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88화(188/300)
◈ 제188화
94. 좋은 재료다 – 2
“예? 그게 무슨…….”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지. 어딘지 위치나 알려 줬으면 하네.”
망설이던 여왕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바닥이 파이며 석판 하나가 위로 올라왔다.
“인어의 협곡에서 북쪽으로 좀 더 가고, 냉기의 계곡으로 내려가면…….”
석판에 새겨진 지형도를 확인하며 그녀가 말하는 사이, 키르케가 빠르게 주변의 지형을 살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계속 가시면 됩니다.>
키르케가 지도의 정보를 확인했으면 됐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인 후 칼림을 보았다.
“그런데 댁은 왜 그러고 있나?”
“후우…… 저놈이 여왕을 치려는 순간을 노렸지. 그런데 저게 클라드가 아니었다니…… 이런 제기랄!”
그가 바닥을 후려치며 분통을 터트리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무덤에 가면 클라드가 오지 않을까 싶은데. 같이 갈 건가?”
“괜찮나?”
“뭐 어때.”
칼림은 고개를 끄덕이고 하나 남은 손을 들었다.
잠시 후 바닷속을 누비던 배 한 척이 성의 위에서 멈췄다.
“여왕이 결계를 펼쳐서 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지.”
“그런데 용케 들어왔네?”
“아까 그놈 덕분이지. 뭔가 좀 특별한 힘을 쓰던 놈인데…….”
“그래? 어떤?”
“나도 자세하게는 몰라. 그냥 아까 그 창을 드니까 힘이 좀 반감되긴 했지만 결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
이안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창으로 손을 뻗었다.
허공을 날아와 그의 손에 들어온 창을 이리저리 훑어보는 사이 키르케가 정보를 파악했다.
<스왈로우의 창입니다.>
<결계 내부의 조건을 무효화하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별 유물이 다 있군.’
<크레믈린과 스왈로우는 뛰어난 유적 탐사가였습니다.>
<그들은 결계로 보호되고 있는 대다수의 유적에 그들의 장비를 이용해서 쉽게 들어갔었지요.>
<유적 탐사가들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유물입니다.>
‘그럼 일단 챙겨두는게 낫겠군.’
이안이 크레믈린의 검과 스왈로우의 창을 챙기는 사이 전투를 마쳤는지 검성과 사이신이 다가왔다.
검성은 성 위에 있는 유령선을 가리켰다.
“저게 뭡니까?”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한 배입니다. 자. 저거 타고 가죠. 칼림. 가자고.”
“후…… 그래.”
-우드득!
여왕을 지키며 다친 부상 때문일까?
움직일 때마다 뼛가루가 부서지고 몸에 금이 간다.
그걸 보던 검성은 이안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거…… 언데드 아닌가요?”
“단순한 언데드라고 보긴 좀 어렵습니다.”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악마에게 종속되었으면서도 저항하길 원하는 자다.
그렇기에 이안은 흐뭇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이안 님.”
그때 사이신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이안이 바라보자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인어의 무덤으로 가는데. 왜.”
“그쪽에 많은 몬스터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부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사이신이 살짝 고개를 숙이자 이안은 씩 웃어 준 후 유령선에 올라탔다.
검성도 거기에 올라타고 잠시 후 멀어지자 여왕은 안타까운 어조로 중얼거렸다.
“저자가 폭군의 섬을 손에 넣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여전히 걱정이 앞서는 여왕에게 사이신은 씁쓸하게 말했다.
“지금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군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한 자가 강한 힘을 손에 넣는다고 해서 무엇이 바뀔까.
여왕과 다르게 사이신은 그저 별 탈 없이 이 위기가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유령선을 움직일수록 칼림의 붕괴는 더욱 가속되어 가고 있었다.
검성은 그것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나요?”
“하하. 살아 있는 아가씨. 괜찮아.”
하지만 누가 봐도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상체의 한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도 칼림은 계속해서 배를 조종할 뿐이었다.
“배를 조종하면 몸의 붕괴가 심해지는 것 아닌가요?”
검성이 빠르게 눈치채고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검성은 이안을 잡았다.
“저 자는 두고 우리가 그냥 뛰어가는 것이 낫지 않나요?”
“그래도 상관없긴 한데…….”
“오. 이봐. 살아 있는 분들. 그런 냉담한 소리는 하지 말았으면 하네. 난 클라드의 마지막을 반드시 봐야 한다고.”
“당신은 클라드에게 종속되어 있잖아요.”
