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화(2/300)
◈ 제2화
1. 내가 해 주지 – 2
“뭐?”
“아니면 트리브가 그리 말하기라도 했습니까? 제가 창문 밖으로 던졌다고?”
트리브는 기절해 있었다.
의무대로 실려 갔지만 아직 의식을 되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그래도 정황증거라는 게…….”
“정황증거가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이안은 밖에서 구경하고 있는 이들을 가리켰다.
“제가 저들에게 미움받는다고 해서 교관님께서도 저를 미워하시며 절 믿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 그건…….”
“그건 아카데미의 이념에 좀 어긋나는 것 같은데요. 이 프레돈 아카데미는 용사 프레돈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곳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처치하고 대륙을 구원한 이유가 뭐겠는가.
그는 마왕을 쓰러트려 평화를 이루고자 했고 모든 사람들이 서로 믿으면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이라 말했었다.
“프레돈 님을 기념하여 설립된 아카데미의 교관님께서 생도를 미워하여 믿지 못한다라…….”
이안은 배시시 웃었고 아이작은 살짝 이를 악물었다.
“이거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네놈…….”
“트리브가 깨어나면 오시든가. 아니면 제가 그랬다는 증거나 증인 데리고 오시든가.”
이안은 아이작을 향해 한 걸음 걸어갔다.
그리고 음울할 정도로 푸른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게 아니라면 당장 교관 회의라도 소집하시고 절 재판에 넘기시든가. 자. 나가 주시죠. 피곤해서 자야겠습니다.”
“……큭.”
아이작은 결국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흥미진진해하는 학생들에게 버럭 소리쳤다.
“구경났나!!”
그의 서슬 퍼런 외침에 학생들은 놀라며 방으로 돌아갔다.
아이작이 나가려 하자 이안은 히죽 웃었다.
“그런데 교관님.”
“뭐냐.”
“트리브의 추락은 신경 쓰시면서.”
그리고 자신의 얼굴에 남아 있는 멍과 핏자국을 가리켰다.
누가 봐도 두들겨 맞아 생긴 상처였다.
“왜 저에게 이런 상처가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으시는군요.”
“……쉬어라.”
아이작은 휙 몸을 돌리고 문을 닫았다.
달빛만이 들어오는 허름한 방에서.
이안은 입가에 짓고 있던 미소를 지웠다.
* * *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방문이 열렸다.
“이안!!”
아이작의 외침에 이안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아직 잠이 덜 깬 듯한 그에게 아이작은 성큼성큼 다가갔다.
“트리브가 오늘 새벽에 깨어나 증언했다. 네가 기습하고 창문 밖으로 밀어 떨어트렸다고. 자. 이제 뭐 더 할 말 있나?”
“저는 아니라고 하고, 트리브는 맞다고 하면 다른 증인과 증거로 판가름 내야지요.”
“하…… 끝까지 이렇게 나올 거냐?”
이안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제가 그랬다는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가지고 오시든가요.”
그가 다가오자 아이작은 눈을 부릅떴다.
“한달 전 쯤 제가 루드와 트리브, 아인켈에게 두들겨 맞고 찾아갔을 때…… 뭐라고 하셨더라?”
분명 이안이 말했다.
루드 패거리에게 기숙사 뒤쪽에서 린치당했다고.
그때 했던 말을 떠올린 아이작이 입을 다물자 이안은 싱긋 웃었다.
“확실한 증거와 증인도 없이 동기를 모함하지 말라고 하셨지요? 물론 그때도 정황증거 같은 건 얼마든지 있었는데.”
“……그것과 이것은 다르다.”
“그때는 참 증거와 증인 좋아하시더니……. 아무튼 전 차이점을 모르겠군요. 그게 아니면.”
이안은 양팔을 벌리며 여유롭게 말했다.
“절 독방에 가두시고 자백하기를 바라시든가. 기숙사 사감의 권한이 있잖습니까.”
기숙사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한 달간 지하 독방에 가둘 수 있다.
독방에 갇히는 동안은 수업도 듣지 못하고 훈련도 제대로 받을 수 없으며 사감 외에는 누구도 만나지 못한다.
기숙사 사감이 가지는 최고의 처벌 권한을.
