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06화(206/300)
◈ 제206화
103. 몬스터의 가능성 – 2
다른 이들이 보았다면 기겁할 만한 광경이겠지만.
이안이나 거스트에게 흑마법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둘은 말없이 사체들을 조사했고 이안의 가방에서 먀네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먀아아아……!!”
흑마법의 흔적을 보고 털을 곤두세운 먀네를 이안이 달래 주는 사이 거스트는 안쪽을 가리켰다.
“흑마법의 흔적이라. 누구의 힘을 빌린 걸까?”
“떡은 떡집에 맡기라더라. 알 만한 녀석에게 물어보자고.”
이안은 바로 반지를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붉은 연기와 함께 크라울리가 모습을 보였다.
“뭐야. 여긴 엘프의 숲 근처잖아? 너희는 왜 여기 있냐?”
의아해하며 크라울리가 물었지만 이안도, 거스트도 대꾸하지 않았다.
“개가 짖는구나.”
“이왕 짖는 김에 좀 더 짖어 봐. 여기 있는 흑마법. 누구의 힘을 빌린 것 같냐?”
크라울리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의아해하며 말했다.
“어? 이거 탐욕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녀의 말에 이안은 차갑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본 거스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야. 왜, 왜 그렇게 웃냐?”
“어? 아아.”
이안이 표정을 풀자 크라울리는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흑마법사가 아직 대륙에 남아 있나?”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많은 것도 아냐. 요새는 흑마법사에게 악마들도 힘 안 빌려주거든.”
“왜?”
“흑마법이 금지된 이후로 그들에 대한 배척과 토벌이 시작되었으니까. 그 과정에서 힘 빌려주고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야지.”
흑마법을 통해 힘을 빌려주는 것은 투자 대비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래서 악마들은 더 이상 흑마법사들과의 계약을 유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직접 계약을 통해서 육체나, 혹은 다른 제물 같은 것을 얻어. 그게 요새 트렌드고.”
“태양과 달의 교단에서 흑마법을 배척하게 된 것이 오히려 악마 계약자 증가의 원인이 된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거스트의 중얼거림에 크라울리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그녀를 향해 크라울리는 싸늘하게 웃었다.
“너희들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빛이 있어야 어둠이 있고,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는 법이야. 세상을 구성하는 논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무식하게 잡아대니 이렇게 되는거지.”
“웃기는 소리.”
“아. 그건 나도 동감.”
거스트와 달리 이안은 크라울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어쨌든 저 안에 있는 것은 흑마법사야. 그리고 새로운 흑마법사는 아닐 테니까…….”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는 거군.”
“그래. 그럼 뭐겠어?”
“그건 가서 확인해 보면 되겠지.”
거스트가 차갑게 말하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크라울리는 이안에게 붙었다.
“이봐. 이안.”
“왜.”
“저기 밑으로 들어가는 건 좀 위험해 보이는데……. 탐욕은 음흉한 놈이야. 어떤 일을 벌일지 몰라. 왜 그가 요새 트렌드도 아닌 흑마법으로 힘을 빌려줬겠어?”
“본론만 말해.”
“가기 전에 이거 풀어 줄 생각 없어? 만약을 대비하자고.”
그녀가 간절하게 애원하자 이안은 콧방귀를 뀌며 걸어가 버렸다.
그런 그를 크라울리는 투덜거리며 쫓았다.
동굴 내부는 꽤 깊었다.
밑으로 내려가다 다시 올라가는 길도 있고.
갈림길에 갑자기 푹 꺼지는 구덩이까지 있었다.
어중간한 모험가들 정도로는 중간도 갈 수 없을 정도로 길은 난해했다.
하지만 이 셋은 어중간한 모험가들 수준이 아니기에 무리 없이 동굴을 타고 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커다란 공동 하나를 발견했다.
“여긴가?”
“더 내려가야겠는데. 그 전에…… 잡아야 할 놈도 있겠고.”
이안은 천천히 검을 뽑았다.
그걸 본 거스트도 검을 들었고 크라울리 역시 손을 내밀었다.
-크에에에에에에!!
동굴 안쪽에서 거센 비명이 들린다.
그와 동시에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뭐, 뭐야?”
“웜이다.”
금방이라도 공동이 무너질 것처럼 보이자 거스트는 움찔했다.
하지만 이안은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콰드드득!! 우득!!
