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26화(226/300)
◈ 제226화
113. 저항하는 자 – 2
기숙사 문을 여니 꽤 많은 생도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이안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다가와 말을 걸지는 않았다.
“자, 여, 여기로 가시죠.”
계단을 타고 올라가 2층에 있는 빈방에 들어갔다.
프레돈 아카데미에 있는 기숙사와 큰 차이가 없는 방이었다.
“원래 아카데미 교류전을 하면 이런 식으로 방을 제공합니다만 사실 백작님께서 쓰시기에는 매우 비좁습니다. 원하신다면 더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안을 마법동으로 데리고 가고 싶었던 교관 하나가 말했다.
그를 힐끔 본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 그러시군요.”
아쉬움이 철철 묻어나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가방을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방은 딱히 좁지도 않았고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불편하면 어떤가.
그냥 워프 써서 프레돈 아카데미로 가면 그만이다.
“환영회 겸 파티를 준비했는데…….”
“그것도 괜찮습니다.”
시무룩.
교관들이 고개를 푹 숙이자 이안은 문을 잡았다.
“쉬어야겠습니다.”
그의 축객령에 교관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그들이 나가자마자 이안은 키르케에게 말했다.
“붉은 달과 관련된 것이 있나 탐색해.”
<탐색을 시작합니다.>
이안의 위치를 중심으로 탐색 범위가 넓혀졌다.
제국 아카데미 전역과 그 일대까지 탐색 범위를 지정한 키르케는 빠르게 조사를 마친 후 보고했다.
<제국 아카데미 내 붉은 달 신앙과 관련된 물품을 보유한 자는 총 7명입니다.>
<그중 에시르 토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확인하러 가시겠습니까?>
“굳이 지금 갈 필요는 없겠지. 전원 추적 대상으로 지정해 놓고 문제 생기면 바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키르케에게 임무를 부여한 이안은 가부좌를 틀었다.
명상을 시작하려는 찰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진짜 혼자 왔네?”
메이였다.
그녀는 홀로 방을 쓰는 이안에게 빙긋 웃었다.
“저녁은 먹었어?”
“아까 샌드위치 먹었다. 그런데 왜?”
“일정 없으면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그러지.”
그가 일어나자 침대에서 식빵을 굽던 먀네가 몸을 일으켰다.
폴짝 뛰어 그의 어깨에 올라간 먀네를 쓰다듬어 준 메이는 이안과 함께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필로아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래? 우리 셋만 가는 건가?”
“뭐 더 있어야 하나? 몇몇 애들이 관심을 보이긴 했다만. 원한다면 소개시켜 줄게.”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로비에 있던 생도들 중 일부가 힐끔거렸다.
자기도 데리고 가 달라는 듯한 시선을 받은 메이가 응시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 많으면 번잡스럽지. 한 명만 더 데리고 가자고.”
그는 로비 구석에서 홀로 책을 보고 있는 샤를을 가리켰다.
“샤를. 저녁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가자.”
“……흥. 기다리거라.”
콧방귀를 뀌면서도 그녀는 주섬주섬 일어났다.
그녀가 올라가자 메이는 신기해하며 이안을 보았다.
“샤를 황녀님이랑은 무슨 사인데?”
“별 사이 아니야.”
“흠…… 샤를 황녀님이라. 네가 좋아할 만한 사람 같지는 않은데. 좀 의외네?”
“왜?”
“일단 거만하잖아.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샤를 황녀님의 실력은 좋게 봐줘도 프레돈 아카데미의 중급 수준인데.”
냉정하게 보면 하급 수준이고.
이안 정도 되는 강자와는 수준이 맞지 않을 것이다.
궁금해하는 그녀에게 이안은 피식 웃었다.
“내 입장에서는 너나 샤를 황녀나 똑같다.”
“우와. 그런 말을 대놓고 하다니.”
사실만 말한 거라 메이는 딱히 상처받지 않았다.
그사이 바깥에서 기다리던 필로아가 들어왔다.
“야. 이안 데리고 온다더니 뭐 이리 시간이 오래 걸려?”
“샤를 황녀님도 같이 가기로 했어.”
“어? 샤를 황녀님이?”
