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24화(224/300)
◈ 제224화
112. 너보단 낫다 – 2
이안의 말에 제국 아카데미 교관들은 기겁했다.
샤를이 누군가.
황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실력도 없는데 제국 아카데미에 입학한 사람 아닌가.
거기에 거만한 데다가 주변과의 관계도 그리 좋지 않다.
그런 샤를에게 안내라니.
프라가하는 난감해하며 이안에게 말했다.
“그…… 저희 아카데미의 훌륭한 생도들도 많습니다. 아니, 정 원하시면 제가 직접 해도 됩니다만…….”
“다들 바쁘실 텐데 굳이 그러실 필요 있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제국 아카데미에서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직접 이렇게 말하는데 뭐라고 하겠나.
결국 프라가하는 당황한 샤를을 보았다.
일반적인 귀족가의 생도라면 엄포라도 놓겠지만 상대는 어쨌든 황족이다.
자신 역시 존대해야 하는 입장이니 뭐라고 강하게 말할 수 없었다.
“황녀님. 저분은 대륙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이며, 또한 스칼렛 왕국의 백작님이십니다.”
“그, 그래서?”
“부디 무례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흥.”
얼떨떨해하던 샤를은 휙 고개를 저었다.
어째 불안하다.
프라가하뿐만 아니라 다른 교관들까지 떨떠름함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자 이안은 차분하게 말했다.
“스완을 비롯해서 복귀한 생도들은 만나셨습니까?”
“예? 아. 예. 하지만 아직 자세한 사정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들에게 대초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는 들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망자도 있는데 그들은 킬하트 부족과 연계해서 시신을 보관하게 했으니 수습하십시오.”
“아, 아니 저기 저는 이안 백작님께 직접 듣고 싶습니다만…….”
“가끔씩은 제3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객관적으로 정보를 얻기 좋습니다.”
결국 제국 아카데미의 교관들은 난감해하며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들어가자 샤를은 이안을 빤히 보다가 말했다.
“그대. 굉장한 자였구나.”
“그런 편이지.”
자신의 아버지이며, 자신은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의 강자인 황제와 동급 취급을 받는 자라니.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그 정도나 된다는 것이 꽤나 놀랍다.
“음…….”
“왜?”
“말은 편하게 해도 괜찮느니라. 본 황녀 역시 블라드 제국의 황녀. 강자에 대한 예우는 지킬 줄 아느니라.”
비슷한 나이대임에도 순수하게 실력으로 저 높이 올라간 자.
그에 대해서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샤를은 거만함으로 내리눌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장한 거만함을 보며 이안은 씩 웃었다.
“처음부터 편하게 했는데?”
“그, 그렇군. 좋구나. 자. 본 황녀에게 안내를 부탁한다 했겠다? 잘 따라올 수 있겠느냐?”
“아니 안내해 준다고 한 것은 너 아닌가?”
“너? 아, 아. 그래. 신선한 단어로구나.”
지금까지 황녀님이라는 호칭으로만 불렸던 샤를은 머뭇거리다가 흰 장갑에 감싸인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후후후! 그럼 잘 따라오거라.”
수행원 하나 없이도 그녀는 당당하게 걸었다.
그걸 지켜보던 이안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나저나 황녀면서 혼자 다니는 것이 익숙한가 보군.”
“……호, 혼자 다니는 것도 하지 못하면서 어찌 블라드의 피를 이었다고 하겠느냐?”
목소리가 떨린다.
그 이유를 이안은 간단하게 눈치챘다.
“널 노릴 사람도 없다는 건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지 말거라.”
“이게 내 장점이라.”
샤를은 이안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그 시선을 이안이 정면에서 마주 보자 휙 고개를 돌린 그녀는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먀아~.”
그때 가방에서 먀네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먀네의 소리에 반응한 샤를은 그의 가방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귀여운 고양이로구나!”
그녀는 장갑에 감싸인 손을 내밀었다.
그걸 본 먀네가 앞발로 톡톡 건드리자 샤를의 얼굴에 홍조가 드러났다.
“안고 싶나?”
“당연…… 그, 그렇지 않다. 본 황녀는 블라드의 피를 잇는 황족이다. 이런 고양이에게 관심이나 줄 것 같은가?”
