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3화(23/300)
◈ 제23화
12. 그게 뭐 어쨌는데 – 1
이안은 다른 철광석들도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꽤나 꼼꼼한 그의 모습에 주인은 의아해했다.
“혹시 대장장이십니까?”
“그런 건 아니고……. 이거 좀 더 구할 수 있을까?”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한 열 상자?”
“마침 열 상자 있으니 그걸 보내 드리죠.”
“얼마지?”
이안의 말에 상인은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안 주셔도 됩니다. 도련님 친구분 같으신데. 그냥 드리지요.”
“그럴 순 없지. 다음에도 틈틈이 이용할 예정인데.”
“정 그러시다면…… 한 상자에 1골드만 받겠습니다.”
“너무 많이 받는 것 아냐?”
“이번에 중부의 몬스터들이 심하게 날뛰어서 물건을 받는 과정이 좀 복잡해졌습니다. 요새는 원가보다 운송비가 더 비쌉니다.”
“에이. 아저씨. 그래도 그렇지.”
발라가 더 따지려 하자 이안은 그를 말렸다.
“그만해.”
“야. 너 돈도 없잖아.”
“이안. 돈 빌려주랴?”
블랜치가 돈주머니를 들었다.
그에게도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저번에 몬스터 재료 판 돈 남았어.”
“너 집에서 용돈도 못 받잖아. 그냥 내가 사 줄게. 고작 10골드야…….”
“괜찮아.”
돈이야 얼마든지 벌 수 있다.
그렇기에 이안은 주머니에서 10골드짜리 금화를 꺼내 내밀었다.
“그나저나 여기서 취급하는 남부의 광석은 이게 단가? 포다즈는?”
이안이 포다즈를 언급하자 그의 표정이 흐려졌다.
“그게…… 마탑에서 요새 주문량이 늘어서. 일단 한번 구해 보겠습니다만 기대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조금이라도 괜찮으니까 구해 줘.”
“알겠습니다.”
주인은 꾸벅 인사를 한 후 상자를 가리켰다.
“이건 어디로 보내 드릴까요?”
“아카데미 중급 B반 이안 브랜든.”
“알겠습니다! 남부 물건 중에 필요한 것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찾아와 주십시오!”
그의 인사를 받으며 이안 일행은 밖으로 나갔다.
“야. 이안. 내가 돈 빌려줄 수 있다니까?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지금 사지?”
“어차피 조만간 몬스터 처치 훈련 있잖아.”
딱히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없고 그때 잡아서 벌면 된다.
이안이 대수롭지 않아 하자 블랜치는 아쉬워했다.
“야. 그래도 너 가진 돈 거의 다 쓴 거잖냐. 이제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쟤들로 벌지. 뭐.”
골목에서 덩치 큰 이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각자 무기에 몽둥이나 무기를 들고 살기가 가득해 보인다.
“저 새끼들이다!!”
“앗?! 저놈들은?!”
아까 이안이 잡은 소매치기와 한패였나 보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고 치고 왜 블랜치와 발라를 보고 화를 내는 것일까.
셋은 의아해하다가 동시에 박수를 쳤다.
“아!! 걔네!”
전에 마을에 나왔을 때 마주쳤던 자들이었다.
그들을 향해 발라는 씩 웃었다.
“이안. 쟤들 잡아서 번 돈 다 줄 테니까 이따가 야금술 좀 가르쳐 줘.”
“오늘 산 철광석들 제련할 때 가르쳐 주지.”
블랜치는 근처에 있는 가게에 있는 긴 걸레 봉을 잡았다.
“너한테 배운 걸 시험해 볼 때가 되었군.”
“하! 저 겁대가리 없는 놈들이!!”
“감히 보리단파를 상대하려고 해?!!”
“다 죽여 버려!!”
열댓 명의 거한들이 달려오기 시작하자 블랜치는 투덜거렸다.
“발라. 내가 생도복 입고 가자고 그랬잖냐.”
마을에 나간 김에 놀고 올 예정이라 갈아입었는데.
그 때문에 쓸데없는 것을 패게 생겼다.
“이야아압!!”
한 명이 뛰어올라 이안을 노렸다.
그를 후려쳐 날려 버린 이안은 검을 뽑았다.
“이미 입고 온 거 어쩔 수 없지. 자.”
그리고 검을 움직여 한 명을 베어 넘겼다.
“전부 쓸어버려.”
그의 지시에 발라와 블랜치는 흉포한 웃음을 드러냈다.
