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31화(231/300)
◈ 제231화
116. 이것마저 포기하면 – 1
며칠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생도들 전원이 무사히 제국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발라와 박바레가 기숙사에 짐을 풀자 이안과 함께 마중 나갔다 온 하륜은 어이없어했다.
“야. 왜 마스터 둘이 제일 늦냐?”
“오다가 이래저래 몬스터가 많아서 처리하다 보니 늦었어.”
발라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옆을 가리켰다.
그와 같은 방을 쓰게 된 박바레 역시 머쓱하게 웃었다.
“산적부터 시작해서 몬스터까지. 그런 거 거의 다 잡고 왔거든. 아. 이안. 네가 말한 그런 건 하나밖에 못 봤어.”
박바레는 품에서 꺼낸 뿔 하나를 던져 주었다.
그걸 받은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얘기는 들었어. 넌 오자마자 사고 쳤다면서?”
“에이. 이 정도 가지고 사고는 무슨.”
제도의 성문을 날려 버린 정도면 대형 사고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평온했고 박바레는 히죽 웃었다.
“그런데 너 요새 여자 만난다면서?”
“아까 아카데미 들어오면서 들었는데 장난 아니더라. 응? 아주 아닌 척하더니. 제법이야?”
그가 놀리듯 말하자 어제 온 그래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도 처음 얘기를 듣고 신기해서 이안과 샤를의 훈련을 찾아가 봤었다.
그런데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어? 아냐? 막 가르치면서 애정이 꽃피고 그런 거 없어?”
“가서 보면 알 거다. 슬슬 갈 시간이니까.”
그래진은 시간을 확인하고 일어났다.
슬슬 단체훈련을 할 시간이 되었다.
그가 말하자 박바레는 기겁했다.
“아니?! 우리 방금 도착했는데?!”
“그럼 너희는 쉬든가.”
무덤덤하게 말한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나가자 방에 있던 이들은 결국 쫄래쫄래 그를 따라갔다.
훈련장에는 이미 프레돈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도 나와 개별 훈련을 하고 있었다.
“프레돈 아카데미 생도들은 모두 이리로 와라!!”
옆에서 가열하게 훈련하는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을 힐끔 본 아란세가 외치자 B반 생도들이 모였다.
그들을 앞에 둔 아란세는 바로 인원을 나눴다.
“1조와 2조로 나눌 거다. 마법사들 이동해.”
하륜과 오에리나, 그래진과 윌디.
둘이 다른 조로 이동하자 블랜치는 번쩍 손을 들었다.
“이안은요?”
“쟤는 열외다. 이안. 빠져라.”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난 이안은 제국 아카데미 쪽을 보았다.
그쪽도 팀별로 나뉘어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샤를은 혼자 서 있을 뿐이었다.
“저 여자가 샤를 황녀인데…….”
“이안이랑 요새 같이 다닌다는 황녀가 저 여자지? 와. 되게 예쁜데?”
박바레가 놀라며 말하자 오에리나와 위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나만큼 예쁘지.”
“근데 좀 평범하게 생기지 않았나?”
약간의 질투심을 담아 그녀들이 투덜거리듯 말하자 생도들은 무시했다.
그사이 발라는 웃으며 이안에게 다가가 그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좋으시겠어? 응? 저렇게 예쁜 황녀님과 단독 훈련이라니.”
“안 그런 척하면서 이안도 예쁜 사람 좋아한다니까?”
박바레까지 웃으며 놀리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사람인데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당연히 좋아하지.”
그 말에 프레돈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모두 몸을 배배 꼬며 웃었다.
다들 자기들이 잘생기고 예쁘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아란세는 이안에게 말했다.
“샤를 황녀도 열외 중이니까 갔다 와라. 저쪽 교관에게는 말해 놨으니.”
“알겠습니다.”
아란세의 허가를 받은 이안은 바로 샤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와, 왔느냐?”
샤를의 눈에 두려움이 서렸다.
애써 그것을 거만함으로 감춘 그녀가 맞이하자 이안은 늘 그런 것처럼 무뚝뚝하게 말했다.
“시작하지. 먀네. 내려와.”
“먀아아아~.”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가 폴짝 뛰어내렸다.
