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12화(212/300)
◈ 제212화
106. 전사의 도시 – 2
둘의 대화를 들은 라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으음…… 좋아. 이안. 난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할게.”
“그건 상관없는데. 갑자기?”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내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으니까.”
북부 오크와 다르게 남부 오크는 명예를 중시 여기는 전사다.
그러니 인질을 잡지 않고 기습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일 모르는 것 아닌가.
“발라 오빠가 그러던데 이안. 당신과 오빠는 형제와 같은 사이라면서.”
“아니 딱히 그 정도는 아니고.”
“……그 인간이 사기를 쳤나. 아무튼. 아는 사람의 혈육이 잡혀 있다면 당신도 힘을 제대로 쓰긴 힘들 것 아냐?”
그러니 자신은 여기서 빠지는 것이 낫다고 라이자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돌아가는 길이 위험할 수도 있지 않나?”
“난 유목민이라고. 초원에서는 괜찮아.”
“흠.”
이안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까만 눈의 소녀는 한 점의 물러섬 없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먀네.”
“먀아~.”
가방에 있던 먀네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는 먀네를 들어 라이자의 품 위에 올려 주었다.
“어? 왜?”
“만약의 사태가 발생해도 먀네라면 힘이 될 거다.”
“에. 이런 고양이가? 귀여워서 정신적 안정은 될 것 같다만.”
라이자는 먀네를 잡아 들었다.
새하얀 고양이의 뽀송뽀송한 앞발을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솜방망이 같은 작은 다리로 뭘 할 수 있을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지. 아무튼 먀네를 데리고 있도록 해. 일 끝나면 데리러 갈 테니까.”
“음. 좋아. 알겠어. 배려에 감사를 표할게. 그리고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킬하트 부족의 파오가 있어.”
파오는 유목민들이 양이나 말을 키우기 위해 초원을 이동하며 설치하는 임시 캠프를 말한다.
라이자는 품에서 작은 목걸이를 꺼냈다.
“이게 빛나는 쪽에 파오가 있으니까 일 끝나면 그곳으로 와. 그리고 혼자 힘들겠다 싶으면 그걸 깨트리도록 하고.”
그럼 파오에 있는 킬하트 부족의 전사들이 그 빛을 쫓아 지원을 갈 거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이자는 먀네를 안아 들고 말에 올랐다.
“그럼 다음에 또! 초원이 당신에게 힘을 주길 빌겠어!!”
말을 탄 그녀가 가자 대전사 오크는 피식 웃었다.
“나약한 린간 하나를 대초원으로 보낸다라. 겁도 없군.”
“먀네가 있으니까 됐다. 이제 갔으면 하는데. 얼마나 걸리지?”
“늑대로 반나절 정도. 하지만 린간. 너는 걸어갈 생각인가? 그렇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런 걱정은 말고. 그나저나 이름이 있나?”
“이름…….”
오크는 이안을 보며 두툼한 입술을 우물거렸다.
“전쟁노래 부족의 대전사이며 그리머의 수장 파힘. 그것이 내 이름이다.”
이안은 파힘과 함께 대초원을 달렸다.
대초원에는 꽤나 많은 몬스터들이 있었고 그들은 파힘과 이안의 길을 막았다.
하지만 둘은 어렵지 않게 몬스터들을 쓰러트리며 나아갈 수 있었다.
“굉장한 자로군. 린간. 비록 너는 린간이지만 너 정도라면 우리의 신께서 너를 전사로 삼으실 것이다.”
“신이라. 너희는 언제부터 신이라는 것을 모셨지?”
“조상이 아닌 신이라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신께 배웠다.”
“뭘?”
“이 세상은 우리의 것이라고. 신께서 말씀하셨으니. 우리야말로 세상의 진정한 지배자라 하셨다.”
“오. 그래?”
“그 가르침과 조상들께서 내려주신 가르침은 매우 흡사하다. 우리는 강하다. 강하니 모든 것을 발아래 두고 지배하며 가꿔야 한다.”
“호오.”
“하지만 너는 강자. 그러니 우리처럼 세계의 주인에 속할 자격이 충분하다.”
“그래. 뭐 그건 둘째 치자고.”
“크흐흐. 우리의 조상들과 위대하신 족장께서도 그대를 전사로 인정하시리라.”
