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00화(200/300)
◈ 제200화
100. 분란을 위해서 – 2
단주와 이안, 카린은 곧장 그 마을로 가 보았다.
마을에는 블러드 데블의 클랜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어라?”
“엥?”
그리고 그들 중에 두 명이 아는 얼굴이었다.
블랜치와 윌디였다.
“너흰 왜 여기 있냐?”
“내가 물을 말이다.”
“언제 온 거예요? 케리크 영지의 게이트를 쓴 건가요?”
무인의 숲에는 게이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곳과 가장 가까운 게이트는 케리크 자작령의 게이트고.
블랜치와 윌디는 그곳의 게이트를 이용해서 이동하기로 했단다.
“난 다른 방법으로 왔지. 그런데 왜 너희가 여기 있냐?”
“제국 아카데미까지 가는 루트 중 하나니까.”
“아. 이안은 모르죠? 이번에 이동할 때 몇몇 게이트 사용만 허락되었어요.”
훈련을 위해서 개별적으로 제국 아카데미까지 이동하는 건데 게이트를 쓰며 편히 가면 곤란하다.
그런 만큼 이용할 수 있는 게이트는 아란세에 의해서 한정되었다.
그 한정된 게이트 중 하나가 바로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케리크 남작령의 게이트였다.
“그랬나?”
“너한테는 얘기 안 했으니까 모를만도 하지. 아무튼 그래서 그 게이트 타고 바로 남쪽으로 이동했어. 그리고 이동하다가 저 마을에 들렀고.”
블랜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야. 난 진짜 깜짝 놀랐다.”
“여기 몬스터들. 너희가 잡은 거냐?”
“전부는 아니고. 잡다 보니까 저 사람들 오더라고.”
블랜치는 그때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코웰도 협곡을 타고 내려가서 무인의 숲에 들른 후 그곳에서 말을 구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그들의 루트였다.
“그런데 마을 근처에 오니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라.”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와 봤는데 마을이 몬스터에게 습격당했단다.
“좀 놀랐어요. 야가와 고블린, 거기에 트롤까지 섞인 몬스터들이라. 그래서 몬스터 웨이븐가 싶었죠.”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리 많지 않은 수의 몬스터들이 함께 움직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래 봬도 내가 마스터 아니냐. 그래서 그냥 쓱쓱 해치워 버렸지.”
블랜치가 창을 들고 우쭐해하자 윌디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안타깝긴 했죠. 저희가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렇게 따진다면 세상 모든 일이 후회일 뿐이다.”
윌디의 침울함을 보며 카린이 한마디 했다.
그녀를 향해 윌디는 의아해했고 카린은 가볍게 자신을 소개했다.
“아. 블러드 데블의……. 반갑습니다. 프레돈 아카데미 상급 B반 윌디 프레디시안입니다.”
“프레디시안이라. 네 어머님은 잘 계시나?”
“어머니를 아세요?”
“에리딘님과는 예전에 같이 다닌 적이 있었지.”
카린이 웃으며 말하자 윌디는 감탄하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희 아버지도 아십니까?”
“누군데?”
“킬로드 아우덴 백작님이십니다.”
“킬로드님에 대해서는 이야기만 좀 들었을 뿐이다. 그나저나 여기서 아는 사람의 자식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지금 한가롭게 옛날이야기나 할 땐가?”
단주가 한마디 하자 카린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윌디는 고개를 끄덕이고 하던 설명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몬스터들을 다 잡고 있는데 악마가 나오지 뭐예요.”
“오호. 그래서?”
“잡았죠.”
“약한 악마라서 어렵지는 않았어. 특수한 공격을 하는 놈이었다면 난감했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잡았으니 됐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블랜치는 손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하나 더. 그놈. 탐욕을 따르던 놈이던데?”
“……아. 그래? 그건 어떻게 알았냐?”
“소멸될 때 게헤른 님, 죄송합니다라고 하고 사라지더라고.”
너무 간단한 증명이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마을을 보았다.
마을의 중앙에는 제단이 있었다.
<주인님. 저것…….>
실버문의 버려진 훈련장에서 봤던 뼈로 만든 제단과 같은 것이다.
인신 공양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제단을 살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생존자는?”
“저기.”
