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197화(197/300)
◈ 제197화
99. 달의 후예들 – 1
실버문 클랜장의 이야기를 듣고 실버문의 과거 훈련장을 찾았다.
그곳에 가 보니 그의 말대로 야가들이 무리를 짓고 있었다.
아니, 야가들뿐만이 아니었다.
야가보다 적긴 하지만 오크와 고블린, 코볼트까지.
무리를 짓는 몬스터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신기하네. 쟤들이 모일 일이 있나?’
다른 종의 몬스터들이 저렇게 모여서 얌전한 경우는 드물다.
그 드문 경우 중 하나가 바로 몬스터 웨이브 때다.
강력한 개체의 등장으로 인하여 하나의 무리를 구성하는 경우.
그럴 때를 제외하고는 몬스터들이 모이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저건 뭐란 말인가.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 모인 듯싶습니다.>
‘계 모임은 아닐 것이고. 다른 종의 몬스터들이 모일 일이 뭐가 있지?’
<종교라는 구심점이 있다면 모일 수 있겠지요.>
강력한 존재라는 구심점.
혹은 한 가지 신앙이라는 구심점.
그것들이라면 서로를 먹이로 생각하는 몬스터들이라도 모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안은 키르케의 보고에 피식 웃었다.
‘루벨린을 따르는 몬스터다. 뭐 그런 얘긴가?’
<예.>
‘웃기네. 악마들의 신이라더니 이제는 몬스터의 신이라도 되는 건가?’
어쨌든 루벨린의 흔적을 찾기 위해 온 만큼 저들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이안은 숨기고 있던 기척을 풀었다.
그 순간 예민한 몬스터들이 고개를 돌렸다.
“크륵! 카윽! 카으윽!!”
“캬라라라라!!”
이안의 등장에 몬스터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무기를 들었다.
그들의 접근을 지켜보던 이안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검에 실린 막강한 기운에 몬스터들은 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도륙당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처치한 이안은 몬스터들이 모이던 곳을 보았다.
몬스터들이 파 놓은 것으로 보이는 어설픈 동굴이었다.
그리고 동굴 앞의 더러운 천 위에 피로 그린 듯한 루벨린의 문양이 있었다.
<내부에 제단이 있습니다.>
<내부에 함정이 있습니다.>
키르케의 탐색 보고를 듣고 이안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외부의 출입을 막으려고 한 것인지 동굴 여기저기에는 야가나 고블린이 만든듯한 어설픈 함정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부수며 더 안으로 들어간 이안은 그곳에 있는 제단을 발견했다.
“먀아아아…….”
뼈로 만들어진 제단이었다.
대놓고 사악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제단에는 제물로 쓰기 위해 준비한 것인지 사람의 시체가 올려져 있었다.
<케팔라 코윈입니다.>
<무인의 숲에서 죄인으로 지정된 자로 외성에서 탈주했는데 몬스터들에게 잡힌 모양입니다.>
‘죄목은?’
<내성의 크래쉬 클랜을 무너트리기 위해 클랜장의 가족을 납치했습니다.>
‘용케도 살아남아서 탈주했군.’
이안은 케팔라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 사건을 저질렀다면 몬스터들에게 잡히지 않아도 크래쉬 클랜에게 잡혀 찢겨 죽었겠지.
“먀아아!!”
먀네는 시체를 보며 더욱 거칠게 울었다.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먀네를 쓰다듬었다.
“먀네. 왜 그래.”
“먀야! 먀! 먀!”
폴짝 뛰어오른 먀네는 시체를 넘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벽을 향해 털을 곤두세우며 으르렁거린다.
뒤에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이안이 벽 쪽으로 다가가자 그곳에 작은 구멍이 있었다.
야가, 혹은 고블린들이 지나다니기 위한 구멍으로 보였다.
‘외부랑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고.’
<저 벽 뒤에 공간이 존재합니다.>
이안은 바로 벽을 후려쳤다.
그와 동시에 벽이 무너지며 안쪽에 작은 통로가 모습을 보였다.
