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04화(204/300)
◈ 제204화
102. 용의 자식들 – 2
그 수는 약 오백가량.
저 정도면 몬스터 웨이브로 봐도 될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저 몬스터 웨이브를 막기 위해서 엘프의 숲에서 엘프들이 나와 있었다.
“가라!!”
갑옷을 입은 엘프 전사의 외침에 따라 엘프 궁수들이 화살을 준비한다.
-피이잉!!
수백 발의 화살이 달려오는 몬스터들에게 꽂힌다.
엘프의 특제 활을 사용하기 때문인지 가죽이나 껍질이 단단한 몬스터들도 얼마 못 가 픽픽 쓰러졌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더욱 빨라졌다.
-끼이이이이익!!
하늘에서 불쾌한 비명이 들렸다.
커다란 날개와 긴 꼬리, 날카로운 발톱과 두꺼운 비늘을 자랑하는 비룡.
드레이크가 날개를 퍼덕이며 엘프의 숲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S급 몬스터도 웨이브에 참가하나?”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크라헨 공국을 멸망시켰던 몬스터 웨이브 때는 S급 몬스터들도 참가했었습니다.>
그 몬스터 웨이브를 이끌던 것이 바로 리치 크레센트다.
하지만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S급에 속하는 몬스터가 다른 종의 몬스터와 함께하는 일은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럼 저기 몬스터 웨이브를 이끄는 놈이 뭔가 특별한 놈인가? 키르케. 중심 찾아봐.”
<몬스터 웨이브의 후방에 있는 아라크네가 웨이브를 이끌고 있습니다.>
나타난 비룡이 불을 뿜으며 숲을 공격한다.
그것을 향해 엘프 궁수들은 다시 화살을 쏘았다.
하늘을 나는 드레이크가 날갯짓을 하며 그것을 피하는 사이 정령사들이 정령을 불러내 화살에 힘을 담았다.
그것만큼은 드레이크도 막기 어려웠는지 아예 하늘 높이 솟구쳐 버렸다.
“다시 쏴라!!”
엘프 지휘관이 외쳤을 때.
-끼이이이익!!
또다시 하늘에서 비명이 들렸다.
“세상에.”
엘프 궁수 하나가 중얼거렸다.
열 마리.
열 마리나 되는 드레이크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거기에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모, 몬스터 웨이브가 추가되었습니다!!”
활을 쏘던 엘프 전사 하나가 외쳤다.
몬스터 웨이브 뒤로 또 다른 몬스터들이 나오려 하고 있었다.
처음 몬스터 웨이브는 그저 화살받이었던 모양이다.
한참 공격을 하며 체력과 마력이 소모되었다.
난감해하는 전사들을 본 엘프 지휘관은 이를 악물었다.
“후퇴! 후퇴하라! 숲으로 끌어들여서 싸……. 뭐냐?!”
지휘관이 외치는 사이 이안이 몬스터 웨이브 쪽으로 달렸다.
그것을 본 엘프 지휘관은 다급하게 외쳤다.
“저 녀석을 잡아!!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들어갔다간…….”
웨이브를 이루고 있는 몬스터들에게 일초도 되지 않아 산산이 찢겨 죽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지휘관이 전사들에게 외치려는 찰나.
-콰아아아앙!!
몬스터 웨이브의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
“뭐, 뭐냐.”
“키에에에에에엑!!”
몬스터 웨이브의 중심인 거대한 거미가 몸을 일으켰다.
일반적인 아라크네가 아닌 변종 아라크네다.
몸 전체가 검고 평범한 아라크네보다 다리 두 개가 더 많은 데다가 몸 여기저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았다.
심지에 독까지 뿜어내는지 녹색 체액이 뚝뚝 떨어지는 괴물이 있었다.
그 괴물은 소년을 보자 두 개의 앞다리를 들어 올리며 포효했고.
-콰아아아앙!!
일격에 아라크네의 몸 절반이 박살 나 버렸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대장!! 드레이크들이 공격합니다!!”
“아, 그, 그래!!”
저 소년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몬스터 웨이브가 먼저다.
저 드레이크들이 숲을 다 태워 버리기 전에 쫓아내야 한다.
그때 소년은 들고 있던 검을 허공을 향해 휙 던졌다.
“무슨……?”
허공을 날아간 검이 멋대로 움직이며 드레이크들을 꿰뚫어 버린다.
