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91화(191/300)
◈ 제191화
96. 기술 발전 – 1
이 시대에도 공간을 뛰어넘는 워프와 비슷한 방식의 힘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영맥을 활용한 게이트였다.
대지에 담긴 마력의 길을 이용하여 빠르게 이동하는 기술.
어느 곳이든 게이트만 있으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단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게이트 활성화를 위해서 들어가는 재료나 시약이 꽤나 많다.
또한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는 만큼 다수의 인원이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 외에도 특별한 영맥이 없는 곳에는 게이트의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등 제약점이 꽤나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와 도적이 많은데다가 시간도 많이 걸리는 육로로만 이동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렇기에 돈 많은 왕족이나 귀족들, 혹은 탐험가들은 육로를 병행하는 한이 있더라도 게이트를 이용해서 이동하곤 했었다.
그런데 영맥을 이용하지 않는 게이트라니.
이건 마도국에서도 만들어 내지 못한 혁명이다.
“그, 그게 진짜 된다고?”
이안이 설명하자 마법사들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진짜?”
“제가 이런 것으로 사기 치겠습니까? 자세한 것은 나중에 샘플과 함께 보고서로 작성해서 마탑에 보내지요.”
“아니. 이안 생도님. 생도님께서 작성하시는 보고서는 저희의 이해를 넘어가는지라…….”
티탄 때도 이안은 상세한 보고서를 제출했었다.
그것은 여전히 마탑에 보관되고 있으며 해석 및 활용을 위해 각 학파에서도 뛰어난 이들이 공부 중이라고 한다.
“당장 써먹기 어려우니까……. 접목되는 이론은 상당하겠지요?”
“그야 당연한 말씀을.”
일단 좌표 계산뿐만 아니라 워프를 위한 에너지 계산.
공간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하고 그 외에 다양한 지식이 필요했다.
“끄, 끄응.”
“공부 열심히 해야겠군. 그런데 그 보고서와 샘플은 언제쯤 만들어질 것 같은가?”
카르지드도 흥미를 느끼며 묻자 이안은 날짜를 계산해 보았다.
“방학 끝나기 전에는 될 겁니다.”
이 자리에 있던 이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지금까지 마탑은커녕 마도국에서조차 엄두도 못 냈던 기술인데 한 달도 걸리지 않는다니.
당황한 그들에게 이안은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다.
“방법만 알면 딱히 어려운 것 아닙니다. 음. 그럼 이번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원 선발을 할 테니 마탑과 연금술사 길드에서는 인력표 좀 주십시오.”
“아, 알겠네!”
“바로 준비하지!”
“그리고 이왕이면 드워프분들도 좀 남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안이 바라보자 드워프의 대표인 스크랜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기서 필요한 장비들 떼야 합니다. 드워프의 섬세한 손길이라면 어렵지 않겠죠.”
“저 아름다운 예술품에서 뭘 건드린다고?! 이보게. 이안. 굳이 저걸 건드릴 필요가 있겠나?”
스크랜다는 애원하듯 말했지만 이안은 웃었다.
“건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이안의 뜻대로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어쨌든 영맥을 이용하지 않는 게이트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게 얼마나 큰 이득인지는 누구나 잘 아는 것이니 말이다.
“와. 정말 굉장해서 말이 안 나오네.”
연구실로 돌아간 이안이 재료들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 방으로 로위나가 들어왔다.
그녀도 마법사이기에 이안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려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그게 진짜 되면 마탑의 역사에 네 이름이 새겨지겠다.”
“마도국의 유산을 손에 넣은 것으로 이미 이름이 적혀 있지 않나?”
“그건 마법적 업적이라기보다는 탐험가적 업적에 가까우니까. 뭐 마탑에 학파를 세우면 또 모르겠네.”
이안은 피식 웃었다.
학자로서의 업적을 달성하는 것도 영웅으로서 이름을 남기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는 고개를 끄덕인 후 몬스터 재료들을 챙겼다.
“그래서? 그거 말해 주러 온 건가?”
“아니.”
“그럼 악마에 대한 보고?”
“그것도 아냐. 저번 학기 사업 보고서.”
