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0화(20/300)
◈ 제20화
10. 영약이다 – 2
“이 지도에는 여기가 내려가는 계단으로 나와 있는데…….”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
이미 1층은 탐색된 곳이고 지도도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었다면 보고가 들어와 주의 사항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다들 당황하고 있는 가운데 키르케가 보고했다.
<적성개체 스켈레톤의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나쁠 것은 없었다.
그만큼 더 많은 달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변화에 이안을 제외한 모두는 심각하게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가, 갑자기 던전의 마력이 강해졌는데?”
그래진이 말한 대로 던전 1층의 마력 농도가 더욱 짙어졌다.
이 정도면 던전의 최심부 수준이라 할 수 있으리라.
“여러분. 준비하세요.”
발렌타인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무기를 뽑았다.
“바로 던전에서 탈출합니다.”
그녀가 작게 말했을 때 복도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다른 파티일까?
하지만 발소리가 너무나도 많고, 불길했다.
“이게 무슨…….”
-철컥! 철컥! 철컥!
복도의 끝에서 희뿌연 무언가가 보이고 있었다.
그래진은 그곳을 집중해서 보다가 기겁했다.
“저, 저거!”
스켈레톤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소규모가 아니었다.
적어도 이백 이상.
복도를 가득 메운 스켈레톤들이 무기를 들고 질서 정연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바, 발렌타인 교관님?!!”
“걱정 마세요. 고작해야 스켈레톤 정도는…….”
그때였다.
전진하던 스켈레톤들이 멈춘다.
그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겨누자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한 가지 제안하마.
스켈레톤 무리 사이에서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울린다.
발렌타인은 무기를 꽉 쥐었다.
“당신은 누구죠? 원하는게 뭔가요.”
검에 푸른 오러가 담겼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던 그녀를 말리듯, 목소리는 꽤나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부드럽지 않았다.
-엘프만 넘겨라. 그리하면 나머지는 내보내 주도록 하겠다.
그녀는 움찔 어깨를 떨었다.
그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스켈레톤들이 더욱 몰려들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철컥!
“뒤쪽에서도!!”
어느새 포위가 되었다.
수많은 스켈레톤들이 무기를 겨누며 두개골 안의 붉은 빛을 번뜩였다.
-엘프를 내놓아라.
“다른 엘프는 어떻게 했지?”
이안이 묻자 목소리가 멈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침묵하던 목소리의 주인은 천천히 말했다.
-그는 내가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죽였나??”
-그건 아니다. 필요 없는 생명까지 취할 필요는 없어 재워 뒀다. 그러니 제안하마.
목소리의 주인은 정중하게 말했다.
-엘프만 내놓아라. 그럼 그들과 너희는 풀어 주마.
“발렌타인 교관님을 데려가서 어쩌려는 거지?”
그 질문에 답은 없었다.
스켈레톤들이 더 다가오자 발렌타인은 한 치의 고민 없이 말했다.
“제가 가지요. 저는 교관으로서 여러분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그럴 필요 없으니까 뒤에 계시죠.”
“예?”
이안은 당황한 그녀를 당겨 일행이 있는 쪽으로 넘기고 앞으로 나섰다.
“네가 뭐 하는 놈인지 관심 없다.”
중요한 것은 저 스켈레톤들에게서,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에게서 꽤나 강한 달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죽음을 탐하는구나.
멈춰 있던 스켈레톤이 움직이자 이안은 무수히 많은 스켈레톤, 아니, 영약들을 향해 기쁘게 뛰었다.
-콰드득!! 콰득! 와지끈!
양 떼 속의 호랑이처럼 이안이 날뛴다.
스켈레톤 한 무리를 순식간에 해치운 그는 스켈레톤들이 빈자리에 채워지자 뒤를 보고 말했다.
“그래진. 결계 펼칠 수 있냐?”
“펼칠 수는 있지만 내 건 유물 보호용이라…….”
그래진의 결계는 하륜의 결계와 달리 더 단단하지만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내부에서 외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 말은 바깥의 위험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과 동일했다.
“펼쳐.”
“너 혼자 싸우려고?”
“이안 생도님! 위험합니다!”
