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87화(187/300)
◈ 제187화
94. 좋은 재료다 – 1
바다가 붉게 물든다는 것은 인어 왕국에 공격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다.
이안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인어 왕국에 가 봐야겠군요. 검성. 그럼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이번 일에 음욕의 케신이 관련되었다면 저도 물러날 수 없습니다.”
검성이 진지하게 말하자 이안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거기 바닷속에 있는데 가실 수 있습니까?”
“에…….”
그건 안 된다.
검성이 머뭇거리자 이안은 아쉬움 없이 휙 몸을 돌렸다.
그때 트라칼자가 손을 들었다.
“그건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황급히 밑으로 내려가 반지 하나를 가지고 왔다.
“이것을 드릴 테니 이안 백작님을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아티팩트는……?”
“예전에 이곳에서 머무르셨던 손님께서 주시고 가신 겁니다. 이 반지를 착용하면 물 위를 걸을 수 있고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습니다.”
십여 년 전쯤의 일이다.
에메랄드 섬에서 푹 쉬고 갔던 마탑의 로드 중 하나,
트린미어가 자신이 개발한 아티팩트라며 주고 간 것이었다.
“에메랄드 섬에서 육지로 가려면 배를 타야 하지요.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배를 띄우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사용하라고 주시고 가신 겁니다.”
“이런 아티팩트는 마탑에도 없는 것인데…….”
검성도 처음 보는 아티팩트라 신기해했다.
그런 그녀에게 트라칼자는 싱긋 웃었다.
“트린미어 님께서 시제품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어쨌든 물 위를 걸을 수 있게 되었으니 따라갈 수 있겠다.
검성이 바라보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죠.”
바깥으로 나가자 다들 난리가 나 있었다.
해변가에서 놀던 귀족들이 모두 복귀한 것을 본 이안은 그들을 지나쳤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고 검성 역시 그를 따랐다.
“물 위를 걷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군요.”
계속 파도가 쳐서 그런지 발밑이 흔들린다.
균형을 잡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 것치고는 잘 움직이시는데.”
“일단 저도 검성이니까요.”
몇 번 비틀거리며 걷더니 금방 감을 잡았다.
그녀가 움직이는 것을 힐끔 본 이안은 뛰었고 그녀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인어 왕국은 어디 있습니까?”
“여기서 두세 시간 정도만 달리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계속 달려 붉게 물든 바다 근처에 도착하자 꽤나 많은 몬스터들이 있었다.
마치 몬스터 웨이브가 바다에서 펼쳐진 것처럼 보일 정도다.
바닷속에서 헤엄치며 한곳으로 향하는 몬스터들을 본 검성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거 위험한 것 아닙니까?”
몬스터들의 수가 너무 많다.
인어들이 과연 저 몬스터들을 막을 수 있을까?
그때였다.
-첨벙!!
바다 위로 긴 몸통의 무언가가 치솟았다.
해룡으로 취급받는 시 서펜트다.
물 위에 있는 둘을 발견하고 포효하며 헤엄쳐 오자 검성은 검을 뽑았다.
“저건 제가 맡겠습니다.”
“그러실 필요 있겠습니까.”
이안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 순간 시 서펜트가 있는 곳의 바다가 크게 치솟는다.
-콰아아앙!!
그리고 그 물길에 휩쓸린 시 서펜트가 허공에서 터졌다.
“뭘…… 하신 겁니까?”
“바다에서만 쓸 수 있는 기술이죠.”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검성은 그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마도국의 유산입니까?”
“뭐 그런 건 아니고. 자. 가시죠.”
물 위로 떠오른 시 서펜트의 사체를 무시한 채 이안은 계속 뛰었다.
그렇게 뛰어 인어 왕국이 있는 바다 위에 도착하자 검성은 깜짝 놀랐다.
바다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저건…… 뭡니까?”
“해양 몬스터의 접근을 막으려는 것 같군요.”
해양 몬스터들은 바닷속에서 큰 힘을 낸다.
그러니 아예 왕국에 있는 결계까지 바닷물을 막아서 그들의 힘을 줄이려는 것이었다.
까마득한 밑을 내려다본 검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인어가 있는 것 같군요.”
그녀의 말대로였다.
바닷물이 사라진 곳의 바위 위에 창을 든 한 인어가 있었다.
아는 얼굴이다.
