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89화(189/300)
◈ 제189화
95. 이동 기술의 혁명 – 1
이안이 보고 있는 장치는 행성 칼라이드에서 사용하는 워프 장치다.
함선을 이용한 침략을 통해 다른 행성에 자리를 잡게 되면 사용하는 것으로 행성 칼라이드의 군대가 그 행성을 완전히 침략할 때 쓰는 것이다.
즉.
같은 차원 내라면 설치만 하면 어느 곳이든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좌표 측정기가 고장 났습니다.>
<에너지 충전 장치가 고장 났습니다.>
‘멀쩡한 게 없구만. 그건 여기 있는 것들 떼서 고치면 될 것 같은데.’
그냥 덜렁 고장난 워프 장치만 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여기에는 필요한 재료들이 넘쳐 나지 않는가.
이안은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차원에서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이 함선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었다.
“이안 님. 여긴…… 뭡니까?”
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쓸 만한 재료들을 찾는 사이 검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녀 역시 오랫동안 살아오며 많은 유적이나 던전을 돌아보았다.
또한 잊힌 도시의 탑에도 들어가 다른 차원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그 시체들은 뭘까요? 인어들의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들과 싸운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시체는…….”
행성 칼라이드의 사람들의 시체를 떠올리며 검성은 당혹스러워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다른 차원의 침략자의 시체입니다. 별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시죠.”
“예? 아니 침략자인데 별거 아니라뇨.”
“다 죽었잖습니까. 죽었으면 끝이죠.”
이안은 함장실을 둘러보다가 구체가 들어가야 할 곳을 발견했다.
그곳에 태양로를 끼워 넣은 그는 이곳의 중심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진주의 에너지로는 그냥 가동만 가능하겠군.’
그저 전원만 들어오게 할 정도의 에너지가 담긴 진주를 이안은 함장석의 중앙에 올려놓았다.
그 순간 어두컴컴하던 함장실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건…….”
-삐익! 삐빅! 삐이이익!
낮은 전자음과 함께 의자에서 빛이 뿜어진다.
사용자를 인증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자 검성은 긴장하며 무기를 뽑아 들었다.
하지만 그러든 말든 이안은 신경 쓰지 않고 인증을 기다렸고 인증이 끝나자 전자음이 멈췄다.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이제 여긴 제 것이 되었습니다.”
“예? 잠깐. 그럼 이안 님께서 폭군이 되셨다는 겁니까?”
“아. 뭐 그런 건 아니고.”
이안은 능숙하게 함장석의 장치들을 툭툭 건드려 보았다.
그사이 함선의 상태를 파악한 키르케가 보고한다.
<샤크급 중형 수송함. 함선 명칭은 카시스입니다.>
<차원의 틈에 휘말려서 이곳에 넘어온 것으로 확인됩니다.>
<항해 기록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전방의 검은 화면에 빛이 들어온다.
“저건…….”
한 행성을 완전히 침략한 후 복귀하던 도중이었나 보다.
언제나처럼 평범하게 복귀 항해를 하던 와중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함선의 앞에 커다란 균열이 나타난 것이다.
균열에서 눈동자 하나가 드러났다.
‘저게 루벨린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요.>
다른 차원에서의 관측이 시작되었다.
카시스 역시 그 눈동자를 관측한 순간.
균열은 검은색 구멍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아주 강력한 힘으로 함선을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침략을 하기 전이라면 태양로의 에너지를 총동원해서라도 탈출했겠지만.
이미 침략을 끝내고 에너지가 반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복귀 중이라 버틸 수는 없었다.
결국 함선은 그 안으로 끌려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나온 곳이 바로 여기였다.
차원의 틈을 통해 이동한 함선은 바로 복귀하려 했지만 답이 없었다.
그리고 차원의 틈을 넘느라 함선의 많은 부분, 특히 가장 중요한 태양로의 충전과 에너지 유지 기능이 고장 났다.