이것 만드느라 집에도 못 가고 아카데미에 남으며 일했다.
그녀가 내민 보고서를 빠르게 훑어본 이안은 씩 웃었다.
“장사 잘하네?”
“솔트 후작가의 가주 자리를 노리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아. 그리고 솔트 후작가와 프레디시안 백작가의 상업 루트를 통해서 자금이 더 들어올 거야. 그것도 계산해 둬.”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이안은 자신이 이번에 한 일에 대해 설명했다.
바다에 있는 진주나 산호, 그 외에도 몬스터들을 잡을 수 있다는 말에 로위나는 감탄했다.
“진짜 대단하네. 으. 그거 처리는 어떻게 하지?”
“잘해 봐.”
“어째 생도회장이 아니라 네 전용 회계사가 된 기분이다.”
로위나가 투덜거리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 정도는 해야지. 내가 있으니까 너도 편해지는 것 아닌가?”
그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원래 생도회장이 되면 여기저기서 방해가 들어온다.
단순하게 생도들뿐만이 아니다.
이권을 노리는 귀족가나 상단, 기관들이 많다.
하지만 로위나에게 그런 것은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이안 덕분이었다.
그가 그녀를 생도회장으로 인정했고, 또 아카데미를 키우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니 다른 곳에서 끼어들 엄두를 내질 못하는 것이다.
괜히 이권 좀 얻겠다고 까불다 이안에게 찍히면 그날로 파산할 수도 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닌데.”
“그럼 열심히 일해라.”
“쩝.”
짧게 입맛을 다신 로위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나갔다.
그녀가 나가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누아브가 들어왔다.
“어이. 이안.”
“마침 잘 왔다.”
이안은 빗을 들어 누아브의 털을 쓱쓱 빗었다.
그러며 얻은 누아브의 털을 통에 담은 그는 먀네도 빗질해 주고 그 털 역시 따로 모았다.
“그건 어디다가 쓰려고 매번 가져가는 거냐?”
“촉매로 쓰이지. 그런데 왜?”
“바깥에 손님이 찾아왔다.”
지금 딱히 찾아올 손님은 없을 거다.
의아해하며 일어난 이안이 나가자 테이블 위에 있던 먀네가 폴짝 뛰었다.
단숨에 누아브의 등 위에 앉은 먀네가 울자 누아브는 그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걸어 바깥에 나가자 이안이 가져온 함선의 앞에 한 명이 서 있었다.
검화단 단주였다.
“이건 또 뭐냐?”
“솔트 후작령에서 얻은 겁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 혹시 루벨린과 관련된 정보라도 얻으셨습니까? 그게 아니면…….”
“그런 건 아니고. 얼마 전에 라이트 시티에 갔다가 너에게 이걸 전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단주는 옆에 두고 있는 커다란 상자를 내밀었다.
상자 안에는 한 자루의 창이 있었다.
“태양의 창이라는 거다. 세미라미스 수녀가 너에게 주라더군.”
“아. 그렇군요.”
“검화단의 단주에게 이런 심부름 따위를 시키다니.”
“그러면서도 잘하시는군요.”
“우리 애들의 치료를 부탁해야 했으니까.”
“루벨린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까?”
단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까진 특별한 건 없다. 이상한 게 있긴 하지만. 그건 좀 더 조사해야 하고.”
그리고 가면을 가볍게 고쳐 쓴 후 몸을 돌렸다.
“그리고 숲지기 노인네가 노망이 났는지 갑자기 악마들을 찾고 있더군. 덕분에 무인의 숲에서도 악마들과 관련된 일을 조사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뭔가 나오겠지.”
“그렇군요.”
“그리고 전에 말했던 것 있잖냐. 레드 시티에서. 그거 지금 되겠냐?”
어쩐지 아까부터 꼼지락거리더라니.
전에 레드 시티에서 단주는 이안이 썼던 수라파황무에 흥미를 느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한번 써 달라고 했었고.
“깨달은 게 있는데. 지금 되나?”
“그러시죠.”
여기서 쓸 수는 없으니 아카데미의 대련장으로 향했다.
방학이라 사람이 없어서 휑한 훈련장에서 단주는 검을 뽑았다.