공동의 벽에 구멍이 뚫렸다.
그곳에서 거대한 덩치의 웜이 튀어나오자 크라울리는 손가락을 겨눴다.
-지이이잉!!
붉은 빛이 쏘아지며 웜의 몸을 꿰뚫는다.
이후에 거스트의 검이 움직이며 웜의 몸을 잘라 버렸다.
그것만으로 전투가 종료되자 그녀는 같잖다는 듯 웃었다.
“별거 아니네.”
“아직 안 끝났다.”
-우드드드드득!!
웜의 사체가 움찔거린다.
그걸 본 거스트가 검을 당겨 잡은 순간.
-퍼어어엉!!
웜의 사체가 완전히 터져 버렸다.
“……저게 뭐야.”
웜이 뚫은 구멍 속에서 무언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스켈레톤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인간이나 이종족 스켈레톤이 아니다.
“……오크? 아니, 오크뿐만이 아닌데.”
오크, 고블린, 트롤, 오거.
그 밖에도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 뼈들이 웜을 통해 빠져나오고 있었다.
“쳇. 많기도 하네. 힘 좀 써야겠군.”
거스트가 짧게 혀를 차며 검을 꽉 쥐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나서려고 하자 이안은 입을 열었다.
<천축의 삼장. 소청팔부진언을 사용합니다.>
“옴 살바 지바나 가아나리 사바하.”
그의 진언 한 방에 모든 스켈레톤들이 힘을 잃고 백골이 되었다.
“가자.”
“……와. 진짜 장난 아니네.”
거스트가 놀라는 사이 이안은 스켈레톤들이 나온 구멍 쪽을 보았다.
<내부에 웜에 의한 통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웜의 구멍으로 저 스켈레톤들이 나왔다는 것은 안에 있는 흑마법사에 의해 웜도 조종당했다는 건가?’
<그렇다고 보는 게 맞겠군요.>
‘내부에 뭐가 있지?’
<야가입니다.>
<야가가 흑마법을 이용해 언데드를 만들고 레어 내부의 몬스터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건 또 뭔가.
이안은 흥미를 느끼며 웜이 뚫어 놓은 통로를 가리켰다.
“저기로 가 보자.”
“저기서 스켈레톤이 나온 걸 보니 뭔가 있는 것 같긴 하다만…… 그래도 멀쩡한 길 놔두고 굳이 저기로 갈 필요 있을까?”
크라울리는 내키지 않는 듯 보였지만 이안과 거스트는 이미 그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짧게 투덜거리며 자신을 보고 있는 먀네에게 말했다.
“야. 빛의 정령. 쟤는 원래 저러냐?”
“먀!”
가벼운 대답을 하고 먀네가 폴짝 뛰어 이안을 쫓는다.
그들을 지켜보던 크라울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통로로 쭉 내려갔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통로에서 흙과 바위가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동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기에 그들은 곧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 이건 또 뭐야.”
거대한 공동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공동의 질척한 바닥에는 수십 개의 알이 있었다.
“웜의 알이잖아?”
거스트가 중얼거리는 사이 이안은 검을 휘둘러 알들을 전부 깨 버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이곳에서 몇 차례 웜을 부화시킨 것인지 공동 여기저기에는 구멍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다 바닥의 흙을 만지작거려 본 거스트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땅 밑에 죽음의 기운이 너무 짙어. 적어도 수천 이상의 죽음이 있었어. 꽤 오래된 것 같긴 하다만…….”
“같은데가 아니라 맞네. 이 정도면 거의 지옥 수준이야. 많이도 죽었다. 진짜. 여긴 뭐였지?”
뒤따라온 크라울리가 말을 꺼내자마자 흙바닥이 움직였다.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까 봤던 것들과 같은 스켈레톤이었다.
“젠장! 더럽게 많네!”
“저급한 언데드 따위라지만 이리 수가 많으니 좀 긴장되네.”
거스트와 크라울리가 싸울 준비를 시작한다.
그녀들을 향해 스켈레톤들이 움직이자 이안은 검을 들었다.
<사울로 신성국의 성지 의식을 시작합니다.>
바닥에 빠르게 신성한 문장이 그려지며 주변에 신성한 빛이 뿜어진다.
그 빛에 스켈레톤들이 전부 가루로 변해 버리자 크라울리는 기겁했다.