이대로 에너지만 쓰면 함선도 가동할 수 없게 되기에 칼라이드인들은 선택했다.
<생명력을 에너지로 바꾸려 한 것이군요.>
그러며 근처의 생명을 찾았고, 그 생명이 바로 인어였다.
‘폭군과 인어의 싸움이 시작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군.’
아무리 태양로가 고장 났어도 남은 에너지가 있었다.
거기에 기술력은 수십세대 이상 차이가 난다.
결국 막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함선의 공격을 인어들은 쉽게 버텨 낼 수 없었다.
그들은 처참할 정도로 유린당했고 칼라이드의 전투병들에게 사로잡혀 에너지원이 되었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모을 수는 없었다.
결국 함선에서는 몇 대 남지 않은 트루퍼를 전투병들과 함께 내보내 다른 곳을 침략해 에너지를 흡수하려 했다.
그런 그들을 몇몇 섬에서는 신으로 모셨고 자기들 스스로 제물을 바쳤다.
그것에 만족하며 칼라이드인들은 그중 가장 큰 에메랄드 섬에 태양로를 가져가 충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영웅들이 함선을 공격해 승리한 것이었다.
함선 내에 기록된 영상을 토대로 그 당시의 일을 대충 파악한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이안 님. 저기 나오는 것이 모두 사실입니까?”
“그러겠죠.”
“도대체…… 아니 그런데 이건 뭐길래.”
자신의 이해를 넘어선 현실, 그리고 막대한 기술력에 그녀는 경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저게 사실이라면…… 이건 배라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위험한 것 아닙니까?”
위험하다.
이 함선의 주인이 된다면.
그리고 태양로의 에너지만 제대로 충전할 수 있다면 아무리 이 함선이 수송용이라고 해도 이 대륙의 모든 생명을 소멸시키는 것은 일 년이면 충분할 테니까.
이안은 영상에 나온 함선의 위엄을 보고 경악하는 검성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위험하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통제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하아.”
검성이 안도하자 그는 함장석을 툭툭 쳤다.
“아무튼 이걸 계속 여기 두긴 좀 그렇군요.”
이것저것 떼서 써먹으려면 여기선 작업 못 한다.
이안이 말하자 검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배를 저기 나오는 것처럼 움직이실 수 있다는 겁니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이 차원의 규격에 맞게 개조를 한다면 원래 성능을 되찾을 정도로 수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다.
<수리 완료 예상 시간은 12년 9개월 19일입니다.>
<수리하시겠습니까?>
‘그 전에 세계관 수집 완료되지 않겠냐?’
그래.
불가능하지는 않다.
의미가 없는 일이라 그렇지.
그 전에 세계관 수집 끝내고 다른 차원으로 갈 생각인 이안은 부정했고 검성은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것이 있다면 악마들과의 싸움에서도 꽤나 유리할 수 있잖습니까.”
“이거 없어도 유리합니다.”
가볍게 대답한 그는 태양로로 다가갔다.
“먀아아아…….”
가방에 있던 먀네가 울자 이안은 먀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넌 좀 나중에 해 줄게.”
“먐먀~.”
알겠다는 듯 먀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안의 손길을 즐겼다.
먀네를 향해 씩 웃어 준 그는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태양로에 손을 가져갔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천천히 내공을 끌어 올린다.
그 내공에 담긴 태양의 기운이 태양로에 담기기 시작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군요.>
키르케의 말대로다.
현재 태양로는 고장 나 일정 수준 이상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을 활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물 빠져나가기 전에 채우면 그만이지.’
그의 막대한 내공이 태양로에 힘을 채운다.
그 순간 방에서 깜빡이던 빛이 더욱 강해졌다.
-쿠우우웅!!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함선이 움직인다.
그 충격에 검성이 놀랐을 때 이안은 그녀에게 말했다.
“저기 아까 제가 앉아 있던 자리에 좀 앉아 계시죠.”
“예? 왜요?”