새침하게 말한 그녀는 뒤로 물러났다.
“……빨리 오거라. 그리고 내 옆에 서도록 하여라.”
아무래도 뒤에 있으면 먀네를 보지 못할 테니까.
그녀의 속셈을 단번에 눈치챈 이안은 성큼성큼 걸어 옆에 다가가 말했다.
“그런데 어딜 안내해 줄 생각이지?”
“제국에 왔다면 가장 먼저 봐야 할 곳은 달의 신전이니라. 거기까지 가는 길에 볼 것들도 많으니 기대하거라.”
안 그래도 달의 신전에서 세레스티아와 만나기로 했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빙긋 웃었다.
“어떤가? 본 황녀의 선택이?”
“나쁘지 않네. 가자고.”
처음에는 샤를도 대화에 조금은 주의를 했었다.
하지만 이안은 남의 말투가 어떻든 크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걸 눈치챘는지 함께한 지 얼마 안 되어 그녀는 한결 편하게 거만한 말투를 쓰며 주변을 소개시켜 주었다.
“저것을 보아라!! 저것이 바로 제국의 자랑인 시계탑이니라!”
제도의 중심, 크세르크스 광장 중앙에 있는 거대한 시계탑을 가리키며 그녀는 자랑스러워했다.
대륙에서 가장 큰 시계탑으로 크세르크스의 치세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탑이다.
그녀가 거만한 어조로 설명했지만 이안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멋있지 않나?”
“멋있긴 하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렇지? 좀 더 기뻐하는 게 어떠하냐? 평생 저 시계탑 하나 보지 못하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나 있는 것이냐?”
<주인님께서 보신 것에 비하면 그리 대단할 것도 없잖습니까.>
‘날 기준으로 잡으면 곤란하지. 지금 기준에서는 나쁘지 않네.’
“으음.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그럼 콜로세움을 보여 줄 걸 그랬나. 본 황녀가 실수했느니라…….”
“아냐. 그런데 달의 신전은 어딘데?”
“아. 저기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가자꾸나. 그곳도 꽤나 볼만하니.”
“먀아!”
그때 가방에 있던 먀네가 튀어나왔다.
그러며 돌바닥을 걸어 달의 신전이 있는 방향이 아닌 다른 쪽으로 가기 시작하자 이안은 그쪽으로 향했다.
“앗?! 멈추거라! 거긴 달의 신전 쪽이 아니다!”
“알아. 잠깐 가 보자고.”
“으으. 고양이를 따라가야 하다니.”
투덜거리면서도 그녀는 이안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작은 카페였다.
제국의 시민들이 잠깐씩 차를 즐기는 곳 앞에 도착하자 먀네는 자리에 앉고 울었다.
“먀아~ 먀아~.”
“배고프냐?”
“먀~!”
이안은 먀네를 안아 들었다.
그걸 본 샤를은 움찔 어깨를 떨었다.
“가, 가자꾸나. 다른 곳에 더 좋은 곳이 있느니라.”
“뭔데?”
카페의 테라스에 한 무리의 생도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 중 무리의 중심에 있는 소년이 샤를을 발견하자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어이.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샤를은 어깨를 떨었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하지만 잔혹함이 얼굴에 새겨져 있는 소년은 테라스에 몸을 기대며 싸늘하게 웃었다.
“말했잖아. 인사하라고.”
“……아, 안녕.”
살짝 겁을 먹은 표정이다.
그런 그녀를 향해 청발의 소년은 이안을 힐끔 보았다.
“누나. 데이트라도 하나 보지?”
“윽. 그, 그건.”
“지금 제도가 공격당했다고 하는데 팔자도 좋네. 아. 뭐…… 누나는 언제나 그랬지만.”
샤를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제대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런 그녀를 비웃으며 소년은 이죽거렸다.
“뭐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
“아, 아니. 난……. 시, 시끄럽도다!! 본 황녀가 할 줄 아는 게 왜 없다 생각하는 것이냐?!”
“뭐야. 감히 내 말에 토를 다는 거야?”
테라스에서 훌쩍 뛰어오른 그는 이안을 힐끔 보았다.
“어디서 뭣도 모르는 놈 하나 주워 와서 옆에 뒀다고 반푼이 주제에 황족 흉내라도 내려나 봐?”