“야! 그런 거 쓸 거면 말하고 써!!”
“긴고아 있으면 이거 안통해.”
하마터면 같이 골로 갈 뻔한 크라울리는 버럭 외쳤지만 이안은 여전히 시큰둥해할 뿐이었다.
“자. 가자고.”
웜이 뚫은 것이 아닌 통로를 향해 그들은 다시 이동했다.
또다시 꽤나 밑으로 내려간 그들의 앞에 커다란 문이 있었다.
문의 양식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거스트는 떨떠름해했다.
“……이 양식은 나도 모르겠는데.”
“내가 알아. 이거…….”
크라울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용의 문이다. 여기…… 여기 용의 레어였어.”
그 말에 거스트는 기겁했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이안은 여전히 별 반응이 없었다.
“이안. 나가자. 용과 관련된 것은 엮이지 않는 게 나아.”
“게헤른도 마룡이라면서.”
“그거야 그렇지만.”
“어차피 엮여야 할 텐데 레어 따위가 뭐가 무섭다고.”
이안은 그대로 문을 밀었다.
별다른 저항 없이 커다란 문이 열리자 레어의 내부가 드러났다.
“……뭐야. 이건.”
“부락? 아니. 이 정도면 도시라고 봐야 할 것 같…….”
높은 계단 밑에 보이는 것은 크라울리의 말대로 하나의 도시였다.
다만 저곳에 있는 것이 인간이나 이종족이 아닌 몬스터라는 것이 문제지.
이안은 밑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저것 봐라.”
거대한 오거의 목에 목줄이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목줄을 야가가 잡고 올라타 순찰을 하고 있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트롤이나 오크 같은, 일반적으로 봤을 때 야가보다 훨씬 강한 몬스터들.
거기에 인간이나 이종족들도 야가들에 의해 가축이나 노예처럼 다뤄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저건 더 신기하네. 뭐야?”
크라울리의 손가락 끝에 마을의 중심에 있는 커다란 석판 앞의 야가가 걸렸다.
특이한 형태의 지팡이를 든 야가가 무언가 소리치자 이안 일행이 들어왔던 문이 닫혔다.
히죽.
멀리 있는 야가가 웃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에 숨어 있던 야가들이 이안 일행에게 독화살을 겨눴다.
“야가 주제에 제법인데? 결계가 깨진 것을 눈치채고 함정을 준비한 것일까?”
“그러겠지?”
“쯧.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하긴.”
이안은 그대로 검을 휙 던지며 밑으로 뛰어내렸다.
“다 죽여 버려.”
그의 말이 끝난 순간 허공을 날던 검이 빛처럼 움직인다.
그의 어검술이 야가들을 베어 넘기자 석판 앞의 야가는 포효했다.
“우오오오오!!”
그의 포효와 함께 지팡이에서 빛이 뿜어졌다.
그 빛에 맞은 몬스터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저건 또 뭐야.”
개중에 몇몇은 그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터지거나 곤죽이 되기도 했지만.
꽤 많은 몬스터들은 빛을 받아들이고 변화에 성공했다.
“……저거.”
변한 몬스터 중 오크 하나를 가리킨 거스트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까 엘프의 숲에서 봤던 검은 오크다.
“그럼 저 빛이 진화, 혹은 돌연변이를 촉진한다는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이안은 바닥으로 내려간 후 허공을 날아 돌아온 검을 쥐며 외쳤다.
“어이. 말할 수 있지? 게헤른의 힘을 빌리는 흑마법사 같은데. 얘기 좀 하자.”
그가 말하자 지팡이를 쥔 야가의 몸이 움직인다.
커다란 오거 두 마리가 든 가마에 탄 채 다가온 야가는 히죽 웃었다.
“해 보렴. 어리석은 린간아.”
“너 뭐냐?”
“나? 크크크. 내가 뭐냐고?”
야가는 히죽 웃었다.
“파클로드 님의 충실한 부하이며 이곳을 지키는 수호자. 자클이다.”
“……파클로드?”
이안을 따라 내려온 크라울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거 게헤른이 용일 때의 이름인데?”
그 말에 이안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야. 너 그 지팡이. 가능성을 이용해서 생명을 변화시키는 게…… 재능의 별이랑 어째 비슷해 보인다?”
그의 말에 자클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그를 보며 이안은 상냥하게 웃었다.
“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