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9화(19/300)
◈ 제19화
10. 영약이다 – 1
태양신전에서 여느 때처럼 봉사 활동을 하고 예배를 드렸다.
그러며 태양의 기운을 흠뻑 받아들인 이안은 아쉬워했다.
<달의 기운을 확보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태양의 기운만 쌓이다 보니 단전의 확장이 느리다.
자체 휴강이라도 하고 달의 신전에 가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거기선 어떻게 달의 기운을 받지?”
<달의 신전의 부탁, 혹은 그쪽의 죄인을 잡아 주고 성물을 받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세례를 받고 그곳의 성기사가 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건 안 될 말이지.”
한곳의 성기사가 되면 특별한 일 없이는 다른 교단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걸리면 그 즉시 패널티가 주어질테니까.
태양과 달.
두 개의 기운을 얻어야 하는 만큼 이안은 굳이 어느 한쪽을 택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면 달의 신전을 도우며 성물을 얻거나, 그들의 기도회에 참석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안이 케르케에게 정보를 듣고 있는 사이 그를 본 윌리스가 다가왔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표정이 안 좋으시군요.”
“아닙니다. 사제님. 아. 마침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쓰리 아이 트롤의 세 번째 눈을 얻었는데. 혹시 여기서도 매입이 가능합니까?”
이안은 품에서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안에 담겨 있는 붉은 눈을 확인한 윌리스는 깜짝 놀랐다.
“이 귀한 것을……. 마침 저희도 필요했던 것이니 시세보다 10% 더 쳐 드릴 수 있습니다.”
“돈은 괜찮습니다. 대신 성물과 교환할 수 있겠습니까?”
저번 악마 검증 때 보여 줬던 태양휘성석 같은 거면 좋겠다.
이안의 요청에 윌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가능합니다. 잠시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본관으로 들어가 거대한 디바인 마크 앞에서 성호를 그은 그는 디바인 마크 아래의 금고를 열었다.
“쓰리 아이 트롤의 세 번째 눈으로 지급해 드릴 수 있는 성물은 이 정도입니다.”
고급스러운 나무 상자 안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디바인 마크가 있었다.
태양 형태의 디바인 마크 안에서 은은하게 태양의 기운이 뿜어지고 있었다.
“다른 재료들도 가져다주시면 성물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윌리스는 몇 가지 목록을 내밀었다.
태양신전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들에 대한 목록이었다.
쉽게 볼 수 없는 몬스터의 재료들을 보던 이안은 목록을 돌려주며 물었다.
“태양휘성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태양휘성석은 귀한 성물이라 쉽게 얻기 힘들지요. 그 목록에 있는 수준으로는 불가능할 겁니다.”
“그렇습니까…….”
“본단에는 태양휘성석에 못지않은 많은 성물이 있습니다. 나중에 함께 가시지요. 제 소개가 있다면 성도님도 구하실 수는 있을 겁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검에 축복을 부탁드려도 됩니까? 오늘 던전 탐사 실습 가는데 거기서 언데드가 나온다는군요.”
에이스윈에게 양도받은 검을 내밀자 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해 드려야지요. 다만 이틀 이상 축복이 지속되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에게 축복을 받고 신전에서 나온 이안은 기숙사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던 그래진은 그가 온 것에 기뻐했다.
“야. 흥분되지 않냐?”
“놀랍게도 전혀 동요가 안 되네.”
“직접 보면 다를걸?”
그래 봤자 별게 있겠나.
이안은 먀네를 내려놓고 남은 시간 동안 명상을 시작했다.
* * *
“여기가 보빌드 던전입니다.”
예정대로 나가서 마차를 타고 두어 시간을 달렸다.
그리고 던전 앞에 도착하자 이안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심장이 꽤나 빠르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보빌드 던전의 1층은 현재 공략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마법 함정과 몬스터는…….”
발렌타인 교관이 열띤 설명을 하는 것을 보던 그래진은 던전의 입구에 집중하는 이안에게 히죽 웃었다.
“던전을 직접 보니까 막 웅장하고 흥분되지 않냐?”
“웅장은 모르겠고 흥분은 되네.”
<던전 내부에서 달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런 공교로운 일이 있나. 설마 여기서 달의 기운을 느끼게 되다니.’