통로를 따라 들어가니 작은 공동이 있었다.
“크르륵! 키에엑! 킥!!”
안쪽에 있는 것은 몇몇의 야가들이었다.
이곳에 자신의 터전을 마련한 모양이다.
그들을 모두 제거한 이안은 안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난리군.’
야가의 서식지라는 것을 증명하듯 내부는 시체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을 둘러보던 이안은 한쪽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크르르르…… 크르. 크르르…….”
어설프게 뼈로 만든 의자에 야가 하나가 권태롭다는 듯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 놓여 있는 것은 오크나, 고블린의 시체였다.
여기저기 뜯어져 있는 것이 저 야가가 먹은 것으로 보인다.
“크륵. 크르르륵…….”
<키메라입니다.>
겉보기로는 야가다.
하지만 키메라라니.
이안이 응시하는 사이 의자에 앉아 있던 야가가 뛰어올랐다.
보통 야가의 움직임이라 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빠른 몸놀림이었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크아아아!!”
-우우웅!!
야가의 손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일렁거리며 검처럼 만들어졌다.
“오~ 오러 블레이드.”
이안이 신기해하며 가볍게 박수를 친 순간 야가는 허공을 향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무형의 오러가 이안의 목을 노렸다.
“기술도 제대로고. 꽤 잘 만들어진 놈이군.”
몸놀림 자체도 단순한 야가의 움직임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투박하긴 하지만 검술 또한 꽤 하는 편이었다.
전체적인 방어력이나 회복력도 야가 수준을 넘었다.
적어도 일곱 종류 이상의 몬스터가 섞여 있는 데다가 심지어 인간의 기술까지 가지고 있다.
이정도면 이안이 지금까지 만났던 키메라 중에서도 완성도로는 상급에 속한다 볼 수 있었다.
<지성이 없는 것이 아쉽군요.>
<오로지 본능과 적개심만 있어 키메라로서의 가치는 최하입니다.>
“크아아아!!”
이안이 능숙하게 공격을 피하자 키메라는 포효했다.
그 순간 그의 몸이 꿈틀거리며 날카로운 촉수 몇 개가 돋아나 새로운 공격을 시작하려한다.
<전투 예지를 시작할까요?>
“굳이?”
-퍼어엉!!
이안의 일격에 키메라의 몸이 반으로 잘려버렸다.
그러며 내장이 드러나자 이안은 그것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확실히 외부만이 야가일 뿐 내부는 다른 몬스터들과 인간, 이종족으로 결합되어 있었다.
‘루벨린의 작품인가? 그것 치고는 좀 어설픈데?’
<아닙니다.>
<이것을 만든 것은 실버문입니다.>
<저기 벽에 나와 있군요.>
키르케의 말대로였다.
안쪽의 벽을 확인해 보니 그곳에는 키메라 제조법이 적혀 있었다.
몇가지 잘못된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저 공식대로 만든다면 이런 키메라를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차분히 읽어 본 이안은 쓰게 웃었다.
‘육체를 변화시켜 자신을 강화하려는 실험을 한 모양이군.’
<그렇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이곳의 키메라 제조 방식. 블루문이 키메라를 만들던 방식과 닮았습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러 가지 기운을 혼합하는 방식 자체는 블루문의 것과 같다.
이안은 벽면의 내용들을 읽어 보다가 쓱 눈을 돌렸다.
몸이 잘렸던 야가가 재생을 하고 있었다.
“먀아아아아!!”
백색의 빛에 감싸인 야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잘린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야가는 다시 오러 블레이드를 뽑았고.
-퍼어어엉!!
이번에는 몸체조차 남지 않은 채 산산이 터져 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키메라는 다시 재생을 시작하고 있었다.
<또다시 재생합니다.>
전에 봤던 메우리발레스와 비슷하다.
다양한 종의 기운을 이용해서 육체를 치유하는 것이다.
아마 트롤이나 슬라임의 치유력을 이용하는 것이겠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열었다.
“먀네.”
“먀아아!”
먀네가 파괴된 야가의 사체 위로 올라갔다.
