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05화(205/300)
◈ 제205화
103. 몬스터의 가능성 – 1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이안의 질문에 리빌시아는 당황하며 머뭇거렸다.
세계수에 대한 것은 엘프의 숲에서도 극비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하이 엘프인 그녀가 대답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으으음…….”
“그냥 말하지? 얘는 수호자야.”
“하지만 패왕.”
“의회에는 내가 설명할 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아직 의회의 허가도 받지 않은 자에게 세계수에 대한 언급을 할 수는 없다. 세계수에 대한 접근 권한은 너도 없잖아.”
“방금 네가 말해 놓고? 그리고 우리는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해. 이안은 수호자로서 놓치기 아까운 인재지. 그가 지금까지 소멸시킨 악마가 몇인데 고작 그 정도 정보도 못 얻냐?”
거스트가 강경하게 말하자 결국 리빌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자로서 거스트가 이안에게 정보 공유를 한다면 리빌시아로서는 막을 수 없었다.
어차피 전해질 정보라면 그냥 자신이 말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세계수에는 하나의 묘역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것을 용바위라고 부르지요.”
“용을 닮은 바위인가 봅니다?”
“아뇨. 용의 시체가 바위로 변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용바위지요. 그 용바위에 이안 백작님께서 보여 주신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안은 프림벨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과거 용이었던 게헤른은 대륙에 남은 모든 용을 죽인 후 힘을 빼앗고, 악마마저 삼켜 마룡이 되었다.
그리고 루벨린에게 힘을 받아 칠대 죄악이 되었다.
그런 만큼 게헤른이 죽인 용의 시체에 루벨린의 문양이 있다는 것은 그들의 죽음에 뭔가 관계가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뭔가 자료가 있나?’
<세계수에 대한 자료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수에 대한 역사는 의회의 수장들에게만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기록 없이 구전으로만 전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비밀스러운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계수를 직접 보고 싶은데 가능합니까?”
“불가능합니다.”
“흠. 이럴 경우에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는데.”
이안이 검자루를 만지작거리자 리빌시아는 움찔했다.
“그, 그래도 일단 제가 요청을 해 보겠습니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없으니 좀 빨리 부탁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의회에 다녀오는 것은 하루면 충분합니다. 다만…….”
리빌시아는 마을을 둘러보았다.
요 근래 몬스터들의 침입이 잦아 이곳을 지킬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녀가 직접 나온 것인데 의회에 다녀온다면 여긴 누가 지키나.
그녀의 걱정을 눈치챈 이안은 웃으며 말했다.
“그때까지는 제가 지키고 있지요.”
“감사합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리빌시아는 바로 부하들을 모았다.
그녀가 엘프들을 데리고 숲 안쪽으로 들어가자 거스트는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별일들이 다 벌어지는군. 골치 아프게시리.”
“만약 진짜 쟤들이 진화를 하는 것이면 더 골치 아파지겠지.”
“그렇긴 하지만. 그럼 난 순찰을 다녀올게. 마을 수호를 너에게만 전부 맡길 생각은 없으니.”
“그럴 필요 없는데.”
이미 키르케의 탐색 범위를 최대로 넓혀 놓았다.
이 근처로 누군가 접근한다면 바로 파악해서 보고할 것이다.
그러니 굳이 순찰까지는 필요 없었지만 거스트는 고개를 젓고 가 버렸다.
홀로 남은 이안은 자신의 다리 위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먀네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을 느끼며 먀네가 골골거리고 있을 때.
한쪽에서 엘프 소년 소녀가 눈치를 살피며 그에게 다가와 힐끔거렸다.
“늦은 밤인데 안 자냐?”
“어…… 음. 저기요.”
“왜?”
“그 고양이. 빛의 정령 맞죠?”
엘프 소녀가 쭈뼛거리며 묻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보기 힘든 정령이다보니 한번 만져 보고 싶었나 보다.
