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15화(215/300)
◈ 제215화
108. 안 할 건 아니잖아? – 1
이안에 대해서는 발라에게 몇 차례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전략과 전술을 무시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지녔다고.
처음 들었을 때는 그게 말이 되나 싶었다.
그저 오빠가 또 늘 하던 것처럼 허세 부리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계를 넘어선 초인의 힘을 눈앞에 두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굉장하네.”
그 말 한마디만이 라이자가 꺼낼 수 있는 전부였다.
무시무시한 흑마법을 쓰는 오크들뿐만 아니라 저 트롤들까지 순식간에 해치우다니.
발라가 예전에 이안을 킬하트 부족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 떠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말 굉장해.”
“뭐 이 정도 가지고.”
“아니 이 정도라고 해도…….”
“어이! 이안!!”
밑에서 고론이 외치자 라이자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지금까지 행방불명되어 소식이 없던 고론이 저 밑에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그녀의 질문에 이안은 간단하게 자신이 아는 사정을 설명했다.
그걸 들은 라이자는 어이없어하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오크들에게 기술을? 그거 위험한 일인데.”
단기적으로 본다면 그리머의 오크들과 손을 잡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어떨까?
유목민의 기술을 제대로 가르치면 오크의 수와 힘이 늘어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유목민에게 큰 피해가 생길 수도 있었다.
“숙부님!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버럭 화를 낸 라이자는 목책 밑을 향해 외쳤다.
그녀를 향해 고론은 손을 흔들었다.
“일단 들어오세요! 그리고 저기 오크들은…….”
조금 떨어진 초원에 모여 있는 오크들을 힐끔 본 라이자는 아까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중년 여인에게 말했다.
“저들에게 고기를 좀 보내 줘. 유모. 어쨌든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니까.”
“알았다.”
그녀가 밑으로 내려가자 몇몇 유목민들이 통 양고기를 들고 나간다.
그것을 받은 오크들이 뜯어 먹기 시작하자 파힘은 목책 안으로 들어왔다.
“준 양은 잘 먹도록 하지.”
“몇 마리 안 되는데 뭐. 그보다 그리머의 오크가 왜 우리를 도운 것이지?”
“린간과 함께 붉은 이빨 부족을 치러 가는 길에 들렀을 뿐이다.”
뜨거운 콧김을 쏟아 내며 거칠게 말한 파힘은 자신의 도끼를 까딱거렸다.
“붉은 이빨 놈들이 그리머를 공격했다. 우리는 결코 그것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잘됐네. 우리도 붉은 이빨 오크들에게 공격당했으니까.”
유목민이 당하고 그냥 넘어가는 일은 없다.
당했으면 두 배로 복수를 해야 하는 법.
그녀는 합류한 고론과 유목민들에게 외쳤다.
“지금 당장 전투를 준비하세요! 그리고 위나! 가인!! 당신들은 돌아가서 아버님께 지금 상황을 알리시고!”
“예!! 아가씨!!”
두 유목민들이 말을 타고 나간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힐끔 본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고작 오크 부족 하나 쓸어버리는 데 여럿이 갈 필요 있나.”
“우리의 복수를 막을 생각이야?”
“그럴리가.”
“그럼 됐어.”
그렇게 파오에 있던 유목민 전사들 백이 부대에 참가하게 되었다.
오크 라이더와 남부 유목민들이 포함된 전력은 파오의 정리가 끝나자마자 곧장 붉은 이빨 부족이 위치한 곳으로 향했다.
“붉은 이빨 부족은 남부 오크 중에서도 꽤나 강력한 세력을 지닌 오크들이야.”
“잘 아나 보지?”
“유목민들에게는 꽤나 골치 아픈 놈들이니까. 그리머나 전쟁노래 부족, 그 외 몇몇 부족과 그들은 달라.”
그들은 스스로를 명예를 아는 전사라 생각한다.
그리고 강한 몬스터를 잡은 후 유목민들이 주는 양이나 고기를 전사에 대한 경의라 생각한다.
하지만 붉은 이빨 부족과 그들을 따르는 오크들은 달랐다.
그들은 그것이 나약한 것들이 바치는 공물이라고만 생각한다.
“그 둘의 차이가 뭔지 알아?”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정도지. 전자의 경우는 존중이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무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안이 담담하게 말하자 라이자는 깜짝 놀랐다.
