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2화(22/300)
◈ 제22화
11. 네가 못하는 게 뭐냐? – 2
“스크랜다 교관님. 이거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
“어어어! 그, 그래! 그렇게 해라!”
질문하는 생도에게 대충 답해 주고 그는 허둥거리며 다가갔다.
-떵!! 떵!!
‘아름답다.’
접쇠 방식은 금속을 접어 가며 안정적으로 안에 담긴 성질을 고루 퍼트리기 위해 쓰이는 공법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쉽게 해낼 수 없다.
금속에 섞여 있는 성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워프.
그중에서도 스크랜다 수준의 경험 많은 대장장이가 아니라면 그런 정밀한 측정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인간이.
심지어 아직 어린 생도가 그걸 정확하게 해내고 있었다.
‘이 녀석……!’
처음 보는 녀석이다.
분명 오늘 처음 야금술 수업에 들어온 녀석이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가 홀린 듯 바라보는 사이 이안은 집게를 들어 보았다.
<크롬과 탄소 성분이 부족합니다.>
‘확실히 그렇지?’
이안의 많은 삶 중에는 당연히 대장장이도 있었다.
그러니 이 정도 공정이야 측정기가 없이 눈대중만으로도 해낼 수 있었다.
-땡강!! 땡강! 떵! 떵! 땡강!
일정한 힘으로 꼬인 철에 열을 가하고 다시 두드린다.
탄소를 좀 더 추가하기 위해 코크스를 넣고 가열해 두들기고.
그 외에 비치된 각종 재료들을 조금씩 넣어 가며 신중하게 철괴를 만들어 간다.
한참 두들기며 다시 화로에 넣고, 다시 접고 꼬며 두드리고.
재료를 조금 추가하고.
철괴를 접고 두드려 완성시킨 이안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현재 아카데미 내 보유 재료와 도구로는 주인님이 만드신 수준이 한계입니다.>
‘역시 접쇠 방식보다는 초강법이 낫네.’
<행성 칼라이드의 네오 티타늄 합금 제작을 추천합니다.>
우주를 누비는 함선에 쓰이는 금속이다.
이안이 경험한 세계관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금속인 그것은 여기서도 제조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일단 있는 거 쓰면서 재료 모아서 나중에 만들어 보자고. 재료들은 어디서 구하나?’
<네오 티타늄 합성을 위해 필수적인 검은 용암은 검은 무쇠산의 드워븐 시티에 존재합니다.>
‘다른 재료들은?’
<브린드는 포린이라는 금속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티타늄 원석은 검은 무쇠산에서 채굴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꽤나 많은 재료들과 설비들의 위치를 키르케가 말했다.
확실히 레벨이 올라서 그런지 정보 파악이 좀 더 자세했다.
‘대륙 각지에 퍼져 있다라. 재료 모으는 데도 한세월인데 설비까지 갖추려면 그것도 보통 일은 아니겠군.’
키르케와 이야기를 나누던 이안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스크랜다 교관이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네 이름은?”
“이안 브랜든입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스크랜다는 이안의 집게를 받고 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야금술을 할 줄 아나?”
“어지간한 건 전부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겠지. 좋아. 이안. 넌 이제 수업에 들어올 필요 없다. 점수는 만점을 주지.”
“오오?!”
“뭐, 뭐야?!”
들어온 지 하루 만에 인정을 받았다.
생도들이 놀라는 사이 스크랜다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원한다면 용광로를 빌려주마. 필요할 때 언제든지 와서 쓰도록 해라.”
고작 철괴 하나 만든 것으로 드워프에게 인정받다니.
생도들은 이안을 신기해하며 바라보았다.
“쟤가 이안이지?”
“에이스윈을 한 방에 쓰러트렸다면서?”
“거기에 저번 필기시험 성적 중급 1위라더라.”
“보빌드 던전의 주인도 혼자 잡았다던데?”
“와. 못하는 게 뭐야? 싸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만.”
그들의 수군거림을 들으며 스크랜다는 이안의 옆에 있는 생도, 발라를 보았다.
헤죽거리고 있는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집게에는 어설프게 만들어진 철괴가 있었다.