블랜치가 한쪽을 가리키자 그곳에는 블러드 데블 클랜원들과 사로잡혔다가 풀려난 것으로 보이는 마을 사람들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중 그나마 멀쩡한 아낙네에게 다가간 이안은 담담하게 물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지?”
“아아아…… 그게…….”
그녀는 악몽과 같은 일을 떠올렸다.
이틀 전 밤에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몬스터들이 쳐들어왔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무인들이 대기하고 있을 텐데?”
“그게…….”
그 무인들이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는 사이, 다른 방향에서 몬스터들이 공격해 왔단다.
“양동작전이라고? 몬스터가?”
“예. 그…… 오거였습니다. 오거들을 무인들이 막는 동안 다른 쪽에서 고블린과 야가, 트롤들이 공격했습니다.”
그 공세에 결국 마을의 목책은 뚫려 버렸다.
그리고 마을은 궤멸되었으며 무인들도 오거들과 싸우며 지친 상황에서 내부에 침입한 다른 몬스터의 추가 공세를 버티지 못했단다.
결국 무인들은 모두 몬스터들에게 죽었고 마을 사람들의 일부는 먹히고 나머지는 제물이 되기 위해 갇혀 있었다.
“몬스터가 그런 작전을 쓸 수 있나? 이거 굉장하네.”
블랜치는 자신이 배웠던 상식을 부정당하는 기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사이 윌디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마탑에서 예전에 실험을 한 적이 있다고 해요.”
“뭔데?”
“몬스터의 지능 개발.”
몬스터들의 지능이 높아지고, 그들의 인간과 이종족에 대한 증오와 폭력성이 가라앉으면 어떻게 될까.
잘만 하면 그들을 훌륭한 노동력으로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주제로 아카데미에서 연구를 시작했단다.
“뭐. 결말은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실패였죠. 남부 오크들이 북부의 오크들과 다르게 전사로서의 명예를 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어떻게 해도 폭력성을 낮출 수는 없었어요. 그리고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명을 받고 연구 기록 자체가 말소되었죠.”
하지만.
악마들에게는 사정이 달랐다.
어쨌든 그들의 목적은 지상에 있는 생명을 전멸시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신앙으로 몬스터들을 결집시키고 그들에게 지성을 부여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같은 종도 아니고 다른 종끼리 연합해 양동작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리라.
“폭군의 힘을 빼앗겼으니. 다른 방법을 쓰려는 거군.”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텐데요…….”
<아무리 악마라도 대륙 전체의 몬스터에게 바로 지성을 줄 수는 없겠지요.>
<또한 그 정도 일이 광범위하게 시행되었다면 제가 모를 리 없잖습니까.>
키르케가 자신만만하게 보고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악마들도 이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군요.>
이 또한 키르케의 말대로다.
종교를 통해 결집하고, 결집한 그들이 지성을 얻고.
그것을 통해서 하나의 문명을 구축하며 발전하면 일이 골치아파 질 것이다.
대륙의 수많은 몬스터가 결집한다면 지금까지 나타났던 웨이브와는 차원이 다른 웨이브가 발생할 테니까.
심지어 이런 양동보다 더 뛰어난 전략과 전술까지 쓸 수 있다면 그 힘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대륙의 나라들이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힘써야지.’
<그게 낫겠군요.>
이안이 키르케와 대화하는 사이 카린과 단주는 주변을 수습했다.
살아남은 이들을 무인의 숲으로 이동시키고, 시체의 정리와 제단의 파괴를 시작한다.
“야. 이안. 그런데 넌 어떻게 여기로 온 거냐?”
“나? 워프 장치 써서.”
“이거요?”
“어.”
윌디는 자신의 팔목에 채워진 팔찌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건 아카데미에만 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난 좀 달라.”
“우와. 어떻게 하는 건데요?”
“좌표 계산만 할 수 있으면 가능하지.”
“그거 나도 가르쳐 주면 안 되냐?”
“이거 어려워. 그리고 실패하면 죽는데?”
“……그냥 걸어 다니는 게 낫겠군.”
이안이 딱 잘라 말하자 블랜치는 바로 포기했다.
마법사인 윌디는 꽤나 고민했지만 대부분의 일이 별거 아니라고 하는 이안이 어렵다고 한 거다.