“와. 잘 아네? 남부 출신 아니면 이런 건 잘 모르는 편이던데. 대부분 같은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
“비슷한 일은 많이 겪었으니까.”
그런 마음가짐의 차이 때문에 붉은 이빨 부족은.
몸을 검게 물들이고 엄니에 붉은 칠을 하고 다니는 오크들은 유목민들에게는 반드시 처단해야 하는 오크들이었다.
그들은 공물에 만족하지 못하면 바로 약탈자로 변하니까.
“붉은 이빨 부족이 그리머에 합류한다길래 좀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쉽다고 해야 할지.”
그리머의 행동 양식을 붉은 이빨 오크들이 따른다면 대초원이 좀 조용해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들에게 이를 가는 유목민들은 킬하트 부족에도 꽤나 많았다.
그들을 위한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유목민들이 좋아하는 것을 본 이안은 슬쩍 파힘을 보았다.
“그나저나 붉은 이빨 오크들이 흑마법을 쓰는 것은 확인되었는데…….”
“으음. 린간. 하지만 그들이 왜 그런 더러운 힘에 손을 뻗은 것일까.”
오크가 흑마법에 손댄 것이 꽤나 거슬린 모양이다.
파힘은 입술을 우물거리며 골똘히 생각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그들은 이동했고 어느 정도 들어가자 라이자가 말했다.
“여기부터가 붉은 이빨 오크 부족의 영역이야. 저기로 좀 들어가면 유목민들이 쉬기 위한 캠프장이 있어. 그 캠프장에서부터 남쪽은……. 뭐야.”
라이자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가 말을 몰고 앞서 나가자 이안도 그녀를 쫓았다.
“이 무슨…….”
캠프장에는 시체만이 가득했다.
유목민들뿐만이 아니다.
남부를 이동하는 여행자들의 시체와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로 보이는 이들의 시체들도 이곳에 있다.
그 참혹한 광경에 놀란 라이자가 이를 악무는 사이 이안은 시체를 살펴보며 말했다.
“죽은 지 한 사흘 정도 된 것 같은데.”
“흑마법의 흔적은?”
“없어. 그냥 죽은 거야. 시체들의 위치나 다른 흔적을 보니 밤에 기습을 당한 모양이군.”
그 외에도 다른 부분들을 가리키며 그가 설명하자 파힘은 씩씩거렸다.
“비겁하게 기습을 하다니!! 전사의 명예는 어디 갔는가!!”
“뭐. 기습은 꽤나 효율적인 전략이고 전술이지.”
“효율이 문제가 아니다! 아아. 조상님들이시여. 신이시여. 붉은 이빨 오크들이 이렇게 타락하다니!!”
분노한 파힘이 떠드는 것을 무시한 채 이안은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의 시체를 확인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카데미 생도의 패를 챙겨 품에 넣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들의 시체는 보존해 두는 게 낫겠다. 킬하트 부족이 제국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면 그게 도움이 되겠지.”
“음…… 그것도 그러네.”
이안의 말에 동의한 그녀는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의 시체만 따로 빼고 아티팩트를 들었다.
잠시 후 그들의 시체가 얼어붙기 시작한다.
그들이 얼음덩어리 안에 갇힌 것을 확인한 라이자는 아티팩트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 정도면 며칠쯤은 문제가 없으리라.
“매장해 놔야 하나?”
“그게 나을 거야.”
이안이 가볍게 바닥에 검을 꽂자 깊은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그 안에 시체를 봉인한 얼음을 넣고 위를 흙으로 덮은 후 성지 의식까지 한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습격자들의 방향을 찾았어.”
“어?”
“여기서 서쪽으로 자국이 남아 있네.”
여기서 서쪽으로 더 가면 붉은 이빨 부족의 본거지가 나온다.
그 말에 파힘과 라이자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전투를 하게 되는 것인가?”
“그러겠지. 긴장들 하라고.”
캠프장의 정리가 끝나고 이안 일행은 다시 서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이동하자 대초원의 땅이 변하고 있었다.
“뭐야. 이건…….”
라이자는 당혹스러운 어조로 중얼거렸다.
대초원은 어디든 푸른 풀이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이건 뭐란 말인가.