인어의 왕국의 무녀인 사이신이었다.
창에서 빛이 나는 것이 그녀가 지금 바닷물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가시죠.”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훌쩍 뛰어내렸다.
그것을 본 검성도 뛰어내렸을 때.
물속에 있던 거대한 콸테락이 검성을 노리며 집게발을 내밀었다.
“흡!!”
그것을 베어 버린 검성은 허공에서 크고 날카로운 집게발을 잡아 다른 곳을 향해 던졌다.
그 집게발이 다른 콸테락의 몸통에 박히자 그녀는 인상을 찡그렸다.
“밑에 더 많습니다. 주의해야겠군요.”
그 말에 이안은 고개를 저으며 검을 휘둘렀다.
천마신공 달의 장.
빙혼.
시리도록 차가운 빛의 구슬이 쏘아지며 바다에 꽂힌다.
-쩌저저정!!
일격에 주변의 바다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 안에 있던 해양 몬스터들까지 전부 얼어붙어 버리자 검성은 감탄했다.
“그런 방법이…….”
단번에 몬스터들의 방해를 없애 버린 이안은 바닥에 착지하자 사이신에게 다가갔다.
“꼴이 그게 뭐냐.”
“허억…… 헉…….”
사이신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안을 보며 헐떡거렸다.
그녀의 복부에는 커다란 상처가 있었다.
“누구에게 당했지?”
“허억…… 큭…… 여, 여왕이 되는 데 실패한 반역자 케레시가…… 언데드가 되어…… 돌아와…… 저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헐떡거리며 말한 그녀가 결국 쓰러졌다.
그런 그녀를 잡아 치료해 준 이안은 다시 물었다.
“그게 어떻게 들어왔지? 저 결계가 있으면 악마의 기운은 막을 수 있다면서. 언데드는 흑마법이니까 악마의 기운이 섞인 거 아냐?”
“그건……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만…… 제가 당했을 때 몬스터들이 공격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쫓지 못하고 여기서 죽을 각오를 하며 몬스터들의 진입을 막고 있었단다.
그래도 결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여왕이 아직 무사하다는 이야기겠지.
이안이 인어의 왕국으로 향하려 했을 때.
-쩌저정!!
그가 만들어 놓은 얼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바깥의 다른 몬스터들이 얼음을 치며 공격하는 것이다.
“이안 님. 이곳은 제가 맡지요.”
“부탁드리겠습니다.”
한 번 더 빙혼을 쓰려던 이안은 손을 내렸다.
검성과 사이신 정도라면 일이 해결될 때까지 막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다.
그들에게 뒤를 맡긴 이안은 그대로 왕궁으로 향했다.
저번에 봤던 것과 같은 결계가 쳐져 있었지만 한 자루의 검이 그 결계에 꽂혀 있었다.
<결계 파괴를 위한 검이군요.>
<크레믈린의 검이라는 유물로 저 검 주변에는 어떤 결계도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백여 년 전쯤 저 유물을 수송하던 배가 침몰하여 행방불명된 유물입니다.>
키르케의 설명을 들은 이안은 결계 안으로 들어간 후 크레믈린의 검을 잡았다.
그대로 쑥 뽑아내자 결계가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안에는 전에 칼림의 배에서 보았던 해골 선원들과 인어들이 있었다.
“흠.”
이안이 들어오자 그들은 무기를 겨눴다.
그런 그들을 이끄는 것은 한 명의 인어였다.
하지만 다른 인어들과는 달랐다.
머리에 관을 쓰고 있고 반쯤 썩어 문드러진 몸을 지녔다.
“저건 또 뭔데?”
<복장으로 확인해 본 결과 현 여왕의 경쟁자였던 케레시로 추정됩니다.>
사이신이 말한 대로 언데드다.
이안은 그녀에게서 풍기는 악의와 흑마법의 기운을 느끼며 검을 잡았다.
“……이곳은 나의 것이다……. 테크바르에게 넘겨주지 않으리라…….”
<테크바르는 여왕의 어린 시절 이름을 뜻합니다.>
“리치인가?”
<분류를 따진다면 고스트나 밴시에 더 가깝습니다.>
살았을 때의 원한을 잊지 못하고 되살아나 그것에 집착하는 것.
물론 그들과 다르게 육체를 지니고 어느 정도 이성이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그것에 더 맞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가방에 있던 먀네가 낮게 울었다.