“발라. 넌 보충수업이다.”
방금 이안의 작품을 보다가 이걸 보니 눈이 썩어 들어갈 것 같다.
망치를 들어 올린 스크랜다는 그가 만든 철괴를 힘껏 내리쳤다.
그 순간 그가 공들여 만든 철괴가 반토막이 나 버렸다.
“으아아! 안 돼!!”
“만약 저 철로 무기를 만들면 만들던 도중에 깨질 거다. 남부의 철광석과 북부의 철광석은 성분이 다르다. 남부에서 쓰이던 방식대로 제련하면 오히려 더 약해진다.”
‘남부와 북부의 철광석 성분이 달라?’
<예. 철광석에 포함된 철뿐만 아니라 다른 성분들 때문에 무기를 만들기에는 남부의 철광석이 더 좋습니다.>
도서관에서 봤던 책에는 이런 얘기가 없었다.
이안이 신기해하는 사이 발라는 우울해했다.
“으으…… 우리 부족에서는 이렇게 하면 된다고 했는데…….”
“부족에서는? 너희 부족은 유목민 아냐?”
“아. 유목만 하는 건 아니고 채광과 제련 작업도 하지.”
“오호. 그럼 철광석 좀 보내 줄 수 있겠네?”
“왜? 필요해?”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발라는 히죽 웃었다.
“그럼 오늘 수업 끝나고 같이 가자.”
* * *
수업이 끝나고 태양신전에서 봉사 활동을 한 후 이안은 아카데미를 나왔다.
마을의 평범한 시장이 아닌 뒷골목과 연결된 곳에 서자 블랜치는 코를 잡았다.
“아니 이런 덴 뭐 하러 오는 거야? 으. 냄새.”
길가에 오물이 군데군데 있고 쓰레기들이 널렸다.
허름한 구역임을 증명하듯 골목에는 여기저기 부랑자로 보이는 이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블랜치가 불만스럽게 말하자 발라는 어이없어했다.
“너 오라는 얘기는 안 했잖아.”
“어허. 친구가 가는 길에 나도 같이 가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이안이랑 오늘 놀기로 내가 먼저 약속했다고.”
블랜치가 우쭐해하며 말하자 발라는 인상을 찡그렸다.
“나중에 놀면 안 되냐?”
발라도 이안에게 야금술을 배워야 한다.
그가 애달픈 표정을 지었지만 블랜치는 보지도 않았다.
“망할 놈.”
“꼬우면 먼저 약속을 잡았어야지.”
둘이 으르렁거리는 사이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야. 발라.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는 거냐?”
“아. 저 안쪽으로 가야 해.”
발라가 걷자 이안은 그의 뒤를 따랐다.
안 좋은 냄새가 더욱 강해진다.
먀네는 아예 이안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 고개조차 내밀지 않고 있었다.
“먀아…… 먀먀…….”
먀네는 빨리 이 거리에서 나갔으면 싶었나 보다.
가볍게 주머니를 토닥여 주고 더러운 골목을 지나자 시장 거리로 보이는 골목이 모습을 보였다.
이 빠진 단검.
금이 간 사기 그릇이나 시든 약초까지.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이 팔리기 위해 거리의 좌판에 깔려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블랜치는 기막혀했다.
“이딴 쓰레기는 누가 사는 거야?”
“하층민들이 사지. 여긴 그래도 아카데미 근처라서 괜찮은 거야.”
다른 영지의 하층민들이 사는 곳에는 이런 시장도 없다.
시장이 어디 있나.
그냥 다 훔쳐다 쓰지.
“너도 알아?”
“당연히…….”
다른 세상까지 갈 것도 없이 브랜든 영지에도 이런 구역은 있었다.
“아우덴 영지에는 없어서 다행이군.”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하층민들이 사는 구역이 없겠냐. 네가 곱게 자라서 못 본 걸 거다.”
“암암. 우리 블랜치가 아주 곱게 자라긴 했지.”
이안과 발라가 한마디씩 하자 블랜치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때 그들 사이로 험악한 얼굴의 덩치 큰 남자가 블랜치를 치고 지나갔다.