황무지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황무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대지의 생명력까지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붉은 이빨 오크들이 쓰는 흑마법은 생명력을 마력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대지의 생명력까지 끌어들인다는 것은 그들이 뭔가 큰 흑마법을 준비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황무지에 고위 흑마법인 버서크 데드 월드가 펼쳐져 있습니다.>
범위 내에 있는 특정 대상을 제한없이 광전사로 만드는 강력한 흑마법.
그리고 광전사가 죽으면 바로 언데드화시켜 버리는.
이제는 사라진 고위 흑마법이었다.
위력이 강하지만 잔혹해서 흑마법이 금지되기 전에도 금지된 마법이 이곳에 펼쳐지고 있었다.
키르케의 보고를 들은 이안은 먼 곳을 바라보았다.
황무지의 지평선 쪽에서 흑마법의 기운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어째 불길하군.”
“무서우면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죠.”
“무섭다는 말은 안 했는…….”
“린간! 저길 봐라!!”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강대한 적개심을 품은 무언가가 달려오고 있다.
“전투를 준비하라!”
“크어어어어어!!”
고론은 곡도를 뽑으며 외쳤고 파힘은 포효했다.
모두가 전투준비를 마쳤을 때 흙먼지를 일으키는 이들이 보였다.
한 무리의 오크들이었다.
“뭐냐?!”
문제는 오크가 타고 있는 것이었다.
늑대가 아니다.
“이런 미친!!”
해골 늑대였다.
푸른 눈을 번뜩이며, 검은색 기운에 감싸여 있는 언데드 늑대들을 탄 오크들이 달려온다.
“……저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그들을 본 파힘은 분노하며 덜덜 떨었다.
해골 늑대를 탄 오크들 역시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살점이 뜯어지고 뼈가 드러났다.
개중에는 내장을 줄줄 흘리는 이들도 있다.
눈알이 빠져 흔들리고 있는 오크들까지 있다.
저들 모두 죽어 좀비가 된 오크들이었다.
“시간바퀴 부족이여!! 서풍의 날개 부족이여!! 녹색 단검 부족이여!!”
달려오는 좀비들의 가슴에 있는 문양을 본 파힘은 분노를 터트렸다.
저들 모두 전쟁노래 부족과 동맹을 맺고 있는 전사들이었다.
그 전사들이.
죽음 후의 안식조차 농락당한 채 해골 늑대를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붉은 이빨 부족에게 당한 후 광전사가 되고, 이후 생명력을 빼앗겨 죽었습니다.>
키르케가 담담하게 말하는 사이 파힘과 그리머의 오크들은 분노로 포효했다.
그리고 그들의 안식을 위해 무기를 들어올린 순간.
이안은 검을 내리꽂고 손을 들었다.
<사울로 신성국의 성지 의식을 시작합니다.>
“위대한 분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의 기도문과 함께 주변으로 은은한 빛이 뿜어졌다.
신성함이 가득 담긴 성지가 그의 주변으로 펼쳐져 나간다.
흑마법에 더럽혀진 땅이 정화되었고, 그 정화된 땅에 들어온 오크 좀비와 해골 늑대들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저거 죽지도 않는 놈들이라 상대하는 시간이 아깝다.”
성지를 만들어 내 적들을 무력화시킨 이안은 한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싸워야 하는 건 저거다.”
“……어째서……?”
파힘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것을 본 고론과 라이자가 의아해하는 사이.
그가 가리킨 쪽에 있던 자가 천천히 걸어왔다.
“기껏 애들이 만들어 놓은 좀비와 해골 늑대들을 없애 버리다니. 재주도 좋군.”
박쥐의 날개를 지닌 도마뱀 머리의 남자였다.
핏빛의 비늘을 지닌 용인을 본 파힘은 덜덜 떨었다.
“어째서 사자께서……?”
그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용인은 콧방귀를 뀌며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검은 기운이 맺힌다.
-터엉!!
날아든 검은 기운을 튕겨 낸 이안은 절망하는 파힘을 보았다.
자신들이 신의 사자라 생각했던 자가 이런 불명예스러운 일에 가담했다는 것에 그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냐?”
“아. 아아아…… 신께서는…….”
“신은 신이고 너는 너다. 너는 스스로를 전사라고 하지 않았나? 오크의 전사는 너희의 명예를 건드려도 신이라면 굴복하는 모양이지?”
절망에 빠져 저항하기를 포기한 듯한 그를 향해 이안은 실망감을 담아 말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파힘은 도끼를 쥔 손에 힘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