“세상에 반란이라는 것이 왜 일어나겠어? 그리고 우리 뱃사람들은 항상 저항한다고.”
칼림은 턱을 가볍게 움직이며 이빨을 부딪쳤다.
“바람에 저항하고, 물길에 저항하고, 몬스터에게 저항한다. 그것이 진정한 바다 사나이들이지.”
“아니 그래도…… 원한다면 제가 당신을 들어서…….”
“난 죽어도 바다의 사나이다. 다른 놈의 도움으로 움직일 생각 따위는 없어.”
-우드득!
순간 한쪽 다리도 부서졌다.
그걸 본 검성은 안타까워하다가 이안을 보며 말했다.
“정말 괜찮은 건가요? 왜 이렇게 계속 부서지는 건지…….”
“종속된 자가 저항해서 그런 겁니다.”
“예?”
“저 몸과 이 배는 클라드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죠. 하지만 칼림은 끝까지 저항을 하고 있으니…… 그 괴리의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그 말은.
이안과 검성을 공격하거나 방해하면 몸이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칼림은 눈구멍에 있는 빛을 깜빡이며 킬킬 웃었다.
“굉장하구만. 그걸 눈치챌 줄이야.”
“이 정도는 쉽지. 그나저나 슬슬 다 온 것 같은데?”
바닷속을 누비던 배가 천천히 멈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바다 몬스터들과 함께 있는 거대한 거북이가.
그 거북이의 앞에 있는 것은 한 마리의 거대한 시 서펜트였다.
“잘했다. 칼림.”
시 서펜트의 입이 열리며 돌이 갈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악마의 목소리라는 것을 아는 검성은 검을 꽉 쥐었다.
“이안과 검성까지 데리고 올 줄은 몰랐군. 아주 좋아. 아주 훌륭해. 그런데 말이지. 끝까지 내게 저항하는 것은 좀 거슬리는구나.”
“까는 소리 하고 있네. 난 원래부터 너한테 저항했거든?”
-우드드득!!
시 서펜트가 꼬리를 흔들자 칼림의 붕괴가 가속되었다.
그것을 힐끔 본 이안은 손을 들었다.
-우우웅!!
블랙 코핀의 주변에 무형의 기운이 일렁거렸다.
그 덕분일까?
칼림의 몸이 붕괴하던 것이 멈췄다.
“역시 소문대로구나. 이안. 굉장한 힘이다. 설마 내 힘까지 막아 낼 줄은 몰랐다.”
“뭐 대단한 거라고.”
빙글 검을 돌려 잡은 이안은 빠르게 검을 움직였다.
그 순간 거대한 크기의 검격이 클라드의 뒤에 있는 몬스터들을 베어 버렸다.
“……그래도 모은다고 모았는데 일격이라니.”
“내 소문 들었을 것 아냐?”
콧방귀를 뀐 이안은 다시 검을 겨눴다.
그걸 본 클라드가 진지하게 말했다.
“나와 거래하자.”
“싫다.”
일월신공 파천의 장.
허공섬.
대악마와 계약하고 있던 시 서펜트의 몸이 잘린다.
붉은 피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자 검성은 입술을 깨물었다.
막대한 악마의 기운이 모이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악의가 검은 구슬처럼 뭉친다.
그와 동시에 이안과 검성이 타고 있던 블랙 코핀이 물방울이 되어 사라진다.
“으흐흐흐……!!”
블랙 코핀.
자신을 잡고 있던 바다의 관.
그것이 사라지는 것에 칼림은 기뻐했다.
이제 해골만 남아 버린 그가 해저로 가라앉으려 하자 검성은 황급히 그를 잡았다.
그사이 클라드의 현계가 끝났다.
세 개의 머리를 지닌 검은색 시 서펜트였다.
기존 시 서펜트보다 훨씬 큰 몸체를 지닌 거대한 용은 무시무시한 기운을 흩뿌리며 외쳤다.
“감히!! 내 제안을 거절해?!”
“감히 내 앞에서 소리를 쳐?”
“비록 폭군의 힘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를 소유하고 있는 나에게!!”
클라드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그 신호에 거대한 거북이가 입을 벌린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본 검성은 깜짝 놀랐다.
“이안 님!! 저건!!”
유적의 트루퍼에게 있던 광선 장치 아닌가.
저것이 왜 거북이에게 있단 말인가.
당황한 그녀를 향해 클라드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폭군이 남긴 섬의 일부는 이미 찾아내 내가 손에 넣었다!! 죽어라!! 이안!!”
