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14화(214/300)
◈ 제214화
107. 어차피 하려고 했어 – 2
그와 얘기를 마치고 아까 있던 곳으로 돌아가자 붉은 이빨 오크들의 피로 더럽혀진 유목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은 이안과 파힘이 오자 말했다.
“파힘. 우리는 돌아가 봐야겠다.”
고론이 냉정하게 말하자 파힘은 의아해했다.
“왜?”
“이걸 봐라.”
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크의 목에서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양 뼈로 만들어진 곡도 문양의 목걸이였다.
“그게 뭐지?”
“우리 킬하트 부족원을 상징하는 목걸이다. 이걸 이놈이 갖고 있더군. 그리고 이 무기도 그렇고.”
고론은 다른 유목민의 손에 들려 있던 곡도를 잡았다.
자루 부분에 천과 가죽, 나무토막이 덮여 오크가 쓸 수 있도록 두껍게 개조되었다.
하지만 곡도의 면에 새겨져 있는 문양 역시 킬하트 부족의 문양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보낸 녀석들을 붉은 이빨 놈들이 쳤을지도 모르겠군. 그러니 일단 돌아가 보려고 한다.”
“그게 낫겠군.”
지금 상황에서는 어차피 기마술을 가르치기도 어렵다.
늑대와 무기를 챙기는 오크들을 본 파힘은 이안을 가리켰다.
“저 린간과 함께 우리는 붉은 이빨 부족을 치러 갈 것이다.”
“그래? 그럼 잘됐네.”
가는 길에 킬하트 부족의 임시 파오가 있다.
거기서 부족원들과 합류 후 상황을 파악하고 붉은 이빨 부족을 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그래도 이들은 오크인데. 손잡으시려는 겁니까?”
“가끔씩은 사람보다 오크가 낫지. 특히나 전쟁노래 부족이나 그리머에 합류한 오크들 같은 경우는 강한 몬스터를 처리해 주는 쪽이라서 도움이 된다고.”
말이나 양을 치는 유목민들을 습격하는 강한 몬스터들을 전쟁노래 오크들은 직접 찾아다니며 잡는다.
자신이 전사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그런 그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양이나 식량을 주면 그들은 만족하며 떠난다.
그럼 그 몬스터가 살던 부근의 초원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이 오크들은 초원이나 양, 말을 훔치려는 다른 부족의 유목민보다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럼 손잡지 않을 이유가 없잖은가.
“거기에 파힘을 비롯해 몇몇 오크들이 뭔 일인지 사람 말을 하게 되었으니. 잘하면 새로운 거래 대상이 생길지도 모르겠고.”
고론의 말에 유목민들이 호의적으로 웃자 파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 타는 린간들은 강하다. 그렇다면 함께할 이유와 자격이 충분하다.”
“물론 킬하트 부족의 다른 사람들을 건드리면 다 죽여 버린다.”
“흥. 굳이 전사의 가족들을 건드릴 필요는 없겠지. 합당한 대가만 준다면 말이야.”
파힘과 유목민들이 서로를 노려보며 대화를 나눈다.
그걸 지켜보던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가실 거면 빨리 가시죠.”
그리머의 정리를 위해 남는 오크들을 제외하고 붉은 이빨 부족을 치기 위해 오크들이 모였다.
그 수만 해도 강력한 오크 전사가 삼백이 넘었다.
심지어 모두 울프 라이더이니 기동력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어떠냐. 이 정도면 대초원을 모두 쓸어버릴 수 있는 전사들이라 할 수 있다.”
파힘이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고론이 그들을 훑어보았다.
“고작해야 오크 삼백 가지고 강력하다고 보는 건 좀……. 뭐 아무튼…… 음? 이안. 말이 없나?”
“예.”
“이런. 그럼 나와 같이 타는 건 어때?”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가자고. 이안이 있으니까 다들 좀 천천히 움직여!”
“크흐흐. 그럴 필요 없다. 말 타는 린간.”
“뭐?”
“저자는 나보다 빠르니까.”
그 말만 끝낸 파힘이 포효하며 신호하고 움직였다.
