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25화(225/300)
◈ 제225화
113. 저항하는 자 – 1
병사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어쨌든 저자는 황자뿐만 아니라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과 싸우던 자다.
그러니 바로 체포를 해야 한다.
그들이 무기를 들자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 이안 브랜든이다.”
“……헉!!”
아까 드래곤 실드 기사단에게서 명령이 내려왔었다.
스칼렛 왕국의 백작인 이안이 제도에 들어왔다고.
제국 아카데미로 간다고 들었는데 그가 여기 있을 줄이야.
병사들은 난감해하다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본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과 오탈은 이를 갈았다.
“표정 안 풀지?”
“헉.”
“왜. 당장 저들에게 명령해서라도 날 잡고 싶나? 그럼 환영이고.”
“크윽…….”
“제국 성문도 부순 사람인데 너희 목 따는 걸 내가 겁낼 것이라 생각하나 봐?”
씩 웃은 이안은 검자루로 손을 가져갔다.
그런 그를 막은 것은 샤를이었다.
“그만! 그만하거라! 너희들도!! 어서 오탈을 데리고 가거라! 어서!”
“큭.”
그들이 오탈을 잡은 순간 이안은 검자루를 잡았다.
그걸 본 모두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가는 건 좋은데 감사 인사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뭐, 뭐?”
“얘가 너희 살려 줬잖아.”
그리고 샤를의 어깨를 잡았다.
그들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평소에 경멸에 가까운 무시를 하던 상대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
꽤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자는 자존심 상한다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자가 아니다.
그들은 결국 샤를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황녀님.”
하지만 자존심 때문일까?
결국 생도 중 하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비록 그게 자신의 힘은 아니겠지만.”
그 말에 샤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들이 감사 인사를 하는 이유가 이안 때문임을 그녀도 알고 있었으니까.
고작해야 호가호위를 한번 한 것에 불과하다.
그것에 안타까워하는 샤를을 보지도 않은 채 이안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 순간 내공이 움직이며 투덜거린 소년이 벽으로 튕겨 났다.
-퍼억!!
“크어어억!!”
“자기는 호가호위 안 하는 줄 아나.”
“으, 으으으…… 이안 백작……!!”
“왜. 뭐. 할 말 있냐?”
그는 굴욕에 가득 찬 시선으로 이안을 보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이안의 싸늘한 눈에 결국 그는 굴복을 택하고 시선을 피했다.
그들이 도망치듯 가 버리자 병사들도 이안에게 인사하고 물러났다.
삽시간에 조용해진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먀네를 들었다.
“넌 왜 여기로 온 거야? 배고파서?”
“먀아~.”
“넌 언제쯤 말할 생각이냐?”
“먀아~ 먐먀~.”
앞발을 휘젓던 먀네는 이안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그걸 지켜보던 샤를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한심한 꼴을 보였구나.”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래도 잘 저항하면서 살잖아?”
“저항한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을 뿐이니라.”
아까의 도도함과 거만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샤를이 작게 중얼거리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그렇다고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지는 말고.”
“……가끔씩은 본 황녀가 황녀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느니라.”
황녀라는 직함이 가진 무게.
그것에 따라갈 수 없는 자신의 능력.
그리고 주변의 무시.
그 모든 것에 저항하며 살기에 샤를은 아직 너무나도 어리고 약했다.
지금이야 거만으로 그것을 버티고 있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버텨 줄지는 의문이었다.
“아무튼. 그 고양이가 배가 고픈 것 같으니 여기서 간단하게 식사라도 하겠느냐?”
샤를은 애써 밝게 웃으며 말했고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둘은 곧장 달의 신전으로 향했다.
달의 신전에 도착하니 아직 세레스티아는 돌아오지 않았단다.
“그런데 성녀님과는 무슨 약속을 하였느냐?”
“악마와 관련된 일이니 네가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샤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자신이 쓸모없다는 듯한 의미라고 받아들인 모양이다.