네까짓 게 그 외에 뭘 할 수 있냐는 듯 그는 정면에서 비웃고 있었다.
그 도발을.
그 도전을 아이작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지하 독방에 갇히지 않고 이번 일을 넘길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그사이 아이작과 다른 교관들, 루드 패거리 등 잡것들의 관심은 골치가 아팠다.
그렇기에 일부러 아이작을 도발하여 독방행을 택했다.
이안은 좁아터진 지하 독방에 들어와 내부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어차피 이 더러운 몸뚱어리를 교정할 필요가 있었지.”
<그렇습니다.>
“이 세계관에서 이 몸으로 익힐 수 있는 기술은?”
이 몸의 주인이었던 이안은 영웅이 되길 바랐다.
그럼 영웅이 되어 줘야지.
영웅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는 바로 힘이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아주 강력한 힘.
“전례도 있으니까 만약을 대비해 이 육체 자체도 강화시켜야해. 그러려면…….”
잠시 생각한 이안은 입을 열었다.
“역시 천마신공이지.”
음과 양의 진리를 통달하고 하늘을 지배하며 신을 죽였던 최강의 무인이 지녔던 무공.
선택받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그 강력한 힘이라면 이 더러운 몸의 개조도 어렵지 않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무공이라도 내공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것을 알기에 키르케는 문제점을 보고했다.
<천마신공은 최상급을 넘어선 무공입니다.>
<그 무공을 익히기 위한 영약이 부족합니다.>
<현 세계에는 천마신공을 감당할 수준의 영약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관이 겹치는 것이 많더니만 이건 안 겹치나.
키르케의 보고에 이안은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무대륙 일월신교의 주술을 이용하면 태양과 달의 기운을 내공으로 변환시킬 수 있어. 태양은 양, 달은 음. 이걸 이용하면 영약을 대체할 수 있지. 여기에는 태양과 달의 교단이 있잖아?”
그들의 성물과 성력에 담긴 기운을 이용해서 내공화시키자.
상극인 두 기운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힘이라면 천마신공에 필요한 내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안의 말에 키르케는 빠르게 동의했다.
<진리 접속 결과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세계는 오러를 쓰지? 오러는 내공으로 대체가 가능한가?”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이걸 기본으로 하자고. 다음은?”
<한 대륙 살천문의 육체개조법이 천마신공과 궁합이 제일 맞습니다.>
“계속해 봐.”
<일월신교의 내가 치료술이 가능합니다.>
<프레데온 대륙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동방 대륙의 침술과 영약 제조가 가능합니다.>
<23세기 지구 연방의 회계학과 세무학, 화학, 기계공학이 가능합니다.>
<폴바토 지저 세계의 야금술과 건축술이 가능합니다.>
<포헨크 대륙의 소환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롤보이 엘프의 약초학과 포션 제조가 가능합니다.>
<요마드 대륙의 인챈트가 가능합니다.>
<천축의 삼장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오케노스의 마왕 메두사의 마안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수라나찰계 아수라왕의 칠색 마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한 협곡의 추적술과 사냥술이 가능합니다.>
<행성 칼라이드와 B119 지역의 우주 전함과 거신병 제조가 가능합니다.>
<트루 옥스의 광전사 제작이 가능합니다.>
그 외에도 세공, 무두질, 양조술, 요리, 낚시, 채집, 언령 그 외 기타 등등.
키르케는 이안이 수집한 세계관과 그 안의 수많은 기술들을 나열했다.
<어떤 세계관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이 몸의 주인이 바라던 영웅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힘이다.
그렇다면 써야 할 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전부.”
그 답을 들은 키르케는 언제나처럼 공손하게 답했다.
<준비하겠습니다.>
* * *
“아이작 교관.”
“……예.”
“좀 생각을 하고 일 처리를 하시는 게 어떻겠소?”
아이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상급 교관 헤이스팅스의 한심하다는 시선에 가슴이 아팠다.
“이안은 결백을 주장했다면서?”
“예. 그, 그렇긴 합니다만…….”
“그의 기록을 살펴봤소. 꽤나 소극적인 데다가 말수가 적고, 숫기가 없는 생도지.”
“예.”
“주변에 물어봐도 그 녀석이 맞고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트리브가 떨어질 일은 없다고 하더군.”
“……그렇습니다.”