빛이 모인다.
거북이의 생명력을 끌어들여 만들어 낸 푸른 빛이 쏘아진 순간.
이안은 무심한 얼굴로 검을 휘둘렀다.
일월신공 달의 장.
월광경.
그의 검이 휘둘러지자 거대한 빛의 보호막이 만들어졌다.
-쿠웅!!
거북이가 쏘아 낸 빛은 이안의 월광경에 맞고 튕겨 나가 그대로 거북이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폭발.
거북이의 머리가 터져 버린 것을 본 클라드는 당황한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뭘…… 한거냐?”
“그냥 반사한 건데. 뭐 더 할 건 없지? 그럼…….”
이안은 쏜살같이 튀어 나가 클라드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제 죽자.”
저항을 하기는 했지만 이안의 앞에 나타난 이상 클라드의 소멸은 예정된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소멸되자 칼림은 기뻐했다.
“하!! 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나도 가는구나!!”
칼림의 해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클라드에게 잡혀 종속화되었고, 영원히 죽지 못했던 칼림이 드디어 죽게 된 것이다.
그걸 보던 검성이 안타까워하자 칼림은 킬킬 웃었다.
“크흐흐. 바다 사나이는 바다에서 죽어야지.”
“잘 가라.”
“일단 감사 인사는 해 두지. 그리고 한 가지 말해 주마. 에메랄드 섬에서 북동쪽으로 쭉 가면 긴 나무가 많은 섬이 있을 거다. 거기의 해골 바위 밑에 내가 살았을 때 얻은 보물을 숨겨 놨지.”
“오. 그래?”
“너 정도로 강한 자에게 돈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마는.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점차 해골이 가루가 되어 간다.
검성은 칼림의 해골을 든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칼림은 바다를 훑어보다가 중얼거렸다.
“드디어 가는구나. 가기 전에…… 진짜 럼주를 한 모금만이라도…….”
이안은 가방에 있는 럼주병을 꺼냈다.
그리고 간신히 입만 벌리고 있는 그에게 부어 주었다.
바닷물과 섞인 럼주가 해골 안으로 들어간다.
느끼지도 못할 맛을 추억하며 칼림은 짧게 중얼거렸다.
“……하…… 좋은 삶이었다…….”
그의 해골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검성이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이 이안은 눈을 돌렸다.
‘키르케.’
<저 모래밭 밑에 함선이 존재합니다.>
<행성 칼라이드의 중형함인 샤크급 수송함입니다.>
이안은 바로 모래밭으로 내려갔다.
산호나 해산물들이 잔뜩 있는 평화로워 보이는 모래밭 중심에 큰 바위가 있었다.
“여기는 왜……?”
따라온 검성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사이 키르케가 함선에 접속을 시작했다.
<사용자 인증을 시작합니다.>
<사용자 인증에 실패하였습니다.>
<보안장치가 작동합니다.>
-쿠우우웅!!
지면이 울린다.
함선에 있는 보안장치가 움직이며 침입자를 치려는 순간.
<보안장치의 해제를 시작합니다.>
<보안장치의 해제를 완료하였습니다.>
키르케가 빠르게 장치들의 작동을 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사용자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바위가 열리며 물속임에도 바닷물이 들어가지 못하는 역장이 만들어졌다.
그곳으로 들어가며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가시죠.”
검성은 쭈뼛거리며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바닷물이 없군요. 뭐죠? 마법으로 처리된 건가요?”
그녀의 질문에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기술입니다.”
-위이잉!!
철문 앞에 선 그가 능숙하게 장치를 작동시키자 문이 열렸다.
그 안으로 들어간 검성은 자신도 모르게 검을 쥐었다.
그 안에는 많은 인어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치 인간의 것처럼 보이는 해골들이 널려 있었다.
“이게 무슨…….”
그녀가 놀라거나 말거나 이안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능숙하게 함선 내부를 걸을 뿐이었다.
동력로가 없기 때문일까?
몇몇 문은 열 수도 없었다.
어떤 것은 강제로 열고, 또 어떤 것은 시스템에 접근해 직접 열어 함장실에 도착했을 때 이안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게 있을 줄은 몰랐네.”
그가 기분 좋게 웃자 키르케는 차분하게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워프 장치를 획득하셨으니 어디든지 자유롭게 다니실 수 있겠군요.>
<하지만 저것도 고장 났습니다.>
‘고쳐야지. 저거라면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