* * *
며칠 전 뒷골목을 차지한 보리단파의 보스인 보리단은 금고에 돈을 넣어 두고 뿌듯해했다.
“아이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됐어. 어차피 쓰레기 같은 놈들 베는 정도인데.”
그는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가면인에게 연신 굽신거렸다.
석 달 전쯤 자신을 찾아온 가면인은 부하들을 두들겨 패고 고용해 달라 청했다.
겁에 질려서 그를 고용한 결과 보리단은 빠르게 뒷골목을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강자가 자신에게 찾아온 것이 복인지 화인지 그도 알 수 없었다.
거기에 상대가 누군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가면이라도 벗든가.
하지만 저 가면인은 단 한 번도 자신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불안했다.
그저 자신을 이용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선생님. 우리도 함께 지낸 시간이 있는데 이제 성함 정도는 알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로 필요에 의해서 손잡은 거니까 쓸데없는 질문은 말자. 그보다 정보는 들어왔나?”
“아, 아뇨. 말씀하신 노인과 닮은 사람은 아직…….”
“계속 찾도록.”
가면인이 싸늘하게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자의 정체 따위 알 게 뭔가.
중요한 것은 뒷골목을 손에 넣었다는 거지.
‘만약 날 배신하려는 것이라면…….’
그럼 몰래 치면 된다.
아무리 저 가면인이 강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칼 맞으면 죽지 않겠는가.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와지끈!!
그때였다.
밑에서 들리는 소란에 그는 황급히 창문을 열었다.
“뭐야?!”
부하들이 웬 애송이 셋에게 두드려 맞고 있었다.
그것을 본 보리단은 이를 갈았다.
“선생님!! 부탁드리겠……. 응?”
가면인은 창 밑을 빤히 바라보았다.
한 번의 미동조차 없이 응시하던 그는 검을 챙겨 들었다.
“저 녀석. 내가 맡는다.”
그리고 훌쩍 창문 밑으로 뛰어내렸다.
가면인의 말에 보리단은 의아해했다.
“셋인데 왜 녀석이야?”
* * *
자기 패거리가 당했기 때문일까?
골목에서 그들의 동료로 보이는 패거리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아카데미의 중급생도들에게는 허접한 자들에 불과했다.
“하하! 자식들아! 덤벼 봐!”
블랜치는 크게 웃으며 봉을 휘둘렀다.
그때 허공에서 떨어진 가면인이 그의 봉을 피해 내고 복부를 걷어차 버렸다.
“꾸웩!!”
일격에 튕겨 나간 그가 바닥을 구르자 가면인은 빠르게 튀어 나가 발라도 걷어찼다.
순식간에 둘을 쓰러트린 가면인은 검을 뽑고 이안에게 겨눴다.
“윽…… 뭐, 뭐야?”
너무 빨라서 뭐에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블랜치는 이안을 마주 보는 가면인의 모습에 기겁했다.
“헉!! 저, 저 검은?!”
“아야야야…… 뭔데 그래?”
“제기랄! 이안!! 합류해! 같이 싸우자!”
블랜치의 외침에 발라는 의아해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에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검화단의 검이다!!”
그의 외침에 이안은 당당하게 물었다.
“그게 뭐 어쨌다고?”
한순간 침묵이 뒷골목에 자리 잡았다.
이안의 시큰둥한 답에 블랜치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가에서 저 검의 문양을 모르는 자는 없다.
꽃의 검이 찾아오는 날 무가의 이름이 떨어지리니.
꽃을 두려워하라.
무인의 숲에서 가장 호전적이고 강한 세력인 검화단의 선언은 대륙의 많은 무가들에 전해지는 이야기다.
그 정도로 검화단의 검은 무섭고, 강했다.
아무리 이안이라고 하더라도 검화단의 검사는 쉽게 상대할 수 없을 거다.
“젠장! 발라!! 우리 둘이 시간 벌고 이안이 공격하게 해야 해!!”
“검화단이 그렇게 강한가?”
세 명이나 달라붙어야 할 정도로?
이안이 중얼거리는 사이 둘이 뛰어들었다,
두 명이 동시에 가면인을 노린다.
하지만 그는 여유롭게 오러가 담긴 검으로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낸 후 손을 움직였다.
-퍽!! 퍽!!
시간을 벌긴커녕 한 방에 나가떨어져 버렸다.
그걸 본 이안은 검을 가볍게 까딱였다.
“살기도 없고 손속에 정을 두고 있네? 일격에 죽일 수 있었으면서도 안 죽였어.”
