가 바닥을 나뒹굴자 그것을 걷어차 다른 트루퍼를 공격.
그 후에도 호랑이처럼 날뛰며 트루퍼들을 박살 내 간다.
순식간에 모든 트루퍼를 부숴 버린 이안은 검을 넣었다.
‘그런데 왜 여기 트루퍼가 있지?’
<3층을 확인해 봐야 알 수 있을 듯싶습니다.>
‘먼저 들어온 세 명은?’
<현재 2층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3층에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위칼타와 카트린, 윌시아가 트루퍼들을 이길 수 있었을까?
이안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 음파 공격은 마스터 수준도 쉽게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그들은 뭔가에 잡혀갔다는 얘기다.
“괜찮으십니까?”
“전 괜찮습니다.”
“그런데 아까 그건 어떻게 하신 겁니까?”
검을 손가락으로 한 번 튕겼을 뿐인데 귀를 찌르는 듯한 소리가 사라졌었다.
그녀가 신기해하며 묻자 이안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같은 음역대의 음파를 통해 막은 것뿐입니다.”
음공의 일종이라 방법만 알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한 후 열리고 있는 계단의 문을 바라보았다.
“저는 내려갈 생각인데. 검성께서는 어쩌시겠습니까?”
“저도 가 봐야지요.”
그녀는 박살 난 트루퍼들을 살피다가 황급히 답했다.
그렇게 검성과 함께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키르케는 주변을 탐색하고 빠르게 보고했다.
<3층의 중심에 포로들이 존재합니다.>
<3층의 중심에 엘리트 트루퍼가 존재합니다.>
‘그건 좀 제대로 된 놈인가?’
<그렇습니다.>
<또한 공간 굴절 장치가 존재합니다.>
<태양로가 유적의 장치 및 트루퍼의 에너지 충전을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부 행성 칼라이드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이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고 걷자 검성은 신기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좀 다르군요.”
지금까지 봤던 지하 1층과 지하 2층과는 복도부터 다르다.
“특히나 여기…….”
그녀는 벽면을 쓸어 만졌다.
흠 하나 없이 깔끔하게 잘린 벽면이다.
“돌을 세공한 것일까요?”
“베어서 만든 겁니다.”
“예?”
“일격에 베어서 복도를 만들었군요.”
이안의 말에 그녀는 신기해하며 복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곳에 있는 모든 재료들의 단면은 모두 일격에 잘렸다는 것을.
“굉장하군요. 마법일까요?”
“기술입니다.”
담담하게 답한 이안은 성큼성큼 걸었다.
그렇게 그들이 진행했을 때.
복도 끝 쪽에서 무언가가 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윽.”
안쪽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유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벌레형 몬스터들이었다.
심지어 그 수가 한둘이 아니다.
복도를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벌레들이 달려들자 이안은 인상을 쓰며 검을 휘둘렀다.
-쿠구구구궁!!
검은색 기운과 동시에 강력한 파동이 벌레 몬스터들을 휩쓸어 버렸다.
이안이 간단하게 적들을 쓰러트리자 검성은 신기해했다.
“이곳에 뭐가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 벌레 몬스터들…… 종류가 좀 이상합니다.”
“그렇습니까?”
“예. 원래 이 종들은 서로를 잡아먹는 종입니다. 이렇게 많으면 서로를 공격하지 다른 사냥감을 찾지 않아요.”
그런데도 왜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일까.
궁금해하는 검성에게 이안은 담담하게 설명했다.
“음파를 통해서 조종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사람은 들을 수 없는 아주 미세한 음파를 쓰는 것이죠. 지성이 높은 존재들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벌레라든가. 슬라임 같은 것은 조종할 수 있겠죠.”
“오…… 그런데 이안 님께선 그걸 어떻게 아시나요?”
알 수밖에.
행성 칼라이드에서 다른 행성 침략할 때 자주 쓰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는 그 부분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계속 걸었다.
“또 오는군요.”