이안이 싸우는 것을 봤기에 발렌타인은 도리어 걱정했다.
그는 정말 잘 싸웠다.
지치지도 않았고, 싸울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혼자 싸우게 둘 수는 없었다.
하물며 이안은 아카데미의 생도에 불과하지 않은가.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그녀를 빤히 보던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혼자 싸우는게 낫습니다.”
그러니 남 영약 먹는 거 방해하지 말고 얌전히 들어가 있어라.
하지만 발렌타인은 이안이 허락하지 않아도 참전할 기세였다.
그녀가 검에 오러를 담자 이안은 발렌타인을 잡아 뒤로 당겨버린 후 그래진에게 말했다.
“결계 쳐.”
“이안! 괜찮겠냐?!”
파이손, 드렉, 올카가 거칠게 외쳤다.
비록 다른 반이지만 D반은 B반과 크게 사이가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런 만큼 그들은 호의와 걱정을 담아 외쳤지만 이안은 그들이 준 주머니를 들 뿐이었다.
그 사이 스켈레톤 수십이 화살을 날렸다.
그것을 이안이 검으로 모두 쳐내자 그래진은 지팡이를 들었다.
“잠…!!”
발렌타인이 다시 나가려 했지만 이미 결계는 쳐져버렸다.
회백색의 불투명한 벽이 만들어지자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깟 결계가 너희를 얼마나 지켜 줄 수 있을 것 같으냐.
“오래 끌 생각 없다.”
이제 홀가분해졌다.
이안은 자신의 어깨에 달라붙어 있는 먀네를 힐끔 보았다.
수많은 스켈레톤을 앞에 두고도 먀네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먀먀~.”
“신호하면 디스펠해.”
“먀!”
꼬리와 귀를 쫑긋 세우고 먀네가 집중하는 사이 스켈레톤들이 이안의 범위 안에 들어왔다.
“흡!”
낮은 기합성과 함께 이안은 내공을 움직였다.
스켈레톤들을 잡으며 모인 달의 기운 덕분에 천마신공의 내공이 증가한 결과.
천마신공 파천의 장.
파성격.
그가 지금까지 쓰지 못했던 천마신공의 새로운 초식을 쓸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콰과과과광!!
검에 맺힌 별을 부수는 기운이 단번에 복도의 스켈레톤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며 상당한 달의 기운이 흡수된다.
-이놈!!
<좌상단. 파이어볼입니다. 우상단. 에너지 볼입니다.>
“먀야아아!!”
복도에서 불덩어리 하나와 에너지의 덩어리가 쏘아졌지만 먀네의 울음 한 번에 무효화되어 버렸다.
그사이 또 다른 스켈레톤들이 나타났다.
달의 기운을 머금은 그들이 무기를 드는 것을 보며 이안은 즐거워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잘 먹어 주지.”
수백이 넘는 스켈레톤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지치긴 커녕 더욱 상태가 좋아진 이안은 싱글거리며 가볍게 검을 흔들었다.
“어째 수가 좀 줄어든 것 같다? 더 뽑아 보지 그래?”
그의 말대로 스켈레톤의 수가 꽤나 줄어들어 있었다.
복도를 빽빽하게 메우던 스켈레톤은 이제 듬성듬성 빠져 있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네놈. 도대체 뭐냐.
“자꾸 숨어서 말하는데 슬슬 모습을 보이는 게 어때?”
이안은 들고 있던 검을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벽력파.
무형의 기운이 터지듯 쏘아지며 스켈레톤들을 휩쓸었다.
그러며 또다시 쌓인 달의 기운을 흡수한 이안은 씩 웃었다.
지금까지 스켈레톤 사이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자가 서 있었다.
벽력파를 간신히 막아 낸 그는 방어를 위해 들었던 검을 내렸다.
“……보통 놈이 아니었구나.”
“이렇게까지 했는데 보통 놈인 줄 알았단 말이야? 혹시 너도 눈이 옹이구멍인가?”
짧게 빈정거린 이안은 그를 응시했다.
이 던전에서 가장 진한 달의 기운이 저자에게서, 특히 저 검에서 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목표로 하던 것을 찾았으니 이제 빼앗는 일만 남았다.