이안이 먀네를 들어 올리자 둘은 쪼르르 달려와 먀네를 쓰다듬었다.
조금 거친 손길에도 그냥 하품만 하며 꼬리를 흔드는 것을 본 둘은 기뻐하며 더욱 만지작거렸다.
“되게 부드럽다!”
“우와. 귀여워!”
엘프 아이들이 먀네와 놀기 시작한다.
그것을 힐끔 본 이안이 육포를 꺼내 씹는 사이 한 엘프 여인이 나왔다.
“루시. 루엔!”
“엄마!”
“어, 어서 들어오렴!”
“고양이!”
“그래! 그래! 어서 와라! 이제 잘 시간이잖니!”
그녀는 시무룩해진 둘을 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힐끔 이안을 경계심 섞인 눈으로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요새는 좀 위험해서…….”
“이해합니다.”
자주 몬스터가 출몰하다 보니 아이들을 내보내기 힘든 것이다.
특히나 몬스터들 중에는 아이들을 노리는 야가들도 꽤 있지 않은가.
거기에 그녀가 아는 강자인 리빌시아도 전사들을 데리고 떠나 불안감이 가중되었다.
불안해하는 그녀에게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나와 챙겨 온 과일들을 그의 앞에 놓아 주었다.
“저…… 늦었지만 간단하게 이것으로 요기라도 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먀아~.”
먀네가 바구니에 담긴 커다란 사과를 앞발로 톡톡 건드리며 노는 사이 이안은 가부좌를 틀었다.
남는 시간 명상이나 하면서 기다리자고 생각한 그가 무아지경에 빠지려 했을 때였다.
<주인님.>
<야가가 마을 주변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마을에 남은 병력만으로는 막기 힘들어 보이는군요.>
‘뭐 얼마나 오길래?’
<이백이 넘습니다.>
‘많기도 하네.’
이안은 시큰둥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가는 총 네 무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습격을 하여 경비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조.
두 번째로 경비병의 옆을 치기 위한 조.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약탈을 위한 구성이다.
고블린이나 코볼트, 야가 같은 대규모 무리를 만들 수 있는 몬스터들의 기본적인 전략이다.
물론 기본적이라고 하지만 꽤나 효과적이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지킬 병력이 그리 많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
눈을 뜬 그는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균열이 생기며 그곳에서 그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소년 둘이 나타났다.
“여. 오래간만이야.”
“거긴 잘 갔다 왔냐?”
이제는 이렇게 나오는 것이 익숙해진 아일페틴과 노른은 이안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그들의 인사를 받아 준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뭔 얘기 할지 대충 알겠지?”
“흠…… 여기 엘프의 숲이네?”
“엘프랑 싸우게? 딱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건 아니고. 마을을 야가들이 공격할 거야.”
“호. 그래? 그래서?”
“벽 좀 쳐 놔. 그리고 넌 벽을 불로 좀 감싸고.”
불의 최상급 정령인 아일페틴, 대지의 최상급 정령인 노른.
이 둘이라면 마을을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의 말에 둘은 의아해했다.
“넌 뭐 하려고?”
“조사해 볼 것이 있어서.”
“대가는?”
“그건 일 끝나고 얘기하자.”
간단한 협상이 끝나자 둘을 데리고 이안은 마을의 경비병들을 찾았다.
리빌시아에게 이미 이야기를 전달받았던 그들은 최상급 정령 둘을 현계시킨 이안의 힘에 감탄하며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마을 방어 준비가 끝나자 이안은 키르케에게 물었다.
‘거스트 어디 있냐.’
<현재 위치에서 북쪽으로 오 분만 가시면 됩니다.>
추적 대상 중 하나인 거스트의 위치를 파악한 키르케가 보고한다.
이안은 먀네를 안아 들고 바로 그쪽으로 이동했다.
“야.”
“뭐야? 언제 왔어?”
“지금 숲 주변으로 야가들이 접근하고 있어.”
