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1화(21/300)
◈ 제21화
11. 네가 못하는 게 뭐냐? – 1
저 괴물은 뭐란 말인가.
어떻게 환상의 악마 그림갈이 만들어 낸 환상에서 저렇게 자유로울 수 있단 말인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그는 간신히 비밀 문을 열었다.
1층에 위치한 던전의 중심에 도달한 그는 비틀거리며 벽에 기댔다.
“생명…… 생명력이……. 으으…….”
잘린 팔에서 계속해서 생명력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그토록 피하려 했고, 동족의 생명력을 빼앗아서라도 유지하려 했던 삶이 끝난다.
“생명…… 생명이 필요하다…….”
그는 아까 잡아 둔 엘프와 어린 인간들에게 다가갔다.
저들의 생명력을 흡수해서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
그는 비틀거리며 기절해 있는 이들에게 손을 뻗었다.
“배, 뱀파이…….”
그때였다.
-푹!!
그의 가슴에서 검날이 튀어나왔다.
“으…… 어떻게……. 네……놈……. 나의 불사……가……. 이 괴물 같은…….”
“누구보고 괴물이래? 동족 포식이나 하는 놈따위가.”
자신을 노려보는 그를 향해 이안은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서걱!!
미라와 같은 머리가 데굴 바닥을 구른다.
그것으로 남은 생명력이 바닥이 나 버렸는지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데 여긴 또 어디야?”
<던전의 중심지입니다. 저 가운데 있는 것이 핵입니다.>
이안이 핵 쪽으로 다가가려는 찰나.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달의 기운을 내뿜는 검에서 지독한 악의와 달의 기운이 느껴졌다.
-대단하구나…….
아까 얻은 검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환상을 구현하는 자. 그림갈……. 힘을 원한다면 나와 계약을……. 자, 잠깐! 뭘 하는 거냐?!
안그래도 다시 악마를 자극해서 달의 기운을 높여볼까 했다.
그런데 알아서 나와주다니.
이 기회를 놓칠 이유가 어디 있나.
계약을 언급하며 유혹하는 악마를 무시한 채 그는 검에 있는 달의 기운을 강제로 흡수했다.
태양신전에서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그 강력한 흡입력을 버티지 못한 검은 결국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그만!! 멈춰라! 멈춰!! 제, 제발 멈…….
검에 담긴 달의 기운이 흡수되며 목소리가 점점 약해진다.
그림갈은 간절하게 애원했지만 이안은 멈추지 않았다.
-챙그랑!!
결국 완전히 달의 기운을 뽑아내자 검이 부서지며 안에 있던 존재도 사라져 버렸다.
<천마신공의 균형이 맞춰졌습니다.>
<진리의 접속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봉인된 기록물의 열람이 가능해졌습니다.>
<세계관 수집률이 상승하였습니다.>
기형적으로 양의 기운만 강하던 천마신공이 균형을 이뤘다.
그러며 키르케의 진리 접속 레벨까지 같이 상승했다.
이제 레벨 부족으로 얻지 못하던 정보들도 꽤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세계관 수집률도 상승했다.
던전 탐색 한번 하고 얻은 것이 많다.
이안은 먀네를 주머니에 넣으며 씩 웃었다.
“이렇게 몇 번만 하면 환골탈태도 금방이겠네.”
<이곳과 비슷한 던전을 찾아볼까요?>
“어. 좀 괜찮은 거 있으면 알아봐. 그리고…….”
그는 힐끔 쓰러져 있는 자들을 보았다.
‘이 뒤처리는 지금까지 논 작자들에게 떠넘겨야겠군.’
이안은 던전의 중심에 있는 핵을 챙겨 들었다.
그것으로 던전 내의 마력이 옅어진다.
던전 탐사가 끝난 것을 확인한 그는 그대로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 * *
이 년 전에 죽었던 딸이 살아 돌아왔다.
아빠라 부르며 달려오는 사랑스러운 딸이 자신을 안아 주는, 무척이나 슬픈 일이 있었다.
“그것뿐입니까?”
“그건…….”
루티에르는 망설였다.
그런 그에게 조사관은 차갑게 물었다.
“뭔가 더 있지요?”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다만…… 딸이 원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새로 사귄 친구를 공격하는 저들을 막아 달라고.
