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232화(232/300)
◈ 제232화
116. 이것마저 포기하면 – 2
이미 칼비아츠를 잡은 순간 철혈공과는 적대 관계가 되었다.
그런데 뭐가 무섭겠는가.
이안이 시큰둥하게 말하자 크레펜은 기뻐했다.
“이거 든든하구만. 하지만 철혈공을 얕보지 않는 게 좋아.”
“사람 볼 줄도 모르는 권력의 화신 따위 두려울 건 없다.”
그가 딱 잘라 말하자 윌디는 고개를 저었다.
하긴 저 이안이 무서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자신의 내적 공포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베어 넘기는 사람인데.
“그럼 그들은 우리 쪽에서 계속 데리고 있도록 하지.”
“그렇게 해.”
현재 그들은 드래곤 실드 기사단에서 잡고 있었다.
그 일에 가담한 자들이 귀족뿐만 아니라 황자인 오탈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잡힌 이후에는 자긴 그저 에시르가 도와달라고 해서 거기 간 것 뿐이라고 필사적으로 해명했지만 그걸 누가 믿겠나.
“웃기는 소리지.”
크레펜은 콧방귀를 뀌었다.
비록 그곳에서 한 일이 악마와 관련되었다는 증거는 없었다지만 사람을 제물로 삼은 것은 사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샤를까지 납치하지 않았는가.
거기에 지금까지 제도에서 실종된 사람까지 생각한다면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들의 가문에서 난리를 치지 않나?”
“그 정도는 드래곤 실드 기사단의 힘으로 넘길 수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라.”
“그래? 그럼 됐고. 아무튼 철혈공이 오면 얘기해.”
“알겠다.”
크레펜이 가자 윌디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안을 보았다.
“괜찮겠어요?”
“괜찮지. 그보다 너희는 어때?”
“뭐…… 큰 문제는 없죠.”
제국 아카데미와의 교류전을 하며 그들과의 인맥도 나누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친해진 이들이 몇 명 있으니 나중에 소개시켜 주겠다며 윌디가 제안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나 레일로드 쪽에 관심을 가지는 귀족들이 꽤 있더라구요.”
“레일로드가 제대로 만들어지면 물자 유통이 편해질 테니까. 하지만 쉽지 않을 텐데?”
레일로드가 설치되면 필연적으로 타국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제국의 안전과도 관련될 수 있는 일인 만큼 허가는 필수라고 볼 수 있었다.
“뭐. 그렇긴 하죠. 거기에 지금 대외 관련 업무는 철혈공이 전부 맡고 있으니까요. 사실 아버지께서도 몇 차례 철혈공과 만나셨다고 해요.”
“뭐라던?”
“그쪽은 반대 입장이네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빨리 부숴 버려야 할 놈이군. 그냥 가서 다 부숴 버릴까?”
이안이 웃으며 말하자 윌디는 고개를 저었다.
“철혈공이 갑자기 사라지면 제국 내에 엄청난 혼란이 생길걸요?”
어쨌든 그는 현 제국의 2인자다.
또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황제 대신 제국의 내정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그가 사라지면 당장 제국에서는 공중에 떠 버린 권력을 잡기 위한 내전이 시작될 거다.
“뭐. 우리가 제국을 침공할 생각이라면 나쁘지 않지만요.”
“그런데 그와 싸우기로 한 마당에 어차피 혼란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아. 그 부분은 크레펜 백작님과 말씀을 나누시는 게 어떤가 싶네요.”
제국 내의 정치나 권력관계에 대해서는 현명한 윌디라고 하더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이안과 함께 걸었다.
그렇게 그들이 기숙사로 돌아가자 기숙사 앞에는 하륜과 필로아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 하냐?”
“마법학 얘기 중이었어. 그…… 네가 가르쳐 준 거 있잖냐.”
“아. 그거?”
“그거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줘도 괜찮은 거지?”
“상관없어.”
이미 마탑에서도 몇몇 마법사들에게도 가르치고 있는데 뭔 문제겠나.
이안이 시큰둥하게 대꾸하자 필로아는 씩 웃었다.
“그거 고맙네.”
“별소리를 다 한다. 그나저나 필로아. 레일로드 설치. 너희는 찬성이지?”