“어? 그래? 그럼 방비하러 가야겠군.”
“최상급 정령 둘에게 보호 맡겨 놨으니까 됐어. 지금 중요한 것은 야가들이 갑자기 이쪽을 공격했다는 거지. 리빌시아와 강한 엘프들이 빠지자마자 말이야.”
“흠…… 뭐야. 넌 야가의 공격이 인위적이다. 뭐 그런 얘기를 하는 건가?”
“혹시나 싶어서. 그래서 걔들을 쫓아 주변에 뭐 있나 확인해 보려는데…… 넌 어떻게 할 거냐.”
엘프들을 지키기 위해 남을 것인가.
아니면 함께 갈 것인가.
이안의 질문에 거스트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최상급 정령 둘이 지키는 마을을 야가들 따위가 뚫을 수 있을까?”
“없지.”
최상급 정령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다.
그것도 현계한 최상급 정령이라면 야가가 아니라 오거들이 와도 무리다.
이안이 딱 잘라 말하자 거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같이 가자고.”
달이 좀 더 하늘 높이 떴을 때 마을을 향해 야가들이 접근했다.
경비병들이 없다는 것 때문일까?
경비병들을 공격하려던 야가들까지 약탈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들이 마을을 둘러싸고 접근한 순간.
-퍼어어억!!
돌로 만들어진 벽이 땅에서 솟구쳤다.
그것에 당황한 야가들은 날카로운 손톱으로 벽을 잡고 올라가려 했다.
-화르르륵!!
하지만 막대한 불길이 벽에 달라붙은 야가들을 태워 버렸다.
순식간에 동료들이 잿더미로 변해 버리자 야가들은 당황했다.
다시 한번 접근하고, 또 접근하고.
그러며 절반이 넘는 야가들이 불타 버리자 결국 야가들은 습격을 포기했다.
그런 그들이 몸을 돌리고 돌아가는 것을 이안과 거스트는 나무 위에서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저놈들 뒤에 뭐가 있긴 할까?”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 거지.”
그렇게 이안과 거스트는 나무 위를 뛰어다니며 야가들을 추적했다.
숲을 지나 숲 바깥의 초원 근처까지 나간 야가들이 빠르게 움직인다.
일반적인 야가보다 더욱 빠른 움직임에 이안과 거스트는 감탄하며 추적했고 숲에서 꽤 떨어진 언덕에 도착하자 그들이 그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기에도 유적 같은 게 있나?’
<과거 용이 살았던 레어로 확인되었습니다.>
<내부는 개조되어 종교의식을 위한 제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무인의 숲에 있던 유적과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져 있다는 이야기다.
이안은 힐끔 거스트를 보았다.
“엘프들은 지하 쪽은 탐사를 잘 안 해?”
“그런 편이지. 바깥에 나와 사는 엘프들이라면 모를까 숲속에 사는 녀석들은 좀 고리타분해.”
그래서 유적 탐사나 조사 같은 것은 잘 하지 않는다.
물론 숲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나서지만 이곳은 숲에서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리고 겉보기로는 그냥 작은 언덕 정도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간 모양이다.
“나중에 레일로드 깔리면 여기 조사도 다시 해야겠네. 할 일 많겠군.”
“그건 엘프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자신과는 관계없다는 듯 거스트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녀를 향해 피식 웃은 이안은 야가들이 모두 들어간 곳으로 향했다.
“음?”
언덕 근처에 도착하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해하던 그녀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거 설마 결계인가? 아니 어떤 미친놈이 몬스터가 들어갈 수 있는 결계를 만든 거야?!”
내부의 모습을 완전히 숨기는 결계다.
이안은 검을 들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강하게 후려쳤다.
-챙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결계가 무너진다.
그러며 나타난 광경을 보며 거스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커다란 동굴 앞에는 몬스터와 인간, 그리고 엘프, 수인족들의 사체가 버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체에서는 강렬한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