그렇기에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그들을 막았던 것 같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번 일에 대한 처분은 추후 전해질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루티에르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해 보이는 그를 두고 나온 모험가 길드의 조사관들은 기다리고 있던 발렌타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저희 모험가 길드에서 어떻게 사죄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보상은 정리 후 아카데미로 직접 가서 따로 드리겠습니다.”
“예.”
발렌타인은 안도했다.
만약 일이 잘못되었다면 루티에르와 함께 있었던 생도들이 죽거나 다쳤을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랄 것은 그들이 기절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건가요? 던전의 주인은 누구였죠?”
“조사 결과 이백 년 전에 엘프의 숲에서 사라진 바이틀 리갈로 판명되었습니다.”
이백 년 전 불치병에 걸렸던 엘프가 있었다.
뛰어난 마검사인 그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타인의 생명력을 빼앗는 흑마법에 손을 댔다고 한다.
“달의 교단에서 보관하던 성검이 있습니다. 그 검에는 환상을 지배하는 강력한 악마 그림갈이 결합되어 봉인되었는데…… 바이틀이 그걸 훔쳤지요. 그 이후로는 행적이 묘연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던전을 만들고 이런 일을 벌였을 줄은 몰랐다.
“그렇군요…….”
“뭐. 그림갈이 폭주해서 검과 함께 소멸한 듯하고, 또 바이틀도 죽었으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교관님 덕분에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달의 교단 사제와 모험가 길드의 직원이 말하자 발렌타인은 고개를 저었다.
“이번 일은 제가 해결한 것이 아닙니다.”
아카데미의 교관인 그녀가 아니라면 누가 이 일을 해결했단 말인가.
그들이 의아해하자, 발렌타인은 자랑스러워하며 말했다.
“저희 아카데미의 훌륭한 생도님께서 홀로 이 일을 해결했습니다.”
* * *
“그럼 수업들 잘 받아라. 그리고 영웅제 대비해서 대련 필요한 사람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고.”
오전 수업이 끝나고 아란세가 나가자 생도들은 가방을 들었다.
교양 수업, 혹은 개인 훈련을 위해 나가는 생도들 사이에서 이안은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들어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던전 탐사를 끝내고 발렌타인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공론화시켰다.
그리고 조사를 위해 찾아온 달의 신전에서 이안이 잡은 엘프의 정체를 알려 주었다.
바이틀 리갈.
달의 교단의 보물을 훔쳐 달아난 죄인이란다.
달의 교단은 교단의 적을 잡아 준 것에 감사하며 이안에게 성물 하나를 내어 주었는데 그게 바로 이 목걸이였다.
‘그 검만 못하지만 이것도 좋네.’
<축하드립니다.>
이안이 성물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이 앞자리의 그래진이 몸을 돌렸다.
“너 혹시 용사의 후손. 뭐 그런 거냐? 아무리 봐도 신기하단 말이지.”
보빌드 던전에서 있었던 일은 신기한 일투성이였다.
그중에서 제일 신기한 건 바로 이안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강한 걸까?
그 의문은 그래진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용사의 후손은 무슨. 쓸데없는 소리 말고 보빌드 던전 같은 던전이나 좀 알아봐 봐. 방학 때 좀 돌자.”
키르케에게도 맡겨 놨지만 정보는 다양하게 얻는 것이 좋다.
레벨이 올랐다지만 아직 2레벨에 불과하다.
그러니 키르케도 모르는 것을 그래진이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오오…… 그래! 던전 탐색은 좋은 거지!”
“그리고 이왕 하는 거 달의 교단과 관련된 거면 더 좋겠네.”
“좋아. 한번 알아보지.”
그래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안은 교양 수업에 가기 위해 가방을 챙겨 들었다.
그때 박바레가 이안에게 다가갔다.
“야. 이안. 밖에서 누가 너 찾는다.”
이안은 궁금해하며 밖으로 나가 보았다.
교실 밖에는 몇몇 생도들이 서 있었다.
“E반의 소디즈 레비리타라고 해. 그리고 이쪽은…….”
그는 자신의 뒤에 있는 이들도 소개하려는지 밝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것을 이안은 손을 들어 막았다.
“소개는 됐고. 너희 보빌드 던전에 갔던 애들이지? 무슨 일인데?”
“감사의 표시로 이걸 주고 싶어서.”
그가 내민 꾸러미를 받아 열어 보았다.
안에는 잘 만든 쿠키와.