그걸 보며 샤를은 검을 꽉 잡았다.
“몸에 긴장 풀어. 쓸데없이 힘이 들어가 있어.”
“아, 알겠느니라.”
“처음부터 시작해. 일초. 수령강림.”
이안이 말하자 샤를은 바로 검을 움직였다.
금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빠르고 아름답게 검을 움직이는 그녀를 본 발라와 박바레는 감탄했다.
하지만.
-퍽!!
“아악!!”
이안의 검면은 가차 없이 그녀의 빈틈을 후려갈겼다.
크게 나가떨어진 그녀를 향해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옆구리 조심하라고 했을 텐데.”
“미, 미안하구나.”
“다시.”
그걸 보던 박바레는 식은땀을 흘렸다.
“항상 생각하는 건데 저 녀석은 진짜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다니까.”
“저정도면 천년의 핑크빛 감정도 핏빛 감정으로 바뀌겠다.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 그런 감정은 안생기겠는데……? 그나저나 저 때릴 곳 없어 보이는 사람을…….”
박바레와 발라가 말하자 블랜치는 의아해했다.
“때릴 곳 많아 보이는데? 허점투성이잖아.”
“그런 의미가 아니거든? 그나저나 황녀님을 저렇게 패도 되나?”
“샤를 황녀는 거의 무시받는 황족인 데다가…… 황제는 요새 내궁에서 나오지 않는다더라.”
“어? 왜?”
“나도 모르지.”
하륜도 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할 뿐이었다.
그들이 떠드는 사이 아란세는 인상을 찡그렸다.
강해진 것은 좋지만 B반의 긴장감이 너무 떨어졌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집중해라. 저기 오고 있으니까.”
이번에 같이 훈련하기로 한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이 오자 아란세는 바로 합동 훈련의 시작을 선언했고 곧장 훈련에 들어갔다.
그렇게 프레돈 아카데미와 제국 아카데미의 합동 훈련이 시작되었음에도 이안은 그쪽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윽!!”
“그 다리. 잘라 달라는 건가?”
그는 그저 샤를을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프레돈 아카데미와 제국 아카데미의 훈련이 끝나 갈 무렵.
샤를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크윽…… 정말…… 가차 없구나…….”
“봐주면서 해 주길 바라는 건가? 그럼 한 십 년 정도는 가르쳐야 할 텐데?”
“……이게 속성이라는 것이더냐.”
“그렇지.”
똑같이 움직였는데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이안이 대꾸하자 샤를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직 멀었음을 실감하고 있느니라.”
“그야 당연하지.”
위로 따위는 없었다.
냉정하게 그가 현실만 말하자 샤를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그때 훈련이 끝난 윌디와 위디아가 둘에게 다가왔다.
“이안. 내가 말하긴 좀 그렇지만 좀 살살 하는게 어때?”
“너랑 할 때도 살살 해 줄까?”
“아. 그건 아니고.”
이안과 함께하는 훈련이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아는 만큼 그럴 수는 없었다.
위디아도 그냥 샤를이 힘들어 보여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다.
“회복을 하러 가셔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일어서실 수 있으신가요?”
윌디가 부축해 주자 샤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그녀를 데리고 신전으로 향하자 박바레는 이안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런데 저 황녀님은 왜 제국 아카데미에서 안 챙기냐? 권력과는 좀 멀다고 하지만 그래도 황녀잖아. 거기에 친구도 없나?”
물론 그녀가 제국 아카데미에 입학할 정도의 실력이 아닌데도 입학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은 이안에게 배우고 있었다.
그에게 배우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 프레돈 아카데미 생도들은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말투 때문이 아닐까?”
그래진이 다가와 말하자 하륜은 쓰게 웃었다.
확실히 샤를 황녀의 말투가 이상하기는 했다.
“황녀님의 말투는 제국에서도 이제 거의 쓰지 않는 예법 같은 건데…….”
“아. 그래? 하지만 저런 말투여야…… 누가 옆으로 갈지 의문이다.”
“그나저나 샤를 황녀님은 왜 그걸 계속 유지하고 있지? 지금 황가에서 그걸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걸로 아는데.”