“난 누구에게나 이렇게 말하니까 깊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하네.”
“아, 아. 그런 것인가? 후후! 그럼 본 황녀가 뭔가 해 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 보겠느냐?”
“딱히 없다.”
이안은 딱 잘라 말했고 그녀는 또다시 시무룩해졌다.
그때 수인족 사제 두 명과 함께 세레스티아가 신전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앗. 벌써 오셨나요?”
“예.”
“그런데 옆의 분은…… 어머? 샤를 황녀님 아니신가요?”
세레스티아는 방긋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 인사를 받아 준 샤를이 뒤로 물러나자 세레스티아는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열었다.
“이것을 봐 주시겠습니까?”
“뭡니까? 이게.”
이안은 그녀가 가방에서 빼 내민 서류를 훑어보았다.
제도의 지도다.
외부와 중앙 구역에 몇 개 표시된 부분을 가리키며 세레스티아는 진지하게 말했다.
“제도 내에서 붉은 달을 따르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은 그들의 흔적이 남은 곳입니다. 물론 가 봤지만 마땅한 흔적은 없더군요.”
<그녀의 말대로입니다.>
<현재 제도의 외부 구역 쪽과 중앙 구역에서 붉은 달 신앙이 은밀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이게 퍼지고 있다고요?”
“예.”
“왜죠?”
“글쎄요. 저도 조사를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세레스티아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샤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붉은 달?”
“응. 뭐 아는 것이라도 있나?”
“전에 나한테 말을 걸었던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느니라.”
“응?”
이안과 세레스티아가 바라보자 샤를은 머뭇거렸다.
“한 달 전쯤이었다. 제국 아카데미의 도서관에 있을 때였어. 몇몇 애들이 찾아왔었지.”
그때 구석에서 혼자 책을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와 혼자 있는 것이 심심하지 않냐고 하면서 같이 가자고 했었다.
“그게 소규모 집회라고 했는데…….”
“그런데 왜 안 갔지?”
“애초에 친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오탈의 추종자라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추종자? 그럼 아까 그놈 중 하나라는 건가?”
“아까 그대에게 당한 자. 그가 토완 자작가의 후계자 에시르 토완인데…… 그가 제안하더구나. 같이 가자고.”
<토완 자작은 철혈공의 부하 중 하나입니다.>
‘연결 고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는군.’
“그 집회가 설마 붉은 달의 집회인가요?”
끄덕.
샤를이 고개를 끄덕여 답하자 이안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냐는 거겠군? 본 황녀는 늘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느니라. 그때 보았다. 그 아이가 책에다가 무언가를 꽂아 넣던 것을.”
그래서 그걸 봤는데 그 쪽지에 붉은 달의 문양과 함께 뭔가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와. 이런 우연이! 샤를 황녀님. 그 글자가 기억나시나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끄적거렸다.
세레스티아는 그녀가 보여 준 쪽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문자가 있나요?”
“몬스터들이 쓰는 문자입니다.”
“어? 그게 무슨 소리더냐? 몬스터들이 문자라니. 몬스터는 문자를 쓰지 않느니라.”
믿을 수 없다는 듯 샤를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고 세레스티아 역시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지, 진짜인가?”
“요 근래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더군요. 특히나 몬스터들이 신앙을 가진 흔적도 보이고……. 하지만 아쉽게도 저는 그 문자의 해석은 불가능합니나. 본단의 사제님들이 가능하니 그곳으로 보내…….”
“달이 뜨지 않는 밤. 집회가 예정되어 있으니 모두가 모이길 바란다.”
“……예?”
“제가 이거 읽을 줄 압니다.”
이안은 샤를이 준 종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세레스티아는 의문을 품었다.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그리 어려운 문자는 아닙니다. 규칙만 알아내면 쉽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역시 대단하시네요!”
프레돈 아카데미에서도 이안의 학식은 알아주는 것이다.
그러니 그녀는 그저 감탄했고 샤를은 놀라워했다.