“너는 이런 성물 같은 거 좋아한다면서?”
쓰리 아이 트롤의 눈의 대가로 받은 것과 같은 성물 세 개가 들어 있었다.
“뭐 이런 걸 다.”
그리 말하면서도 이안은 슬그머니 성물을 챙겼다.
“목숨보다 귀한 것은 아니니까. 우리 삼촌이 태양교단의 사제시거든. 이야기를 듣고 보내 주셨어.”
“아. 그래?”
이안이 꽤나 만족스러워하자 소디즈는 활짝 웃었다.
“그리고 이번 방학 때 우리 영지에 너를 초청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혹시 너희 영지 근처에 달의 신전이 있나?”
“없는데.”
그럼 볼일 없다.
이안은 대답하는 대신 손에 들린 꾸러미를 들어 올렸다.
“잘 먹고 잘 쓸게.”
“뭘. 우리가 더 고맙지. 그럼 나중에 또 보자.”
생각치도 않았던 성물을 얻었다.
이안이 들어오자 발라는 그를 잡았다.
“이안. 너 야금술 수업 신청했지? 같이 가자고.”
“그래.”
“근데 너 야금술 왜 신청했어?”
발라의 질문에 이안은 허리에 걸려 있는 검을 들었다.
“검이 너무 안 좋아서 내가 만들려고.”
“에이스윈에게서 강탈한 검이?”
“강탈이라니. 양도받은 거다. 그리고 이거 생각보다 별로야.”
물론 마을에서 산 것보다는 좋지만 천마신공을 계속 버텨 낼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에 이번에 내공이 균형을 맞추며 더 강한 초식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면 얼마 못 가 부러질 것이 분명하니 새로 하나 구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너 검 만들 줄 알아?”
“내가 또 뭐 만드는 거 하난 기깔 나지.”
이안이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발라는 감탄했다.
“듣자하니 보빌드 던전에서도 엄청 잘했다면서? 넌 도대체 못하는 게 뭐냐?”
“없을걸?”
그의 답에 발라는 어이없어했지만 이안은 싱글거릴 뿐이었다.
* * *
야금술은 광석으로 괴를 만들고 그 괴로 장비를 만드는 것까지를 통칭한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잠깐잠깐 가르쳐 봐야 뭘 얼마나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겠나.
그렇기에 아카데미의 야금술은 기초와 야전에서의 장비 수리법 정도만 가르칠 뿐이다.
“지난번 수업 때 했던 것들을 이어서 하도록 한다.”
커다란 용광로 앞에 서 있던 드워프가 말하자 생도들은 각자 수리하던 장비들을 꺼냈다.
그들이 작업을 시작하자 야금술 교관인 드워프 스크랜다는 한숨을 쉬었다.
‘이거 영 재미가 없군.’
2년 전 아카데미의 초청을 받고 드워븐 시티에서 왔지만 정말 재미가 없었다.
타고난 장인인 드워프에게 있어서 이런 애송이들의 어설픈 망치질 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땡!! 땡!! 땡!!
그의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쪽에는 수리가 아닌 실제로 장비를 만들어 내는 생도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며 스크랜다는 고개를 저었다.
전문직이라는 말이 왜 있겠나.
제대로 훈련받은 대장장이들이 만든 무기와 이런 애송이들이 만든 무기는 차이가 상당하다.
저들이 겉보기엔 그럴싸한 무기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얼마 못 가 버리고 제대로 된 무기를 구할 거다.
하지만 하고 싶다는데 굳이 말릴 필요가 있겠나.
‘이런 녀석들은 매년 있었지.’
그래도 만든 게 갸륵해서 점수를 주곤 했는데 이들 역시 그들과 비슷한 부류일 것이다.
물론 저게 나쁜 것은 아니다.
무기를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알게 되니까.
그렇기에 스크랜다는 성심성의껏 설명을 해 주었다.
“피르드 스틸은 철광석에서 제련해 낸 철에 다른 성분을 포함시켜서…….”
-떵!
“……강화를…….”
-떵! 떵! 떵!
그때 맑은 소리가 들렸다.
드워븐 시티 대족장의 망치질 소리와 비슷한, 자신조차 흉내 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우연일까?
잘못 들은 것일까?
스크랜다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떵!! 떠어엉!! 떵!!
아니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소리가 울리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흑발의 생도가 무심한 표정으로 망치를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