“우리 마카센 백작가? 당연히 찬성이지. 물류 유통이 편해지면 쓸데없는 지출이 줄어드니까. 유통비도 무시 못 해.”
“제국에서는 철혈공이 반대한다던데.”
“우리 가문은 처음부터 철혈공이랑 사이 안 좋았어.”
“그래? 줄 잘 섰네.”
“왜?”
“철혈공이랑 한판 붙을 거니까.”
이안의 말에 필로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까지 제국 내에서 철혈공 퐈드베 공작을 거꾸러트리고자 한 자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들 모두 실패했었다.
그런데 과연 이안이 가능할까?
“어지간한 권력으로는 힘들 텐데. 뭐. 어쨌든 네가 그렇게 하겠다면 마카센 백작가의 후계자로서 난 널 지지한다.”
솔트 후작가와도 친한 만큼 마카센 백작가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에 이안이 씩 웃었을 때.
기숙사의 문이 열리며 그래진과 메이가 나왔다.
“뭐 하냐? 밖에서.”
“그냥 사업이랑 미래의 이야기를 했지. 이안이 철혈공이랑 한판 붙는다는데?”
“철혈공이라…… 나쁘지 않네.”
“그래?”
“철혈공의 영지인 필라이크 공작령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적이 많아. 유적학회에서도 그 유적들의 탐시를 원했는데 철혈공이 허가를 안 내주더라고.”
그래서 꽤나 많은 유적의 탐사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안이 철혈공을 쓰러트리면 그 허가가 풀릴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기대가 크다.”
“날로 먹으려고 하는구만.”
“뭐 어때.”
메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이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원한다면 블랜디 자작가에서도 지원해 줄 수 있어. 그리고 유적학회 쪽에서도 은근히 도우려고 할걸?”
“그래.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말은 고맙다.”
그리고 이안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기에 하륜과 윌디는 키득거렸고 메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나저나 슬슬 경쟁전 시작된다는데…….”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했던 것처럼.
제국 아카데미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경쟁전이 시작된다.
그 첫 번째가 개별 전투를 겸한 토너먼트전이다.
물론 지금 제국 아카데미 입장에서는 승리는 거의 포기하고 있는 편이었다.
당장 이안이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B반 생도들이 가진 무력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스터가 몇 명이야?”
“일단 발라, 박바레, 블랜치…… 그리고 위디아도 조만간 마스터에 오를 것 같고…….”
그 외에도 가능성이 보이는 몇 명이 있었다.
그뿐인가?
하륜과 윌디, 오에리나, 그래진.
네 마법사 모두 마탑에 가도 당장 한자리 차지할 정도로 고위 마법사다.
그런 판국에 어떻게 승리를 자신하겠는가.
“그래도 하긴 해야 하니까. 나름대로 준비는 하고 있다고.”
필로아가 말했지만 이안은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런 그를 향해 메이는 싱긋 웃었다.
“이안. 우리 데이트할까? 경쟁전 할 때 우리 영지에 갔으면 좋겠는데.”
“저희 전력 빼놓으려고 하지 말아요.”
이안을 데리고 나가 주면 그나마 가능성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녀가 웃으며 수작을 부리는 것을 보며 윌디는 싸늘하게 말했다.
“쳇. 가능성이라도 좀 갖자고.”
“포기한 거 아니었냐?”
“그럴리가.”
메이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데이트는 사양이다. 그리고 경쟁전에 내가 참가할 일은 없어.”
“어? 진짜?”
“교류전 신청할 때 이미 얘기 나왔던 거야. 경쟁전에는 어지간하면 참가하지 말라고.”
이안이 참가하면 반드시 경쟁전은 승리할거다.
하지만 그래 가지고 생도들의 발전이 있겠나.
딱히 아카데미 간 교류전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기에 이안은 그 요청을 받아들였었다.
“그런 사정이 있었다니.”
“내가 끼면 너희도 안심하고 대충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아란세와 나눴던 이야기를 이안이 하자 필로아와 메이는 기뻐했다.
“좋아. 그럼 마스터 세 명이랑 마법사진만 어떻게 하면 되겠군!”
“그것도 쉽지는 않을 거다.”
“불가능보다는 낫잖냐. 이 기쁜 소식을 알리러 가야겠어.”