“먀아아아…….”
먀네의 울음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케레시는 지팡이를 들었다.
그 지팡이에서 불길한 검은색 기운이 일렁거리며 퍼지자 해골 선원들과 인어들이 움직인다.
그런 그들을 향해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천마신공 태양의 장.
광성륜.
순식간에 붉은 기운이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그를 포위하던 이들이 모두 불태워진 순간.
이안은 월광보로 이동해 케레시의 목을 날려 버렸다.
“아…… 아아…….”
허공에 떠오른 머리에 또다시 일격.
그대로 머리까지 박살 낸 이안은 그녀의 몸이 산산이 파괴되자 쓱 눈을 돌렸다.
케레시의 몸에 맺혀 있던 검은 기운이 성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따라 성 쪽에 간 이안은 피식 웃었다.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창을 든 거구의 인어.
그리고 몸이 반쯤 박살 난 채 그의 앞을 막고 있는 칼림.
마지막으로 칼림의 뒤에 가슴에 검을 꽂아 넣은채 축 늘어져 있는 여왕이 있었다.
“이게 뭔 상황이래.”
“……누구냐.”
“누군지는 알 것 없고. 이봐. 칼림. 왜 네가 여왕을 지키는 거지?”
“흐…… 흐흐…… 또 만났구나.”
칼림은 킬킬 웃으며 검을 겨눴다.
하지만 검을 들고 있는 팔 역시 금이 가 있어 언제든지 부서질 것처럼 보인다.
“여왕에게…… 후. 이야기는 들었다. 악마와 싸운다고 했지? 그리고 그만한 힘을 가졌다고 했고.”
칼림은 인상을 쓰는 인어를 가리켰다.
“저 자식이 클라드다!!”
“어?”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클라드가 아닙니다.>
<그저 봉인된 악마의 힘을 가지고 있는 인어에 불과합니다.>
전에 로키가 그랬고 리치 칼테그가 그랬던 것처럼.
악마를 잡아 봉인하고 그들의 힘만을 뽑아서 쓰는 것뿐이다.
이안이 설명하자 칼림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뭐……?”
“그리고 클라드를 봉인한 건 아닌 것 같고. 이봐. 너 누구냐?”
“후…….”
인어는 천천히 창을 이안에게 겨눴다.
“크리낫슈. 인어의 왕이 될 자. 그리고…….”
히죽 웃은 그는 이안에게 빠르게 뛰어올랐다.
“클라드 님의 충실한 부하!!”
여덟 개의 다리에 붙은 칼날과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창날에 오러가 깃들었다.
마치 한 자루 창처럼 칼날을 모아 그가 쏘아지자 이안은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허공에서 그의 다리를 잡아챈 이안은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퍼어억!!
“커헉!!”
그리고 다시, 또다시.
수십 번을 바닥에 내리찍은 이안은 당황한 그의 머리를 강하게 짓밟아 부숴 버렸다.
그걸 멍하니 바라보던 칼림은 웃었다.
“으, 으하하하!! 뭐냐! 넌 뭔데 그렇게 강한 거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이봐. 여왕.”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여왕에게서 검을 뽑아 주고 치료해 주었다.
정신을 차린 여왕이 자신을 힘겹게 바라보자 이안은 챙겨 온 태양로를 보여 주며 말했다.
“너 이거 알지?”
“……그건…….”
여왕의 눈빛이 흔들린다.
당혹감이 깃든 그녀를 바라보며 이안은 진지하게 말했다.
“폭군의 진주, 그리고 폭군의 힘의 근원. 이걸 가지고 인어의 왕국에 가면 힘을 얻는다던데. 네가 아는 부분에 대해서 말해 봐.”
“……왕가에 전해지는 전설 중 하나입니다.”
“뭐지?”
“아주 오래전. 폭군과 싸우다가 수많은 인어들이 죽은 인어의 무덤에 그것들을 가지고 가면…… 폭군의 섬을 가질 수 있다. 그것뿐입니다.”
“거기가 어디지?”
“그건 왜……? 혹시 폭군의 섬을 가지실 생각이십니까? 안 됩니다. 그 누구도 폭군의 섬을 가져서는…….”
그녀의 질문에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 되나? 어차피 고철밖에 없을 텐데.”
<태양로가 고장 난 이상 함선에 그 이상의 가치는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