<모두 주인님의 복입니다.>
던전 안에서 그가 원하던 달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여기에 뭐가 있지?’
<던전 내부의 아티팩트 중에 달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던전의 몬스터들 역시 아티팩트의 영향을 받아 달의 기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던전이다.
즉 이곳에 있는 것은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이야기다.
그럼 실습이 문젠가.
여기 있는 몬스터를 다 잡고 그 아티팩트도 취해야 한다.
이안이 키르케와 대화하는 동안 발렌타인은 설명을 마치고 생도들에게 말했다.
“보빌드 던전은 슬라임과 언데드들이 출몰하는 곳입니다. 다들 준비는 하셨지요?”
“예.”
참가한 생도들이 디바인 마크나 성물, 성수를 꺼내 보여 주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데드를 상대할 때는 축복을 받은 장비나, 성수, 그게 아니면 성물을 쓰는 것이 제일이죠.”
언데드 같은 경우는 몸을 부숴 놔도 죽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던전의 언데드는 회복도 빠르다.
그러니 확실한 처리를 위해 성물이나 성수를 준비해야 했다.
생도들이 준비한 것들을 전부 확인해 본 그녀는 만족했다.
“그럼 시작할까요.”
이번에 참가자는 총 열 명.
그렇기에 발렌타인은 둘로 파티를 나눴다.
이안과 그래진.
그리고 파이손, 드렉, 올카라는 생도가 한 파티가 되었다.
“오늘 실습을 위해 한 분을 따로 모셨습니다.”
그녀가 손을 들자 한쪽에서 남성 엘프가 걸어 나왔다.
“반갑습니다. B급 모험가 루티에르입니다. 일단은 감독 겸 비상시의 도우미 정도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실습의 목표는 1층만 도는 것이다.
그러니 5인 파티에 후방 감독으로 익스퍼트 수준인 B급 모험가면 충분했다.
“저는 이안 생도님의 파티에 들어가겠습니다. 자. 그럼 출발하죠.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합류하도록 합시다.”
보빌드 던전 1층의 지도를 받은 그래진은 앞서 걷는 파티를 힐끔 보았다.
그들이 오른쪽으로 빠지자 그는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던전을 분석 중입니다.>
<마력으로 숨겨진 문이 있습니다.>
<몬스터의 위치를 파악하였습니다.>
<던전의 중심을 1층에서 발견하였습니다.>
키르케가 던전의 분석을 끝냈을 때 뒤에 있던 생도들이 다가왔다.
“얘기는 많이 들었어. B반이 C반을 이기게 한 주역이라면서?”
“나중에 괜찮으면 대련 한판 하자고.”
꽤나 호의적인 그들이 말을 걸자 이안은 검자루로 손을 가져갔다.
“그런 얘기는 나중에 쉴 때 해. 적이 있으니까.”
그의 말대로 코너를 돌자마자 물컹거리는 슬라임 두 마리와 스켈레톤 넷이 있었다.
<던전 내의 몬스터 처치 시 달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안이 나서려고 하기 전, 뒤에 있던 이들이 말을 걸었다.
“이안. 실력 좀 보여 주겠어?”
“그래. 소문으로만 듣던 실력을 좀 보자고.”
발렌타인 교관을 포함한 넷은 모두 소문으로만 듣던 그의 실력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차피 나서려고 했던 이안은 기분 좋게 검을 뽑았다.
“흡!!”
그리고 빠르게 튀어 나가 검을 휘둘렀다.
검에 맞은 스켈레톤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순간 달의 기운이 흡수된다.
기쁜 일이다.
생각 이상으로 달의 기운을 많이 얻자 이안은 작정하고 나머지 몬스터들도 잡았다.
슬라임의 핵을 베어 냄으로써 마지막 달의 기운을 그가 받아들이자 다들 감탄했다.
“오…… 장난 아닌데?”
“스켈레톤들이 한 방에 가루가 됐네. 그 검. 제대로 축복받았나 봐?”
“아까 태양신전에 가서 부탁 좀 했었지.”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이 보유한 달의 기운을 모조리 강탈했기 때문이다.
그러며 함께 이끌려 나온 마력이 허공으로 사라지며 재생이 불가능한 것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얘기하려면 추가로 설명해야 할 게 많다.
그렇기에 이안은 그냥 축복으로 때우기로 해 그리 말한 것이었다.
