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19화(219/300)
◈ 제219화
110. 분쟁의 중심 – 1
후폭풍을 대비한 덕분에 마법진의 범위 바깥까지 폭발의 영향이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거대한 버섯구름은, 그리고 폭발이 일어나며 만들어진 강력한 소음은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주저앉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뭐, 뭐야…… 저거…….”
저 거대한 버섯구름.
이 강력한 소음도 무섭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데……?”
마법이든 뭐든 폭발이 일어나면 그 여파가 주변으로 퍼진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폭발이 크면 클수록 그 여파 역시 강력하다는 것은 상식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저건 뭔가.
붉은 이빨 오크 부족의 도시를 훨씬 넘어설 정도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 정도면 꽤 떨어진 제국에서도 저 버섯구름을 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이 있는 곳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을 정도로 후폭풍은 조금도 없었다.
그 이질감에 라이자는 공포를 느꼈다.
“아…… 으아…….”
잠시 후 버섯구름이 천천히 흩날려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리에 주저앉아 있던 이들은 폭발이 사라진 곳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 것은 거대한 구덩이뿐.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붉은 오크 부족은 완전히 소멸되어 있었다.
“이, 이안 백작님은?”
스완이 묻자 고론은 눈을 가늘게 떴다.
구덩이에서 무언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이안이었다.
저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 낸 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올라와 다가오고 있었다.
“크르르르!! 크아아!”
“크엉!! 크어어어!!”
“흐, 흥분하지 마라! 머저리들아!!”
파힘은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는 늑대들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그 역시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머의 오크들은 힘을 중요시 여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저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는 경애를 떠나 공포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사이 이안은 언제나처럼 시큰둥한 표정으로 뚜벅뚜벅 걸어와 합류했다.
“표정들이 왜 그래?”
“아. 저기. 그게요…….”
아까까지만 해도 편하게 말하던 라이자는 머뭇거리며 존댓말을 시작했다.
딱히 이안이 말투 가지고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가 가진 힘에 완전히 질려 버린 그녀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자 고론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기…… 저 폭발은…….”
“제가 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등골이 오싹해졌다.
고론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무튼 이쪽 문제는 다 해결했으니까 이제 돌아가도록 합시다. 그리고 킬하트 부족에는 잠깐 가 봐야겠는데.”
“예? 아. 예. 그,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시려는 건지…….”
겁먹은 표정으로 고론이 묻자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대초원 대회의 때 나올 안건에 대해서 킬하트 부족의 족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 그. 저기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는 건지…….”
그가 주눅 든 어조로 묻자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기했잖습니까. 용인이 또 다른 오크나 몬스터들을 규합시키려고 할지도 모른다고. 그거 조사하는 것은 맡아 준다고 하셨잖습니까.”
“아아아. 그랬죠. 예. 아, 아무렴요. 해야죠. 자. 가, 가시죠.”
고론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유목민들이 이동하려고 하자 이안은 파힘에게 다가갔다.
“위, 위대한 저기…… 시, 신이시여.”
“너희도 대초원 대회의 열리면 그거 좀 도와.”
“아…… 예. 위대하신 분께서 말씀하셨으니 해야지요.”
“그럼 됐다.”
그의 커다란 어깨를 툭툭 토닥인 이안은 아직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라이자에게 손을 뻗었다.
“언제까지 거기 앉아 있을 거야?”
“아…… 예.”
차마 그의 손을 잡지 못하고 일어난 라이자는 허둥거리며 말에 올라탔다.
그는 그녀의 뒤에 올라가는 스완에게 말했다.
“나도 제국으로 가야 하니까 그때 같이 가자고. 잡힌 유목민들은 대회의 때 자기 부족으로 돌아가면 되겠지.”
“……제, 제국에는 왜 오시려는 겁니까?”
설마 제국에서 저것과 같은 폭발을 일으키면 어떻게 하나.
그녀가 걱정하며 묻자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카데미 교류전 참가하는데?”
그 말에 스완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다.
“왜?”
“……저기. 그게. 제국 아카데미에 오신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지.”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지금 제국 아카데미에서는 프레돈 아카데미의 발전을 질투하는 이들이 많다.
그 성장을 주도한 이안을 멸시하는 자들도 있었고, 또 그의 실력에 거품이 있다고 떠드는 놈들도 있었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이안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그리고 제국 아카데미가 있는 제국 수도에서 저런 폭발이 일어난다면?
그녀는 잔뜩 긴장한 채 요청했다.
“꼭…… 저기…… 가셔야겠습니까?”
딱딱히 굳은 그녀를 향해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꼭 가야겠다.”
그녀는 이안보다 빨리 제국으로 돌아가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결심했다.
말을 타고 달려 도착한 곳은 꽤나 넓은 초원이 펼쳐진 곳이었다.
양과 말에게 먹이기 좋은 풀들이 가득하고 냇가까지 있는 곳.
대초원에서도 살기 좋은 곳이었다.
“킬하트 부족은 유목민이지만 유목만 하는 건 아닙니다. 특히나 부족장이 있는 트렌토는 항상 이곳에 자리 잡고 있죠.”
“그런데 왜 존댓말이냐? 아까 그것 때문에 그래?”
라이자는 흠칫 놀랐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향해 이안은 손사래를 쳤다.
“그냥 하던 대로 해.”
“으으…… 화 안 내실 거죠? 사실 아까 반말하던 것도 기분 나쁘셨을까 봐…….”
“발라에게 들었잖아?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그리고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괜찮아.”
“그럼 다행이긴 하지만…….”
옆에서 달리던 고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사이 라이자의 뒤에 타고 있던 스완은 의아해했다.
“무슨 사이입니까?”
“쟤 오빠가 내 친구야.”
“이, 이안 백작님께 친구가……?”