그를 태운 늑대가 뛰쳐나가기 시작하자 고론은 이안을 걱정스레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안이 순식간에 사라져 저 앞으로 가 있는 것 아닌가.
“이건 뭐……. 얘들아!! 질 수 없다!! 유목민의 속도를 보여 줘야지!!”
“오오오!!”
유목민들도 말을 타고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그들은 초원 근처에서 파괴된 마차의 흔적을 발견했다.
“정지!”
고론이 손을 들어 올리며 막자 파힘은 늑대를 이끌고 그곳으로 향했다.
마차가 박살 나 있었고 마차 안에 있어야 할 물자들은 이미 약탈당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처참하게 난자당한 시체들이 있었다.
“……이거 우리 애들이다.”
며칠 전에 따로 보냈던 전사들이었다.
꽤 강한 녀석들이라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론은 입술을 꽉 깨물며 분노를 참아 내었다.
“붉은 이빨 놈들의 짓이겠지?”
“흔적을 보면 오크들 같긴 합니다만. 그나저나 병장기의 흔적만 있는 것이 아니군요.”
“뭐?”
이안은 부서진 마차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흑마법의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흑마법이라니? 흑마법은 오래전에 사라진 것 아니었나?”
이안은 고개를 저은 후 마차를 툭툭 치다가 한쪽을 향해 걸었다.
그걸 보던 파힘은 근육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린간. 그렇게 본다고 알 수 있나?”
“내버려 둬 봐. 내 조카가 그러는데 저 녀석은 한번 보면 뭐든지 알 수 있다고 했으니까.”
“굉장한 린간이군.”
고론과 파힘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안은 주변을 빠르게 확인했다.
이곳에서 사용된 흑마법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흑마법이다.
지속 시간이 짧지만 꽤나 강력해서 마스터 급이라도 쉽게 풀려날 수 없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것이겠죠.>
지속 시간이 짧다는 것은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공격자와 흑마법사가 한패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까 그 오크는 분명 흑마법을 썼지. 붉은 이빨 오크들 중에 그놈만 흑마법을 쓸 수 있었을까?’
이안이 팔짱을 끼며 말하자 키르케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천천히 눈을 돌린 이안은 파힘과 오크들을 보았다.
<그 용인은 또다시 실수를 범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남부 오크들의 명예욕이나 전사로서의 마음가짐.
그것이 거슬렸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신앙과 지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흑마법사를 양산하려 했을 거다.
흑마법사는 악마에게 힘을 빌리는 자들.
자신의 힘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전사들과는 사상 자체가 다르다.
그러니 남부 오크에게 전해지는 거슬리는 가르침을 잊고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게 하려면 전사보다 흑마법사가 더 많아야 했다.
그럼 고작 흑마법사 한둘 정도로는 택도 없을 것이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붉은 이빨 부족에서 오크 흑마법사를 키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 그, 그래?”
“린간. 흑마법이 뭐냐.”
“흑마법도 모르냐? 악마의 힘을 빌려서 쓰는 마법이 흑마법이잖아.”
“그럴리가. 우리는 전사다. 전사가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 힘에 기대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일. 오크의 소행이 아닐 것이다.”
붉은 이빨 부족이 그 정도로 타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파힘이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흥. 그럼 내기할까. 만약 내가 이긴다면 너는 그리머의 명예 전사가 되어라.”
인간이지만 그리머를 대표하는 전사에 임명해 주겠다.
파힘의 제안에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나한테 아무런 이득이 없는 내기를 왜 하나?”
“린간이 이긴다면 내가 너의 전사가 되겠다.”
“필요 없다.”
그의 냉정한 거절에 파힘이 살짝 시무룩해지자 고론은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 감히 누구의 뭐가 되겠다고? 야. 이안은 인간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라고.”
“그래 봤자 나약한 린간일 뿐이다.”
“그 나약한 인간의 손가락질 한 번에 넌 바로 죽을 거다. 자. 가자.”
이안이 다시 달리자 일행은 빠르게 이동했다.