그는 잔혹하게 웃으며 이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어차피 누나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냥 장식이면 장식답게 옆에 아무것도 두지 말아야지!!”
건틀렛에 감싸인 주먹이 날아들었다.
이안은 그걸 가볍게 잡아내며 말했다.
“누구냐?”
<오탈 드 블라드입니다.>
<블라드 제국의 제6황자로 성정이 잔혹하기로 유명한 자입니다.
<제국의 명가 중 하나인 칼론 백작가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오탈의 어머니가 칼론 백작가의 사람이다.
샤를과 다르게 외가의 가문도 좋으니 황궁 내에서도 꽤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쭈. 건방지게 잡아? 너 내가 누군 줄 아냐?”
“그러는 넌 내가 누군 줄 아냐?”
-우드드득!!
“끄아아아악!!”
오탈의 손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과 동시에 카페에 있던 그의 추종자들이 뛰쳐나왔다.
“감히!”
“블라드 제국의 황자님께 손을 대다니?!”
누군가는 무기를 뽑았고 누군가는 마법을 준비한다.
일이 점점 커지려 하자 샤를은 다급하게 외쳤다.
“멈추거라!! 제국의 황녀 샤를 데 블라드가 명한다!! 이 사람은……!!”
하지만 그녀의 필사적인 외침을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퍽!
그 대가는 가혹했다.
검도 뽑지 않은 이안은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고, 그 주먹에 맞은 생도 하나가 멀찍이 날아가 벽에 부딪혀 버렸다.
“끄으윽…….”
짧은 신음성을 낸 그가 축 늘어졌다.
그에 이어서 달려들려던 다른 생도들은 당황했다.
“바, 방금…….”
“주먹이 보이지 않았는데……. 당신 뭐야…….”
그들 역시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이라 어느 정도 실력은 있었다.
그런 자신들이 볼 수도 없을 정도의 움직임이라니.
오탈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뛰쳐나갔던 공명심이 가라앉고 불안감이 치솟았다.
“이안 브랜든이다. 잘 부탁해.”
“이안…… 헉!”
생도들은 당황했다.
기겁한 그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이안은 손을 들었다.
“으, 으아아아아!!”
손을 잡고 고통스러워하다가 상대가 이안이라는 것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물든 오탈이 날아왔다.
이안의 내공에 이끌려 온 그는 목이 잡히자 덜덜 떨었다.
“사, 살려…… 줘…….”
-쾅!!
그를 잡은 채 그대로 내리꽂았다.
단단한 돌바닥이 갈라질 정도로 충격을 받은 그는 피를 토하며 헐떡거렸다.
이안은 그의 목을 잡은 채 다시 들어 올렸다.
“살려 줘? 말이 짧다?”
사실 남들이 어떻게 말하든, 그딴 것은 관심 없었다.
하지만 이안은 일부러 그의 말투를 지적했고 오탈은 덜덜 떨며 황급히 말투를 바꿨다.
“살려…… 쿨럭! 주세……요…….”
방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오만이 사라졌다.
힘에 굴복해 버린 그를 보던 이안은 흥미를 잃고 그를 집어 던졌다.
바닥을 구른 오탈이 헐떡거리고 있는 사이.
소란을 듣고 경비병들이 달려왔다.
“화, 황자님?! 네놈!! 이게 무슨 짓이냐?!”
이안은 팔짱을 끼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와 오탈을 번갈아 바라보던 샤를이 나섰다.
“그만!”
“어…… 어? 샤를 황녀님?”
“오탈과 이자와의 사소한 다툼 때문이니 신경 쓰지 말고 돌아가도록 하거라!!”
샤를은 잔뜩 긴장한 채 말했지만 병사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경계하며 이안에게 무기를 겨눌 뿐이었다.
“어찌 본 황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이냐!”
“크, 크흐…… 아, 아무것도……쿨럭! 없는 황녀의 명령 따위를 누가…… 따르겠어? 쿨럭! 쿨럭!”
피를 토하며 오탈이 비웃자 샤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것을 보던 이안은 씩 웃었다.
“그래도 쟤는 너랑 다르게 저항할 줄 알잖아. 그거면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