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86화(186/300)
◈ 제186화
93. 고장 났다 – 2
행성 칼라이드에서 태양로가 쓰이는 곳은 두 곳이다.
첫 번째는 침략한 행성 내 생명체의 에너지를 강제로 빨아들여 충전하는 것.
두 번째는 그렇게 충전한 에너지로 항해를 위한 우주 함선의 동력로로 쓰는 것.
이안은 태양로를 툭툭 쳤다.
“보아하니 꾸준히 충전한 모양인데 에너지 충전이 안 되고 있잖아.”
“……웃기지 마.”
아까까지만 해도 색기가 담겨 있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아름다운 인어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던 검성은 힐끔 옆을 보았다.
여전히 그녀의 미모에 위칼타와 카트린은 헤롱거리고 있었다.
내버려둬봐야 방해만 될 것 같아 그들을 후려쳐 기절시킨 검성은 벨린에게 검을 겨눴다.
“음욕을 따른다고 했지? 케신은 아직 지옥에 있나?”
“음? 당신…… 뭐야. 이안. 저런 꼬맹이가 취향인가?”
“그 여자가 검성이다.”
그 말에 벨린의 표정이 굳었다.
케신을 원수로 생각하는 이 세상의 절대 강자 중 하나.
그것이 저런 어린 엘프일 줄은 몰랐던 그녀는 다급하게 외쳤다.
“제길!!”
하지만 검성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순식간에 잔상만 남은 그녀는 빠르게 벨린이 차지하고 있는 인어의 목을 날려 버렸다.
일격에 벨린의 머리가 허공으로 떠 버리며 툭 떨어지자 물통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다.
“헉?!”
“여, 여긴?!”
“뭐야?! 뭐야?!”
벨린의 매혹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당황하는 사이 그녀의 시체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그걸 본 윌시아는 깜짝 놀라며 지팡이를 들었다.
“이럴 수가!! 악마입니다!”
“여기서 그거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안이 한마디 하자 그녀는 무안해하며 성력을 준비했다.
그사이 벨린이 현계하기 시작한다.
“이안!! 저건 제가 맡겠습니다!”
“그러시죠.”
“빌어먹으을!!”
검은 기운이 변한다.
거대한 날개를 지니고 두 개의 뿔이 인상적인 여성형 악마가 된 벨린은 날카로운 손톱을 허공으로 치켜세웠다.
“이안! 너도 남자라면 나에게 반해라!”
“넌 내 취향이 아냐.”
이안이 냉정하게 대꾸하자 검성이 치고들어갔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녀가 검성과 싸우기 시작한다.
오러와 악의가 부딪치는 것을 힐끔 본 이안은 곧 그들의 싸움에 흥미를 잃었다.
‘그나저나 이걸 지니면 폭군의 힘을 얻을 수 있다라. 키르케. 어떻게 생각해?’
<트루퍼가 있다는 것과 지금 이곳에 있는 장비, 그리고 진주를 생각하면 답은 간단합니다.>
키르케의 말대로였다.
행성 칼라이드의 타 행성 침공용 장비들이 있다는 것은.
그리고 함선에 쓰이는 태양로가 있다는 것은.
또 에너지를 모으기 위한 진주가 폭군의 진주로 알려졌다는 것은.
모두 한 가지를 의미하고 있었다.
‘폭군이 행성 칼라이드에서 온 놈이라는 얘기겠지.’
<그리고 폭군이 사용하던 하늘을 날던 섬이 우주 함선 중 하나라고 판단됩니다.>
<불의의 사고로 태양로가 고장나 강제 충전을 위해 이런 일들을 벌인 것이겠지요.>
‘위치 파악 가능한가?’
<현재 탐색 범위 내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안은 태양로를 툭툭 치며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검성. 그만하시죠.”
잠깐 시선을 떼고 생각하는 사이 그녀는 벨린을 거의 제압한 상태였다.
아름다운 머리칼은 거의 잘려 나갔고 뿔은 부러졌다.
날개는 찢어졌고 몸 여기저기에 검흔이 남아 있었다.
그런 그녀를 제압하던 검성은 짙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흐…… 흐흐…… 이안…… 결국 나에게 매혹됐구나…….”
벨린은 기뻐했다.