한참 이동하던 와중 키르케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
<먀네가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붉은 이빨 부족의 오크들과 전투 중입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파힘!! 너희 오크들은 여기서 대기해라! 파오에 있는 양들이 놀랄 테니까! 이안! 이제 곧 파오가…….”
“속도 늦추지 마십쇼.”
“어? 왜?”
“지금 거기 공격당하고 있으니까.”
가볍게 한마디 한 이안의 몸이 사라졌다.
지금까지도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니.
놀란 고론은 그를 멍하니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공격당하고 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제기랄!! 파힘!! 달려라!!”
“알겠다!!”
자신을 뒤쫓는 이들이 외치는 것이 들린다.
그걸 귓등으로 넘기며 이안은 더욱 속도를 높였다.
이안의 목에 걸려 있는 라이자가 준 목걸이에서 빛이 뿜어지고 있었다.
<적성 대상 붉은 이빨 부족 오크 이백, 크라마 트롤 오십이 파오를 공격 중입니다.
멀리 연기가 보인다.
목에 초커가 달린 트롤들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목책을 두들긴다.
그 목책 위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목민들이 올라가 화살을 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오크 무리에서 검은 화살이 쏘아졌다.
흑마법 중 하나인 카오스 볼트다.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화살이 목책에 쏟아지고 있지만 빛의 보호막이 그것을 막고 있었다.
<먀네가 잘 막고 있군요.>
‘명색이 빛의 정령인데 저정도는 해야지. 그럼 슬슬 가 봐야겠군.’
트롤들은 어떻게든 잘 막고 있으니 오크부터 잡아야겠다.
달리던 이안은 방향을 틀었다.
“크라! 크아아! 크로가!!”
-콰아아아아앙!!
이안을 발견한 오크 하나가 외쳤지만 그들이 반응하기도 전 그의 검격이 내리꽂혔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오크들의 방어선이 박살 난다.
방패를 들고 있던 오크들이 산산조각 나자 파오를 공격하던 오크 흑마법사가 그에게 손을 뻗었다.
“크롸! 크아아아!!”
<4서클 흑마법. 데몬 베인입니다.>
소환 계열의 흑마법으로 한때 흑마법사의 주력 마법이었던 마법이다.
거대한 괴인을 만들어 적을 공격하게 하는 흑마법이 발휘되자 몇몇 오크들이 털썩 쓰러졌다.
마법을 쓸 때 필요한 마력을 그들의 생명력으로 대체하는 모양이다.
<몇몇 오크들의 엄니가 붉지 않은 데다가 도망치지 못하게 팔다리에 수갑이 채워져 있습니다.>
<마력 확보를 위한 제물입니다.>
키르케가 확인하고 보고하는 사이 거대한 마력이 모이며 괴인이 만들어진다.
여섯 개의 눈을 가진 거구의 괴인은 이안을 향해 커다란 발을 움직였고.
-서걱!!
이안의 일검에 소멸되었다.
“커허헉!!”
오크 흑마법사가 검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 모습에 오크들은 경악하며 이안을 보다가 겁먹은 듯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적을 쳐라!!”
그사이 도착한 고론과 파힘이 공격을 시작한다.
그들이 남은 붉은 이빨 오크들을 공격하자 이안은 파오 쪽으로 달려갔다.
자신을 막는 트롤들을 가볍게 베어 넘긴 그는 훌쩍 뛰어 목책 위로 올라갔다.
“크어어어!!”
-서걱!!
“아.”
목책 위로 다 올라와 방어를 하는 이들을 공격하려던 트롤이 반으로 갈라진다.
그 사체를 잡아당기자 트롤의 앞에 활과 화살을 든 채 먀네를 머리에 이고 있는 라이자가 보였다.
멍하니 자신을 응시하는 그녀에게 이안은 담담하게 손을 뻗었다.
“먀네. 이리 와.”
“먀아아~.”
폴짝 뛰어오른 먀네가 이안의 어깨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라이자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녀의 옆에서 활과 화살을 들고 있던 한 중년 여인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
“반했니?”
“아, 아니. 초인의 힘을 보고 놀란 것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