삽시간에 열 마리 드레이크를 죽여 버린 검이 그의 손으로 돌아왔을 때.
S급 몬스터가 포함된 강력한 몬스터 웨이브는 끝나 있었다.
“아…… 아!! 아직 끝이 아니다!!”
이 놀라운 현실에 기겁하던 지휘관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또 다른 웨이브가 접근하고 있었다.
인간 소년.
솔직히 힘만 보면 인간이라고 생각도 되지 않는 그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숲을 지켜야 하는 것은 자신들의 역할이다.
그렇기에 지휘관은 전사들과 궁수들에게 외쳤다.
“싸워라!! 숲을 지켜라!!”
두 번째 몬스터 웨이브는 그럭저럭 쉽게 물리칠 수 있었다.
첫 번째와 다르게 그리 강한 몬스터가 포함되지 않은데다가 조금 공격하고 물러났기 때문이었다.
지휘관은 낮게 헛기침을 한 후 몸가짐을 바로 하고 몬스터의 처참한 사체들 사이에 서 있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하이 엘프 리빌시아 칼린입니다.”
투구와 안면 보호대까지 벗자 은색의 짧은 머리칼이 드러난다.
붉은 눈동자를 지닌 그녀가 정중하게 인사하자 소년, 이안은 힐끔 그녀를 보며 말했다.
“칼린? 검성 티엘과 같은 성이군요.”
“어. 저희 이모님을 아십니까?”
“전에 좀 뵈었습니다. 이안 브랜든입니다.”
이안 브랜든.
검성과 동급 취급을 받는 대륙의 강자.
리빌시아는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몰라뵈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이안은 변종 아라크네의 사체를 툭툭 치며 말했다.
“이런 거.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런 건 미얄 산맥에도 없는 건데.”
“예? 아…… 예. 요 근래 자주 출몰하더군요.”
“자주요?”
“예. 요새 엘프의 숲에서 심심치 않게 변종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안이 말없이 바라보는 사이 다른 엘프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이안이 만들어 낸 광경에 감탄하다가 리빌시아에게 보고했다.
“주변 확인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아군 내 부상자가 있긴 합니다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됐다. 그럼 숲으로 복귀한다.”
“그런데 이 인간분은.”
“이안 브랜든 백작님이시다.”
이안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지 엘프 전사들은 황급히 자세를 바로 했다.
그들에게 인사해 준 이안은 리빌시아에게 물었다.
“이것과 같은 몬스터들이 많다고 하셨지요?”
“예.”
“잡아 두거나 그런 것은 없습니까? 아니면 어디서 많이 나온다거나.”
“어…… 마침 잡아 둔 몬스터가 있으니 가서 보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가시죠.”
리빌시아의 안내를 받으며 이안은 엘프의 숲으로 들어갔다.
숲에서 오래 들어가지 않았을 때 숲에 있는 작은 마을이 모습을 보였다.
그 숲의 입구에 한 엘프가 앉아 있었다.
“음? 넌 왜 여기 있냐?”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수호자의 수장인 패왕 거스트였다.
그녀가 입구에서 자신의 대검을 쥐고 있는 것을 본 이안이 묻자 거스트도 의아해했다.
“엘프가 엘프의 숲에 있는 게 이상할까 인간이 엘프의 숲에 있는 게 이상할까?”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없지.”
이안은 어깨를 으쓱인 후 무인의 숲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프림벨의 이야기까지 들은 그녀는 인상을 찡그렸다.
“꽤 머리를 쓰고 있네.”
“아무튼 프림벨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곳에도 용인이 있고, 또 몬스터가 사회를 이루고 있을 거다, 라는 얘기지.”
“흠…….”
거스트는 고민하다가 이안의 옆에 서 있는 리빌시아를 보았다.
“왜.”
“아니. 저번에 잡은 몬스터 있다고 하지 않았냐? 걔를 보여 주면 될 것 같은데.”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다. 백작님. 가시죠.”
거스트까지 포함해서 셋은 마을 중심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사슬에 묶여 있는 오크 몇이 있었다.
문제는 오크들의 모습이었다.
몸 전체가 검은 데다가 키가 크다.
거기에 근육도 일반적인 오크와 다르게 크지 않고 전체적으로 날렵해 보였다.
“사흘 전 세계수 근처에 이 오크들이 접근했습니다. 문제는 이 녀석들의 움직임이죠.”