“바로 간다.”
“저도 바로 가죠.”
<수라계 수라마왕의 수라파황무를 사용합니다.>
이안이 들어 올린 손을 내리찍었다.
그 순간 원형으로 바닥이 터져 나가며 막대한 기운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향해 단주는 눈을 번뜩이며 검을 휘둘렀다.
순간 그의 오러가 붉게 물들며 폭발의 한 부분을 지워 나갔다.
그가 서 있는 자리만이 멀쩡하고 주변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이안이 바라보자 단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멀었군.”
“제가 쓰는 세계의 검을 흉내 내시는 겁니까?”
이안은 빙긋 웃었다.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세계의 검처럼.
단주 역시도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검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지금 수준으로는 폭발 하나 제대로 지우지 못해. 쉽지가 않구만.”
“가르쳐 달라고는 안 하시는군요.”
“가르쳐 줄 거냐?”
“대가만 주신다면 뭘 못 가르쳐 드리겠습니까?”
그 말에 단주는 흥미를 보였다.
“그래? 그럼…….”
“그걸 배우시면 평생 가면 쓰지 말고 검도 잡지 말고 사십시오.”
“……그냥 내가 혼자서 깨치련다. 아니 이게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런 걸 원하냐? 차라리 돈이나 아티팩트를 달라고 하지.”
“큰 것을 얻을 때는 자신의 큰 것을 내어 줘야 하는 법이니까.”
다른 기술이라면 그간의 정도 있으니 웃으며 가르쳐 주겠지만.
세계의 검 정도라면 거의 진리에 접속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과 같다.
그런 거대한 힘을 그냥 줄 수 있을 리 없잖은가.
이안의 말에 단주는 가볍게 동의하고 휙 가 버렸다.
그가 멀어지자 이안 역시 몸을 돌리고 연구실로 향했다.
* * *
단주가 왔다 간 이후로도 그를 찾는 손님들은 꽤 있었다.
마탑이라든가, 아니면 연금술사들이라거나.
그들의 다른 연구협력 요청을 이안은 모두 거절하고 개인 연구와 공사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방학이 끝날 무렵이 되었을 때.
이안은 탁자 위에 있는 팔찌를 툭툭 치며 말했다.
“먀네. 드라이버 좀 줘 봐.”
“먀아~.”
옆에서 앞발로 동그란 구체를 굴리며 놀던 먀네가 드라이버 하나를 물고 왔다.
그것을 받아 미세한 조정을 끝낸 이안은 팔찌를 손목에 착용해 보았다.
-위잉……!!
잠시 후 빛이 번뜩이며 낮은 진동음이 들린다.
<축하드립니다.>
워프를 할 수 있는 단말기가 완성되었다.
이안은 그것을 가볍게 꾹 눌러 보았다.
그 순간 그의 몸이 빛에 감싸였다.
“됐다.”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연구실의 책상에 있던 이안이 방의 구석에 있는 좌표 고정기에서 나타나자 먀네는 깜짝 놀랐다.
허둥거리며 달려와 그의 품에 안긴 먀네는 낮게 울었다.
“괜찮아.”
“먀아~ 먀아~.”
한순간이지만 그의 존재감이 사라졌었다.
그 때문에 꽤나 놀랐던 먀네는 칭얼거리듯 달라붙어 몸을 비볐다.
“자. 그럼 발표 시간이군.”
그는 보고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바깥의 정원에는 초췌한 몰골로 앉아 있는 드워프들과 연금술사, 마법사들이 있었다.
“어…… 이안 생도님.”
“다 됐습니다.”
이안은 좌표 고정기를 정원에 놓았다.
그리고 구석에서 팔찌를 작동시켰다.
“헉!!”
“지, 진짜 되다니?!”
한순간 사라진 이안이 좌표 고정기 위에서 나타났다.
그걸 본 모두가 기겁했을 때.
“……너 방금 뭐 한 거냐?”
아카데미의 연구 개발 구역으로 찾아온 트린미어는 들고 있던 지팡이까지 놓친 채 말했다.
“진짜 성공한 거야?”
기겁하는 그에게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응. 지금은 아카데미로밖에 못 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