모든 부분에서 이안은 최하점이었다.
노력은 하지만 재능이 없는 경우가 딱 그런 케이스다.
모든 수업에서 그는 항상 발목을 잡아 같은 반뿐만 아니라 다른 반 생도들마저 싫어할 정도다.
“그런 낙제생이 트리브를 그렇게 만들었다? 체술이나 전투 점수는 그가 훨씬 높은데?”
“기, 기습을 하면 가능합니다. 또 트리브도 갑자기 공격을 당했다고 하니…….”
“하지만 이안은 아니라고 주장하잖소. 트리브의 몸에 맞은 흔적이라도 있었소? 확인해보니 이안에겐 흔적이 많았다던데.”
아무 말 못하는 그를 향해 헤이스팅스는 다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의 이번 처벌이 과연 생도들이나 교관들, 후원자들을 납득시킨다 생각하시오?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다짜고짜 독방행이라니.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반드시 그의 자백을 받아 내겠습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만약 그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다면 각오하시오.”
자리에서 일어난 헤이스팅스는 나가다가 발을 멈췄다.
“그리고 당신이 하급생도의 부모들에게 뭔가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더군.”
아이작은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그걸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몇몇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며 그들의 부모에게 자신의 노력에 비해 아주 약간의 성의를 받고 있었다.
물론 성적을 측정할 때 역시 조금씩 감사를 받았다.
그것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가 눈치챘다니.
헤이스팅스는 얼어붙은 아이작을 툭툭 쳤다.
“이번 일은 알아서 잘 처리하리라 믿겠소. 아카데미의 명예를 위해서도 말이오.”
“아, 알겠습니다.”
그가 나가자 아이작은 이를 갈았다.
이안을 독방에 가둔 지 벌써 이 주가 넘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시인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헤이스팅스의 말대로 아카데미와 후원자들의 분위기도 점점 이안의 손을 들어 주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가…….’
일개 가난한 남작가의 삼남 주제에 프레돈 아카데미의 교관인 자신을 이렇게 곤경에 빠트리다니.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이를 갈며 그는 기숙사의 지하로 향했다.
지하 독방 앞에 도착하자 아이작은 문을 두드렸다.
“이안!!”
답이 없다.
혹시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이라도 한 걸까?
그럼 오히려 큰일이다.
최악의 경우 자신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기에 그는 황급히 문을 열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려하던 일은 없었다.
이안은 그저 창문 근처에서 기묘한 자세로 앉아 있었을 뿐이니까.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천천히 눈을 뜨고 물었다.
“음? 아직 한 달 안 채웠을 텐데?”
평온한 그의 모습에 아이작은 애써 자비로운 표정을 지었다.
“약속하마. 네가 죄를 시인한다면. 최소한의 처벌만을 받게 해 주마.”
이안은 콧방귀를 뀌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닫았다.
그 행동에 아이작은 버럭 외쳤다.
“너 지금 도전하는 거냐? 그래. 네가 한 달을 채우고 나왔다 치더라도 무사할 것 같으냐?”
“무사 안 하면 어떻게 됩니까? 아. 그러겠네. 나가면 교관님의 체술 수업을 들어야 하지요?”
이안은 눈을 감으며 비웃었다.
“아주 기대가 됩니다.”
그의 능글맞은 말에 아이작은 주먹을 꽉 쥐고 몸을 돌렸다.
문 너머로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이안은 고개를 돌렸다.
“카아아악! 퉤!”
혈맥에 있던 탁기와 독기가 가래와 섞여 뱉어진다.
하수구를 통해 나온 시궁쥐가 그 침에 맞은 순간 부르르 떨다 픽 쓰러졌다.
“와. 얘 몸 도대체 뭐지?”
<육체 자체에 재능이 없습니다.>
<현 세계관의 힘인 오러와 마력의 적성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혈맥에 많은 독기와 탁기가 섞여 있습니다.>
“이런 몸은 또 처음이다.”
<환골탈태를 통한 교정을 추천드립니다.>
이안은 독방에 있는 작은 창문에서 들어오는 달빛을 받으며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그래도 단전은 만들었잖아? 시작을 했으니 절반은 한 셈이네.”
그의 농담 섞인 말에 키르케는 늘 그랬던 것처럼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