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13화(213/300)
◈ 제213화
107. 어차피 하려고 했어 – 1
“뭐야?! 저거?!”
“어떤 미친놈이야?!”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불의 비를 보며 유목민들은 기겁했다.
대초원에서는 화염 마법을 쓰면 안 된다.
불이 한번 잘못 나면 그 피해가 극심하기 때문이었다.
유목민들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는 제국 역시 대초원에 불을 지르지 않는다.
대초원이 불타 유목이 힘들어지면 유목민들이 모두 합세해서 제국을 공격할 테니까.
즉 대초원에서 불을 지르는 것은 말벌집을 건드리는 것과 같았다.
그런 짓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유목민들은 눈이 뒤집어졌다.
“어떤 자식인지 몰라도 반드시 죽인다!!”
붉은 이빨 부족의 공격에 맞춰서 저 불의 비가 시작됐다.
그럼 저 비를 만들어 낸 자가 붉은 이빨 부족과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리머를 치는 저들은 유목민의 적이라 할 수 있었다.
“린간 전사들이여! 돕겠다는 건가?!”
파힘이 도끼를 들며 외치자 유목민들은 싸늘하게 웃었다.
“오늘 오크 새끼들 가죽을 모두 벗겨 버리겠다!!”
그들이 뛰쳐나가는 사이 또다시 검은 화염의 비가 그리머의 건물들에 꽂혔다.
나무와 바위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타들어 간다.
그 피해 때문일까?
건물에 있던 오크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탈출하려 하고 있었다.
붉은 이빨 부족의 공격, 그리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화염 비.
그것들이 오크 전사들의 도시 그리머를 박살내며 아수라장을 만드는 와중에 이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상태로는 조사도 못 하겠군.’
빠르게 뛰어 높은 건물 위로 올라간 그는 손을 들었다.
“아이스 월드.”
그의 손 위에서 수십 개의 마법진이 나타난다.
그것이 겹쳐지며 하나의 마법진이 만들어진 순간.
-치이이이익!!
기온이 낮아지며 불길이 잦아들기 시작한다.
강력한 마법에 의해 그리머의 화재가 잡히자 오크들은 놀라며 이안을 보았다.
“크롹! 크! 크라라락! 크왁!!”
남은 것은 쏟아지는 화염의 비다.
이안은 화염 비로 가득 찬 하늘을 향해 손을 겨눴다.
천마신공 달의 장.
빙혼벽.
은빛의 보호막이 그리머를 가린다.
그 강력한 한기의 막을 불의 비가 두들겼지만 그것들이 빙혼벽을 뚫지는 못했다.
“굉장하구나!! 린간!! 전사인 줄 알았는데 마법사였다니!!”
파힘은 기뻐하며 거칠게 포효했다.
화염 비에 의한 공격을 막았으니 남은 것은 저 붉은 이빨 놈들이다.
그는 커다란 덧니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검은 오크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쩌어억!!
그의 일격에 덤벼든 오크의 가슴이 갈라졌다.
하지만 그리머에 이미 들어온 검은 오크들의 수는 많았다.
합류를 하는 척하며 기습을 한 것이라 그리머 전사들의 피해도 꽤나 크다.
점점 피해가 거세어지자 파힘은 빠르게 뛰어올라 건물 위로 올라갔다.
“크어어어어어어어!!”
그리고 도끼를 쥔 채 포효했다.
수많은 오크들을 이끄는 대전사의 포효 덕분일까?
기습에 밀리며 우왕좌왕하던 오크들의 무질서한 움직임이 멈췄다.
“크롸!! 크아!! 크르륵! 크으!!”
그리고 곧바로 분노를 드러냈다.
그렇게 그리머의 오크들은 빠르게 태세를 정비하고 반격을 시작했다.
<이쪽은 파힘에게 맡기는 것이 낫겠군요.>
‘마법 쓴 놈 어디 있는지 확인해 봐.’
<바깥에 있는 붉은 이빨 부족의 공격대 중심에 있습니다.>
이안은 바로 그쪽을 향해 뛰었다.
건물 위를 가볍게 누비며 목책을 넘어간 이안은 그곳에 있는 오크들을 둘러보았다.
“크르르르…….”
갑자기 나타난 이안을 견제하듯 검은 피부에 붉은 엄니를 지닌 오크들은 무기를 겨눴다.
하지만 그들이 이안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쾅!! 쾅!!
검을 몇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길이 열린다.