“이건 조종석에 누가 앉아야 하는지라.”
그의 말에 검성은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함장석에 푸른 빛이 번뜩인다.
“제가 뭘 해야 합니까?”
“제가 지시하는 대로 조작해 주시면 됩니다.”
그사이 흔들림이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우우우웅!!
아까 과거의 영상을 재생하던 화면이 바뀐다.
바다다.
아까 전까지 있었던 바닷속이 화면에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점차 그 바다에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우우웅……! 촤아아악!!
함선이 떠오른다.
조개나 따개비, 암초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있는 거대한 바위가 바다 위로 떠올랐다.
푸른 하늘과 녹색의 바다가 화면에 나타나자 검성은 감탄했다.
“세상에. 이거 하늘을 나는 겁니까?”
“예.”
우주 함선인데 하늘 정도 못 날겠나.
“저기 빛나는 것 있잖습니까.”
“어. 이거요?”
함장석 앞에 있는 작은 조종판을 검성이 가리키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좀 눌러 주시죠. 먀네. 넌 저기 오른쪽에 가서 저것 좀 밀고.”
“먀아~.”
주머니에서 뛰어내린 먀네가 조종석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조종 장치를 앞발로 꾹 밀기 시작하자 함선이 더욱 떠오르기 시작했다.
‘키르케. 방향 잡아. 아카데미까지 간다.’
여기서 쓸 만한 것 떼는 작업은 하루 이틀로 끝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런 일은 역시 거점에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안이 명령하자 키르케는 바로 함선의 시스템을 조작해 좌표와 항해 경로를 계산했다.
‘메테오 항법은 못 쓰겠지?’
우주로 치솟은 후 목표 지점을 향해 운석처럼 내려가는 항법.
이안이 아는 항법 중 가장 빠른 방법이었지만 현재 함선의 상태로 그건 무리다.
빠른 계산을 마친 키르케는 이안의 말에 빠르게 동의했다.
<불가능합니다.>
<반중력 역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쉽네. 리버스 그래비티를 계속 활용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그럴 거면 프레데온의 대마법으로 에너지 충전을 하는 개조가 낫지 않겠습니까?.>
‘에이. 그럴 거면 인공 태양을 만들지. 지속적으로 대마법 유지하는 것도 보통 일 아냐.’
이안과 키르케는 방법을 계속 논의했다.
그리고 논의할수록 그들의 대화는 개조 방안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고. 의미 없다.’
<그 개조가 완료될 때쯤이면 세계관 수집이 완료되겠군요.>
이안이 쓰게 웃자 키르케는 현재 가능한 가장 빠른 이동 방법을 제시했다.
<서북쪽으로 일반 항해를 하시면 됩니다.>
<현재 에너지 효율상 예상 도착 시간은 87분 38초입니다.>
‘느려 터졌네.’
<고장 났잖습니까.>
인어들과의 전투, 그리고 차원을 넘어오며 생긴 고장.
또 오랜 시간 유지 보수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초고속 항해도 쓸 수 없었다.
이안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어쩌겠나.
“검성. 혹시 급한 일 있으십니까?”
“예? 아뇨. 괜찮습니다만…….”
“그럼 아카데미까지 같이 좀 가 주셨으면 합니다.”
여기서 프레돈 아카데미까지 가려면 육로로 적어도 몇 달은 넘게 걸린다.
검성은 빠르게 시간을 계산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릴 테니 일단 에메랄드 섬에 들러 예린을 데리고 가는 게…….”
“몇시간 정도만 도와주시면 됩니다.”
“예? 그 정도는 됩니다만…….”
검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안은 바로 지시했다.
“먀네. 거기 반짝이는 부분을 좀 눌러 봐.”
“먀아!”
먀네가 하얀 앞발을 붉게 반짝이는 부분에 가져갔다.
그걸 본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먀네는 그것을 꾹 눌렀고.
그들을 태운 함선은 빛처럼 하늘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