“너 정도로 강자의 생명이라면 엘프가 아니더라도 상관없겠지. 네 생명력 역시 취해 주겠다.”
“타인의 생명. 그것도 동족의 생명을 주로 취한다라…….”
수많은 환생 속에 이런 경험은 많았다.
이안의 말을 받으며 키르케는 그가 겪었던 세계들을 언급했다.
<플레이드 지하 대륙, 오바린 왕국, 볼세디 마법 도시, 칼틴 외 31개 세계관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안은 검을 겨눴다.
“너. 동족 포식을 통해 불사성을 노리고 있었냐? 그래서 엘프를 손에 넣으려는 거였어? 그들의 생명력을 강탈해 불사성을 유지하려고?”
“그걸 어떻게 알았지?”
“너 같은 얼굴 가진 놈들 많이 봤다.”
이안의 말에 그는 얼굴을 만져 보았다.
얼굴뿐만 아니라 엘프를 상징하는 귀까지 미라처럼 쪼글쪼글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 보고 갈라진 입술을 꽉 깨물었다.
‘생명력을 너무 빼앗겼다.’
스켈레톤을 소환하기 위해 계속 마력을 소모해야 했다.
그러며 지금까지 갈취했던 생명력이 빠져나가 이렇게 된 것이다.
그는 흉측해진 얼굴에 가져갔던 손을 내리며 검을 겨눴다.
“다시 복구할 수 있다. 저 엘프, 그리고 내가 잡은 엘프, 거기에 네놈의 생명력을 이용한다면 말이다.”
“할 수 있으면 해 봐.”
“뱀파이어릭!!”
그가 외치자 검붉은 기운들이 이안을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먀네의 울음에 그 기운들은 다른 마법처럼 산산이 흩어질 뿐이었다.
“큭! 빌어먹을!”
그 사이 어느새 튀어 나간 이안의 검이 그의 머리를 노렸다.
실드로 그의 공격을 막아 낸 엘프는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이안이 더 빨랐다.
-챙그랑!!
“실드를 깨 버리다니!!”
“뭐 대단하다고.”
한 번의 검격 만에 실드가 깨져 버렸다.
그 반동에 타격을 입었는지 미라 엘프는 비틀거리며 틈을 만들어 냈다.
“머리 대. 머리.”
그 비루하고 비참한 삶을 끝내 주겠다.
이안이 비웃으며 검을 휘두르자 그는 가까스로 그 공격을 피해 내고 바닥을 굴렀다.
“네놈……!”
-우우우웅!!
분노한 미라 엘프가 들고 있던 검에 오러를 닮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 순간 지독할 정도로 많은 악의와 달의 기운이 느껴졌다.
<달의 기운이 증가했습니다.>
<검 내에 봉인된 악마와 동조하여 증폭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건 또 기쁜 오산이군.’
검에서 풍기는 달의 기운에 악의가 섞여 있다.
그것들이 서로를 경계하며 기운을 증폭하고 있었다.
이안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 검 내놔.”
“미친놈. 그림갈!! 환상을 펼쳐라!!”
검에서 붉은 빛이 번뜩였다.
그 빛에 직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듯 그대로 뛰었다.
그걸 본 미라 엘프는 긴장했지만 이안의 검에 실린 힘은 아까보다 훨씬 약했다.
“크흐흐흐…… 역시 환상에 영향을 받고 있구나!!”
그런 것은 아니다.
행여나 검이 부서질까 봐 살살 치는 것일 뿐이다.
이안은 자신감을 보이는 그에게 콧방귀를 뀌고 손목을 비틀었다.
그 순간 그의 검이 기묘하게 움직였다.
-서걱!!
“큭!!”
가벼운 변초 한 번으로 검을 쥔 팔이 잘려버렸다.
허공으로 날아오른 팔을 잡아챈 이안은 검만을 빼내고 마른 장작 같은 팔을 뒤로 던졌다.
“크으으윽……!! 이…… 괴물 같은 놈이……! 블링크!!”
팔이 잘리고 검을 빼앗긴 그는 고통을 호소하다 마법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그의 몸이 잔상을 남긴 채 사라지자 이안은 차갑게 말했다.
“쫓아.”
<추적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