악마 학살자 이안에 대해 모르는 악마는 없다.
그런 그를 자신이 매혹시킬 수 있다면 폭군의 힘 없이도 자신이 악마들의 왕이 될 수 있으리라.
헛된 희망에 빠진 그녀가 기뻐하며 손짓하자 이안은 다가간 후 손을 움직였다.
-짜아아악!!
한 대 맞고 나가떨어진 그녀를 잡은 채 이안은 눈을 번뜩였다.
<칠색 마안 – 홍의 강제를 사용합니다.>
“끄아아악!!”
“저걸 어떻게 쓰려고 했지?”
“으아아…… 으…… 크으으…… 저, 저걸 가지면…… 으으으…… 폭군의 힘을 얻을…….”
“어디로?”
“크으윽…… 그건…… 이, 인어의 왕국에…….”
그 외에는 자신도 아는 것이 없다.
악마들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단 하나.
폭군의 힘의 근원과 진주를 가지고 인어의 왕국에 가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뿐이었다.
“그걸 어디서 들었지?”
“전에…… 으으으…… 케신이…… 하, 하는 이야기를 들었……. 아아아!!”
혼이 짓눌리는 고통에 헐떡거리는 그녀를 보던 이안은 검성에게 휙 던졌다.
그걸 받은 검성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일격에 벨린의 목이 베이며 그녀가 검은 연기로 변해 소멸된다.
이안은 태양로를 강제로 뜯어내며 말했다.
“자. 나갑시다.”
단분자 커터라든가, 음파 장치라든가. 공간 굴절 장치라든가.
아까 전에 엘리트 트루퍼가 사용한 무기에 검성은 꽤나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태양로가 뜯어졌기 때문일까?
엘리트 트루퍼와 그 장비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쿨하게 포기했다.
하지만 위칼타는 달랐다.
“저. 이안 님. 저것들 안 가져가십니까? 굉장한 아티팩트 같은데…….”
2층에서 저것과 비슷한 것들을 만났을 때 음파 공격에 정신을 잃었었다.
거기에 좋은 꿈을 꾸게 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유적의 조사를 좀 더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해서 뭐 하시려구요?”
“예? 그야…….”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걸 본 위칼타는 한숨을 쉬었다.
“저. 이안 성도님. 저희는 이곳에 태양의 팔찌가 있다는 것을 듣고 찾아왔습니다만…….”
“예. 아주 오래전에 태양교단에서 보관하던 성물들이 다수 도난당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교단의 의뢰를 받고…….”
“저것 같군요.”
이안은 그들을 데리고 넓은 공동의 한쪽으로 향했다.
폐기물들이 놓여 있는 곳에 이곳에 잡혀 온 몬스터나 사람들이 사용했던 장비들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태양교단의 성물이 몇 개 있었다.
다만 문제는 성물들에 성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의아해하는 그들에게 이안은 담담하게 설명했다.
“거기서도 에너지를 추출한 모양입니다. 아마 진주에 넣기 위함이겠죠”
태양로는 태양로라는 이름처럼 내부에 인공 태양을 만들어 그 에너지를 사용한다.
어쩌면 태양교단의 성물에서 태양의 기운을 추출하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아아. 태양이시여.”
두 성직자가 안타까워하는 사이 위칼타는 더욱 안타까워했다.
그곳에 있는 것은 폐기된 성물뿐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건 사라졌다고 알려진 트라코 왕국의 신물?! 7서클 마법이 담겨 있다고 했는데……?! 그리고 이건 토르만 협곡의 괴수가 쓰던……. 아아. 전부 마력이…….”
아티팩트들 역시 마력이 모두 뽑힌 채 아슬아슬하게 형태만 유지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들이 아까워하는 사이 검성은 이안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이안 님. 당신은 저것들에 대해서 뭔가 잘 아시는 듯싶군요.”
“예.”
딱히 숨길 생각 없는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당함에 검성은 조금 놀랐다.
그녀가 붉은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자 이안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문제 있습니까?”
“아뇨. 숨기실 줄 알았습니다.”
“제가 밝힌다고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닐 텐데요.”
“그럼 저게 뭡니까?”
“다른 차원에서 온 침략자입니다.”
그 말에 검성은 입을 쩍 벌렸다.