“강자를 앞에 둔 꽃의 검은 그 외의 것은 베지 않는다.”
저자의 실력이라면 아까의 일격으로 둘을 죽일 수 있었으리라.
그런데도 죽이지 않았으니 그에 대한 보답을 해주는 것이 낫겠지.
“좋아. 그럼 나도 목숨은 살려주지. 그 전에 서로 통성명이나 할까?”
“통성명이 필요한가?”
“그야 당연하지.”
이안은 싸늘하게 웃으며 달려갔다.
“누구한테 칼 맞았는지는 알아야 덜 억울하지 않겠어?!”
-채애앵!!
오러가 실린 검과 일반 검이 부딪쳤다.
하지만 이안의 검이 부러지는 일은 없었다.
그것에 가면인은 만족했다.
역시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이안 브랜든. 아카데미 중급 B반의…….”
-으드드득!!
검이 밀린다.
오러가 담긴 검이 오러가 없는 검에 밀려 버리고 있었다.
가면인을 힘으로 밀어내 버린 이안은 그를 추격했다.
“대표다.”
-채애애앵!!
또다시 묵직한 일격이 실린다.
그것을 막아 내고 뒤로 몇 걸음 더 물러난 가면인은 신기해했다.
“굉장하군. 어디서 배웠나.”
“글쎄?”
가면 안쪽의 눈동자가 흥미와 도전 욕구로 빛나자 이안은 검을 겨눴다.
“그리고 난 이름을 밝혔는데 사람이 양심이 있다면 너도 밝혀야 하지 않을까? 가면도 좀 벗고.”
나직하게 웃은 가면인은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 순간.
-우우우웅!!
낮은 진동음과 함께 오러가 모여든다.
아까보다 훨씬 진한 푸른 빛의 검이 만들어지자 그는 이안에게 뛰어들었다.
“벗겨 봐라.”
좀 더 실력을 드러내는 가면인을 향해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원한다면.”
-챙!! 챙!!
블랜치의 말처럼 검화단 검사의 실력은 에이스윈과는 차원이 달랐다.
오러의 결집력도, 양도, 질도.
순수한 검술 실력도.
모든 부분에서 그가 훨씬 뛰어났다.
오러 실린 검과 몇 차례 검을 부딪치며 이안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검의 내구도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버텨 준 거면 훌륭하다만…….’
-으득!
검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안은 아쉬워하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고작 이 정도냐?!”
갑자기 그가 소극적으로 변하자 가면인은 검을 강하게 내리친다.
그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막아 내던 이안은 공격을 가볍게 피해 버렸다.
“윽?!!”
교묘하게 몸을 움직여 피하고 팔꿈치로 가면인의 옆머리를 후려쳤다.
한 대 맞은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후 고개를 몇 번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칫……! 검사가 검을 쓰지 않고 이따위 잡기를 쓰다니!”
“나 검사 아닌데.”
“뭐?”
“야! 블랜치! 안 싸울 거면 그것 좀 줘봐!”
블랜치는 얼른 자신이 쓰던 봉을 던졌다.
그것을 잡고 빙글빙글 돌린 이안은 한계에 다다른 카르자의 검을 검집으로 되돌리고 가면인에게 봉을 겨눴다.
“봉이라……. 다시 물으마. 너를 가르친 자가 누구냐.”
“말해 줘도 모를걸?”
“검을 쓰는 모습을 보면 검성 같고…… 하지만 여러 무기를 다루는 것을 보니 숲지기인 것 같기도 하군.”
“뭔 말이 많냐.”
이안은 가볍게 봉을 휘둘렀다.
그것을 막아 낸 검화단 검사는 뒤로 물러나며 감탄했다.
오러가 담긴 검을 그냥 목봉으로 쳤는데 목봉은 멀쩡해 보였다.
‘이놈…….’
뭐 하는 놈일까.
아니, 무슨 수를 쓰는 것일까.
‘새로운 검화단의 인재가 되기 충분한 녀석이다. 단주에게 알려야겠군.’
뒤로 물러난 그가 자세를 잡자 이안은 빙글 봉을 돌리며 말했다.
“그 검 좋아 보이네. 내놔.”
“흠…… 좋다.”
“음?”
<생각보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자로군요.>
‘그러게 말이야.’
달란다고 줄 줄은 몰랐다.
이안과 키르케가 감탄하는 사이 가면인은 차갑게 말했다.
“내 질문에 답해 준다면 주지.”
‘그렇지도 않네.’
<힘을 써야 정신을 차리는 자들은 어느 세계든 있기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