그 위에서 높게 울며 기운을 흡수하는 것을 본 이안은 키르케에게 말했다.
‘어쨌든 실버문이 블루문과 뭔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관련 자료는 없나?’
<현재 남은 정보로는 실버문과 블루문이 한때 같은 계파였다는 정도뿐입니다.>
<원래 이런 일은 구전으로만 전해지기 마련이지요.>
<또한 블루문이 한 일을 생각하면 실버문에서 그들과의 연관 관계를 숨기기 위해 가진 자료를 파기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럼 됐다.
이안은 키메라의 기운을 모두 흡수한 먀네를 안아 든 후 내부를 완전히 박살 내고 밖으로 나갔다.
이안은 실버문의 클랜장, 말론을 보며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실버문의 클랜장이라면 뭔가 전해지지 않겠는가.
실버문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그리고 그 키메라 제조법은 어디서 난 것인지를 좀 알아 둬야겠다 싶었다.
“……귀한 손님께서 오셨는데 여기서 말씀드릴 수는 없겠군요.”
말론은 떨떠름하게 말한 후 뒤를 보았다.
드레자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아이들이 들어간다.
그것을 본 그는 이안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다 허물어져 가는 작은 건물의 마당으로 아이들이 달려간다.
드레자가 그 아이들을 챙기는 사이 그는 이안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된 소개도 하지 않았군요. 저는…….”
<말론 보리스. 51세. 실버문의 클랜장입니다.>
<실버문은 3대 전까지만 해도 내성의 클랜이었습니다.>
<하지만 클랜장이 죽고 클랜의 힘이 약화되어 결국 외성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대 만에 이렇게 몰락했다.
키르케가 설명하는 사이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실버문 클랜장. 말론 보리스라고 합니다.”
“이안 브랜든입니다.”
“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생활감 넘치는 방에 들어가자 말론은 직접 차를 타 이안에게 내밀었다.
싸구려 차를 그가 홀짝거리자 말론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실버문이 블루문과 관련되었다는 것은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훈련장 내부에 있던 것을 봤습니다. 거기에 키메라 제조법이 적혀 있더군요.”
“아. 그렇다면 그곳에 있는 야가도 보셨겠군요.”
“예.”
그리고 이곳에 왔다면 이미 다 알고 온 것일 터.
그렇다면 숨길 필요는 없었다.
말론은 시원스럽게 인정했다.
“저희 실버문과 블루문은 원래 하나의 계파였습니다.”
이미 그건 알고 있는 거다.
이안이 시큰둥하게 바라보자 말론은 계속해서 입을 열려고 했다.
그때.
-쾅쾅쾅!!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말론!! 말론!! 나와라! 말론!!”
“트라카드 클랜에서 도전하러 왔다!!”
“무인의 숲의 규칙에 따라 도전을 받아라!!”
말론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하시던 말씀 계속하시죠.”
-쾅쾅쾅!
“도전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 사범과 건물을 내놔라!!”
-쾅쾅쾅!!
“당장 도전을 받아라!!”
말론은 바깥이 신경 쓰였는지 계속 문 쪽을 힐끔거렸다.
마당에 있던 드레자와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본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을 열었다.
“뭐냐? 넌. 실버문의 새로운 클랜원이냐?”
거드름을 피우며 거한들이 히죽거렸다.
오러 유저쯤 되는 그들이 무기를 들어 올리자 이안은 검을 뽑았다.
“지금 여기 클랜장은 나랑 얘기 중이니까 꺼져.”
“뭐? 네가 누군데?”
“이안 브랜든.”
“하하! 웃기는 소리! 헛소리 말고 너나 꺼…….”
-서걱!!
한껏 거드름을 피운 거한 하나의 목이 뚝 떨어졌다.
그것을 본 모두가 입을 다물자 이안은 다시 말했다.
“트라카드 클랜에는 내가 직접 찾아갈 테니까 내가 갈 때까지 다들 대가리 박고 있어.”
굳은 그들에게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이안은 문을 닫고 말했다.
“하시던 얘기 계속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