일단 유적에서 나왔다.
이안이 유적의 동력인 태양로를 챙겼기 때문인지 돌아가는 길에는 함정이 작동되지 않았다.
물론 통제에서 벗어난 몬스터들이 발광을 하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럼 여긴 부수죠.”
“여길 부수면 섬 쪽에도 영향이 가는 것 아닙니까?”
“에메랄드 섬 위쪽과 연결되긴 했지만 절벽이 조금 무너지는 정도가 답니다.”
그리고 그 정도 문제는 지맥을 활용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안이 말하자 검성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깔끔하게 수긍했다.
“그런데 카트린 성기사님. 성기사님은 여길 어떻게 아신 겁니까?”
“예전 자료들을 보면서 조사를 해 봤습니다. 이 섬을 성지화하는 과정에서 실종된 성기사님과 사제님이 계셨는데. 그분들께서 가지신 성물을 여태 찾지 못했거든요.”
카트린과 윌시아는 원래 잊힌 도시의 탑에 다니던 성직자들이다.
하지만 탑이 닫힌 후 잃어버린 성물들을 조사하는 쪽에 소속되었다고 한다.
“이것도 그 업무의 일환이지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위칼타는 저들의 의뢰를 받고 함께해 준 정도에 불과했다.
“안에는 어떻게 들어가셨죠?”
검성의 질문에 위칼타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예전에 탑에서 얻은 아티팩트를 썼습니다. 잠겨 있는 모든 문을 여는 아티팩트인데…….”
그가 낡은 열쇠 하나를 꺼내자 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것을 썼다면 악마나, 혹은 다른 쪽과는 관련이 없다.
그들의 대화를 들은 이안은 복도에 홀로 남은 채 검을 그대로 내리꽂았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지뢰진.
이안의 검격에 담긴 힘이 복도를 뒤흔들었다.
천장과 바닥을 무너트리는 강력한 충격에 지반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우득! 쾅! 콰아앙!! 쾅!!
입구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전체적으로 무너져 가기 시작한다.
그걸 지켜보던 그는 그대로 밖으로 나와 버렸다.
일단 상황의 정리를 위해 그들은 에메랄드 섬의 정원으로 향했다.
위칼타와 카트린, 윌시아는 고객이 아니었지만 이안의 배려 덕분에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들이 쉬러 가고, 또 벨린에게 잡혀 있었던 선원들이 태양교단의 신전으로 향하자 검성은 이안에게 말했다.
“이번 일 역시 악마가 주도한 일이군요.”
“글쎄요. 이걸 주도했다고 봐야 할지…….”
“어쨌든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이안 님. 이제부터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이안은 가방에서 진주와 태양로를 꺼냈다.
악마들이 그토록 바라는 두 가지 물건을 손에 넣었으니 악마를 꼬셔서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걸 풀어놓고 낚시를 할지. 아니면 오는 족족 잡아 족칠지 고민이군요.”
“낚시라면……?”
“폭군이 있을 곳에서 기다리는 거죠. 제가 폭군의 힘을 얻는다 생각하면 악마들 입장에서는 긴장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러니 그걸 막기 위해 움직일 것이고 그걸 치면 되지 않겠는가.
이안이 설명하자 검성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합니다. 저도 함께하지요.”
“예?”
“어. 제가 방해됩니까?”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굳이 그러실 필요 있나 싶군요.”
이안이 고개를 젓자 검성은 아쉬워했다.
그때 그들의 곁으로 트라칼자가 웃으며 다가왔다.
“이안 백작님. 검성님.”
“아. 트라칼자. 도움 고마웠어요.”
“아뇨. 두 분께서 선원들을 구해 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릴 뿐입니다.”
“감사라뇨. 그리고 구한 것은 이안 님이지 제가 아닙니다.”
“아하하. 그렇습니까? 아. 그리고 두 분께 감사하는 의미에서 오늘 파티를 열까 하는데. 꼭 좀 참석을…….”
검성이 웃으며 사양하려고 했을 때.
이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그러십니까?”
그는 힐끔 트라칼자를 보며 말했다.
“파티 참석은 못 하겠군.”
그의 말과 시선에 검성은 의아해하다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것은 트라칼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
녹색의 바다의 한 부분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