그가 킬킬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너희 오크들 중에도 말을 할 수 있는 자가 또 있나?”
“그리 많지는 않다. 우리의 신께서 선택한 몇몇만이 너희들의 언어를 가르침받았을 뿐이지.”
“너희의 신이라. 어떻게 생겼지? 그리고 어디에 있지?”
“모른다. 신은 조상님들과 같이 감히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분이다. 우리는 그저 신의 사자만을 뵈었을 뿐이다.”
“혹시 이렇게 생긴 놈 아니냐?”
이안은 종이에 대충 쓱쓱 프림벨의 그림을 그렸다.
그걸 본 파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다만 뿔은 두 개가 더 있었고 날개가 더욱 컸다.”
“너희들의 지성을 어떻게 높인 것이지?”
“무슨 소리냐?”
“인간과 이종족의 언어를 어떻게 배웠냐고. 재능의 별을 썼나?”
언어를 배우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나 파힘의 언어는 꽤나 유창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단순하게 배워서 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
“재능의 별? 그게 뭐냐. 그저 신의 사자께서는 지팡이를 들어 올려 신의 빛을 보내 주셨을 뿐이다.”
“이런 지팡이?”
이안이 가방에서 꺼낸 지팡이를 보여 주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색이 다르다. 또한 지팡이의 모양도 다르고.”
‘제대로 된 재능의 별인가 보군.’
<재능의 별이 가진 가능성을 이용한다면 몬스터에게 지성을 부여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겠죠.>
용의 지팡이에 있는 보석으로 몬스터의 폭력적인 진화를 이루는 것처럼.
어쩌면 오크들에게 접근한 신의 사자라는 놈.
게헤른의 부하로 추정되는 놈은 재능의 별을 이용해 저들에게 지성을 부여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안이 지팡이를 다시 가방에 넣자 파힘은 신기해하며 물었다.
“그런데 그 지팡이는 무엇이지? 갖고 싶다. 나에게 줄 수 있나?”
“있겠냐?”
이안이 피식 웃자 파힘은 시무룩해졌다.
그렇게 대화를 통해 정보를 캐 가며 이동했을 때.
멀리 거대한 도시가 모습을 보였다.
붉은색 천에 검은색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 여기저기 꽂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나무나 돌로 만든 건축물들은 흉포함을 상징하는 것처럼 뾰족하고 위협적으로 생겼다.
“저기가 진정한 전사의 도시. 그리머다.”
목책 주변에는 늑대를 탄 오크들이 꽤나 있었다.
“오크만 있군.”
“오크? 아아. 너희들이 우리를 부르는 이름. 그래. 우리 외에 누가 더 있어야 하지?”
“대초원에는 더 많은 몬스터가 있지 않나?”
“하지만 나약한 놈들일 뿐이다.”
“트롤이라든가 오거라든가. 그런 놈들이 대초원에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가 이긴다.”
그는 여유롭게 말하며 창을 들었다.
그것을 본 것일까?
늑대를 타고 순찰을 돌던 오크들이 파힘에게 다가갔다.
“크르르! 크르! 크아으!”
“크아! 키룩! 키릭 쿠!”
다가온 오크 라이더들이 이안에게 창을 겨눴다.
비웃음 섞인 그들의 시선을 받던 이안이 검자루에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
파힘은 오크 라이더들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크라! 크뤼에!! 쿠!!”
결국 그들이 물러나자 파힘은 씩씩거렸다.
“린간. 나는 너를 손님으로 초청했지만 저들은 너를 먹이, 혹은 노예로 생각할 것이다. 겉보기에 너는 약한 린간이니까.”
“그래?”
“손님이면 손님의 예의를 갖춰라. 나 또한, 그리고 우리 또한 예의를 갖추게 할 테니.”
“오크한테 예의 갖추라는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군.”
이안은 차갑게 웃으며 검자루를 쥐었다.
그걸 본 파힘의 표정이 굳었다.
“손님이 손님으로 남으려면 너희의 행동도 똑바로 해야 할 거다.”
“크르르…….”
파힘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신호하자 라이더들이 물러나고 굳게 닫혀 있던 그리머의 문이 열린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오크들이 바위나 목재를 나르는 것이 보인다.
투박하지만 건설까지 하는 것이다.