하륜이 말하자 다들 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몰라. 그리고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교류전이나 잘하라고.”
“에이~ 그건 걱정 마.”
6서클 마법사에 마스터까지 포함된 반이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기사단과 붙어도 질 수 없을 정도의 전력인데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당해 낼 수 있을까?
“메이에게 물어봤는데 제국 아카데미 측에서도 이번 교류전은 그냥 버리는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야.”
죽을힘을 다해서 기적적으로 B반 생도들을 이기면 뭐 하나.
이안이 개입하면 그걸로 끝인데.
“필로아가 그러더라. 제국 아카데미에는 너를 거품이니 뭐니 떠들던 놈들이 꽤 있다고 했었지.”
하지만 오자마자 성문과 성벽을 일격에 부숴 버렸다고 하니 다들 겁먹은 것이다.
당장 저걸 봐라.
이안이 있는 쪽으로는 아예 접근도 못 하고 있지 않은가.
“스완. 넌 왜 거기서 그러고 있냐.”
“예? 예? 아. 그, 그게요. 백작님.”
대초원에서 만났던 스완은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저기. 제 친구들이 이안 백작님과 프레돈 아카데미의 분들과 식사라도 같이하고 싶다고 하던데…….”
그쪽을 보니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있었다.
차마 말을 걸 수는 없어서 그나마 안면이 있는 스완이 나선 모양이다.
“우리 일정 이제 없냐?”
“없어.”
박바레가 고개를 끄덕이자 블랜치는 이안과 어깨동무를 했다.
“가자고. 밥은 저기서 사겠지.”
그의 팔을 잡아 어깨동무를 푼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난 할 일 있어.”
“어? 뭔 일?”
“샤를에게 마법 가르쳐야 해.”
“와. 검법에 마법에. 뭐 후계자라도 만드는 거야?”
그가 신기해하며 묻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후계자는 무슨. 그리고 이 정도는 너희들에게도 해 주는 수준이잖아?”
“그렇긴 하지만.”
“난 됐으니까 너희들끼리 가서……. 아. 먀네.”
“먀아~.”
이안은 옆에 있던 먀네를 들어 박바레에게 넘겼다.
“간 김에 얘도 좀 먹여 줘.”
“그럴까? 그럼 가 봐야겠군. 스완 양이라고 했지? 박바레다. 이쪽은…….”
이안이 빠진 것이 아쉽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도 한가락 하는 강자들이다.
거기에 가문도 무시할 수 없는 이들이고.
그렇기에 스완은 웃으며 그들과 함께 생도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주인님.>
<제국 아카데미 내부에 크레펜이 들어왔습니다.>
드래곤 실드 기사단의 단장이 뜬금없이 제국 아카데미를 찾은 이유가 뭔지는 알 만했다.
제국 아카데미 폐건물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리라.
“쓸데없는 얘기 하기 전에 나랑 먼저 얘기하게 하는 게 낫겠지.”
이안은 그가 간 본관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목에 있는 신전의 회복실 쪽을 지나칠 때 쯤 윌디와 위디아가 나오고 있었다.
“아. 이안.”
“샤를 황녀님은 조금 더 쉬고 나올 거예요. 그런데…… 저기 황녀님.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크기 위해서는 무리를 해야 하는 법이지.”
“그것도 그런데…….”
윌디와 위디아는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이안이 입을 열려는 찰나.
거친 걸음과 함께 황금 갑옷의 거한이 다가왔다.
“음? 이안 백작. 댁은 왜 여기 있지?”
“있으면 안 되나?”
“그건 아니지만. 마침 잘됐군.”
“뭔데?”
크레펜은 이안을 잡고 작은 어조로 말했다.
“이번 일을 철혈공이 직접 처리하겠다더군.”
“오. 제도로 온다나?”
“아니. 그들을 모두 압송해서 철혈공의 영지로 보내라던데?”
그 말에 이안은 웃었다.
“까는 소리 말라고 전해.”
그 웃음에 맞추어 크레펜도 웃었다.
“그럴 줄 알고 미리 말해 놨지.”
그들의 대화를 듣던 윌디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그럼 철혈공이 난리 치는 것 아닌가요?”
그녀를 향해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라고 그렇게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