“뭐가 이상합니까?”
“숲에서 엘프들보다 빠르고, 은밀했습니다.”
엘프들은 탁월한 레인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숲에서는 어떤 종족보다 빠르게 움직이는데 이 오크들만큼은 달랐다.
“자칫 잘못했다면 놓치고 세계수까지의 길을 허용할 뻔했습니다. 저번에 검성께서 잡으신 트롤 이후로 이정도로 위험했던 걱은 처음이죠.”
리빌시아의 보고에 이안은 신기해하며 오크 중 하나를 보았다.
이안의 시선을 눈치챈 오크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눈을 번뜩였다.
“이거…… 일반 오크와는 다르군요.”
“그거야 보면 알지. 뭐 저주나 그런 거에 걸린 게 아닐까? 아. 남부 오크 중에도 이렇게 피부가 검은 오크가 있다던데.”
거스트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다짜고짜 검을 뽑은 이안은 오크를 향해 겨눴다.
“죽여도 됩니까?”
“아까 도움을 받기도 했으니 백작님 하시고 싶은 대로 하시길 바랍니다.”
그녀의 허락을 받자마자 이안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크어어억…….”
그와 동시에 오크 하나의 가슴이 갈라진다.
그 오크가 죽었음에도 이안은 검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순식간에 오크를 분해한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 오크. 일반 오크와는 근육이 꽤 다릅니다. 뼈도 그렇고. 좀 더 자세히 조사를 해 봐야 하지만 장기들도 차이가 있습니다.”
“오크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잘 아냐?”
“아카데미에서 몬스터 해부학도 가르치거든.”
“그럼…… 이게 오크가 아니라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오크지요. 오크인데…….”
이안은 오크의 사체를 툭툭 쳤다.
“진화된 오크라고 봐야겠군요.”
“예? 뭐요?”
리빌시아는 더 의아해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안은 천천히 설명했다.
“마탑의 토르만 학파에서 제시하는 학설입니다. 생명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형질로 변화한다는 이론이죠.”
가볍게 말한 이안은 말없이 자신을 응시하는 리빌시아에게 계속 말했다.
“북부의 오크와 남부의 오크가 생김새가 다르고, 생활 방식이 다르잖습니까? 그게 오랜 기간 떨어져 있으며 다른 방향으로 진화된 거다, 뭐 그런 얘기입니다.”
이안의 말대로 북부와 남부의 오크는 꽤 차이가 난다.
스스로 명예를 아는 전사라 칭하는 남부의 오크들은 기습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늘 정면에서 싸우며 패배하면 순순히 강자의 명령을 따른다.
하지만 북부의 오크는 달랐다.
기습은 물론이고 함정도 쓴다, 또한 도망치거나 도둑질도 얼마든지 한다.
“저도 그 학설은 알고 있습니다. 믿지는 않지만.”
그녀는 약간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토르만 학파의 학설은 너무 급진적이라 이 시대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히나 고지식한 경향이 있는 엘프.
그것도 하이 엘프인 만큼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변화한 것 같군요. 키메라로 개조된 흔적도 없고.”
“하지만 진화는 꽤 오랜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되는 것 아닙니까? 차라리 우연히 발생한 돌연변이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넌 그걸 어떻게 아냐?”
“알아야 제대로 부정하지.”
리빌시아의 차가운 어조를 이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그 가능성도 있지만. 돌연변이는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사흘 전에 침입했던 오크가 이들뿐입니까?”
“……아뇨.”
리빌시아는 짧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 오크들은 오십이 넘었다.
“그 정도 돌연변이가 우연히 발생하고, 또 우연히 함께 움직인다? 거기에 다른 변종 몬스터도 많다고 하셨지요.”
이안이 웃으며 말하자 리빌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진화라는 것도 좀 이상합니다.”
“뭐. 그렇죠. 아직까지는 이렇다 말할 것이 없으니까.”
확실한 증거 없이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주변 조사부터 해 봐야겠습니다. 혹시 이 근처에 알려지지 않은 유적이나, 혹은 몬스터들이 모이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아. 그리고 이런 문양이 있는 곳이 있다면 알려주시죠.”
이안이 루벨린의 문양을 보여 주며 묻자 리빌시아는 깜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어? 이 문양. 세계수가 있는 곳에도 있는 문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