“……날 뭐라고 생각한 거냐?”
“헉! 아, 아닙니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
허둥거리며 스완이 변명하는 사이 무장한 유목민들이 달려왔다.
“라이자 아가씨!! 고론 전사님!”
달려온 그들은 다급하게 말했다.
“큰일입니다! 지금 대초원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까 보셨습니까? 대초원의 한 곳에서 거대한 폭발이…….”
그들은 허둥거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것을 듣던 라이자와 고론은 최대한 어색해 보이지 않게 웃었다.
“그런데 이분은 누굽니까?”
“아. 혹시 라이자 아가씨. 신랑감을 데리고 오신 겁니까?”
“아냐. 이안 브랜든 백작님이야.”
“이안…… 아! 발라 도련님 친구분!”
“이야~! 그 소문난 백작님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크라차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저희가 보내 드리는 물건은 잘 쓰고 계시죠?”
“어…… 아카데미 뒷골목 상인?”
“하하. 예. 크라차도 백작님이 아주 좋으신 분이라고 하더군요.”
그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이안을 반겼다.
그러다가 뒤에 있는 이들을 가리켰다.
“그런데 저들은 누굽니까?”
“사정은 나중에 말해 줄게. 아버지는 계시지?”
“예. 지금 전투준비 중이십니다. 아까 그 불기둥 때문에 지금 다들 전투준비 중입니다. 거기에 붉은 이빨 오크 놈들이 우리를 건드렸다면서요?”
그는 곡도를 들어 올리며 씩 웃었다.
“오늘 그 오크들 가죽을 전부 벗겨 버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예?”
“다 죽었으니까.”
그녀가 이안의 눈치를 살피며 말하자 유목민들은 의아해했다.
마을 안은 꽤나 넓었다.
교역을 중시하는 곳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물건을 내놓고 파는 이들이 많았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맛있는 양젖이 있습니다! 양고기에 양젖을 같이 드셔 보세요!”
“발효주 있습니다! 치즈도 있어요!!”
유목민들이 이동하며 먹기 위한 식량들을 파는 곳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광석이나 무기를 파는 곳이 보였다.
그곳도 지나쳐 안쪽 깊숙한 곳에 들어가니 무장한 유목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라이자!!”
그중 가장 큰 덩치를 지닌 수염의 남자는 라이자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를 꽉 끌어안은 후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이야기는 들었다. 문제는 없겠지?”
“에…… 예. 문제는 없죠.”
“붉은 이빨 오크 새끼들. 감히 킬하트 부족을 건드리다니…… 반드시 찢어 죽이겠다……. 그런데 옆에는 누구냐? 혹시 반려라도 데리고 온 거냐? 너에겐 좀 빠르지 않나 싶은데…….”
“이안 브랜든입니다.”
“아. 그래. 반갑네. 킬하트 부족 부족장 루트마이어 킬하트……. 응? 이안?”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 장남 발라의 형제 같은 친구?!”
“그 정도는 아닌데. 발라가 도대체 뭐라고 말했는지 궁금하군요.”
“숙식을 함께하고 등을 맞대며 같이 싸웠다고 하더군. 거기에 사냥도 같이 많이 했고. 그 정도면 형제지.”
역시 남부의 감각이다.
이안이 피식 웃자 그는 기뻐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지금 시기가 안 좋군. 지금 전쟁을 해야 할 때라…….”
“안 하셔도 됩니다. 다 잡았으니까.”
“응?”
의아해하는 그에게 라이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그 폭발…… 아시죠?”
“그래. 내가 대초원에서 몇 년을 살았는데 그런 건 처음이다. 그 불길에 큰 피해가 생기지나 않을까…….”
“그거. 이안이 한 거예요.”
“…….”
“그리고 그걸로 붉은 이빨 오크 부족이 전멸했고.”
라이자의 말을 들은 루트마이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일단 들어가지.”
족장의 파오 안에서 그간의 사정을 전부 들었다.
루트마이어는 연신 신음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허. 이거 참. 아무튼…… 고생했다.”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라이자와 고론의 말대로라면 이안의 힘이 인간을 아예 벗어났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둘이 그런 거 가지고 사기 칠 사람은 아니었다.
“대륙 최강의 이름…… 확실히 대단하긴 하군.”
“별것 아닙니다. 그리고 대회의 때 안건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일단 나도 힘을 써 보도록 하겠네. 다만 킬하트 부족이 크긴 하지만 대회의를 완전히 지배하는 건 아니라…….”
“이번 일 하는데 방해하는 부족이 있으면 제가 간다고 말씀드려 주십시오.”
“……오히려 반발할 것 같은데? 유목민들은 누르면 튕겨 나오는 놈들이라.”
“일단 말씀은 해 주십시오.”
“알겠네. 아무튼 귀한 손님이 왔으니…… 온 김에 푹 쉬었다가 가게나. 발라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라이자. 네가 좀 모셔 주렴.”
“알겠어요. 아버지.”
“아뇨. 바로 제국으로 갈 겁니다.”
이안이 담담하게 말하자 옆에 있던 스완은 흠칫 놀랐다.
그가 킬하트 부족에서 며칠 머물면 제국에 먼저 가서 이 일을 알리려 했는데 그 계획이 무너져 버렸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발라랑 함께 오렴. 그때 내가 제대로 대접해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족장님.”
루트마이어는 이안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공손하게 인사하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따라 나온 스완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좀 쉬었다가 가시는 게 어떠신지…….”
“쉬고 싶으면 너나 쉬고 와라.”
“아니 그게.”
“자. 그럼 바로 가자.”
그녀를 향해 씩 웃은 이안이 걸어가자 스완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디 제국에서 이안에게 시비를 걸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기대와 희망은 제국 관문에 도착하자 산산이 무너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