“눈 똑바로 뜨고 다니야아아아악!”
그의 팔을 잡아 꺾은 이안은 손에 들려 있는 돈주머니를 블랜치에게 돌려주었다.
“소매치기를 하려면 좀 제대로 하든가. 다 보인다.”
“아아악!! 악!!”
-우득!!
이안은 가차 없이 그의 팔을 부러트려 버렸다.
비틀거리며 쓰러진 남자의 얼굴을 강하게 짓밟은 그는 놀란 이들을 둘러보았다.
“뭘봐?”
그의 싸늘한 말에 사람들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알았어?”
하마터면 돈주머니를 잃어버릴 뻔한 블랜치는 기절한 남자를 툭툭 걷어찼다.
“보였어.”
소매치기 기술은 여러 세계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기술이라 거의 달인 수준으로 익혀 두었다.
그러니 저런 어설픈 손놀림을 쉽게 발견한 것뿐이다.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기절한 남자를 골목에 휙 던졌다.
운이 좋으면 살아남아 불구가 되는 정도로 끝날 거다.
운이 나쁘다면?
이안은 쓰러진 남자를 끌고 골목으로 데리고 가는 부랑자들을 보았다.
아마 저 남자를 죽도록 두들겨 팬 후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아 가겠지.
“저놈은 운이 없는 케이스네.”
그의 말을 들은 블랜치는 씁쓸해했다.
“야. 이런 곳에 계속 있어야 하나 싶다. 발라. 얼른 가자고.”
“따라와.”
발라는 이안과 블랜치를 데리고 움직였다.
능숙하게 길을 찾아간 그는 작은 가게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야.”
“프레도르 평야의 낙타라.”
“남부에 있는 넓은 평야를 말해. 남부의 상인들은 낙타를 끌고 다니지.”
간단하게 설명한 발라는 문을 열었다.
안쪽에는 살짝 탄 피부의 중년인이 물품들을 천으로 정성스럽게 닦고 있었다.
“아이고~ 도련님!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후후. 내가 남부 최대의 부족인 킬하트 부족 부족장의 아들이다.”
이안과 블랜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왜. 놀랍냐?”
“부족장 아들이라는 놈이 이 모양이라는 게 굉장히 놀랍다.”
“킬하트 부족의 미래가 어둡군. 네가 후계자가 아니라는게 참 다행이다.”
둘이 팩트로 두들겨 패자 발라는 인상을 구겼다.
“아무튼 여긴 내가 남부 쪽 물건을 받는 사무소 비슷한 곳이야. 아저씨. 철광석 가져온 것 있어?”
“예예! 당연히 있지요.”
그는 안쪽에 있는 커다란 상자를 당겨 내왔다.
“남부의 질 좋은 브리덴 철광석입니다.”
“브리덴이라…….”
<남부 브리덴 평원의 노천광에서 얻을 수 있는 철광석입니다.>
<크롬 함유량이 높고 내부에 볼탁스라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남부 광석 중에 이게 제일인가?’
<현재 남부에서 채굴 가능한 가장 좋은 금속은 포다즈입니다.>
<이 세계의 마탑에서 골렘의 골격을 만들 때 쓰이며 무기를 만들기에도 좋습니다.>
이안은 광석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의 눈에도 아카데미에서 쓰던 철광석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그런데 아카데미의 도서관에는 이런 철광석의 정보가 없지?”
“아무래도 북부와 남부의 거리가 있으니까. 정보가 완벽하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
<또한 제국에서 남부의 지식이 북부로 향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대륙 중부에 위치한 블라드 제국이 통제를 한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이안은 브리덴 철광석을 통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제국 아카데미에 가 봐야 하나…….”
이안의 말에 둘은 기겁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제국 아카데미 놈들은 진짜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고.”
“맞아. 맞아. 어휴. 걔들 완전 귀족주의자인 데다가……. 그리고 거기에는 북부의 자료가 별로 없을걸?”
아카데미에 남부 자료가 별로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발라가 말하자 이안은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고 철광석을 들었다.
“아니, 나도 일단은 귀족이라 귀족주의가 딱히 나쁘단 생각은 안 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