이안의 힘에 경악한 오크들은 주춤거리며 물러났고, 서서히 길이 만들어졌다.
“크르…… 크어. 크으으……!! 크롸!!”
그 길의 끝에 있는 것은 다른 오크들처럼 검은 피부를 지닌 늙은 오크였다.
오크들이 들고 있는 가마에 앉아 있던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도끼를 쥐었다.
“크르르르…… 린간.”
“네 가슴에 있는 그거. 네가 새긴 거냐?”
늙은 오크의 가슴에 루벨린의 문양이 있었다.
그것을 힐끔 본 늙은 오크는 킬킬 웃었다.
“우리의 신께서 보내신 사자께서 새겨 주신 것이다.”
“사자라…….”
이안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그리머를 가리켰다.
“그 사자라는 놈이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군. 저쪽에도 사자가 왔다던데.”
“크흐흐…… 저놈들은 신께 버림받은 놈들이다.”
“음?”
“명예니 조상이니 뭐니. 쓸데없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머저리들이지. 그러며 신의 가르침을 어기는 놈들이고. 그렇기에 신께선 저놈들을 버리셨다.”
“가르침을 어긴다라.”
“전사라면 다른 종족 놈들도 존중해야한다고? 크흐흐흐…… 웃기는 소리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가져야 할 자들이다. 우리를 제외한 모든 것이 발아래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 주제에 그리머의 오크들은 명예니 뭐니 떠들며 신의 가르침을 자기들 입맛대로 변화시켰다.
“전사가 아닌 자를 공격하면 안 된다? 웃기는 소리. 약한 것은 죄다.”
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흑마법의 기운이었다.
“우리의 신을 따르지 않는 자는 지배당해야 하고, 죽어야 마땅하다. 그 가르침을 저놈들은 고리타분한 가르침과 섞어 변질시켰다. 그러니…….”
늙은 오크의 눈이 검게 물들었다.
그러며 그의 몸을 감싸던 검은 기운이 더욱 거세어졌다.
“저 머저리들과 함께하는 약한 린간!! 너 또한 죽을 것이다!!”
파힘과 같은 수준의 커다란 덩치를 가진 그가 달려들자 이안은 주먹을 휘둘렀다.
-퍼어억!!
“컥!!”
얼굴을 한 대 맞은 그는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곧바로 일어나며 입을 벌렸다.
“이곳에서 신의 힘을 보여 주리라!!”
“크아아악!”
“어어어억!!”
그의 주변에 있던 오크 둘의 몸이 떨린다.
그러며 그들의 생기가 빠져나와 늙은 오크에게 빨려 들어가 버렸다.
주변의 생명력을 흡수해 자신의 힘을 강화시키는 흑마법 중 하나였다.
<라이프 업 입니다.>
<꽤 수준 높은 흑마법인데 제대로 구사하고 있군요.>
‘저런 식으로 힘 얻어서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크오오오오!! 힘이!! 힘이!!”
늙은 오크의 덩치가 커졌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덧니가 길어지며 등에서 몇 개의 뿔이 솟구쳤다.
“크하하하!! 나야말로 진정한 전사이며 주술사이니!! 대초원을 시작으로 세상을 나의 발아래 두리라!!”
그는 포효하며 다시 덤볐다.
그리고.
-퍼어어억!!
한 대 맞은 그는 또다시 나가떨어졌다.
“……이럴 리…… 없는데?”
다른 오크들의 생명력을 빼앗아 힘을 강화시켰다.
그런데 어째서 똑같이 아픈 거지?
그는 머뭇거리다가 씩 웃었다.
“나에게 힘을!!”
양손을 들어 올리자 꽤 많은 오크들의 생명력이 그에게 빨려 들어간다.
이제는 거의 오거 수준으로 커진 늙은 오크는 검은 눈을 번뜩였다.
몸 전체가 검은 기운으로 일렁거리던 그는 또다시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들었고.
-퍼어어억!
이번 역시 한 대 맞고 나가떨어졌다.
“……뭐냐. 린간. 너는 도대체…… 도대체 뭐냐.”
“이제 뭐 더 할 거 없지?”
이안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를 보다가 검을 잡았다.
“그럼 죽자.”
“자, 잠…….”
-서걱!!
오크들의 생명을 빨아들이든, 흑마법을 쓰든.
그가 이안을 당해 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커다란 오크의 머리가 뚝 떨어진다.