벽면의 틈에서 투명한 무언가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짙은 연기를 내뿜는 애시드 슬라임 킹을 본 검성은 빠르게 오러를 내뿜었다.
-퍼억! 퍽!!
두 마리 애시드 슬라임 킹의 핵이 순식간에 박살 나 버렸다.
“계속 가시죠.”
그들이 가는 길에 슬라임이나 벌레, 혹은 쥐나 지성이 낮은 해양 몬스터들의 공격이 있었다.
하지만 이안과 검성이다.
어지간한 공격 따위는 둘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걸어 도착한 복도의 끝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다.
굳게 닫힌 문을 노려보던 검성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우지끈!!
문이 박살 난다.
그리고 그 내부의 모습이 보이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저건 아까 2층에서 봤던 것이잖습니까. 다만 생긴 게 좀 다른데…….”
그녀의 말대로였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붉은 빛이 일렁이는 동그란 무언가에서 나온 수백 다발의 선이 트루퍼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걸 본 검성이 긴장했을 때.
트루퍼의 머리 부분에 불빛이 들어왔다.
붉은빛으로 일렁거리는 빛이 번뜩인 순간 이안은 검성을 밀었다.
“꺅?!”
그녀가 튕겨 날아가자마자 검성이 있던 자리가 그대로 짓뭉개져 버렸다.
만약 그대로 있었다면 검성의 몸도 저렇게 짓뭉개졌을지도 모른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나중에 양손 무겁게 한 후 하시죠.”
-우웅…… 철컥! 철컥!!
장치가 움직이며 다시 붉은 빛이 일렁거린다.
공간 굴절 장치.
공간을 왜곡하고 굴절시켜서 그 자리를 짓뭉개 버리는 강력한 병기가 작동하며 이안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그 방해에 이안은 인상을 쓰며 손을 뻗었다.
<해킹에 실패하였습니다.>
<태양로에 직접 연결되어 해킹이 방해되고 있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마력으로 해킹이 안 되면 물리적 해킹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위이이잉!!
공간 굴절 벽을 피해 뛰어오른 이안이 자신에게 매달리자 엘리트 트루퍼의 사이에서 수십 자루의 칼날이 치솟았다.
초진동으로 모든 것을 베어 내는 단분자 커터가 번뜩였지만 이안은 그 전에 트루퍼의 머리 부분을 날려 버렸다.
-파직! 파지직! 위이잉…….
머리 부분이 박살 나자 스파크와 함께 움직임이 정지되었다.
그와 함께 주변에 있던 시설들의 빛이 사라지자 검성은 아티팩트를 들어 주변을 밝혔다.
“저기 잡힌 사람들이 있……. 어?”
고개를 갸웃거린 그녀는 의아해하며 벽 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헉! 여기 와보세요!”
그녀의 부름에 그곳에 가 본 이안은 쓰게 웃었다.
이곳에 있는 것은 2층을 탐사하다가 패배하고 잡혀간 세 명뿐만이 아니었다.
시체.
수도 없이 많은 말라붙은 시체들이 이곳에 있었다.
물론 인간뿐만이 아니다.
몬스터들도 있고 인어나 수인 같은 다른 종족들도 있었다.
“이게 무슨…….”
다만 신기한 것은 그들 모두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다는 것이었다.
그 어떤 저항의 흔적조차도 없다.
개중에는 오거도 있었는지 뼈 자체가 다른 것들보다 훨씬 큰 것이 있었다.
그런데 그 오거의 말라붙은 사체조차 너무나도 평안하게, 마치 누워서 죽은 것처럼 깔끔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 사체들 옆에는 지금 세 명에게 붙어 있는 줄과 같은 것들이 삭은 채 떨어져 있었다.
검성이 당황하며 바라보자 이안은 줄을 툭 쳤다.
“살아 있는 자들에게서 에너지를 뽑아 충전을 한 모양입니다.”
이안은 위칼타에게 꽂혀 있는 선을 강하게 뽑았다.