필로아도 의외였는지 메이와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에게도 이안이 똑같이 말해 줬을 때 샤를이 문을 열고 나왔다.
“어디로 갈 거냐?”
“트로반이라는 곳이지. 거기 양고기가 고급지고 맛있어.”
“흥. 고급진 것으로 따진다면 황궁의 요리장 것만 못할 것이니라.”
뒤에 있던 샤를이 거만함을 담아 말했다.
그걸 들은 필로아는 이안에게 작게 말했다.
“저렇게 거만한 사람이랑 같이 다니려는 네 생각을 난 모르겠다.”
“굳이 알 필요 있나. 자. 가자고.”
제국 아카데미에서 나와 조금 걷자 꽤나 화려한 식당이 보였다.
그곳으로 들어가자 깔끔하게 차려입은 종업원이 그들을 반겼다.
“이곳에서 가장 좋은 자리로 안내하거라.”
종업원은 공손하게 그들을 안내했다.
그를 따라 3층에 올라가자 테라스에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제일 비싼 것으로 가져오도록.”
“저기 황녀님? 제가 사는 건데 주문을 그렇게 하실 필요가…….”
“본 황녀가 사겠느니라.”
“그럼 얘기가 다르죠.”
거만한 표정으로 주문한 샤를은 종업원이 가자 다시 입을 다물었다.
딱히 할 이야기가 없었나 보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그녀에게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이안은 입을 열었다.
“너희 혹시 붉은 달의 신앙이라고 아냐?”
“뭐야? 그건 또.”
필로아는 모르는 듯싶었지만 메이는 달랐다.
유적학에 관심이 많은 그녀이기에 그녀는 아는 수준에서 붉은 달 신앙에 대해 말해 주었다.
“세레스티아 성녀께서 하신 말씀과 같구나.”
“그렇겠지. 혹시 제국 아카데미 내에서 붉은 달 신앙이 퍼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뭐 아는 것 있어?”
그건 없었다.
메이가 고개를 젓자 샤를은 이안을 힐끔거렸다.
“본 황녀의 정보는 의미가 없는 것인 게냐?”
“아니. 의미는 있지.”
“그럼…….”
“원래 정보는 여기저기서 알아내야 하는 법이니까.”
짧은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 요리가 나왔다.
곧장 테이블 위에 요리들이 놓이자 이안은 먀네에게도 접시를 내밀었다.
“먀아아~.”
“그나저나 하던 조사는 어떻게 됐어? 듣자 하니 대초원 쪽에서 난리가 났다면서?”
“그쪽 조사는 대충 끝났어.”
“대충이라면?”
“여기에도 연관된 것이 있더군.”
“그게 붉은 달 신앙인가?”
“그래.”
필로아와 메이의 표정이 굳었다.
이안이 직접 조사해야 할 정도라면 꽤나 큰 문제다.
특히나 붉은 달 신앙은 인신 공양을 기본으로 하는 신앙이다.
꽤나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인데 그게 제도에서 발생했다고 하니 걱정이 안 될 리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안은 꾸역꾸역 나온 요리를 먹었고 먀네도 얌전히 고기를 우물거렸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자 필로아와 메이는 샤를을 보았다.
“감사합니다. 황녀님. 잘 먹었습니다.”
“저도요.”
“별것 아니니라.”
“그래도요. 황녀님은 외가의 지원 없이 황실에서 지급되는 지원금만 받으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이 정도는 문제없느니라.”
하지만 계산할 때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 식사 비용이 꽤 나왔나 보다.
아마 당분간은 생도 식당에서 끼니를 때워야 할 거다.
“밥은 잘 먹었으니 이제 볼일 보러 가야겠군. 자. 해산하자.”
“어디 가는데?”
“붉은 달 신앙의 집회가 있었다는 곳. 제도 중앙 구역에도 몇 곳 있으니까 가서 확인해 보고 오려고.”
“같이 갈까?”
“됐어.”
“제도는 초행이잖아. 길 안내는 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안은 샤를을 보았다.
당황한 그녀가 고개를 저으려 하자 필로아는 감탄했다.
“이야! 이안. 너 혹시?”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다.”