그러며 솟구치던 검은 기운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이안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드는 늙은 오크의 몸을 보다가 휙 고개를 돌렸다.
“내가 너희 대장 죽였는데. 그냥 서 있기만 할 거냐?”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린 붉은 엄니의 검은 오크들은 포효하며 달려들었고.
그들을 향해 이안은 차갑게 웃었다.
그리머에 들어온 적들을 전부 처단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가 있기는 했지만 그리머가 붕괴할 정도는 아니었다.
안쪽의 정리를 끝낸 그리머의 오크들은 바깥으로 나왔다.
남은 붉은 이빨 부족 오크들을 잡기 위해 나온 그들은 피바다가 펼쳐진 대초원을 보며 기겁했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단 하나.
한 자루 검을 들고 있는 이안뿐이었다.
“으음. 역시 너는 굉장한 전사군.”
“파힘. 이놈이 그러던데…….”
이안은 아까 흑마법을 쓰던 주술사의 머리를 툭 걷어찼다.
바닥을 데굴 굴러온 머리를 본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붉은 이빨 부족의 주술사 카달카다. 전사조차 되지 못한 놈이지.”
“걔가 누군지는 관심 없어. 아무튼 얘가 그러던데 너희의 신이 내린 가르침을 너희는 잘못 행하고 있다는데?”
“음? 아아. 그것. 잘못된 것이 아니다. 신은 옳으시다. 또한 우리의 조상들 역시 옳으시다. 둘 다 좋은 것이다.”
“그래서?”
“그럼 둘 다 취해야 옳은 것 아닌가? 린간. 너는 두 가지 좋은 것 중 하나만 고르나?”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말에 이안은 피식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군요.>
‘그렇긴 하네.’
“신께서는 우리가 주인이라 말씀하셨다. 그리고 조상님들께서는 명예를 아는 전사가 되라 말씀하셨다. 그럼 명예를 아는 주인이 되면 그만이다.”
파힘이 말하고 오크어로 포효한다.
그 말에 그리머의 오크들은 동의한다는 듯 무기를 들어 올렸다.
“우리는 전사. 전사답게 명예를 안다. 그러니 우리가 세상의 주인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 부분에서 당연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이곳의 용인은 다른 부족을 선택한 듯싶군요.>
‘그리고 그리머 쪽에서 만들어진 문명이나 기술들을 자기 말을 따르는 오크들에게 흡수시키려고 한 것이겠고.’
이안이 키르케와 대화하는 사이 그리머의 오크들은 붉은 이빨 오크들이 가져온 물자를 챙겼다.
이안이 그걸 바라보자 파힘은 그들의 도끼 하나를 들어 날을 확인하고 물었다.
“강한 린간. 너에게 저것들이 필요한가?”
“음? 아니.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공짜로 주기는 싫다.”
“전사는 전사의 것을 약탈하지 않는다. 그러니 교환하자.”
그는 이안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난장판이 되어 있는 그리머의 거리를 걸어 중앙에 도착하자 반쯤 불탄 건물이 보였다.
그 건물의 중앙 제단에는 커다란 해골이 있었다.
그리고, 그 해골의 이마에 주먹만 한 보석이 끼워져 있었다.
“대초원에서 얻은 돌이다. 반짝이며 예쁜 것이지.”
피처럼 붉은 색으로 반짝이는 돌이다.
이안은 그것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최상급 연금술 재료인 레드 티어잖아? 이런 게 왜 여기 있냐?’
북부의 연금술사들이 알면 눈이 뒤집힐 만한 재료다.
이안은 최상급 품질의 레드 티어를 보다가 물었다.
“이건 어디서 났지?”
“우리 전쟁노래 부족이 원래 살고 있던 곳에 저 돌이 나오는 동굴이 있다.”
“허. 연금술사들이 이걸 알면 남부 정벌을 한다고 난리를 치겠군.”
“이게 귀한 것인가?”
“그래. 북부에서는 구하기 힘든 거니까.”
“그럼 전사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에 좋겠군. 가져가라.”
그는 바로 레드 티어를 빼서 이안의 손 위에 올려 주었다.
“원한다면 더 줄 수도 있다.”
“그냥은 아닌 것 같은데?”
이안이 웃으며 묻자 파힘은 고개를 끄덕였다.
“린간 전사. 우리와 함께 붉은 이빨 부족을 치러 가자. 우리는 전사. 배신당한 모욕은 절대로 참지 않는다.”
그가 도끼를 잡으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걔들 쓸어버리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