힘만 센 줄 알았는데 저 정도 학식까지 가지고 있다니.
“왜 그렇게 봐?”
“아, 아니. 조금 부러울 뿐이다. 그대는 강하고, 또 재능도 많고…….”
세레스티아도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은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부러울 따름이다.
성녀인 그녀도 이안을 볼 때마다 부럽다고 생각하는데 샤를은 어떻겠는가.
“본 황녀도 그대의 반만큼이라도 강해질 수 있다면…….”
“강해지는 거야 그리 어렵지 않지. 중요한 것은 정신이야.”
“무슨 소리인가?”
“역경에, 고난에, 불합리에 저항하고자 하는 강력한 마음만큼 강한 것은 없어.”
“그대가 정신론을 말할 줄은 몰랐군.”
샤를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고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힘 같은 것은 약간의 기회와 도움만 있으면 얻기 쉬워.”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이안을 보았다.
그 시선을 무시한 채 이안은 세레스티아에게 말했다.
“마침 내일이 달이 뜨지 않는 밤이니 한 번 더 조사를 해 보도록 하죠.”
“그럼 그때 저도 합류하겠습니다.”
세레스티아가 주먹을 꼭 쥐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세레스티아와의 만남을 마치고 이안은 제국 아카데미로 향했다.
돌아가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던 샤를이 문득 물어 왔다.
“저기. 그대가 아까 한 말이 사실인 게냐?”
“뭐? 힘을 얻는다는 게 쉽다는 거? 어느 정도냐에 따르긴 하지만 마스터 정도라면 쉽지.”
<영약 하나 먹이고 운기조식만 도와주면 되는 것이니까요.>
프레돈 아카데미에 시약 제조실을 만든 이상 영약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거기에 필요한 재료들도 대부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샤를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몇 번이나 머뭇거리고 망설였지만 그녀는 끝까지 거만함을 유지했다.
그것만이 자신을 지키는 보호막인 것처럼 말이다.
“……좋겠구나.”
필사적으로 욕망을 억누른 그녀는 애써 거만하게 웃었다.
“뭐 이 정도 가지고. 아무튼 안내는 고마웠다.”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거라.”
새침하게 말한 그녀는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떠나고 잠시 후.
아카데미의 교관들이 이안을 맞이하기 위해 달려왔다.
“이안 백작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연구실로 가시죠!”
“아니 연구실이 문젠가?! 지금 대련장부터 가야…….”
“학회장님께서 먼저 만나자고 하신다고!!”
꽤나 많은 이들이 이안의 힘을 조금이라도 얻고자 달려들었다.
그들의 눈에 가득 차 있는 욕망을 마주하던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이곳에도 연구실은 있겠죠? 거기 좀 본 후에 숙소에 가 봤으면 싶습니다.”
“아. 아아. 예. 그, 그러시죠.”
교관들은 직접 나서서 이안을 안내했다.
연구실뿐만 아니라 도서관, 그리고 훈련장에 다른 시설까지.
여러 가지를 보여 준 후 마지막으로 간 곳은 프레돈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머물 장소인 제국 아카데미의 기숙사였다.
화려한 기숙사 앞에 도착하자 교관들은 손바닥을 비볐다.
“원하신다면 저희 마법동에 더 좋은 숙소를 마련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전투 훈련동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면 제도에 있는 제 저택은 어떻습니까?”
그들이 말하고 있을 때.
이안은 기숙사를 힐끔 보았다.
그곳으로 오탈과 그의 추종자들이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아까 이안에 의해 입은 부상이 없는 것이 치료라도 따로 받은 모양이다.
<주인님이 오신 것 때문에 견제하며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 그럼 어떤 방법을 쓰는 것이 좋을까. 그냥 고문할까?’
<그것보다는 누군가 대리로 움직여 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요.>
그때 그의 시선에.
터덜터덜 기숙사로 들어가고 있는 샤를이 걸렸다.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힘껏 문을 열고 애써 오만함을 유지하는 그녀를 본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좀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