<문명 수준이 꽤 높습니다.>
‘남부 오크들은 원래 부족체를 이루고 있었지. 거기에 가능성을 제시하니 이런 문명 수준을 만들어 가는 거군.’
몇년만 특별한 일 없이 시간이 지나면.
어쩌면 이곳에 도시국가 수준의 오크의 나라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곳에는 오크만 있나?”
“그렇지는 않다. 너처럼 손님으로 받아들인 린간도 있다. 저곳에 있다.”
늑대들을 키우는 곳일까?
그곳에 도착하니 늑대 울음소리와 함께 거센 외침이 들렸다.
“그게 아니라고! 멍청아!”
“크라! 크아! 크으으으!! 린간! 멍청하다고 하지 마라!”
“멍청이니까 멍청이라고 하지!!”
그곳에는 열댓 명 정도의 유목민들이 있었다.
늑대나 말에 올라타다가 떨어져 신음하는 오크들을 비난하던 그들은 이안을 보자 깜짝 놀랐다.
“어? 뭐야? 당신.”
유목민들이 신기해하며 바라보자 이안은 그들의 가슴을 보았다.
아까 라이자의 가슴에 있던 문양과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킬하트 부족 분들이십니까?”
“그걸 어떻게 알았지?”
선두에 있던 중년 유목민이 경계하며 묻자 이안은 차분하게 말했다.
“이안 브랜든이라고 합니다.”
그는 바로 라이자에게 받았던 목걸이를 들어 보여 주었다.
그걸 본 그는 깜짝 놀랐다.
“어? 잠깐만. 이안? 발라의 친구?”
“예.”
“오오오!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군! 난 발라와 라이자의 외숙부인 고론 카인자라고 하지. 자 자. 다들 인사해!!”
그들이 웃으며 말하는 사이 늑대나 말에 올라타려던 오크들이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파힘은 이안을 힐끔 보며 말했다.
“저들도 너와 같은 손님이다. 우리는 명예를 아는 자들. 강자는 존중한다.”
그의 설명을 들은 이안이 바라보자 유목민들은 별다른 부정을 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꽤 많은 몬스터와 오크들을 만났지. 아. 이들과는 좀 다른 놈들이었어. 아무튼 저들이 그것들을 쫓아내더니 우리를 손님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더라고.”
상대가 오크라고는 하지만 도움을 준 것은 사실 아닌가.
그렇기에 그들의 초청을 받아들여 며칠간 이곳에서 이들에게 기마술을 비롯한 몇 가지 기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킬하트 부족에서 당신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음? 그럴 리가. 이쪽 사정을 알리고 몇 명은 보냈는데?”
아직 그들이 도착하지 않은 것일까?
의아해하던 유목민들이 자신을 보자 파힘은 인상을 찡그렸다.
“전사는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
“그래도 그들이 돌아가지 않았다면…… 뭔 일이 났을지도 모르겠군. 가 봐야겠…….”
그때였다.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냐?”
“새로운 이들이 그리머의 전사로 합류했다는 소식이다. 아마 붉은 이빨 부족이겠지.”
“엑? 붉은 이빨? 걔들은 믿을 놈들 아니라니까. 걔들도 그리머로 받아들인 거냐?”
“그들 또한 전사다.”
하지만 유목민들은 다들 떨떠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붉은 이빨 부족의 난폭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붉은 이빨 부족은 대초원에 있는 강력한 오크 부족 중 하나입니다.>
<인간 및 이종족에게 적대적이며 주술사와 전사가 많은 부족입니다.>
“걱정 마라. 그리머에 합류하기로 한 이상 우리의 방침대로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콰아아아앙!!
그가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사이 거센 폭음과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
“커어어억!!”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구친다.
그리고.
먼 곳에서 검은 피부의 오크들이 그리머의 오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걸 보던 유목민들은 피식 웃었다.
“내 저럴 줄 알았다.”
“붉은 이빨 놈들은 믿어선 안 된다니까 그러네.”
“크으으…… 감히!!”
파힘의 눈에 힘이 들어간다.
그가 도끼를 들고 달려 나가려고 했을 때.
하늘에서 검은 불의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안이 그것을 확인하자 키르케는 담담하게 말했다.
<화염계 흑마법, 검은 불의 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