약간의 저항과 함께 선이 뽑힌 순간 정신을 잃고 있던 위칼타는 퍼뜩 눈을 떴다.
“루디!! 루디……. 어? 이, 이안 님?! 왜 저희 집에…….”
그가 당황하며 외치자 검성은 의아해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좋은 꿈을 꾸셨나 보군요.”
“……꿈……? 그게 꿈이었다구요……?”
위칼타는 당혹스러워하다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 아아…… 그래…… 그래. 전…… 전 2층에서 그 이상한 가디언들에게 패배하고…….”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이후 깨어나 보니 다른 탐험가들에게 구해졌다.
이후 탐험가로서 성공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에게 프러포즈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리고.
“아아…… 그 모든 것이…….”
“당신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뽑아 가려던 것이었습니다. 좋은 꿈을 꾸면 저항이 줄어드니까요.”
“아…… 그래서…….”
다른 몬스터들이나 사람들 역시 모두 좋은 꿈을 꾸며 편안하게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잠든 채 생명력을 뽑혀 서서히 말라 죽어 갔던 것이고.
“누가…… 누가 이런 짓을 한 것일까요.”
검성은 남은 두 명에게 꽂혀 있는 선도 뽑아 주었다.
그사이 이안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북쪽 중앙에 석판이 존재합니다.>
키르케의 말대로 그쪽으로 가니 트라칼자가 보여 줬던 금고 안의 벽과 같은 글자가 있었다.
그것을 읽어 본 이안은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가 진짜 제단이군.’
섬 쪽에 있는 제단은 인신 공양 및 제물을 선발하기 위한 제단일 뿐이다.
거기서 선발된 이들이 여기서 제물로 바쳐졌다.
그리고.
그 제물의 생명력을 에너지로 삼아서 저 구체형 장치, 태양로로 전하려 한 것이다.
이안은 엘리트 트루퍼와 연결되어 있는 태양로 쪽으로 다가갔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빛이 깜빡이는 것을 그가 살펴보자 가방에 있던 먀네가 나왔다.
“먀아~ 먀먀~.”
그리고 대놓고 기분 나쁘다는 듯 울었다.
그런 먀네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는 사이 검성이 그에게 다가왔다.
“이안 님. 이게 뭡니까?”
“그것이 폭군의 힘의 근원이지.”
그녀의 질문에 답하기 전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이안을 비롯한 다섯이 눈을 돌렸을 때.
커다란 물통과 함께 그것을 가마처럼 들고 수십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 물통 안에는 칠흑 같은 흑발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인어가 있었다.
그녀는 물통에 몸을 기댄 채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이 이곳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후후후…….”
“넌 누구냐.”
검성이 검을 겨누며 묻자 그녀는 요사스러운 미소를 더욱 짙게 지었다.
“음욕 케신을 따르는 상급 악마 벨린이라고 해.”
그리고 생긋 미소 지었다.
청순함과 요염함이 담긴 미소에는 유혹의 힘이 담겨 있었다.
이성인 위칼타와 카트린이 헤롱거렸지만 이안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프레이야의 매혹조차 비웃으며 넘기는데 고작 상급 악마 따위의 유혹에 넘어가겠나.
그는 그저 시큰둥한 표정으로 벨린을 위해 일하는 남자들을 가리켰다.
“가슴의 문양이 솔트 후작가의 문양인데. 저들이 트레인 발트 호의 선원들인가?”
“후후. 내 미모에 취해서 내 노예가 되겠다고 한 이들이지. 이들을 이용해서 나도 유령선을 만들어 보려고.”
“좋아. 그런데 여긴 왜 왔냐?”
“후후후…… 그것이 폭군의 힘의 근원이라는 것을 모르나? 그것만 손에 넣는다면 내가 폭군이 되어 칠대 죄악을 따위로 생각할 정도로 내가 가장 강한 악마가…….”
“이거 얻는다고 막 힘을 얻고 그러진 못할 듯.”
“뭐?”
“이거 고장 나서 제대로 못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