그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며 하륜은 살짝 주먹을 쥐었다.
“누가 져 준다나?”
“세상일 모르는 거다. 훈련 열심히 해라.”
이안이 몸을 돌려 가려고 하자 윌디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디 가요?”
“샤를 훈련시켜야 해. 그리고 이번 경쟁전에 샤를도 참가할 거니까 각오들 해 둬.”
그의 말에 셋은 딱딱히 굳었다.
비록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안에게 집중 교육을 받고 있었다.
“어. 음. 이안. 좀 살살 가르치지?”
“하하. 자식들.”
떨떠름해하는 그들에게 씩 웃은 이안은 대답하지 않고 가 버렸다.
그가 멀어지자 하륜과 윌디, 그래진은 서로를 보다가 말했다.
“애들한테 놀지 말고 훈련하라고 해야겠다.”
* * *
이번에도 샤를을 두들겨 패며 가르친 이안을 향해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은 떨떠름해했다.
힐끔거리는 그들에게 시선을 돌린 이안은 씩 웃었다.
“왜? 너희들도 배우고 싶나?”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면 기뻐하며 달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기 퍼져 있는 샤를을 보라.
아카데미는 커녕 어지간히 이름난 기사단이나 용병들도 저렇게는 훈련을 안 시킨다.
심지어 무인의 숲에서도 저 정도는 아니다.
“아니…… 저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안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부상회복만 할 수 있으면 훈련의 강도는 강한게 좋지.”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가르침을 원한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그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자 몇몇 생도들이 주춤거렸다.
하지만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치료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은 나서지 않았다.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싫으면 말라지.
<기회가 언제나 있는 건 아닐텐데요.>
‘사람은 항상 그렇잖아.’
이안 정도 되는 강자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천금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마스터 정도 되는 강자라면 바로 달려들겠지만 구경하던 생도들은 아니었나보다.
“으으……”
그렇게 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쓰러져 있던 샤를이 신음성을 터트리다가 잠잠해졌다.
결국 기절한 모양이다.
훈련을 더 진행할 수는 없어 보이자 이안은 구경하던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에게 말했다.
“쟤 데리고 신전으로. 아니지. 내가 가는게 낫겠군.”
“앗. 제가 모시겠습니다.”
생도 중 덩치 큰 남학생이 용기를 내 나섰다.
“올케인 자작가의 후계자인 이시 올케인입니다.”
“그래? 반갑다.”
“예. 이안 브랜든 백작님에 대해서는 자주 들었습니다.”
손을 쓱쓱 손수건으로 닦은 그는 이안과 정중하게 악수를 청했다.
굳은 살이 잔뜩 박힌 손이다.
그 손을 이안이 맞잡아주자 그것만으로도 좋았는지 이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사인 해줄까?”
“정말 영광입니다!”
다른 이들은 접근도 못하는데 이렇게 나서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가 얼른 품에서 종이를 꺼내려 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칼 줘봐.”
“엇? 예.”
그는 얼른 자신이 들고 있던 대검을 내밀었다.
그걸 받은 이안은 넓직한 검면에 손가락으로 긁적거렸다.
[이시 올케인에게 승리를 – 이안 브랜든]“오오오!!”
그저 손가락으로 긁었을 뿐인데 이런 선명하고 유려한 글씨가 남다니.
거기에 내용까지도 마음에 쏙 들었다.
그 이안이 승리를 기원해준 것이니 말이다.
이시는 검을 꽉 끌어안고 덜덜 떨었다.
“영광입니다! 이 검은 저희 가문의 가보로 삼겠습니다! 저. 그런데 왜 이렇게 이름을 적어주셨습니까?”
“전매 제한. 팔지 마라.”
“팔리 있겠습니까?!”
“그래? 자. 그럼 가자고.”
이시는 얼른 황녀를 업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부러워하고 있었다.
이안 정도 되는 강자의 사인을 검에 받다니.
부러움에 질투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게 씩 웃은 그는 이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백작님. 제국 아카데미에는 신전이 두개인데. 어디로 갑니까?”
태양 교단의 신전.
그리고 달의 교단의 신전.
둘 중 어디로 가냐는 질문에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태양 교단으로 가지.”