아무리 그녀가 마법사라도 무리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아. 그래서 이안. 당신은 이번 훈련이 의미 없다고 한 거였군요?”
“그런 셈이지. 그런데 너희. 이러고 있어도 되냐?”
“뭐. 1등 상품 때문에? 얘가 날 뭘로 보고.”
블랜치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티탄이 갖고 싶다고 해도 이런 꼴을 보고 어떻게 그냥 가냐?”
“맞아요. 저희가 당신보다 약하기는 하지만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구요.”
“훌륭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일까?
성큼성큼 걸어온 카린은 단호하게 말했다.
“요새 놈들은 자신의 힘을 써야 할 방향을 잘 모르더군. 무조건 강해지는 것이 옳다고만 생각하던데……. 하하. 그래. 힘은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지.”
꽤나 뿌듯해하던 카린은 둘을 꽉 잡았다.
“프레돈 아카데미가 썩었다고 하더니 생도들까지 썩은 건 아니었군.”
“그거 바뀐 지 오래입니다.”
“하하. 어쨌든. 다들 고생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고…….”
그녀는 힐끔 하늘을 보았다.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있었다.
“가자. 오늘 저녁은 내가 책임지마.”
“그나저나 저들은 어떻게 할 건가요?”
생존자들을 보며 윌디가 묻자 카린은 히죽 웃었다.
“걱정 마라. 무인의 숲이 그렇게 힘만 아는 매정한 곳은 아니니까.”
* * *
정리는 블러드 데블 클랜원에게 맡기고 그들은 모두 무인의 숲으로 복귀했다.
하루 간 곳은 블러드 데블의 건물이었다.
그곳의 꽤나 넓은 식당에 들어가자 단주는 둘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지금 훈련 중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빨리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이미 늦었겠는데요?”
“지금 애들 미친 듯이 내려가고 있을 겁니다.”
이 일에 개입한 이상 이미 늦었다.
둘이 홀가분하게 포기한 것처럼 말하자 단주는 키득거렸다.
“그 티탄이라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인간성을 버리지 않은 것은 칭찬할 만하지.”
“뭐 이 정도 가지고.”
“음. 좋아. 이왕 이리된 거 내가 한 수 가르쳐 주지. 밥 먹고 검화단으로 와라.”
검화단 단주는 킬로드와 버금가는 강자다.
그런 강자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블랜치가 기뻐하는 사이 식당의 문이 열리며 카린이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요리들이 나온다.
먹음직스러운 소시지나 닭구이, 소고기 스테이크 등등.
한 상 가득 차려진 요리들을 그들이 먹으려는 찰나.
-콰아아아앙!!
바깥에서 폭음이 들렸다.
그것에 놀란 블랜치와 윌디가 긴장했지만 카린과 단주는 대수롭지 않아 했다.
“괜찮아.”
“어디서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나 보지. 하 진짜. 힘 써야 할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머저리들이 너무 많아.”
“음. 꽤나 재밌는 곳이네. 덤비는 자들이 많다니.”
그들의 말에 씩 웃은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갑자기 왜?”
– 콰아아아앙!!
순간 벽 쪽에서 폭발이 터져 나왔다.
그것을 가볍게 막아 낸 이안은 심드렁한 얼굴로 폭발을 일으킨 자들과 그 뒤에 있는 무인들을 보았다.
“저게 이안이다!”
“잡아라! 저 놈을 잡고 블러드 데블도 잡고! 검화단도 쓰러트리는거다!”
모인 무인들이 서슬퍼런 기세로 외치자 그들 중에 한 노인이 당당하게 나섰다.
“훗훗훗!! 폭발은 예술이다!! 훗훗훗! 네가 이안 브랜든이렷다?!”
“그런데?”
“나는 폭발왕 카를! 네놈을 잡고 내가 최강임을 증명…….”
<칠색 마안 – 청의 폭발을 사용합니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그가 폭발왕 카를이 나가 떨어진다.
꿈틀거리는 그를 내려다보던 이안은 검자루를 잡았다.
“더 덤빌 사람 있나? 난 언제든지 환영인데.”
그의 말에 긴장한 무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고 단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검화단에 널 안 받길 잘했군. 초반에 받았다면 무인의 숲의 무인들이 절반 이상은 죽었겠어.”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안 받은 겁니까? 못 받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