“덕분에 이번 실습은 날로 먹겠군.”
“야야. 그럼 이안이 전위로 가고 우리가 후위로 가면 되겠네?”
“나오는 몬스터 다 맡겨도 되냐?”
셋이 웃으며 말하자 그래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결국 무임승차를 하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마차 삯은 내야지?”
이안이 손을 내밀자 셋은 주머니를 내어 주었다.
“태양신전에서 받아 온 성물인데 너한테 넘길게.”
그거면 충분하다.
달의 기운과 태양의 기운까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기회 아닌가.
그는 웃으며 주머니를 받아 들었다.
“승차비는 잘 받았으니 돌파는 나한테 맡겨.”
이안은 작정하고 스켈레톤과 슬라임들을 제거해 나갔다.
심지어 키르케가 발견한 비밀 방도 굳이 찾아가 그곳의 몬스터를 잡았다.
그렇게 계속 싸워 두 시간여 만에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위한 계단까지 탐사를 끝낼 수 있었다.
“한 번 더 돌까?”
쓰러트린 스켈레톤이 백이 넘고 슬라임이 오십 체가 넘었다.
그런데도 이안은 지쳐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혈색이 더 좋아 보였다.
“더 잡고 싶으면 돌아갈 때 하자. 이야~ 이안. 너 장난 아니더라.”
“싸우면 싸울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던데?”
정확하게 봤다.
모자라던 달의 기운이 충족되며 균형이 맞춰지니 당연히 좋아질 수밖에.
‘그래도 아직은 모자라다.’
<이곳의 아티팩트를 손에 넣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만큼 잡았는데도 아직 던전에 달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그냥 남은 부분도 혼자 돌파할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래진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다른 파티는 안 오지? 길 잃어버렸나?”
이안이 몬스터를 빨리 잡기는 했지만 안 해도 되는 전투까지 치렀다.
그러니 도착 시간은 비슷해야 할 텐데 아직까지 다른 팀이 오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루티에르는 바람의 정령과 계약했으니까요. 전에 수업했었죠? 바람의 정령으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그럼 금방 오겠지? 우린 밥이나 먹으면서 기다리자. 교관님. 샌드위치 드시겠습니까?”
가방을 연 드렉이 안에서 샌드위치를 꺼냈다.
그때 가방에 붙어 있던 원형 사슬 고리들이 뚝 끊어져 버렸다.
“가방 좀 바꿔라.”
“그걸 몇 년을 쓰는 거냐?”
파이손과 올카가 타박하자 드렉은 머쓱해했다.
“아끼던 거였는데. 쩝. 그래야겠네.”
-탱! 탱…….
고리 몇 개가 돌바닥에 튕겨 나 계단으로 굴러간다.
고작해야 장식용 고리이기에 다들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낡은 가방이고 돌아가면 바꿀 예정이다.
그리 생각하며 드렉이 샌드위치를 하나씩 나눠 줬을 때.
-탱! 탱! 탱!
“……잠깐만.”
계단에서 무언가가 튕겨 올라왔다.
그것을 본 모두는 딱딱히 굳었다.
“저거 뭐야.”
그래진은 튕겨 나왔다가 바닥을 구르는 것을 보았다.
분명 드렉의 가방에 있던 장식용 고리다.
“분명 아까 계단으로 떨어진 거…… 맞지?”
그래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걸까.
‘키르케.’
<주인님께서 전투를 치르실 때 던전의 1층에서 벗어나기 위한 모든 문에 마법이 걸렸습니다.>
<마법에 악마의 기운인 악의가 섞여 있습니다.>
‘그럼 악마가 개입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어떤 마법이지?’
<5서클 환상계열 마법인 루프의 문입니다.>
‘어디로 향하든 같은 곳으로 돌아오게 하는 마법을 말하는 거지?’
<그렇습니다.>
<또한 악마의 힘으로 강화되었습니다.>
5서클이면 중급 생도 수준에서는 쉽게 공략할 만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 악마까지 개입되어 있다면 더 그렇겠지.
이안이 입을 다물자 키르케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보고했다.
<달의 기운과 던전의 중심지는 1층에 존재합니다.>
‘그럼 내 입장에선 오히려 편해졌군.’
다들 던전의 변화에 놀라며 긴장하는 동안 이안만이 여유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