그가 샤를을 꼬셔서 제국의 권력 중추에 들어가려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필로아는 머쓱해했다.
그리고 샤를은 이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속셈으로 본 황녀에게 접근한 것인가?”
“접근은 네가 먼저 했거든? 그리고 권력 같은 것에는 관심 없다.”
이안은 딱 잘라 부정했고 필로아는 머쓱해했다.
“네가 그럴 속셈이라면 내가 좀 도와줄까 했지. 아무튼 샤를 황녀님께서 안내해 주시겠다면…… 뭐 문제는 없겠지. 그럼 우리는 들어가 볼게.”
필로아와 메이가 떠나자 샤를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안을 보았다.
“본 황녀를 어떻게 해서 권력을 얻으려는 생각이라면 관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몸은 권력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그런 건 관심 없다. 그리고 너도 따라오지 않아도 괜찮아.”
어차피 혼자 갈 생각이었던 이안이 몸을 돌리고 걸어가자 샤를은 머뭇거리다 그를 따라갔다.
그녀를 슬쩍 본 이안은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이 걸어 도착한 곳은 중앙 구역에 있는 작은 건물이었다.
“세논 음악 교실이라. 악기 연주 같은 것은 귀족의 소양 중 하나라 외부에서 따로 익히는 생도들도 많느니라.”
“제국 아카데미에서 대충 가르치나 봐?”
“그런 건 아니고 좀 더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이들만 가는 곳이니라. 그런데 이곳이 붉은 달 신앙과 관련되어 있다니. 놀랍군.”
건물 앞에 선 채 중얼거린 샤를은 이안을 보았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관리인으로 보이는 덩치 큰 남자가 그 앞을 막았다.
“회원증을 보여 주십시오.”
“들어가는 데 회원증이 필요한가?”
“이곳은 고위 귀족분들께서 오시는 곳입니다.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지요.”
둘을 약간 우습게 보는 듯한 시선에 샤를은 인상을 찡그렸다.
“본 황녀가 누군 줄 알고! 본 황녀는 샤를 데 블라드! 제국의 황녀다!!”
“……아. 그러시군요. 몰라뵈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황녀님이라고 하시더라도 저는 막아야 합니다.”
순간 당황한 듯 싶었지만 그는 냉정했다.
그녀가 한마디 더 하려는 찰나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하는 곳이길래 황녀가 들어가는 것도 막아? 그러니까 더 수상한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회원증이 없으시다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싫다면?”
“……그렇다면 저희도 어쩔 수 없지요.”
그는 목에 걸고 있던 피리를 불었다.
그러자 건물에서 커다란 덩치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왔다.
“뭔데?”
“황녀님과 뭐 하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분들께서 회원증도 없이 들어오시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덩치 큰 남자들은 히죽 웃었다.
“귀하신 분들의 몸에 손을 대기 싫습니다. 돌아가 주십시오.”
“보아하니 너희들은 귀족이 아닌 것 같고. 그런데도 이렇게 겁 없이 날뛴다는 것은 뒤에 꽤 높은 분이 있다는 얘기겠는데…….”
이안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철혈공?”
그 이름을 듣자마자 표정이 바뀐다.
그들이 천천히 둘러싸기 시작하자 샤를은 움찔했다.
“이, 이안. 괜찮은 건가?”
“괜찮지.”
이안은 손을 들었다.
그 순간 수십 개의 마법진이 나타났고 그걸 본 덩치들이 몸을 날리려 했지만.
“바인드.”
이안의 마법이 더 빨랐다.
포박된 그들이 딱딱히 굳자 이안은 성큼성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따라가며 샤를은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은 건가? 이 건물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
“이 건물에?”
계단을 타고 올라간 이안은 굳게 닫힌 문을 걷어차며 말했다.
“붉은 달을 위한 예배당.”
안쪽에 드러난 것은 평범한 연주실이었다.
주위를 둘러본 샤를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없잖은가.”
“있어.”
그는 당당하게 벽 쪽으로 가 냅다 주먹을 후려갈겼다.
그 충격에 벽이 갈라지며 안이 드러난다.
그걸 본 샤를은 충격에 빠졌다.
그 안에 있는 제단 위에.
사람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